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정훈장교가 탄약관리관 이 중사의 손에서 조그마하게 접힌 종이를 낚아챘다.

"아 ㅎㅎ 정훈장교님...저희...좋은게 좋은거죠..."

"뭐가 좋다는 말씀이십니까?"

정훈장교가 개띠껍게 쏘아붙였다.

"아니...저기...솔직히...이거 어차피 다 여단 점수 아닙니까아..."

"어쨌든 컨닝하면 0점입니다, 대대에도 보고하겠습니다"

나이가 많고 긍정적인 성격인 이 중사도 슬슬 표정이 급격하게 굳어가며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있는 것 같았다.

이 중사는 작전보좌관을 다급하게 쳐다봤다.

작전보좌관은 굳이 그를 외면하지는 않고 조용히 잠깐 쳐다보며 생각을 정리했다.

그래, 니미 씨발 이게 뭐하는 짓이냐.

정훈 교재에 나오는 내용 빈칸 채워쓰는게 북한군 대가리 깨부수는데에 도대체 무슨 도움이 된다는 말인가? 이걸 또 왜 점수로 만들어서 시험을 치고 있단 말인가?

천안함 희생자의 이름을 하나하나 외우기 위해 노래로 만들어 외우는게 나라를 지키다 스러진 자들에게 해야할 일이란 말인가?

그리고 정훈장교 저 좆같은 년은 이 중사 짬이 얼만데  그걸 왜 남들 앞에서 떽떽거리면서 적발하고 앉아있어? 조용히 뒤로 데려가서 0점처리하고 보내면 되는거 가지고, 씨발년 아굴창 존나 후리고싶네.

이 중사가 정훈 못 외우는건...그건...그건 어쩔수 없는 일이고.

0.5초만에 이 시점까지 사고를 끝마친 작전보좌관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는 걸 자각하고 최대한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이 중사가 고개를 푹 숙이는 모습을 쳐다보며 작전보좌관은 천안함 희생자들의 이름을 묵묵히 적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