ㅎㅇ 수병출신 군붕이야

우크라이나 전쟁도 어느덧 만 2년째를 향해가고있는 지금, 당연하게도 군함들 역시 손상되는 사례가 늘고있음

대표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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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 자폭보트가 꼬라박은 이 새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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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맞고 용궁간 이 새끼 처럼 말이야

군함은 사람도, 장비도 많이 싣고있을 뿐더러 비싸고 제작도 오래걸리는 병기야

또한 망망대해에서 작전하는만큼 아군이 먼거리에 떨어져있어서 즉시 도움을 받기 어려워

그런만큼 손상됐을때 가능한 빠르게 자체적으로 처치를 하는것이 중요해

성공적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면 최소한 배와 승조원의 목숨을 건지고 안전해역, 항구로 퇴각하여 수리를 받거나 운이 좋다면 전투에 복귀할수도 있을테니까말이야

아 해군은 그런 일련의 처치 과정을 "손상통제(구 소화방수)"라고 불러

옛날 명칭에서도 보이듯 크게 불을 끄고(소화) 물을 막는(방수) 두 가지로 나누어져 있어

손상통제는 모든 승조원들이 훈련소에서부터 교육을 받게되고 실무에 나오게되면 소화/방수 상황별로 자신이 해야할 역할이 정해지게 돼

예를들어 화재시에는 소화수 방수시에는 고임목 설치 처럼 말이야

그 역할을 "매닝(manning)"이라고 불러

매닝은 정박중에는 매일 바뀌고(출동 중에는 아마 출동전에 정한 그대로 입항까지 이어질텐데 나는 고정역할이었어서 잘 모름) 승조원들이 모든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매일 최소 1회의 훈련상황을 부여하여 반복숙달 시키고 있어





그럼 본격적으로 들어가서 군함에 불이나면 어떻게할까?

온 사방이 물인곳에서 작전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군함은 화재에 매우 취약해

엄청난 양의 중유, 항공유, 윤활유와 미사일, 포탄, 페인트등의 인화성 물질들이 가득한 배니까

거기에 옆친데 덮친격으로 군함을 공격하는 무기들은 대부분 폭발을 일으키기때문에 화재 발생 가능성이 더욱 커져

때문에 화재진압법은 배를 타는 해군 출신이라면 누구든 기본적으로 배우게 돼

불을 끄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기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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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들어가서 끄는거지

사진은 독도함 승조원들이 육상 훈련시설에서 소화훈련을 받는 모습이야

소방관들이랑 똑같은 복장을 하고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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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소방관들이야

해군 함정에는 방화복, 방염복, 소방헬멧, 양압식 공기호흡기, 내열장갑, 내열방수부츠 등 소방관들이 착용하는것과 동일한 장비들이 비치돼있어

그 외에도 격실에 찬 연기를 빼내기 위한 이동식 통풍기, 장애물 개척을 위한 소화도끼, 소화기, 가스탐지기, 온도측정기 등 부수기재들도 갖추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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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동그라미 친 부분처럼 함 내외를 가리지않고 곳곳에 소방호스와 소화전이 배치돼있어

그리고 당연하게도 해군 승조원들은 위에 나온 거의 모든장비의 착용법과 사용법을 숙지해야돼(가스탐지기나 온도측정기같은건 보수 직별 아니면 거의 안배워. 비싸거든)


화재가 발생하면 1차적으로 화재를 식별한 사람이 불을 끄기위한 시도를 하게 되는데 해군에서는 그걸 "초동조치"라고 불러

초동조치는 크게 6단계로 구성되어있는데

1. 구령전파(다른 승조원들에게 화재 발생 사실을 알림)
2. 소화기 방출(소화기로 조기진화를 시도함)
3. 인화성물질 제거(주변의 타기 쉬운 물질을 치움)
4. 전원 및 통풍 차단(화재발생 격실의 전기를 끊어서 전기합선으로 인한 2차 화재를 막고 격실에 유입되는 산소를 차단함)
5. 격실 폐쇄(조기진화가 실패할경우 불이 번지고 산소가 유입되는걸 막기위해 해당 격실을 폐쇄함)
6. 보고(지휘계통에 조기진화 성공여부와 피해상황을 보고)

각 단계별로도 알아야할 요령이 있는데 1, 2, 6단계만 다뤄볼게

먼저 구령전파단계에서는 최대한 많은 승조원들이 화재를 인지하는게 중요하기때문에 최대한 큰소리로 화재발생 사실을 알려야해(짬찌때 훈련하면서 목소리 작으면 그날 점호끝나고 집합걸림)
그리고 구령전파를 들은 다른 승조원들 역시 똑같이 큰소리로 구령을 전파하면서 함 전체에 알려질수있게해
보통은 뛰어다니면서 고래고래 소리지르게되지

