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유해의 신원 파악에는 법과학 분야의 첨단기술이 총동원된다. 우선 세척한 뼈의 길이나 두께 등을 측정한 값을 토대로 인종을 통계적으로 확인한다. 뼈의 손상이 심각하다면 3차원(D) 프린팅 기술로 상실 부분을 복원한다. 가장 결정적인 단서는 DNA다. 유해가 화재나 방부제 등 특정 환경에 노출되지 않는다면 DNA는 오랜 시간 보존된다. 유해에서 DNA를 추출한 뒤 미리 확보한 6·25 전사자 유족의 DNA와 비교하면 가족 여부를 알 수 있다.

문제는 세대가 거듭될수록 유전자를 통한 신원 확인 가능성이 4분의 1씩 줄어든다는 것이다. 장유량 국방부 중앙감식소장은 “현재 기술은 1, 2촌 내 가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향후 DNA 분석 기술이 더 발전하리라 보고 8촌 이내 가족의 DNA 시료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유단은 현재까지 유족 약 4만 명의 DNA 시료를 확보했다.

DNA 검사에도 한계는 있다. DNA로는 국군과 북한군, 중국군을 구별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지난해 10월 국유단은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과 공동으로 6·25 전사자의 고향을 찾아줄 새 단서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새 단서는 바로 동위원소다. 동위원소는 양성자 수(원자번호)는 같지만 질량이 다른 ‘쌍둥이 원소’를 말한다. 지구상의 공기, 바위, 물, 식물, 동물은 모두 스트론튬(Sr) 동위원소를 갖고 있다. 음식을 섭취할 때 Sr의 4가지 동위원소가 치아나 뼈에 저장된다. 정창식 KBSI 지구환경연구부 책임연구원은 “동위원소 비율은 지역에 따라 달라지는 경향이 있다”며 “6·25 당시에는 산지에서 나는 음식을 주로 섭취했기 때문에 유해 속 동위원소 비를 통해 고향을 역추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남한 지역 곳곳의 지하수, 머리카락 등을 확보하고, 분석을 토대로 동위원소 지도를 작성했다. 현재는 더 정확하고 세분된 지도를 작성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전쟁 실종자를 발굴하기 위한 미국 측 기관인 ‘DPAA’도 KBSI에 방문해 동위원소 분석 시설과 기술을 견학했을 정도로 연구진의 기술력은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동위원소로 고인의 생전 이동을 추적하는 연구 자체가 국내에선 거의 전무했기 때문에 표준 분석 방법이 마련될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 KBSI는 강원 속초 지역 해안가에서 발굴된 ‘동해 망상전투’ 전사자의 유해로 시범적인 연구에 돌입했다. 이를 통해 최적 분석법이 확립되면, 신원 확인에 본격 나설 계획이다.

퍄퍄퍄퍄 과학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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