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예정한 대로 전투가 수행되었다. 우리 주방어진지를 공격해온 롬멜군은 그 자리에서 꼼짝 못하게 되었다. 그러자 우리는 여러 각도에서 집중사격을 퍼붓고 공중에서는 사막공군이 이를 공격하였다. 2, 3일이 지나자 적은 후퇴할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롬멜군이 궁지에 빠져 있는 것을 보고 그들이 공격해 들어온 지협을 차단하기 위해서 나는 남쪽으로 진군하라고 명령하였다. 적의 반응은 즉각적이고도 급격하였다. 그들은 신속히 우리 지뢰부설지대 쪽으로 후퇴하였다. 나는 그대로 내버려 두었다.
나는 8군을 진격시켜서 후퇴하는 롬멜군을 추격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가끔 받아왔다. 그렇게 하지 않은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로 8군의 훈련수준과 장비상황이 그다지 신통치 못했다. 둘째로 나로서는 롬멜군을 굳이 후퇴시킬 생각은 없었다. 준비만 다 되면 우리는 오히려 두절되기 쉬운 긴 병참선의 일단에서 롬멜군을 전투로 유인하자는 것이 내 계획이었다. 준비만 다 되면 우리는 병참선의 겨리가 아주 짧은 것이다. 롬멜이 알라메인에서 전투를 계속하려면 그의 군대는 그런 태세에 놓일 수밖에 없게 되어 있었다.
알람 할파 전투는 우리가 예측한 대로 끝을 맺었다. 8군은 주로 제복 입은 민간인, 말하자면 징집된 군인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직업군인으로 구성되어 있지는 않았다. 이러한 병사들을 지휘하는데 있어서는 통솔력도 있어야 하지만 하나의 초점이 있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말하자면 나는 그들의 수장일 뿐만 아니라 그들의 마스코트이기도 해야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 둘째의 요건을 신중하게 실천에 옮기기 시작했다.
이렇게 함으로서 그들로 하여금 자기들을 전투에 투입하는 이 사람을 하나의 인격체로 인식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비인격적인 인물에 복종한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심리분석은 어쩌면 아주 궁리에 궁리를 거듭한 결정으로서 냉혹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사실상 그 근본에 있어서는 냉혹하다는 것을 나도 자인한다. 이러한 결정은 개인적으로 유리한 일이라는 것을 나는 서슴치 않고 시인한다.
나는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에게 단결심을 부여할 수 있었는데 그대신 그 경험에 의해서 나는 그들 자신을 알게 도었으며,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들이 나에게 친밀감을 가지고 대해 준다는 것을 알게 도었다. 알람 할파 전투 때에 나는 애초에는 오스트레일리아군의 군모를 쓰고 있었다. 오스레일리아군 군모는 아주 훌륭한 모자란 것이 첫째 이유었었는데 나중에는 그 모자를 보면 모두들 나를 알아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뒤 나는 검은 베레보를 애용하게 되었다. 이 역시 우선 공리적인 이유에서였다. 그런데 휘하의 전차연대가 나를 두고 한 쑥덕공론이 끝내 사막 전역에 내가 알려지게 될 이유가 되고 말았다. 두 개의 휘장을 단 베레모가 전투지구에 오면 반드시 무슨 좋은 일이 생긴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는 것을 이내 알게 되었다.
내가 항상 그들과 함께 있으며 그들의 거동에 대하여 개인적으로 깊은 관심을 가지고 또 후방의 안전한 곳에 앉아서 명령만 내리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었다. 이 베레모는 고급장교의 모자가 도저히 발휘하지 못하는 독특한 효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 베레모는 나의 상징이라고 해도 좋았다. 게다가 그 베레모를 쓰면 대단히 기분이 좋았다.
제8군에는 간부와 장비와 훈련이 한결같이 부족하였다. 나는 어느 부대를 시찰했을 때에 받은 충격을 지금도 잊지 않는다. 부대장에게 장교들을 훈련시켰는지, 그리고 어떻게 훈련시켰는지를 물어보았다. 부대장은 서슴지 않고 장교를 훈련시키는 일은 자기 부관에게 일임시켰다고 대답하였다 나는 그날 얼마 있다가 그 부관에게 물었다.
"귀관이 이 부대의 장교훈련을 책임지고 있다는데 어떻게 훈련시키고 있는지 말해보게."
그는 그런게 아니고 부대장이 그 일을 맡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후 고급간부진 내에서 나는 과감한 인사이동을 단행하였다. 군단장 2명을 전임시키고 기갑사단장 1명과 포병부대장 1명을 새로 임명하고 그 밖에도 많은 인사이동을 단행하였다. 사령부에서 새로운 포병부대장이 한 사람이 있어야 하겠다고 어느 선임장교를 보고 말했더니 하는 말이 재미있었다. 현 부대장은 훌륭한 사람이며 골프 선수이기도 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훌륭한 사람인줄은 나도 안다고 하면서 불행하게도 우리가 하고 있는 경기는 골프가 아니라고 따가운 한 마디를 던져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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