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산통과 싸우면서도 첫 아들을 낳아준 와이프에게 고맙고도 미안하여

평소 와이프가 좋아하던 초코케이크와 슈팅스타 아이스크림을 사들고 병실에 들어서려던 군붕이는

침대 머리맡에 있던 소설책 봉순이 언니가 얼굴에 날라들자 일단 졸라 빠르게 몸을 낮춰 책을 피햇다

뭔 낫짝으로 와? 나가 얼른

아니 있잔아 그때는 훈련 중이라 어쩔수 없엇어

옷도 갈아입지 못해서 쉰내와 흙 냄새가 풀풀 풍기는 전투복에 수염과 잔털이 잔뜩 돋은 얼굴로 온 군붕이는 이번에는 만화책 파패포포메모리즈에 아랫배를 쳐맞고 한동안 끆극거렷다

"내가 죽을 죄를 졋는데... 내가 핵심인데 훈련에서 빠지면 어떡해..."

군붕이가 대구에 살던 장모로부터 전화를 받은 것은 훈련 둘째 날의 일이엇다

딸애가 진통이 심해서 일단 사돈(아버지 어머니)과 함께 시내 병원에 입원 시켰으니 최대한 와 줄수 없겟느냐는 내용이엇다

군붕이는 훈련 첫쨋날 대대장에게 제수씨를 보러 들어가 보라는 이야기를 들엇다

그러나 이 훈련은 군붕이가 대대본부로 가고 난 뒤로 본격적으로 실시하는 첫 훈련이엇다

더군다나 중고등학생 자제들을 둔 다른 짬킹 부사관들 이야기로는 자기 사모들도 남편이 훈련 때문에 자리 비워도 잘 낳고 그랫다지 않는다던가

군붕이의 어머니도 그랫다

분명히 태어날 땐 아버지가 주베일인가 리야드 인가에 있었다 그랫는데

그래서 군붕이는 대구에서 다섯 시간을 달려 이곳 강원도 산골짝까지 온 장모의 전화를 연신 죄송하다는 말로 끈엇던 것이다

"지랄하지마 대대장이 나한테 전화해서 뭐라는줄 알아?? 제수씨 사정 미리 알아주지 못해서 미안하대 죄송하다고 죽을라 그러더라 다른 남자도 그런 소리를ㄹ 하는데 너가 어떻게 이럴수가 있어"

"X서방 일단 ○○이는 내가 잘 타이를테니 가서 쉬게 피곤할 텐데 저기 자판기 잇는데 가서 커피라도 좀 들고..."

"아 넵 어머님 알겟슴다"

와이프가 머그컵을 집는걸 보고 진짜 좃되겠다고 판단한 군붕이는

"꼴도 보기싫으니 당장 나가 이 나쁜 새끼야"라는 절규를 뒤로 하고 쫓겨나듯 문을 닫고 나갓다

"으이구 이 팔푼아 그 훈련이 뭐라고..."

"엄마 엄마까지 왜 그래 나도 힘들어"

"힘들긴... 네가 뭐가 힘들어? 쫄병들이 힘들지"

군붕이는 유일한 지원군이 되어줄 아버지 역시 탐탁찮은 표정에서 "그러니 5년차만 하고 아빠랑 같이 세탁소나 하라니까..."라는 소리나 들을게 뻔하다는 걸 느끼고 커피 한잔을 뽑아 들고 흡연장으로 나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