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최동단에 위치한 보른홀름(Bornholm) 섬은 예로부터 발트해를 통제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였다. 역사적으로 덴마크는 이 섬을 요새화하고 항상 틀어쥐고 있었다. 1940년 4월 10일, 덴마크가 독일에게 항복하자 보른홀름 섬에는 나치 독일군이 진주했다. 해역을 효과적으로 감제할 수 있는 위치 덕분에 독일군은 이 섬에 수십개의 해안포대를 건설했다.










하지만 1945년, 소련군이 서진함에 따라 나치독일은 패망을 앞두게 됐다. 보른홀름 섬은 연합군과 소련군이 미리 맺어 둔 협정 라인 오른쪽에 위치했으므로 당연히 소련군이 '해방' 시킬 권리가 있었다. 소련군은 섬에 주둔 중인 독일군들에게 항복을 요구했다. 하지만 지휘관이었던 크릭스마리네 게하르트 폰 캄프츠(Gerhard von Kamptz) 대령은 서방 연합군에 항복해야 한다며 이를 거부했다. 이미 5월 4일에 덴마크 주둔 독일군이 영국군의 몽고메리 원수에게 항복했기 때문이다.













소련군은 1945년 5월 7일과 8일 이틀에 걸쳐 보른홀름 섬의 주요마을인 론네(Rønne)와 넥소(Nexø)에 폭격을 가했다. 이로 인해 800채 이상의 가옥이 파괴됐고 10여명의 덴마크 민간인들 사망했다. 섬의 독일군들은 약 12,000명 정도 주둔중이었으나 대부분이 발트 3국에서 징집한 외국인들이었다. 이들은 소련군에 맞서 싸울 의욕조차 없었다.


5월 9일, 5척의 어뢰정에 나눠 탄 소련군 공수부대가 선두로 섬에 상륙했다. 독일군은 저항하지 않았고 소련군 선발대 지휘관은 캄프츠 대령을 만나려고 했지만 그는 죽었다 깨어나도 소련군에게 항복하고 싶지 않아서 회담을 거부했다. 결국 독일군들은 지휘관의 명령을 받지 못한 채 무장해제 당했다. 다음날부터 보른홀름 섬에는 제2 벨라루스 전선군 소속 9,000명의 보병들이 들어왔다.










덴마크인들은 처음에는 소련군들을 해방자로 여겼다. 하지만 소련군들은 나치독일과 다를 게 없는 점령자로 행세했다. 수년 간 지옥을 겪어왔던 소련군들은 평화를 얻게 되자 매일같이 술을 퍼마셨고, 이는 민간인들에 대한 폭력과 강--간, 절도행위를 유발했다. 소련군 지휘부는 이들을 제지하려고 조차 하지 않았다. 폭격으로 부숴진 마을의 재건을 도우려고도 하지 않았다. 덴마크인들은 소련군도 싫어하게 됐다.












하지만 서방 연합군은 소련에게 덴마크 영토를 내놓으라고 압박을 가했다. 그리고 베를린을 손에 넣은 스탈린은 이 작은 섬까지 욕심을 내려고 하지 않았고, 1946년 4월 5일에 소련군들은 보른홀름 섬에서 철수했다. 소련군은 손실 없이 이 섬을 점령했었지만 점령기간 동안 약 30명의 비전투 손실을 냈다. 철수하기 전, 소련군은 이 섬에서 (술마시고 쌈박질하다가)죽은 소련군들의 추모비를 건설했다.










냉전이 시작되자 덴마크는 나토에 가입했다. 하지만 이 섬만큼은 소련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매년 4월 5일이 되면 주덴마크 소련대사와 무관들이 보른홀름 섬을 찾아서 저 추모비에 화환을 놓는 연례행사를 벌였다. 이 행사에는 보른홀름 섬의 민간인들과 섬에 주둔한 덴마크군도 억지로 참가해야 했다. 당연히 덴마크인들의 표정은 항상 똥씹은 표정이었다. 유일하게 소련군에게 호의적이었던 사람들은 극소수의 덴마크 공산주의자들 뿐이었다.










1991년 소련이 해체되고 난 뒤에도 러시아 연방은 덴마크와의 우호적인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이 행사를 이어 나갔다. 하지만 2014년이 되자 상황이 바뀌었다. 덴마크 정부는 공식적으로 러시아의 크리미아 점령과 돈바스 개입을 반대했다. 덴마크 정부요인들과 군인들은 더 이상 추모비 기념식에 참가하지 않았다. 러시아인들이 추모비를 찾는 것 자체는 막지 않았으나 행사는 매우 초라해졌다.


상황이 이렇게 변하자 러시아는 어떻게든 덴마크인들을 다시 끌어들이려고 했다. 그들은 1945년 섬 인근에서 기뢰에 의해 침몰한 소련군 수송선을 추모하는 명판을 새로 추가했다. 이 위령비에는 당시 수송선을 몰던 12명의 덴마크인들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어쨌거나 외국인들이 덴마크인들을 추모한다는 의의가 있었기 때문에 2021년 행사에는 론네 시장이 참가하는 등 소기의 성과가 있어 보였다.









하지만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덴마크 정부는 코펜하겐의 러시아 대사관의 대부분을 추방해버렸다. 그 해 기념식은 열리지도 못했다.


2022년 5월 8일, 추모비에는 노란색과 파란색 페인트가 칠해졌고 '나치독일에 맞서 싸워 목숨을 바친 러시아 영웅들에게 영원한 영광을'이라는 기존문구 위에 '러시아 점령자들에게 맞서 싸워 목숨을 바친 우크라이나 영웅들에게 영원한 영광을'이라는 문구가 새겨졌다. 당연히 주덴마크 러시아 대사가 이에 반달리즘이라며 항의해서 페인트와 문구가 지워졌지만, 보른홀름 지역경찰은 범인을 잡으려고 하지 않았다.



폴란드와 발트3국 국가들에 설치된 소련-러시아 기념비가 제거되는 동안, 덴마크 정부는 보른홀름에 있는 이 소련군 추모비를 제거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신 '러시아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역사적 유물로 지정하여 후손들이 이를 잊지 않고 기억하게 하고, 이 섬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홍보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The Danish Island Fighting Russia’s Abuse of HistoryThe Baltic island of Bornholm, Denmark is a key strategic outpost for allied defense against Russia.cep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