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관님, 아니 ㅇㅇㅇ씨는 좋겠네요. 의사잖아요? 공부 잘 해서 의대 가고 의사로 편하게 복무하고. 무거운 거 들다가 허리 부러질 일 없고, 죽도록 괴롭힘 당할 일도 없고.


어른들이 그러더라고요. 공부 잘 해야 성공한다고. 근데 그렇게 공부 잘 해서 의대 가도 군대 왔잖아요? 한국 남자로 태어나면 무슨 수를 써도 절대 군대에서 못 도망가요. 그래서 난 죽으려고 했죠.


지지리도 못 사는 난 못 배우고 못 가져서 병사로 왔어요. 닭장 같은 훈련소에 다닥다닥 붙어 앉아서 조교들이 얼차려 주고, 주머니에 손 넣었다고 혼내고, 화장실 혼자 간다고 화내고, 졸았다고 누웠다고 화내고.


유복하게 잘 자라서 탄탄대로 걸어오시는 의사님은 좋겠네요. 나 같은 개버러지 인생을 살 일이 없는데 그 위치에 앉아서 사람을 판단할 수 있으니까. 안 그래요?


어차피 나한테 소견서 안 줄 거 알고 있어요. 아니, 써 준다고 해도 무조건 난 여기서 나갈 거에요. 죽는 거 말고는 나갈 방법이 없으니까. 그게 가장 빠르죠. 상담이 끝난 이후로 복귀하면 난 이제 시도 때도 없이 자살시도 할 테니 그리 아세요. 정신과 약물도 몇 개를 처방해도 다 소용 없으니 그리 아시고.



이렇게 대답했음. 군의관이 소견서 작성하는 걸 안 하고 내 현부심 최대한 늦추는 바람에 입대 한 지 약 3개월 정도 지나서 일병 1호봉에 현부심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