내가 무슨 말을 전하고 싶은가에 대해 아주 짧게.
2머전보다 한국전, 한국전보다 베트남전, 베트남전보다 걸프전...뭐 이렇게 우러전쟁까지 우리가 인지할 수 있는 범위의 근현대전은 항상 단위부대당 화력이 조오오온나 높아지는 방향으로 발전해왔음. 그에 맞춰 부대는 더 잘게 쪼개지고 그 쪼개진만큼 상위제대와의 연결을 유기적으로 하는 식으로 생존성을 보장하면서도 작전 수행 능력을 유지했고.




우러전에서 다들 포병을 포대 단위가 아니라 1문 단위로 쪼개서 굴리는 거 많이 봤을건데, 이게 얘들이 포병이 부족해서가 아님. 아 물론 머한 기준으론 양쪽 다 포병 부족한거 맞는데 지금 양측 군대의 규모는 군축으로 존나 줄어든 유럽 대부분 국가에 비해선 차고 넘치는 수준이라 집단적으로 운용하고도 남거든?

근데 왜 분산시켜서 운용할까? 물론 정찰자산이 그만큼 좋아져서 1문으로도 3~8문이 때리는거랑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것도 이유 중 하나겠지만, 근본적으로 뭉쳐서 운용하는 순간 상대가 그걸 인지하고 족치러 오기 때문임. 155mm 1문은 때리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냅두기도 좆같은 존재지만 155mm 6문이 그리 멀지 않은 간격을 유지한채 뭉쳐서 아군 방어선을 때리고 있음 당장 그거 조지러 프로그풋이든 다연장로켓이든 뭐든 날아오는 게 이 동네임.

이 이야기의 연장선상에서. 지금 공세 영상 몇 개 봐서들 알겠지만 우크라이나군의 진격을 돈좌시키고 손실을 강요하는 러시아군의 주요 무기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에게 손실을 입히는것과 마찬가지로) 포병임. 전초 방어선~주방어선 한뭉텅이당 러시아군 보병은 많아봐야 중대+ 이정도 밖에 안되고 그나마도 꽤 많이 소모된 인력을 감안하면 그 긴 참호선 일정단위당 100명+ 넘어가는 곳이 그리 많지는 않을거라 생각하거든? 물론 이 얼마 안되는 병력이 숙련된 인원이면 교통호 존나 뛰어다니면서 대전차미사일도 쏘고 접근하는 보병한테 수류탄도 던지고 그러면서 모랄빵도 안나고 하겠지만 얘네가 근본적으로 우크라군의 공세를 막는 주요 화력은 아님. 이 친구들이 무전기와 유선 전화선 등으로 불러내는 러시아군의 포병대와 고정익/회전익기가 진짜지. 우크라군이 방어선에 있는 러시아 보병을 핀포인트로 다 조져놔도, 러시아군의 통신망이 살아있고 제대로 된 화력지원 요청을 할 줄 아는 러시아군이 최소 1명이 살아있다면? 방어선에 돌입하는 우크라이나군은 자신들이 점령한 참호 위로 쏟아지는 항공폭탄과 포탄을 뒤집어쓸거임. 개고생해가면서 지뢰지대 개척하고 방어선에 박아둔 중기관총 진지랑 ATGM 진지 다 때려부쉈는데도 말이지.

이런 상황이 발생할 때, 방어선에 진입한 병력의 규모가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서 우크라이나군이 입을 손실도 달라짐. 중대규모로 보내서 쇼부치면 아무리 최악의 상황이 터져도 전차 10여대에 장갑차 10여대 잃고 끝나겠지만 대대 전체가 돌격하다 걸리면 그냥 넓은 들판에 불타는 전차만 서른대는 넘게 생길걸? 게다가 화력자산을 운용할 러시아군 상급부대도 'A방어선에 중대규모 우크라이나군 돌파중!' 이라고 들었을때랑 '최소 1개 대대가 B방어선으로 접근중!' 이라고 들었을 때 어느 곳에 더 비싸고 센거 퍼붓겠냐. 당연히 후자지. 전자는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 이거 더 많이 올수도 있는데 아끼죠 or 고작 중대 하나 잡자고 위치 들키는게 맞음?' 해버리면 아예 지원조차 안할수도 있는거고.

그래서 왕창 안보내는 것도 있을거야. 이게 반년 넘게 준비된 방어선이다 보니 아무리 러시아군이 빡통이라도 이미 설정된 킬존도 여러곳일거고 거기에 일정규모 이상 진입하면 있는 거 없는 거 다 때려 부어서라도 작살내려고 들게 뻔한데 좀 더 빠르게 공세 진행시키겠다고 대규모로 꼬라박는건 진짜 자살행위밖에 안됨. 어차피 전략적 기습도 담보되지 않았던 이번 공세였기 때문에 우크라이나군이 야금야금 방어선 갉아내고 상대 예비자산 꺼내쓰도록 강요하는 지금 흐름이 최선은 아닐지라도 차선 정도는 될거라고 나는 생각함. 다른 군붕이들 몇몇은 왜이리 느리냐 하기도 하던데 그건 그 친구들 생각이니 존중은 하겠지만, 어차피 반년 넘도록 쌓아올린 야전축성진지들인데 여기서 2주 3주 더 천천히 민다고 막 주방어선에 콘크리트 쳐바른 토치카 수십개 더 튀어나오고 그런거 아니다. 이미 깔려있음 모르겠는데.

솔직히 난 중대 규모의 손실을 입은 짤 몇개만 봐도(=최소 대대 수준에서 작전중이란 이야기니) 우크라군이 작정하고 공세하고 있다는게 눈에 보이던데 몇몇 군붕이들 입장에선 막 여단 전체가 평야를 가로지르며 적 전면에 꼬라박는 그런 거 없어서 실망스러울 순 있겠다. 하지만 전쟁은 낭만으로 하는거 아니잖아?

3줄요약
1. 단위면적/부대당 화력은 끊임없이 올라가고 있고 이에 대응책으로 부대를 잘게 쪼개면서 굴리는게 트렌드다
2. 뭉쳐서 집중운용하면 그만큼 상대가 고민 안하고 고화력 자산을 꺼낼 가능성도 커진다
3. 여단 전체가 방어선 때려부수러 움직이는 걸 보고싶다면 지난 불레다르 전투의 결과가 어땠는지를 생각하라

언제나 그랬듯 근거있는 비판(글이 존나 난잡하다 같은 거 포함. 미리 읽는놈들한테 ㅈㅅ)이랑 다른 의견은 환영함
근데 글 완전히 오독하고 뭐라하면 상당히 꿀밤마려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