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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포대장은 쓰고있던 베레모를 벗고 사관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이제 이것도 지겹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반복을 계속해야 하는지 의문스러웠으나 병사들과는 달리 이건 자기 스스로가 불러온 재8앙이었다.

그런 상념에 잠겨있던 전포대장의 시야에 거대한 물체가 들어왔다.

FDC 무전병 손 병장이었다.

"전포대장님~♡"

100kg이 넘는 거구의 사나이의 하트묻은 목소리는 북한군도 두렵게 하기에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왜."

"아잉~♡ 아시지 않습니까아~♡"

"몰라"

"전포대장님 오늘 월드컵 경기 있는거 다 아시지 않습니까~♡"

"그러냐? 나는 공놀이에 관심이 없어놔서..."

손 병장은 거구를 비틀어가며 온갖 재롱을 부리기 시작했다.

'얘도 이제 포대 최선임인데...이래도 되는 걸까...직속이라고 너무 풀어줬나...아니 그래도 애들 괴롭히는것보다는 나은가...'

입밖으로는 계속 그의 장단을 맞춰주면서 전포대장은 TV연등을 시켜줄지 말지 각을 재고 있었다.

우선 오늘 당직사령은 작전장교, 평소에 FM이고 불시에 대대로부터 x00m는 떨어져있는 포대에 방문하여 점검하고는 하는 요주의 인물, 따로 대대장님으로부터 허가가 내려온게 아니라면 본부포대는 오늘 TV연등을 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게다가 작전장교는 전포대장들이 TV연등을 시켜주며 애들에게 이미지관리를 하는 것을 싫어했다, 어쩌다 새나가서 들키기라도 하면 또 그 인간한테 한바탕 닦여야 한다.

그런다고 월드컵을, 그것도 우리나라 경기를 안 보게 해줬다가는 포대 애들이랑 분위기가 안 좋아질 것은 자명했다. 솔직히 대대장님이라면 보게 해 주셨을 것이고.

'흠...'

무엇보다 손 병장이 아양떠는 꼴을 더이상 보기 힘들었다.

"전포대장님 고민하지말고 팍 말씀해주십쇼옹~♡♡"

"경기시간동안 초소에 누가 나가지?"

"고려해주시는겁니까??"

"나처럼 축구 안봐도 괜찮은 애들이 축구시간에 초소 올라가게 시간표 좀 바꿔와, 괜히 축구생각하다가 사령 불시에 오는거 못잡으면 너나 나나 끝이야."

"감솹다!! &&!"

손 병장은 초소 시간표를 낚아 거구를 이끌고 생활관으로 뛰어갔다.

"허, 참... 암만 그래도 오늘은 질게 뻔한데 굳이 보고 싶나?"

- 때는 2018년 6월 27일.

대한민국은 독일을 2대 0으로 격파하게 되지만 그때의 전포대장은 아직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