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들에게 중국제, 한국제, 일본제는 어떤 의미를 줄까. 


현재 북한 시장에서는 북한 자체에서 생산하는 공산품을 찾아볼 수가 없다. 


북한 공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탓도 있지만, 북한 공장에서 만들어내는 


일부 공산품은 대부분 계획에 물려 있어 시장에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북한 주민들이 시장을 통해 접하게 되는 공산품은 대부분 중국제, 일본제, 한국제다.



중국제는 “중국제가 없다면 북한 사람들이 시집장가를 갈 수 없을 것”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북한 사회 전반을 장악하고 있다. 또 일본제는 전통적으로 고급제품의


대명사로서, 북한 주민들에게 인식돼 있다. 그러나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국제가 


급속하게 북한 주민들에게 고급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면서 북한 시장에서 고급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최근엔 가짜가 범람하는 데다, 2008년 들어서는 남북관계마저


경색되면서 한국제품을 시장에서 찾아보기가 다시 어려워지고 있다.



아래에서는 중국제품과 한국제품이 북한 주민들에게 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중국제-

중국제는 북한 사람들의 식의주에서 없어서는 안될 것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비하와 


평가절하의 대상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북한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품 중 


중국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은 반면, 그 상품의 질은 남한에 들어오는 중국 상품과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질이 나쁘고, 심지어는 유통기간이 지나 폐기처분해야 하는 것까지


버젓이 유통되기 때문이다. 현재 북한 시장에서 유통되는 공산품의 “80∼90%는 중국제”이며,


“조그만 애들도 옷차림을 봐도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전부 중국제”라는 것이다. 


심지어는 “신발, 양말, 아이들 팬티도 중국에서 생산한 게 나온다”고 한다(사례7). 


국경지대의 경우 중국 화장품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99%에 이르며(사례4), 


빨랫비누 등 생활필수품에서도 중국 제품은 우월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사례6). 


이렇게 북한 사람들이 “손발부터 머리 끝까지 다 중국 걸로” 치장하게 되면서, “중국제품이


없으면 젊은이들이 시집장가를 못 간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고 한다(사례22).



하지만 북한 주민들은 중국 상품에 대해서는 비하와 평가절하의 마음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북한 주민들이 주로 쓰는 “동북3성 거지들을 우리가 먹여 살렸다”는 말이 대표적인 예다.


면접 대상자들은 이 말은 북한에 들어오는 중국상품이 “중국 연변상점이나 중국 상점에서


최하되고 최하되고 진짜로 이제는 넝마로 버려야 될 것들”이기 때문에 나왔다고 구술했다. 


특히 중국 과자나 사탕 등은 유통기한이 지난 것이 많이 팔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런 것들은 중국에서 정상가격보다 훨씬 싸게 들여온 뒤 거기에 일정한 이윤을 붙여서


았다는 것이다(사례37).



예를 들어, 청진의 외화벌이 회사에 소속돼 있었던 사례17의 경우에도 “중국에서 들여오는


것은 닥치는 대로 솜이면 솜, 매트리스면 매트리스 일단 중국에서 외상주는 것은 아무거나 다” 


들여왔는데, 이 가운데 유통기한이 지난 경우가 섞여 있다는 것이다. 사례17은 유통 기한이 


조금 지난 콩기름이나 식초 같은 것이 들어오면 “그 드럼에 날짜가 지난 것이 보이는데 


그것을 뜯어 버”린 뒤 판매했다고 한다. 


중국제가 이렇게 범람하게 된 것은 중국과 북한의 무역회사의 이해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돈 없는 북한 무역회사는 외상으로 중국 으로부터 물품을 가지고 오는 경우가 많은데, 


중국 회사에서는 이렇게 외상으로 주는 상품의 경우 질이 낮은 것을 주는 경우가 많으며,


특히 식품의 경우에는 유통기한이 지난 것을 북한에 많이 수출했다고 한다(사례28). 


자금 여력이 크지 않은 북한 무역회사는 외상으로 상품을 주는 중국 무역회사의 제안을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고, 중국 무역회사는 어차피 폐기처분해야 할 상품들을 파는 것이므로 


설사 외상으로 대준 물품 대금을 받지 못한다고 해도 조금도 손해가 없다.



개인들이 공장을 건설하는데 중국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잘 팔리지 않는 것을 가지고 들어옵니다. 


