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주제 자체가 썩 유쾌한건 아니고 신상문제도 있으니 약간 불투명하게 쓰는게 있음. 양해바람.



이건 되게 오래된 일이야. 대충 내가 아직 병사생활하던 시절 일임. 거진 20여년 전이라고만 말할께.

나는 병사때 사단 의무대에 속한 의무병이었음.

사단 사령부다보니 의무병만 30명에 군의관도 4명, 의무대장님도 따로있는 큰 규모였지. 왜 그 동네마다 한 두개 있는 약간 큰 의원정도 된다고 보면 됨.

엑스레이 기계에 치과, 간단한 수술실 비슷한거까지 있어서 간단한 외과수술은 군의관들이 직접하고 그랬어. 예를 들어 봉와직염 걸리거나 내성발톱 심한 애들 오면 그거 째서 고름빼거나 발톱 뽑는 그런것들.


하여튼 여담은 여기까지 하고, 그날은 뭐 별거없는 그런날이었음.

저녁식사 시간이었는데, 담배피던 고참 상병하고 건물 측면 출입구에서 이야기 나누고 있었음.

근데 갑자기 눈 앞으로 뭔가 휙! 하더니 쿵! 하면서 커다란게 떨어진거야.

자연스레 우리 둘 다 발치를 보게 됐는데 보니까 사람이 떨어져서 팔을 바르르 떨고있더라고.

저녁식사 시간이었고, 또 우리가 서 있던 입구가 병영식당으로 나가는 곳이라 대충 15미터쯤 앞이 식당이어서 병력들 다수가 왔다갔다하고 있었음.

그런 상황에 쿵! 하고 사람이 떨어졌으니 다들 충격먹고 그자리에서 모두 올스톱이 되었지.


이때 많은것을 느꼈는데, 니들도 응급처치 교육간에 도움요청은 반드시 사람 지목해서 하라고 배웠을꺼야.

그게 진짜 필요해.

사람이 수십명 있는데 그 순간에 아무도 안 움직임.

전부다 뭐야 뭐야만 하면서 주변에 다가워서 어쩔줄 몰라 구경만 하고 있었어.

나도 의무병이고 응급처치 배웠지만 머리가 하얘지면서 배운게 생각이 안나.

정확히는 머리속에 그동안 배운거 십수가지가 막 떠오르고 휙휙 지나가는데 어떻하지? 란 생각과 이게 맞나? 라는 생각이랑 나는 의무병인데 나서야지! 라는 생각과 내가 잘못하면 어떻하지? 라는 생각이 동시에 떠올라서 결과적으로 굳어버림.

그렇게 서로 몇초? 정도 어쩌지? 어쩌지? 하면서 굳어있었어.

그때 상황을 변하게 만든게 옆에 있던 상병이야.

정신이 들었는지 고개 돌려서 복도에다 의무대! 다 튀어나와! 라고 고함을 빽빽지름.

의무대가 막사 1층 70%를 차지하고 있었기에 고참의 막 급하고 성난 소리가 들리니까  다들 바로 튀어나온거야.

그리고 문밖 광경을 보고 다 굳음.


그때 고참이 야, 들것 갖고와! 외쳤는데 아무도 안 움직임.

두어번 더 외치는데도 전부 어버버하고 있으니까 고참이 의무병 하나를 지목해서 쌍욕하면서 들것가져오라했고 그때서야 움직이기 시작함.

다른 부분도 마찬가진데, 병사들이 그렇게 많은데 서로 웅성거리면서 간부 데려와야하는거 아냐? 이렇게 말만하고 아무도 안 움직임.

이 고참도 저기 누가 당직사관 좀 모셔와요! 외쳤는데 아무도 안 움직임.

그러다 나한테, 야, 너 튀어가서 당직사관 데려와. 그러더라고.

물론 나도 어쩌지? 하고 있던 찰나였는데 그 말을 들으니 비로소 머리속에 교통정리가 싹 되더니 네 알겠슴다! 하고 튀어 올라갔지.

지금이야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정리해서 쓰지, 당시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다 보고 있으면서도 그게 뭐랄까, 마치 꿈속같은 느낌? 멍하니 나랑 상관없는 이야기보는 그런 느낌이었어.

그때 고참이 야, 너 튀어가서 당직사관 데려와. 이 한마디가 날 현실로 데려온 그런 느낌이었음.

평생 가장 빠른 속도로 건물을 뛰어올라가서 당직사관실 문을 몸으로 쾅! 치고 들어감.

이때 광경이 아직도 선명히 기억나는데 당직사관이 의자 뒤로 푹 재껴서 책상에 다리 척! 올리고 기대누워서 TV보고 있었음.

왠 병사가 문을 쾅! 치고 들어오니까 나보고 놀람 반, 짜증 반 섞인 목소리로 뭐야? 뭔데?

이럼.

내가 숨이 차서 사 사 사 사관님!

이랬거든?

당직사관은 여전히 발을 책상에 탁 올리고 짜증섞인 목소리로 뭐, 뭐?
이러더라고.

내가 사 사 사 사 사람이 떨어졌습니다!

이랬지.

