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징조로 보아서 롬멜군이 멀지 않아서 공격해오리라는 것은 쉽사리 예측할 수 있었다. 주력을 우리 진지의 남부측면에 집중하면서 우리 제8군의 배후로 돌기 위하여 우측을 공격해 올 것이 거의 틀림없었다. 롬멜이 우리 제8군에 손을 대지 않고 이집트의 사냥감을 향해서 우리를 지나쳐갈 리가 만무였다.


사정이 이렇고 보면 나의 계획의 윤곽은 그 자리에서 자명한 것이었다.


진지의 북부측면을 지뢰부설지대와 철조망으로 강화하여 최소한도의 병력으로 이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런데도 지금 당장에 그 방면의 전선을 시찰할 것까지는 없었다. 그보다도 남부측면에 대해서 신중한 배려를 할 필요가 있었다.


알라메인 전선 전역의 관문은 알람 할파 능선이었다. 이 능선은 알라메인 선에서 수 마일 후방에 있었다. 거기까지 돌릴 병력이 없었기 때문에 그 능선은 아직 수비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미 들은 바 있는 사막에서의 기계화전투에 대하여 심사숙고한 나머지 나는 롬멜이 우리 기갑부대가 자기 휘하 병력을 공격해주기를 도리어 원하고 있는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되면 그는 자기네 기계화부대를 대전차포선 배후에 배치해서 우리 전차를 격파하고 마침내 전선을 독점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직 그렇게까지 되지는 않으리라고 나는 단정을 내렸다. 그러면 롬멜군이 전차는 알람 할파 능선 서단의 움푹 꺼진 진지에 은폐되어 있는 우리 전차대를 향하여 공격해올 것이다.


나는 총사령부에 즉시 우리 제8군에 1개 사단을 더 보내달라고 해서 이를 알람 할파 능선을 수호하도록 배치하기로 결심하였다. 그리고 그 새로운 사단이 보충되어온 다음에 다시 1개 사단을 더 파견해 주어야겠다고 총사령부에 요청하였다.


이리하여 오킨렉 장군이 나에게 제8군의 지휘권을 인수하라는 날짜인 8월 15일까지엔 나는 이미 이틀 동안이나 그 8군을 지휘하고 있었으며, 그 동안에 모든 일을 올바른 방향으로 돌려놓았다. 무엇보다도 이렇게 8군을 손아귀에 장악함으로써 우리는 결정적으로 사기를 고양시켜 놓았다. 이는 상당히 중대한 일이었다. 싸우는 군인의 사기란 전쟁에 있어서 유일하게 중대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8월 19일에는 수상이 우리 8군을 시찰하러 왔다. 그날 밤 수상은 우리가 이미 이동해 온 부르그 엘 아랍 근처 해변의 사령부에서 나와 동숙하였다. 저녁 식사를 들기 전에 수상은 이 지중해의 바닷물에서 해수욕을 하였다. 수상은 수영복을 가지고 있지 않았으므로 그가 속옷차림으로 바다까지 걸어갈 동안 기자들을 막아내는데 나는 어지간히 혼이 났다. 그날 밤 우리니느 식당에서 아주 재미있는 하루 저녁을 보냈다. 드 귄간드 참모장은 수상을 위햐여 그럴듯한 포도주와 묵은 브랜디를 마련해 주었다.


나는 제8군의 장병에게 "뒤돌아서서 불평하는 것은 절대로 용서하지 않는다"는 것을 언명해 두었다. 그 전에는 명령을 내리면 그 아래 부하가 반문을 해 오는 것이 예사가 되어 있었다. 나는 이런 정신상태를 즉시 시정하기로 하였다. 명령이라는 것은 토의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바로 행동의 기초가 된다는 것을 인식시켜 주었다.


나는 정말 소질만은 좋은 야전군을 지휘하게 되었는데 장병들이 모두 동요하고 있어서 그것이 제8군의 자신감을 잃게 하고 있었다. 수상도 그들이 "용감하기는 하나 사기가 꺾였다"고 평하였다. 이러한 자신감의 상실은 위험한 일이어서 이는 성공적인 전투를 수행하는 것만이 극복할 수 있는 것이었다. 나는 이쪽에서 미리 공격을 개시할 수는 없었으나 롬멜이 나에게 그런 기회를 마련해줄 것이 틀림없으리라고 보았다.


나는 1개 보병사단으로 알람 할파 능선을 공고히 수호하고 전차대를 그 서단의 정남부에 배치하기로 했다. 적의 주요공격목표가 알람 할파 능선이란 것이 확실함으로 나는 기계화부대를 그들의 공격로에다 이동시킬 계획을 세웠다. 


적이 그런 행동으로 나올 것이 너무나 확실하였으므로 나는 지금 그들이 그런 행동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가정하도록 명령을 내렸다. 9월 1일 아침에 적이 그런 행동을 실제로 개시하게 되면 그때는 대전차포선 배후에 전개하여 은폐되어 있는 약 400여대의 전차대를 배치해 놓고 있게 되는 것이다.


8월 31일 밤에도 나는 언제나와 같은 시간에 취침하였는데 내가 잠든 후 자정이 조금 넘어서 롬멜군의 공격이 개시되었다. 드 귄간드 참모장은 그날 밤에 자기가 당한 일을 곧잘 이야기하곤 한다. 그는 나를 깨워서 그 소식을 전하려 했다는 것이다. 그랬더니 내가 하는 대답이 "그것 달좼군. 그보다 더 잘될 수가 있나?"하고는 그대로 다시 잠들어버리더라는 것이다.


지금도 그런 기억은 안나지만 나는 그의 말을 믿기도 했다. 모든 장병이 명령을 복종하기만 하면 이 전투에 이길 것은 틀림없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