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길에서 우연히 여자 하나를 만났는데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더라고. 진지로 데려왔지.
...우리가 여자를 흔들어 깨우자 조금씩 의식이 돌아왔고 여자의 사연을 들을 수 있었어.
여자는 독일군이 자기와 자기 아이들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들려줬어.
놈들이 여자와 여자의 다섯 아이들을 총살시키겠다며 헛간으로 끌고갔어.
하지만 헛간에 도착하기도 전에 가면서 아이들을 먼저 쏘아 죽였지. 놈들은 아이들을 쏘면서 재미있다는 듯 낄낄댔어.
젖먹이 막내아들만 남았는데, 파시스트가 '아이를 위로 던져라. 그러면 내가 총으로 쏘아맞히겠다'고 몸짓을 해보였지.
아이 엄마는 아이를 땅바닥에 냅다 던져버렸어. 아이가 죽어버릴 만금 세게. 자기 자식을, 독일군 손에 죽게 두느니 차라리 그렇게 한 거야.
여자는 살고 싶지 않다고 했어. 그런 일을 겪었는데 어떻게 이 세상에 얼굴을 들고 사느냐며.
자기가 갈 곳은 저세상 뿐이라고. 도저히 살 수가 없다고."
- 발렌티나 미하일로브나 일리케비치, 빨치산 연락병
"...모두가 기다리던 그 순간이 왔어. 자, 이제 우리가 독일 땅으로 간다.
그러면 곧 알게 되겠지. 어떻게 생겨먹은 놈들인지. 놈들이 사는 땅은 어떤 곳인지.
그리고 집들은 또 어떤지. 정말 평범한 보통 사람들일까? 놈들도 우리처럼 평범한 삶을 살까?
전선에 있을 때 나는 두번다시 하이네를 읽지 못할 줄 알았어. 내가 좋아하는 괴테도, 바그너도 더 이상 들을 수 없었어
...그리고 마침내 우리는 놈들의 땅을 밟았어. 독일 땅에 들어서자마자 반들반들 닦인 길에 그만 입이 떡 벌어졌지.
농가들은 또 어찌나 큼직큼직하게들 지었던지. 집집마다 꽃 화분들에 화려한 커튼에, 창고에까지 커튼이 쳐져 있더라니까.
게다가 가는 집마다 하얀 식탁보가 깔려있고, 값비싼 식기들, 사기그릇까지.
나는 거기서 세탁기를 처음 봤어. 도무지 이해가 안 되더라고.
'이렇게 잘들 살면서 대체 왜 전쟁을 일으킨 거지?'
...우리? 우리한테 그런 게 어딨어. 시트? 무슨 시트? 집단더미 속에서 자고 맨바닥에 나뭇가지 쌓아노고 자는 게 다반사였는데.
2-3일씩 뜨거운 물 없이 버티는 건 일도 아니었고. 우리 병사들은 그 보온병들을 죄다 총으로 쏴버렸지. 커피도.
커피잔들이 총탄세례를 받고 산산이 부서진 채 집안에 나뒹굴었어. 꽃이 핀 화분들도. 베게도, 유모차도.
하지만 놈들이 우리에게 한 짓과 똑같이 잔인하게는 못 하겠더라고. 우리가 받은 고통만큼 되돌려주진 못했지..."
- 아글라야 보리소브나 네스테루크, 중사, 연락병.
"베를린에 입성하고 한번은 길을 가는데 갑자기 맞은편에서 남자애 하나가 튀어나오더라고. 손에 기관단총을 들고서.
어린 독일 시민군이었어. 이미 전쟁도 끝나가는 판인데. 그때가 전쟁 막바지였거든.
나는 손이 이미 기관단총에 가 있었어. 여차하면 발사할 준비가 돼 있었지.
아이가 나를 보고는 눈을 끔벅끔벅하더니 '앙'하고 울음을 터뜨렸어. 그러자 글쎄,
웃기지도 않게 나도 눈물이 나는 거 있지. 빌어먹을 기관단총을 들고 서있는 그 아이가 얼마나 짠하던지.
나는 재빨리 아이를 무너진 건물의 개구멍으로 밀어넣었어. 아이를 숨겨주고 싶었거든.
하지만 아이는 내가 자기를 죽이려는 줄 알고 기겁했어. 그때 내가 모자를 쓰고 있어서 여자인지도 몰랐을텐데
내 손을 덥석 잡더라니까. 아, 그러고는 엉엉 흐느껴 우는데!
나도 모르게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어.
...전쟁 내내 그토록 증오하던 독일놈인데!
아무튼 사람을 죽이는 건, 명분이 옳든 그르든 할 짓이 못 돼. 역겨운 일이지.
더구나 전쟁이 끝나가는 막바지에는..."
- 알비나 알렉산드로브나 간티무로바, 상사, 정찰병
재밌으니까 읽어보셈
마지막 사연 진짜 아 - dc App
증언한 분이 여자라서 더 저랬던것도 있는듯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