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월북자 송환을 보며
주성하∙ 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3-11-01


몇 년 전엔 한 한국 사람이 인도네시아에서 북한 대사관을 통해 망명한다는 것이 그만 한국 대사관에 들어갔습니다. 인도네시아 택시 기사가 남과 북을 잘 알겠습니까. “코리아”란 말만 듣고, 한국대사관에 데려다 주었는데, 이 사람이 너무 기쁜 나머지 간판도 안보고 뛰어 들어가 한국 외교관들 앞에서 “김일성 만세” 부르고 “북에 망명합니다”고 소리쳤다가 고스란히 남쪽에 다시 끌려와 감옥생활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사람은 참 운도 없는 사람이죠.

그런데 이 사람보다 더 운이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들은 이야기인데 몇 년 전 최 씨 성을 가진 어떤 탈북자 한 명도 타이까지 와서 택시 기사에게 열심히 외웠던 영어로 “코리아 대사관”에 데려다 달라고 했답니다. 이 택시 기사도 코리아란 말만 듣고 그만 이 사람을 북한 대사관에 데려다 줬습니다. 캄캄한 밤엔 대사관 정문 불도 안 켜져 있으니 급한 김에 문을 두드리고 들어갔는데 그게 인생의 종착점이었던 것입니다. 타이까지 가느라고 얼마나 고생했겠습니까. 천신만고 두만강을 건너고, 공안을 피해 중국 대륙을 횡단하고, 중국과 타이 사이 열대림을 하루 종일 헤치며 갔을 겁니다. 타이에서 한국 온 탈북자는 수만 명인데, 타이까지 갔다가 북에 다시 끌려간 사람은 그 사람이 아마 유일할 겁니다.

앞서 인도네시아 대사관에 갔던 남한 사람은 한국에 와도 고작 길어서 몇 년 감옥살이 하면 되지만, 타이 북한 대사관에 들어간 탈북자는 아마 지금쯤 처형됐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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