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원룸촌 사이로 찬바람이 불어왔다. 가로등은 불이 깜빡이는 중이었다.
불켜진 원룸 어딘가에서 개가 짓는 소리가 들렸다.
젓갈 썩는 냄새가 바람을 타고와 났지만 냄새의 정체를 굳이 알아보고 싶진 않았다.
배가 고팠지만 지나오며 본 편의점은 이미 박살나있었다.
따뜻한 방 안 침대 위가 생각났다. 하지만 그건 3일전에 끝났다.
그 날은 언제나처럼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다 잠이 들었다. 스마트폰으로
들여다보는 세상은 시덥잖은 가십거리와 정치뉴스로 시끄러웠다.
그러다가 갑자기 들리는 기분나쁜 재난경고음에 일어났을땐 내가 알고 있던 모든게 바뀌었다.
항상 몸에 끼고 다니며 세상과 나를 이어주던 스마트폰은 먹통이 되버렸다.
포털사이트는 들어가지지도 않았고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턱이 있을까 생각했는데 티비를 까먹고 있었단걸 깨달았다.
티비에선 처음 보는 생소한 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위협적인 큰 글씨와 빨간색 창들, 온갖 색이 칠해진 한국지도가 비명을 토해내고 있었다.
티비는 서울 전역과 경기도 전역, 경상도 전역에 화생방경고가 떴다고 하였다. 하지만 그 말만 되풀이하지 익숙했던 방송처럼 어딘가 시끄러운 앵커가 나와 상황을 설명해주지 않았다.
일단 세수를 해서 정신을 좀 차려보기 위해 세면대로 갔다. 하지만 물이 나오지 않았다.
혹시나 하여 가스레인지를 켜봤는데 하염없이 딱딱거리는 소리만 들렸다.
나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좆됐네."
예비역이었던 나는 그 길로 냉장고를 열어 참치캔 몇개를 챙기고
찬장을 열어 라면과 골뱅이통조림, 생수를 내 가방에 쑤셔넣었다.
그리고 다시 티비앞에 앉아 채널을 돌려보았지만 모든 채널에선
똑같은 방송만 나오고 있었다.
그제서야 가족생각이 나며 손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바로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통화연결이 되지 않았다.
나는 그 길로 내 원룸을 나와 밖으로 나왔던 것이다.
3일간 걸었던 원룸촌 골목은 내가 알던 곳이 아니었다.
언제나처럼 새벽까지 24시간 내내 열려있던 편의점은 정체모를 딸배 녀석들이 몰려와 유리창을 깨고 물건을 훔쳤다.
원룸촌에 있던 그 수많은 차들은 대부분이 작동을 하지 못했다.
오히려 구형 오토바이를 몰던 1층 할아버지가 어디론가 가는걸 봤을 뿐이었다.
사람들은 어쩔줄 몰라 골목에 나왔지만 이전의 무관심했던 태도완 달리
이젠 서로에게 너무나 관심이 많아졌다.
위에서 아래로 훑어보며 저 사람에게 얻어낼게 있는지, 이길수는 있는지 보는 짐승의 눈빛이었다.
꽤나 살았던 원룸촌의 젊은 여자들은 거의 보지 못했다.
갑자기 문을 쿵쿵거리던 소리가 들리더니 여자의 째지는 비명이 들렸지만, 경찰차는 2시간 3시간이 지나도 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공권력이 작동한다면 상상도 못할 일이었지만 전화도, 전기도, 수도도 나오지 않는 세상은 순식간에 문명에서 야만으로 돌아갔다.
우리가 21세기라고 생각하고 자랑스러워하던 건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이다. 그냥 모래성같은, 신기루같은 무언가였다.
기억을 더듬어 지하철역으로 갔지만 길거리엔 아무도 없었다.
수많은 차들이 길 위에 그대로 버려져있었고 몇대는 불타고 있었다.
갑자기 입에서 쇠 맛이 났다.
몇달전 봤던 HBO 드라마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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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따련아 꺼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