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여단 본부로부터 철수 지시가 내려왔다"

"대통령은 이곳을 한국에게 할양한다는 조약을 체결했다.

여단 본부에서 오늘 새벽에 전문이 내려왔다.

읽어주지."


"러시아연방 국방부와 대한민국 국방부간의 MOU조약에 의거하여 이곳 달네고르스크 및 루드나야 프리탄 일대는 대한민국에 약 189년간 임시 조차된다.

각 군은 시설 및 장비를 질서정연하게 정돈하여 인계하는데 지장이 없도록 할 것.”


"금일 05시 부로, 우리는 철수 작전을 개시한다."

"모든 장비는 완벽한 상태로 정비하여 인계한다."

"막사 및 기반시설도 사용할수 있도록 준비한다."

"1991년 12월 27일 0시를 기하여 국기를 하강한다."

"잘 있어라! 달네고르스크!"

"이고르, 나 사실 똥칸 3사로를 막아놨어. 한국놈들에게 주는 서비스라고 생각하지 뭐."


"백두산 정기 뻗은 삼천리 강산,

무궁화 대한은 아세아에 빛!"


한국군인들이 부대 위병소에 접근하며 부르는 군가 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노랫소리는 간부의 제지를 받았는지 더 이상 들려오지는 않았다.

연병장 밑 계단에서도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한국군이 올라왔다.

그들은 최후의 최상층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대한민국 (정떡) 대통령을 대신하여 1992년 12월 28일을 기하여 이곳을 인수함을 선포합니다."

"잘 오셨습니다. 환영합니다."


글린카의 맥아리 없는 연주곡을 장송곡삼아 장례식 장 테이블보 같은 삼색기가 천천히 게양대에서 끌려내려 갔다

대대장이 마지막으로 깃발에 입을 맞추었다

"아저씨! 거기 유류 탱크야! 거기서 담배피면 안돼요"

"고려놈 없어? 누가 말좀 해봐!"

드미트리의 아우성에 한국군인들은 담배를 비벼껐고,

"에이 씨발 로스케 새끼들" 소리를 하며 막사 뒤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드미트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를 연민했지만 그것은 동시에 이 나라에 대한 연민이기도 했다.

그는 나에게 빨리 가서 총기나 반납하라며 소리를 지르고 가버렸다.

내 부대는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