만약 화재에도 불구하고 전기계통이 살아있다면 함내방송을 통해서도 구령전파를 할 수 있어. 배에는 거의 모든 격실에 내선용 전화기가 설치돼있는데(옛날에 다른 격실과 대화할때 파이프에 대고 말하던걸 지금은 전화로 한다고 생각하면 됨) 그 전화기가 함내 방송장비랑도 연결돼있어서 필요하다면 누구든 함내방송을 할 수 있거든

구령전파도 정해진 형식이 있는데 화재장소, 화재유형이 꼭 들어가게 말해야돼

예를들어 "승조원 식당 A급 화재 발생!"같은 식으로

여기서 승조원 식당은 화재 장소, A급화재는 화재유형이 되는거야. 화재유형에 따라서도 진압방법이 달라지기때문에 매우 중요한 사항이야

말이 나온김에 다루자면

A급 화재는 일반화재
B급 화재는 유류화재
C급 화재는 전기화재
K급 화재는 주방화재야

K급화재는 들어온지 얼마 안된개념이라 전역한지 오래된 사람이라면 생소할텐데 주방 조리용 기름에 불이난 상황을 뜻해

A급 화재는 일반 화재로 물을 뿌리거나 모든종류의 소화기로 진화가 가능한 화재야. 쓰레기나 피복류, 기타 잡기들에서 발생한 화재이기때문에 특별한점은 없어

B급화재는 유류화재로 소화 시 물을 사용하기 어려운 화재유형이야. 불이 붙은 기름에 물을 뿌리면 기름이 물에 떠서 사방으로 번져나가기때문에 주의해야해. 그래서 보통물이 아니라 거품이 일어나는 특수용액을 섞은 물로 진화하게 돼.

C급화재는 전기화재로 전기합선으로 일어난 불이야. 그냥 물을 뿌려버리면 감전의 위험이 있어서 진화에 앞서 격실의 전원을 꼭 차단해야하고 비싼 전자기기(통신장비, 전투체계 콘솔 등등)에 이물질(소화기 분말)이 들어가는것을 막기 위해 일반 분말소화기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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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CO2소화기를 사용해야돼. 그래서 전자기기를 다루는 격실에는 일반 소화기 대신 저런 이산화탄소 소화기가 비치돼있는게 보통이야. 경우에 따라서는 카트없이는 못끌고다닐정도로 무거운 대형 CO2소화기도 준비돼있어

마지막으로 K급 화재는 튀김기에서 일어나는 주방화재로 B급화재와 유사해. 물로 진화를 시도하면 뜨거운 기름이 사방으로 튀어서 2차피해를 유발하기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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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전용 K급소화기를 이용해서 진압해

1단계 하는김에 2단계까지 설명해버렸으니 마지막 6단계에 대해서 말해볼게

6단계는 앞서 나온 초동조치를 하고 난 뒤 현재상황을 지휘관에게 보고하는 단계야

보고 역시 일정 형식을 갖춰서 말하게 되는데 초동조치 여부와 사상자여부가 꼭 들어가

예를들어 당직사관에게 보고한다면
"필승. 승조원식당 A급화재 발생하였으며 인명피해는 없습니다. 소화기 1정 방출하였고 인화성물질 제거했으며 전원 및 통풍 차단했으며 격실 폐쇄했습니다. 필승" 하는 식이야

여기에 화재가 진압되지않았거나 사상자가 나왔다거나 하면 추가 내용이 있을 수 있고 화재내용을 더 디테일하게 보고할수도 있어. 나같은 경우엔 우리 배 장교중 한분이 디테일한 보고법을 어디서 배워오셔서 수병들한테 교육해줬어

예를들면 "승조원식당 함수방향에 A급화재 발생하였고(화재 진압계획시 진입로를 정하기 위해 화재위치를 말함) OOO수병이 가벼운 화상으로 의무실에 입실하여 의무병이 치료중입니다.(환자발생사실과 처치현황을 말함) 초동조치 실시했지만 진화에 실패하여 손상통제반 배치 후 보수사 OOO 등 0명이 진화중에 있습니다. 필승" 이란식으로 말이지. 이건 내가 지어낸 시나리오라서 디테일은 보고자에 따라서 다를거야

