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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77에서 솟아오르는 검은 연기를 보며 작전장교는 생각했다, 아니, 입 밖으로 꺼냈다, 이건 좆된 상황이다.

K77이 검은 연기를 내뿜는 것은 제대로 된 상황이 아니다, 원래부터 연기를 조금 내뿜기는 하지만, 이렇게 곤도르가 원군을 요청하는 봉화 수준으로 내뿜지는 않았다, 내부 기관 중 무언가가 좆된 것이 분명했다.

보통이라면, 그냥 수송근무반장을 부르면 된다, K55계열의 베테랑인 수송근무반장은 조금 툴툴거리면서 고쳐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다, 대대평가 훈련을 드디어 끝마치고 모든 차량과 기갑장비가 순서대로 대대로 돌아가고 있는 지금, 대대 본대는 이미 철수하였고 진지에는 대대 K77인 자신의 K77밖에 없었다.

만약 포대 전포대장이었다면 3포반장이나 정비경험이 있는 조종수들이 여럿 있어 어떻게든 조치할 수 있었겠지만, 지금 여기에 장교는 나 하나, 부사관은 없고, 끼껏해야 본부포대에서 조종수를 하고있는 김 상병 (원래 1포대 소속이다가 폭력사건으로 본부포대로 전출) 뿐이었다.

그런다고 수송근무반장에게 무전해서 여기까지 와달라고 한다?

대대평가가 성공적으로 끝난 지금? 아직 평가관도 안 돌아간 지금? 대대 전원의 노력을 무위로 돌릴 셈인가?

김 상병 또한 사색으로 질린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훈련이 끝나서 기분이 한참 좋았던 FDC와 무전병 일행들은 그저 조용히 작전장교의 눈치만 보고 있었다.

"야, 원인이 뭐인거 같냐?"
되나마나한 질문이지만 일단 해 본다.

"저도...저도 잘 모르겟습니다"
애초에 기대를 안 했기에 그런 김 상병의 대답을 듣고도 화가 나진 않았다.

"일단 시동 끄지 말고 있어"

작전장교는 상부 해치를 통해 위로 나간 후 천천히 K77 앞으로 내려왔다.

해치를 열어서 엔진부를 까 볼까? 소용없는 일이다, 작전장교는 K77을 조종할 줄은 알았지만 정비는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상황파악이라도 하고자 K77 차체 아래를 쳐다보자 원인으로 보이는 것이 보였다.

초록색 액체가 K77아래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정비는 참여해 본 적 없지만, 초록색이라면 그거밖에 없었다, 냉각수.

즉 냉각수가 어떤 이유로든 새고 있고, 그 때문에 엔진이 과열하고 있는 것이었다.

작전장교의 뇌는 빠르게 돌아갔다.

해치를 까고, 냉각수 탱크가 뭔지는 대충 알고 있으니까 식수를 다 모아서 쳐넣고 가 볼까?

불가, 애초에 냉각수 대신 물을 넣어도 되는지 안되는지를 모른다, 만약 그랬다가 냉각수만 고장이었던 K77이 엔진까지 퍼지면 어떻게 할 텐가?

다시 한번 K77의 차체 아래를 보니 흘러나오는 냉각수의 양은 아직 적었다.

그리고 지금은 겨울.

오히려 그 덕분에 엔진이 과열되지 않고 아직도 돌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그것이 작전장교의 판단이었다.

할일은 정해졌다, 작전장교는 다시 K77의 위로 올라가 해치를 통해서 자기 자리에 앉았다.

"COM, 내 헬멧 좀 줘"

FDC로부터 헬멧을 넘겨받고 마이크를 켰다.

"야, 출발하자, 가다가 뻗으면 내가 수송근무반장한테 혼날 테니까, 일단 갈 수 있는데까지 가 보자"
"네 알겠습니다"

K77은 비명소리와 함께 다시 검은색 연기를 내뿜었다.

작전장교는 해치에서 반신을 꺼낸 체 손잡이 용도로 쓰는 K3를 꽉 붙잡았다.

"되나 마나 해 보는거지 뭐, 씨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