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렇게 느닷없이 지휘권을 인수한데 대하여 총사령부에서 무슨 반발이라도 있는 날이면 나는 때를 놓치지 않고 제8군 사령부를 떠날 작정이었다. 그러나 떠나기 전에 드 귄간드 준장에게 그날 저녁 6시에 참모부의 전원을 집합시키라고 했다. 그들에게 해둘 말이 있어서였다. 그래놓고 나는 진지의 남부측면을 향하여 떠났다. 얼마 안가서 차가 섰다. 안내자에게 거기가 어딘지 아느냐고 물어보았다. 돌아온 건 어딘지 모르겠다는 대답이었다.


그러고 보니까 우리는 어느새 넓직하게 철조망을 둘러놓은 테두리 안에 들어와 있었다. 안내자에게 그게 뭐냐고 물어보았다. 우리가 지뢰부설지대의 한복판에 와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적잖이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나는 운전병에게 그 지뢰부설지대를 벗어날 때까지, 들어올때의 자동차 바퀴자국을 따라 차를 돌리라고 했다. 안내자가 자신이 있는 곳이 어딘가를 알아차를 때까지 나가자고 한 것이다.


야전군 사령부에 돌아갔을 때는 이미 꽤 늦어서 참모부원들이 모두 집합하여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자기소개를 하고난 뒤에 해둘 말이 있다고 했다.


"나의 '후퇴불가' 명령을 가능하게 하려면 제8군에 병력이 더 필요하다. 그러므로 방금 영국에서 2개 사단이 도착하여 델타 지역을 수호하기 위한 진지를 구축하는 일에 투입되었는데 그 2개 사단을 제8군에 편입시켜야 하겠다.


이렇게 하여 나는 이집트에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군소부대들을 모조리 끌어모아서 기계화장비가 강력한 새로운 1개 군단을 신설하여 명칭을 제10군단으로 하기로 한다. 이 군단은 말하자면 우리 제8군에는 롬멜군의 아프리카군단과 맞먹는 것이다. 사막 전역에 사단을 마구 분산시켜 놓고 적과 전투하는 방침은 이제 없애버리기로 한다.


그리고 나는 제8군 사령부 내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렇게 음침하고 기분 나쁜 곳에서 사기가 왕성할 리가 없다. 해변에다 부대본부들을 두면 가끔씩 해수욕도 하면서 행복한 기분으로 일에 전심할 수 있다. 알렉산더 장군이 내게 내린 명령은 단순하다. 롬멜과 그 휘하 병력을 격파하라는 것이다. 롬멜은 멀지 않아서 우리를 공격해오리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지금 곧 롬멜이 공격을 개시해온다면 그것은 좀 곤란하지만, 우리에게 2주일의 여유만 준다면 롬멜이 무슨 짓을 해도 좋다. 나는 완벽한 준비태세가 되기 전에는 우리의 공격을 개시할 시간은 없다. 때만 오면 롬멜을 아프리카에서 몰아내는 것은 문제 없다. 나는 드 귄간드 준장을 제8군 참모장에 임명한다. 그가 내리는 모든 명령은 전원이 즉시 복종해야 한다."


참모부원들은 모두 물을 끼얹은 듯이 내 말을 묵묵히 듣고 있었다. 그러나 내 말은 그들에게 깊은 감명을 준 것이 틀림없었다. 그날 저녁을 계기로 해서 제8군 안에는 희망과 명랑함이 떠돌게 되었다. 무슨 일에도 불안정한 일이 없게 되었다. 그러나 고참자들은 속으로 '너 따위야 아직도 풋내기야'하고 생각했을 것이다.


제8군 사령관으로서의 첫 날은 고단하기는 했으나 나에게는 좋은 날이었다.


이날 잠이 들때에 나는 건방진 미소를 짓고 있지 않았는지 지금고 궁금하다. 오킨렉 장군이 자기가 지휘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제8군에 내가 지금 명령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이튿날 아침에는 아침 상화오고를 하러 온 장교 때문에 잠이 깨었다. 나는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서 그런 자질구레한 일을 가지고 사령관에게까지 오는 놈이 어디 있느냐고 호통을 쳤다.


그는 공손히 사과를 하면서 오킨렉 장군은 반드시 아침 일찍 일어나서 보고를 받았다고 해명했다. 내가 오킨렉 장군은 아니니까 무슨 잘못된 일이라도 있으면 참모장에게 말하고 잘못된 일이 없으면 그런 보고는 올리지 않아도 좋다고 일러주었다. 꾸중을 들은 장교는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래서 나는 그 장교와 함께 아침 커피를 나누면서 다른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는 마음이 풀려서 물러갔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