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쩌다가 익스프레스 십장까지 하게 됐느냐고 군붕이는 속으로 생각하며 한숨을 쉬엇다

위에서 쿵쿵대는 소리가 싫어 일부러 잡았다는 군인아파트 5층은 그날따라 유달리 높이 보엿다

저것도 분명히 사모가 결정햇을 것이다

이임식에 앞서 한번 만나 뵈엇을 때의 신임 대대장님 모습은 유독 사모에게 휘둘리는 듯 한 모습이었고 사모가 유독 말씀이 많으신 것이 임관한 지 X년도 안된 군붕이의 느낌으로도 상당히 피곤한 타입이라는 생각을 들게 하였다

식탁이나 쇼파 냉장고 등등 파손이 쉬운 것들은 사다리로 올린다 치더라도 장식장 책상 같은 것들은 들고 날르기가 쉽지 않을 터였다

그가 짜장면과 탕수육으로 꼬여 포대에서 상병급으로 뽑아 추린 예닐곱 명의 인원들은 상관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엇다

"어차피 우리는 짐만 올려 줄꺼고..."

"이거만 후딱 끝내면 포대장이 한턱 내주마" 라는 선심성 말이 입에서 떨어지기가 무섭게 제각기 이사바구니들을 챙기는 모습이 역시 에이스는 에이스들 답구나 라는 생각을 들게 하엿다

'설마 아무리 사모가 도끼눈을 뜨더라도 애들 밥먹을 돈 10만원 정도는 주것지...'

군붕이는 인원들이 올려다주는 가구들 중에서 부피는 크되 힘은 덜 드는 물건(빨랫대, 행거, 책상 의자 등)을 골라 자신도 솔선수범 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보여주며 속으로 생각했다

점심시간이 되었다

어머 내 정신좀 봐 소리를 하며 나간 사모는 20분쯤 후에 김xx국에서 사왔을 법 한 김밥이 든 검정 비니루 봉다리를 내밀엇다

아무런 고명따윈 들지 않은 천원 짜리 원조김밥을 그것도 명당 한 줄씩 줘야 하는 군붕이의 입장에서는 젓가락 포장에 인쇄된 마싯게 드시고 건강하세요(^___^)라는 스마일이 마치 비웃는 것 같아 부숴버리고 싶다는 느낌이 들엇다

사회에서 유도를 하다 와 식탐이 등빨만하면서도 싹싹한 일머리와 무엇보다도 만두귀 때문에 아무도 갈군적이 없다는 XXX상병이 그 XX산 만 한 등빨을 유지하기 벅찻는지 다른 인원들의 김밥을 물끄럼이 쳐다보자 군붕이는 "너네 먹어라 난 배 안 고프다"라고 하면서 김밥을 내밀엇다

거의 일이 마무리 되어갈 무렵 갑자기 사모의 앙칼진 소리가 다 썩어가는 군인아파트 석면 패널을 울릴만큼 메아리쳣다

"누가 이랬어! 누가 이래써어어어아아앜"

익스프레스 사람들이 쾌재를 부르면서 가버린 공백을 메꾸고 있던 모든 인원들은 작업을 멈추고 사모를 바라봣다

"테이블 의자 다리가 덜그럭대잖아! X 대위 이거 의자 누가 옮겼어요?"

"씨시티비가 없는데 내가 어케 알아요?"라는 말을 애써 참으며 군붕이는 비굴한 표정으로 고폭탄 같은 심기를 거슬리지 않고자 노력햇다

"사모님 지금 워낙 현장이 복잡하고 정신이 없다보니 솔직하게 말씀 드리면 누가 뭘 들었는지 기억이 잘 안납니다"
'의자 다리 하나 찐빠났다고 저러냐? 정신 나간x아'

"고정하십시요 의자 다리는 이따가 제가 고쳐 보겠습니다"
'그냥 익스프레스 시키지 왜 굵어 부스럼을 만드냐? 멍청한 n아'

작은 따옴표로 옮긴 속마음을 실어 말하며 군붕이가 이야기하자 사모는

"어휴 됐어 한턱낼라 그랫더니 무슨.... 이거만 정리하고 가세요"

라고 하며 매몰차게 밖으로 홱 나가 버렸다

액자 사이에는 가족을 포도나무 감람 나무에 비유한 시편 문구가 쓰여 있엇다

'지랄하고 자빠졌네'

군붕이는 일부러 전투모를 챙이 뒤로 가게 돌려 쓰며 그 액자를 한쪽에 세워 두엇다



소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