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을 통제하던 OOO 중사가 작업을 황급히 멈췄다.
벌건 흙 속에서 수줍게 어깨를 내밀고 있는 그것은, 초등학생이 봐도 묘비였다.
비탈 위에서 작업하느라 못 봤던 걸까.
멀쩡한 군용지 안에 왜 무덤이 있는지는 알 턱이 없었다.
그날 김군붕 상병은 기분이 매우 좋지 않았다.
오늘은 대대 체육대회가 있는 관계로 중대에서는 장비를 보내지 않으려 했지만,
파견부대 주임원사가 하도 간곡하게 부탁을 하는 바람에 거의 끌려오다시피 한 작업이었다.
그러나 중대 풋살의 핵심전력인 김군붕 상병의 이탈은 김 상병 본인에게도, 중대원들에게도 악재였다.
“여긴 두고 저쪽부터 먼저 하자”
OOO 중사가 주임원사와 통화하더니 이내 작업을 다시 시작했다.
•••
얼마 안 지나 주임원사가 올라왔다.
손에는 소주 한 병과 취사장에서 꼬불쳐온 듯한 반찬 조금이 들려 있었다.
김군붕 상병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다시 쌓은 봉분과 묘비 앞에 두 번째 절을 올리고 있을 때였다.
- 실화에 기반함
착하네, 보통은 도로 묻어버리는데
무연고묘지도 잘못 건들면 큰일난다 생각해서 간단하게라도 제 지내고 이장하지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