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전날 밤
XX도 XX군 시골에서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하고 있는 군붕이는 명절이 다가올 때마다 어린시절 국민학교 과학시간에 보여준 물과 기름이야기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때가 언제더라 길바닥에 최류탄 냄새가 슬슬 가시던 때였나?
이제는 국민학교 몇 학년이었을때인지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자 비커에 눈금이 400이 오도록 물을 부어 보세요 그 위에 식용유를 이렇게 부을 거예요 그러면 어떻게 되지?"
"식용유가 물 위에 떠요"
"맞아요 기름은 물보다 가볍기 때문에 이렇게 물 위에 뜬답니다"
어린 시절 선장을 꿈꾸던 군붕이가 바다가 아닌 산골짜기에 들어가 있을 정도로 나이가 들면서 물 위에 뜨는 기름이 식용유만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개솔린도 뜨고 윤활유도 뜨고 신나도 뜨고 넷공은 뜨나? 아무튼 스카치 테입에 흙먼지를 묻혀 오브라이트라고 내밀던 바가지머리 국딩이 이제는 콤푸레샤로 전투화의 먼지를 불어내는 군바리가 되어서야 비로소 자신이 그 기름이나 다름없는 신세라는 것을 깨닫게 되엇다
국도와 고속도로를 타고 세시간 가까이 길바닥에서 씨름해 가며 집에 와 봐야 이제 중학교 초등학교 고학년에 올라가는 자식넘들은 인사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
마누라는 먼지좀 털고 들어오라고 잔소리부터 하고, 쇼파에 앉아서 드라마나 좀 들여다 보려면 밤 10시에 맞춰진 생체리듬 때문에 어느순간 하품이나 하다 병든 닭새끼처럼 졸기 마련이다
아침에 일어나선 핸드폰 삼매경에 빠진 애들에게 "뭐 보냐?" "웹툰" "무슨 내용인데" "저게 마법사나?" "아니 제사장" "이놈아 눈 버린다 좀 떨어져서 봐.." 같은 오지 랍이나 부리다가 점심이나 좀 먹고 들어가야 하는 신세인 것이 눈에 선하다
문득 안도현 님의 시가 생각이 낫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말아라
너는 누구에게 따듯한 사람이엇느냐
그렇다 이 땅의 군인 아빠들도 연탄재 같은 존재라고 그는 생각햇다
마치 밖에서 열과 빛을 다 내보이고 집에 들어올때는 싸늘하게 식은 연탄재같은 존재인 것이다
본가에 총각때 쓰던 방은 책상과 책꽂이 하나만 남고 텅 비어 있었다
거의 스무살이 되자마자 타지에서 살다시피 했으니 어쩔수 없는 일이다
담배가 떨어졌다
퇴근 하면서 사와야한다는걸 깜빡했다
하튼간 남들에게 명절이지만 단도리 제대로 하라느니 안그러면 다 죽인다느니 소리를 하면서 제 단도리 하나 제대로 못한다
편의점 맞은편 모퉁이의 '가라오케'라는 말이 어울릴 지하 노래방에는 베트남인지 스리랑카인지 모를 동남아시아 멜로디에 맞춰 박자는 죠또 안 맞아 마치 가사를 읽는 법 한귀에 설은 외국 노래가 서툴게 들려왔다
군붕이는 코오롱 점퍼 주머니에 손을 넣어 얄팍한 담배갑을 열어 마지막 돗대 한 까치를 꺼냈다
이름일 게 뻔 한 뽀꿀롬 어쩌고 하는 외침을 뒤로 하고 까무잡잡한 피부의 외국인 한명이 계단을 기다싶이 올라왓다
"아이고 조심하세요 비 케어풀"
막 부싯돌을 돌리던 군붕이는 비틀거리며 올라오던 외국인과 부딛치기 직전 겨우 몸을 빼냇다
"사장님 쟤송함다 쟤송함다"
난 당신 사장도 아니고 그렇게 죄송할 일도 아니요 그러니 너무 굽신대지말고....
라는 말을 옮기기에는 그 나라 말을 모르는 군붕이는 씁쓸한 심정을 날숨에 썩어 연기와 같이 밤하늘로 날려 보냇다
저 육군 간부들 기러기 아빠 신세는 정말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