이렇게 초동조치를 통해 화재가 진압됐다면 다행이고 그렇지 못했다면 본격적으로 손상통제반이 가동하게 돼

보통 보수관(장교),보수보좌관(준위.배에 따라 없을수도 있음), 보수장(부사관)이 현장지휘를 맡고 앞서 말한 매닝대로 인원이 배치되는거야

매닝은 크게 현장에 투입되는조와 대기반으로 나눌수 있어
(이하 정확한 명칭이나 분류는 기억안나서 임의로 써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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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조 중 소화반은 방화복, 방염복, 양압식공기호흡기를 착용하고 소방관처럼 현장에 들어가는데 소방호스 끝단을 잡고 직접 화재를 진화하거나 그를 도와 소방호스를 운반하거나 장애물을 개척해주는 역할을 해

이동식 통풍기조는 연기를 빨아들이는 이동식 통풍기와 그 연기를 먼곳까지 운반해주는 송풍튜브를 설치하는 역할을 해
튜브 끝단을 함 외부로 내놔서 연기를 밖으로 배출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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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이렇게 생김 존나 무겁고 계단들고 오르내릴때 좆같음. 저기에 연결하는 송풍튜브도 낡아서 삭았는지 구멍 잘나서 조심조심 펴야함)

그리고 인접격실에서 화재 확산을 막는 조도 있어
얘들은 화재 발생 격실의 인접격실(수평뿐만 아니라 수직도)에서 천장, 바닥, 벽에 물을 뿌리거나 젖은 스나프로 물을 칠해서 온도를 낮추는 역할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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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군함 격실을 보면 쇳덩이에 페인트, 우레탄같은 인화성 물질들을 발라놓은식이라 열이 전도되면 인접격실로 화재가 확신될수도 있거든

그 외 탐지기를 들고 유독가스를 탐지하는 역할이나 온도측정기를 들고 위험지역을 경고하는 역할, 현장과 지휘부, 대기반을 이어주는 전화수 등등이 현장에 나가서 적접 뛰는 사람들이야

대기반은 아직 투입할 필요가없는 현장조 인원들과(규모에 따라 전원을 투입할 필요가 없거나 이동식 통풍기같은건 어느정도 화재가 정리된 다음 들어가기도함) 현장조 인원손실 시 대체할 예비인원들을 모아놓은거야

대기반에도 당연히 현장, 지휘부와 소통가능한 전화수도 배치돼있어

그외 특이한 장비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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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내 소화계통이 작동하지않을때 최후의 수단으로 해수를 끌어올려 공급하는 이동식 소방펌프가 있어

얘 사용하는 방법도 손상통제 훈련때 다 배우는데 시동잘못걸면 벨트 끊어먹거나 태워먹어서 실습시킬때 엄청 민감해. 압력 형성안됐을때 물 끌어올려도 고장나는 그냥 참피가 따로없는 새끼야. 쟤가 천만원짜리인데 우리배에 있는게 그때가격으로 천오백인가 그랬음




이렇게 해군에서 함내 화재 발생시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대해 알아봤어.

내가 보수병이 아니였어서 정확한 명칭이나 절차같은거에 오류가 있을수도 있다는점에 양해를 구할게

대충 돌아가는 흐름이 어떻구나 하는 정도로만 읽어줬으면 좋겠어

그럼 다음에는 일반인들이 알기 어렵고 나도 잘 모르는 방수에 대해서도 써볼게

ㅂㅂ


+
내가 안쓴것중 초동조치 이후 손상통제반이 본격 배치되기 전에 투입되는 신속대응팀도 있어
이름 이제 생각났는데 RRT인가 그랬던것같아.(Rapid Response Team)

그리고 누가 댓으로 말해줬듯 이건 아주 기초적인 절차야.
실제 전투상황에서는 여러 화재유형이 복합적으로 발생하고 동시에 방수까지 해야하는 상황이 빈번해서 좀더 복잡하게 돌아가게 돼. 이건 보수병이나 보수사, 장교들이 자세히 알거야.

그리고 개인적인 경험담을 추가로 좀 적자면

8전단 감찰관들 와서 실전같은 훈련하는데 불 다끄고 연막탄 터뜨리고 식당 한가운데에 불피워놓고(당연히 통가져다 놓고 했는데 정확히는 불도 아니고 신호탄? 비슷한거 터뜨려놓음) 개 지랄도 아니였다.

불 다 꺼져서 개인전등(+비상등)에 의지해서 앞으로 나가는데 방화복은 덥고 찝찝하지 어둡고 연기때문에 앞은 안보이지 장화는 커서 헐떡거리지 물도 진짜 뿌려야해서 훈련 끝나고 물닦아내야하고 소방호스 물빼내서 접어야하고 암튼 개같은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