그것들이 실제 팔리는 가격 가지고는 이윤이 안 나오지 않습니까? 예를 들면 맥주를 하나


있습니다. 맥주를 중국에서 파는 가격을 가지고 북한에 가서 팔고, 그 가격을 우리가 사서


판다면 똑같은 가격에 팔면 중국 사람들이 이득이 없지 않습니까? 이때는 제값으로 못 파니까 


기간이 지났다든가 이런 것을 가져온 것이죠. 제가 가져 온 것은 그런 것을 가져다가 그 사람들이


이윤이 남도록 판매를 합니다.


쌀 같은 경우에도 햇살 10분도는 잘 안 줍니다. 묵은 쌀, 쌀에 이물질이 많은 것 쌀이 변질 된 것,


이런 것을 먹는 거예요. 북한에서 생산품도 옷이다 이러면은 거기서 제품으로서 검사해서 불합격을 


받은 것, 도매가격으로 개인들이 돈이 많이 불어났지요. 북한이 저렇게 침체 된 것은 경제가 


마비되고 나니까 그거 없으면 벌거벗어야 되고 그거 쌀이 아니면 굶어야 되는 그런 것을


판매하는 것이죠.(사례28)





-한국제-


‘한국제’는 이제 북한에서도 낯익은 상표이며 선망의 제품이다. 상층을 중심으로 북한 주민들이


많이 찾는 가장 고급스러운 상표로 인식을 굳혔기 때문이다. 북한 시장에서 볼 수 있는 한국제의 


품목도 다양하다. 옷가지에서부터, 화장품, 신발, 컵라면 등 먹거리, 가전제품, 


심지어 한국제 약과 커튼까지 거래가 된다.


한국제는 이제 북한 시장에서 중국제는 물론이고 일제보다도 높게 평가를 받는다고 한다(사례6). 


“일본제하고 남조선제하고 놓으면 남조선 것을 잘 보게” 된다는 것인데, “좀 민족성이 자극되는 것


같기 때문”이기도 하다는 것이다(사례15). 


이에 따라 “옛날 같으면 일본제 상품에 대해 환상을 많이 가지게 되었”는데, 지금은 “남한상품에 


한 환상이 엄청 높아졌”다. 또 옷을 입어도 “‘made in korea’가 붙어야 옷 잘 입는다고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제가 일본상품보다도 높은 값에 팔리기도 한다는 것이다(사례40). 


심지어는 “한국 상품이라고 하면 서로 가지려고 싸우기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사례37).



국경지역인 회령에서도 한국 옷 가격이 5만➰6만원 정도로 비싼데도 사람들이 한국 옷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내가 올 때 당시에는 회령 시장에서, 장마당에서는 한국 옷티를 밀어줬단 말이에요. 


그런데 이 한국 옷티가 세관을 못 넘어와요. 두만강으로 밀수장사를 해서 이렇게 넘어와서 


장마당에 놓으면,중국상품은 질이 낮고 한국상품은 질이 높고 하니까 다들 한국상품에


붙지 중국상품에 붙지 않아요. 그러니까 그 전에는 중국하고 일본상품이 들어오면 일본 것이


기성이라고 해서 일본 것을 입었는데 한국 것이 들어오니까 그 다음에는 한국 옷티를 밀어 주니까요. 


한국 옷티(점퍼)를 거기에서 하나 사 입자고 하면,우리 딸을 옷을 사 입히자면 5, 6만원씩 줬어요.(사례23)


한국제가 북한 시장에 등장한 것은 2002년 7·1 경제관리개선조치이후다. 


아직까지 한국제가 합법적으로 팔릴 수는 없는 것이어서 북한의 상인들은 우선 한국 상표를 


떼어놓았다고 한다. 그런 상태에서 손님이 와서 한국제 옷을 보자고 하면 먼저 상품을 보여준 뒤 


보여주고 흥정이 진행되면 떼어낸 상표를 옷에다 맞추어본다는 것이다. 


리고 한국제라는 것이 확인되면 판매를 한다고 한다(사례15).


한국제가 널리 팔리게 된 계기 중 하나는 2004년 룡천폭파사고였다.


 이 사고로 남한의 구호물품이 룡천으로 대거 들어갔는 데 이것이 다시 시장에 나왔다는 것이다. 


룡천사고 때 남한에서 보낸 지원물품은 처음에는 룡천의 이재민들에게 전달됐다. 


