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멋진 군붕이들.


좀 개인적인 글이지만 알아줄 곳이 여기 군붕이들 밖에 없을 것 같아서 여기에 올려본다. 


제목에 썼듯이 난 수리온 최종호기 소식을 듣고, 그리고 최근에 있었던 일들로 가슴이 좀 먹먹해지는 경험을 함. 


물론 여기서야 수리온이 '증식하는 암세포' '공포의 콧구멍' '수리on'으로 놀림받고 비하당하는, 물론 객관적으로도 뭐 하나 특출난 점 없는, 그냥 만만해서 많이 뽑힌 기체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에 소중한 첫 헬리콥터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 곳의 군붕이들은 수리온이 꽤나 잘 해주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을거라고 믿고 있음... 


나한테는 수리온이 더 특별한 의미인게, 우리 아버지가 개발과 생산에 참여하셨기 때문임. 카이에 재직하셨었고, 물론 수리온 전,후로 다른 프로젝트들 많이 참여하셨지만 수리온은 특히나 시제 개발부터 참여하셨고 그러면서 고생을 많이 하셨던 것이 기억남. 개인적으로는 두 가지 사건이 기억이 나는데, 하나는 2007년 본인 초딩 시절, 창원공장이 사천으로 통합되면서 내 아버지도 사천에 방을 하나 얻어서 주중은 사천에서 지내고, 주말만 창원 집에 오게 되셨는데, 초딩이던 나는 이제 아빠를 매일 볼 수 없다는 생각에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남. 약간 사춘기가 시작되려하던 초5였지만 엄청 울었음 ㅋㅋㅋㅋ 그 때 아버지가 했던 말이 "아빠는 우리나라 첫 헬기 를 만들어야 해서 가야 해"였는데, 당시엔 그냥 초딩 마인드로 매일 아빠를 볼 수 없는게 헬리콥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그래서 kuh-1을 약간 싫어하기도 했었음. 


두 번째 사건은 2018년 7월 17일 있었던 마린온 추락사고임. 이건 여기 공개적으로 올리면 뭔가 나무위키에 박제될 것 같아서 조심스럽네. 아무튼 그냥 간략하게만 말하면 사건 있고 다음 날 갈아 입을 옷 이랑 여권만 급하게 챙겨서 프랑스로 가셔서 두 달인가 세 달을 계셨음. 나야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바로 프랑스로 가신 걸 보면 정식 수사 결과 나오기 이전에 사고 직후 결함부분 인지했고, 부품 조달한 프랑스에서 불량이 났다는 걸 내부적으로 알았었던 듯 함. 물론 100% 내 뇌피셜임. 이 때 잠깐 집에 들르셔서 짐을 챙기시며 아버지가 몰래 우셨는데,(물론 안 운 척 하셨음) 해병대 아들들에게 너무 미안하다고 하시더라. 아버지 우시는 건 할아버지 돌아가셨을 때랑 이 때 본 게 전부임. 



아무튼 밑은 수리온 탄생과정 이모저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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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사실 마린온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아버지는 이미 수리온이 아닌 누리호 개발 쪽에서 일하고 계셨었음.

1단 로켓 생산개발 하셨고, 웃긴건 발사체 발사하는 걸 한번도 직접 못 보심 ㅋㅋㅋ... 2018년 11월 시험발사체는 일이 바빠서 (아마 마린온이겠지?) 발사장 못 가셨고, 2021년 10월 1차 발사는 그 해 3월 정년퇴직을 하셨기 때문임. 2차 발사와 3차 발사도 일 하시며 유튜브로 보심. 정년 퇴직과 동시에 하청 협력업체 3년 임기 사장으로 발령 받으셔서 가셨는데, 말만 사장이지 진짜 개같이 고생하셨다. 진짜. 월급도 카이 부장급보다 적게 받으면서도 사명처럼 여기면서 일하셨는데, 중소기업에서 평생 안겪어본 인사 운영 하시면서 고생 많이 하셨고, 30년 근속했던 카이에 배신감도 많이 느끼셨다... 회사가 어려워서 흔한 법인차 리스도 안하시고 원래 타던 14년된 준중형 세단 몰고 다니셨음. 

그러다가 올해 이제 사장을 한번 더 연임하냐 안하냐 고민하시다가 저저번 주에 안하는 걸로 결정 하시고 이제 이번 달 끝나면 퇴직을 하시게 된다. 


근데 그에 맞춰서 수리온도 최종호기가 수락비행을 완료하더라. 사실 이 뉴스 보고 좀 눈물이 났다. 동질감이 좀 느껴졌거든.


내 아버지는 정말 사명을 가지고 항공우주 개발에 참여하셨음. 근데 그러면서도 주목은 한 번도 받지 못하셨다.

흔히 말하는 공밀레 공밀레의 공돌이지. 

한번은 그래도 조그마한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을 뻔했음. 바로 누리호 기념 다큐멘터리에 출연할 수 있었는데... 이걸 내 아버지 정년퇴직 2주 후에 촬영했음 ㅋㅋㅋㅋㅋ 아버지가 이끌었던 팀원 전원이 한 분 한 분 인터뷰하시고 소감을 말하셨는데, 내 아버지만 출연을 못 하셨음. 그냥 팀원들 얼굴 좋다고 즐거워 하시며 넘기셨지만 얼마나 아쉬우셨을까? 물론 뭐 대중의 주목 이런 것을 바란 것 이 아니라,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할 수 있는 영상물 정도... 그런 것도 없으니 참 아쉽더라. 업무 특성상 전부 기밀이라 기념할 수 있는 자료는 거의 없고, 퇴직하시던 날 찍은 이 사진이 한 장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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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군붕이들아. 이제 글을 마무리 지으려고 한다. 난 항상 내 아버지를 존경하며 살아왔고, 주목받지 못하는 곳에서 우리나라가 정말로 필요로 하는 일을 (물론 그렇지 않은 일이 어디있겠냐만...) 묵묵히 해내셨다고 생각하고, 난 개인적으로 수리온이 그런 역할을 우리나라에서 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역할은 이곳의 군붕이들은 그 가치를 알아줄 거라고 생각이 들어서 수리온 최종호기 뉴스에 더불어 똥글을 써본다. 익명으로 쓴 글이지만 읽어 줬다니 대단히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