그랬더니 무슨 퐁퐁하는것마냥 발을 내리면서 퐁 튀어오르듯 벌떡 일어나더니 뭐?!!!!!!!! 라고 발작하듯 묻더라고.

그리고 어디야? 하면서 뛰어나오길래 내가 따라 뛰면서 식당앞입니다! 외쳤지.

따라서 같이 내려가니까 동료 의무병들이 들것 들고 나왔더라고.

당직 사관은 얼굴 하얗게 질려서 뭐야, 어떻게 된건데? 이러면서 막 묻더라고. 그래서 내가 본 것만 말을 했지.

얘가 인사불성되서 팔 바르르 떨면서 으...으...하고 있으니 일단 산건 확인되서 안심한거 같긴한데 간부라고 별 수 있나, 머리 하얘진건 똑같아 보이더라고.

그래서 나도 사관 버리고 들것드는 애들한테 합류했지.

정신차리고 지시하는 사람이 있으니 그제서야 배운게 빛을 발하는게 고참지시에 맞춰서 경추나 척추손상 의심환자라고 판자 가져와서 내가 목을 부여잡고 움직임에 맞춰 고정시킨상태로 살짝 판자를 밑에 넣은 뒤 그대로 들어서 들것으로 옮김.

보니까 당직사관도 정신이 들었는지 보고한다고 튀어올라갔더라고.

그렇게 일단 수술대 위에 올려두고 있는데 이미 행정보는 애들이 의무대장, 군의관, 행보관한테 전화 돌리고 있더라고.

뛰어내린 애는 계속 으~으~ 거리곤 있는데 얘가 목이나 척추 다쳤을까봐 손도 못대고 보고만 있는데 혹시 죽으면 어쩌지 싶어서 속만 타더라고.

그 사이에 우리 병장 분대장이 이건 후송이다 생각이 들었는지 옆에 있던 AMB운전병한테 시동키고 나갈 준비 하라고 하더라고.

그렇게 애 차태우고 나갈 준비하는데 사단 사령하고 참모들 튀어오드라.

그래서 무슨 일 있었는지 막 묻는데 우리가 사정을 어찌아누. 그냥 본것만 말했지.

그러고 있는데 마침 군의관도 들어와서 보더니 호흡곤란 증세가 보인다고 이 인원 바로 큰병원 후송가야합니다. 라고 진단하고 몇가지 연명조치를 하더니 AMB에 태웠음.

그리고 나도 탔는데 그 바람넣는 펌프? 같은게 있어, 손으로 누르는 풀무같은거. 자동식 산소 호흡기가 없다보니 내가 AMB 같이 타고 XX통합병원까지 가는 두 시간동안 계속 산소 공급함.

AMB는 미친듯이 달리고, 군의관은 계속 애 상태 물으면서 체크하고 나는 손가락이 마비되랴 펌프 누르면서 갔는데 그땐 참 힘든줄 몰랐어. 살려야한다 그거 하나만 떠올랐거든.

그렇게 응급실 무사히 들어갔고, 한 숨 돌리고 식사하고 돌아옴.

결과적으로 뛰어내린 친구는 척추 골절로 하반신 마비와서 전역함.

나중에 왜 뛰어내렸는지 알게 됐는데, 여차친구랑 통화하다가 이별통보를 받았는가 봄.

목격자 말에 의하면 4층 복도 중앙 전화기 붙잡고 한참 통화하다가 안돼! 가지마! 이렇게 울부짖더니 전화놓고 엉엉 울더래.

그러더니 조금 있다가 죽어버릴꺼야! 외치곤 뛰어나가더니 그대로 난간 너머로 다이빙을 해버렸데.

그렇게 나랑 상병 고참이 서있던 발 앞으로 쿵! 하고 떨어진거였음.

머리부터 떨어졌으면 즉사였을텐데 어떻게 생명은 건졌지.


이때 내가 후에도 계속 가지게 된 불만인 왜 바로 앞에 큰 종합병원이 있는데 두시간이나 떨어진 군병원에 가야하나! 를 처음으로 가지게 되었어.

나중에 군의관님께 물어보니 쌍욕을 하시면서 당직사령이 때려죽어도 군병원 가야한다고 못가게 막았다고 하더라고. 규정이라고. 규정위반으로 문책당하면 당신이 책임질거나면서.

군의관님도 목숨이 위급한 상황이었다면 씹고 달렸을텐데, 보니까 일단 생명에 지장은 없어보여 군병원가자고 동의했는데 계속 불안했데.

AMB안에서 계속 신경질적으로 바이탈사인 체크하고 한게 다 이유가 있는거였음.

그 뒤 십여년 이상 흐르고 언론에도 나온 많은 사고후에야 여론의 질타로 민간상관없이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보내게 바뀌었지만, 그동안 그 딴 헛짓거리 규정때문에 죽거나 장애를 얻은 많은 군인들 생각하면 안타깝다못해 분노가 치민다.


이 일로 하나 큰 교훈을 얻어서 간부되고 나서도 애들이 여차친구있다하면 많은 신경을 쓰게 되었고, 여자친구랑 헤어졌다하면 마음속에 초비상이 걸려서 야밤에도 계속 확인하게 만드는 부작용도 얻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