하지만 룡천 이재민에게 당장 식량이 급했기 때문에, 구호품으로 전달된 치약 등 한국제 생필품을


팔아 식량을 사기를 원했다. 이에 따라 북한 전역에서 상인들이 룡천으로 가 한국제를 산 뒤 다시


북한 전역으로 확산시켰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룡천에 지원됐던 “치약에서 비누제품까지 


전부 북의 가정으로 들어갔다(사례13).”


이렇게 한국제가 인기를 끌게 되면서 이제는 “단속하다 단속하다 너무 많으니까 단속도 


못 할 정도록 북한 시장에 한국제가 넘쳐난다고 한다(사례40). 


그런데 문제는 이 넘쳐나는 한국제의 대부분이 짝퉁이라는 데 있다.


가짜 한국제를 만드는 이유는 간단하다. 왜냐하면 똑같은 옷을 놓고 하나는 중국 상품이라고 하고, 


또 하나는 한국제라고 해도, 그둘을 서로 다르게 볼 정도로 사람들의 인식이 그렇게 되어 있기


문이다(사례37). 이에 따라 “일부러 한국제 상표를 가져다가 중국제 옷에 가공”하는 경우도 많다. 


왜냐하면 북한 주민들이 옷을 살 때 “상표부터 보기” 때문이다.


옷뿐만 아니라 상당수 한국제 상표가 붙은 공산품도 가짜가 많다.


북한 최대의 도매시장인 평안남도 평성에서는 한국제 짝퉁 신발까지 자체로 생산한다. 


신발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공장들이 몰려 있는 평성 주례동에서는 “우선 한국 제품을 뜯은 뒤 원자재를 


중국에서 들여온 뒤 짝퉁을 제작한다”는 것이다. 이 짝퉁 신발은 “처음에는 곱지 못했는데 


이제 조금씩 발전돼나왔다”고 한다(사례19).


사례37도 날짜가 지난 한국 스킨을 시장에서 팔았다고 고백한다.



사례37은 중국에서 생산한 한-중 합작 스킨 화장품을 들여왔는데,날짜가 지난 것이었다고 한다. 


날짜가 지났기 때문에 중국에서는 버려야 할 제품인데, 북한에서는 날짜를 다 떼어내고 다시 


새로 붙인 뒤 시장에서 판매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가짜 한국제가 늘면서 한국제를 꺼리는 현상도 새롭게 형성 되고 있다고 한다. 


사례4는 한국제가 좋다고 해도, 화장품 등은 한국제를 사지 않았다고 한다. 워낙 가짜가 많기 때문인데, 


“시장에 나가서 좋다 하는 소리가 퍼지면, 벌써 나와 있는 것들은 다 가짜”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화장품은 “그냥 그대로 자기가 써서 괜찮았던 거 그대로 쓰게” 됐다는 것이다(사례4).


일반적인 사람은 다 중국산을 써요. 한국산을 쓰고 싶어도 진짜와 가짜를 구분을 못해서 못써요. 


뚜껑은 다 한국 것인데, 내용이 다 가짜거든요. 거기서부터 알고 있기는 한국산이 좋다고는 


고 있는데, 좋다고 해서 사서 써보면, 다 가짜니까. 그러니 좋은것 쓰기가 힘들고.(사례4)


이에 따라 북한 시장에서 한국제의 진위를 둘러싼 마찰과 다툼도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한국제가 일반적으로 비싼 값에 팔리는 데 만약 가짜를 사기라도 하면 큰 낭패이기 때문이다. 


가령 북한에서 남한의 꿀이 좋다는 소문이 나서 “남조선 꿀로 만든 약”이 인기가 매우 높았다고 한다. 


또 “여자들 유방암 약” 등도 인기가 높아 이런 것들이 무려 “100달러, 50달러”씩에 거래됐다고 한다(사례37). 


하지만 이 제품들은 대부분 가짜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 제품들의 진위를 놓고 다툼이 일어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데 거의 다 가짜에요. 그래서 만약 이게 가짜라면 죽인다고 칼을 이렇게 들이미는 순간에도 


그때 그것을 팔아먹기 위해서라도 거짓말을 하죠. … 죽인다고 해도 벌써 그거 하나에 100달러


라고 가격이 그렇게 크게 나가니까요. 우리 북조선에서 100달러라고 하면 엄청납니다. 


그거면 한 달 잘 사니까요. 그러니까 그게 대단한거죠. 그러니까 칼을 들이밀어도 가짜 아니라고 


거짓말을 하죠.(사례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