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과장이 지통실에 앉아 일일결산을 작성하던 작전장교를 보고 말했다.

작전장교는 손으로는 키보드를 계속 두들기면서 인사과장쪽으로 눈만 옮겨서 대답했다.

"어떤 애들 말씀이십니까? 인사과장님"

인사과장은 곧바로 지통실 모니터 시스템을 만지더니 행정병 컴퓨터의 화면을 지통실 메인 모니터에 띄웠다

"지통실 애들 말이야"

행정병 컴퓨터는 - 작전장교의 일일결산 보조를 위해서 각 포대로부터 전투편성표 및 특이사항을 받아 취합하고 있어야 할 행정병 컴퓨터는, 행정병들이 따로 유지하고 있는 "행정병 한글 파일" 에 '집에가고싶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악' 만 반복해서 치고 있는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행정병의 요란한 타자 소리는 그저 이 단어만 반복해서 치고 있던 소리였던 셈이다.

이 행정병 한글 파일에는 그 외에도 국방인사정보시스템에 쳐본 이쁜 여군들 이름, 재미있는게 나오는 티비채널 목록, 본부포대 생활 꿀팁, 단편소설 등 다종다양한 군대와 관계없는 내용이 가득차있었지만,

야간때 인수인계하면서 특이사항을 알려주는데 이거만한게 없었기 때문에 지통실 장교들도 묵인하고 있었던 것이다.

행정병이 사색이 되어 차렷 자세로 일어서선 외쳤다.

"일병 김승수! 시정하겠습니다!"

인사과장도, 작전장교도 별 감정 없는 메마른 눈빛으로 행정병을 잠시 쳐다보았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따로 불러서 교육 한번 하겠습니다"

"오늘 당장 해라, 내가 인수인계하면서 말했지, 얕보이지 말라고, 너가 얼마나 우스으면 너가 바로 옆에 있는데 이러고 있냐."

"점심식사 이후에 애들 집합시키겠습니다, 승수야, 들었지, 지통실 인원 전원 점심 먹고 지통실 집합하라고 전달해라."

"네 알겠습니다!"




점심시간 후 작전장교는 지통실 바깥에 서서 잠시 딴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내가 담배를 필만큼 대가리가 빠가새끼였다면 딱 담배를 피우고 있을 타이밍이군.

본부포대쪽에서 지통실 근무인원들이 평소에는 하지도 않는 2열종대에 지휘자까지 배정해가면서 절도있게 내려오고 있었다.

"OO!!"

지휘자인 최선임 병장이 우렁차게 작정장교에게 경례를 올렸다.

"응, ㅇㅇ, 다 들어가라."

안그래도 음산하고 습하고 좁은 지통실에 한창때 남정네 20여명이 들어차니 쿱쿰한 냄새가 한층 더해졌다.

"다 왜 모였는지 알지?"

작전장교가 운을 떴다.

"네! 알고있습니다!"

지통실 근무인원들이 큰 소리로 외쳤다.

"인사과장님이 지통실 근무 인원들 근무상태가 안 좋다고, 본인이 작전장교 하시던 시절보다 헤이해졌다고 오늘 말씀하셨거든"

근무인원들은 조용히 듣고 있었다.

"그래서 모아서 군기 교육 좀 하라고 하시더라, 그래서 나는 이렇게 하려고 한다, 자, 니들은 오늘 나한테 군기교육을 존나 빡세게 받은거야, 본부포대로 10분 후에 돌아가서 대충 그런 분위기를 니들 나름대로 연출해. 딱 벌점이나 휴가제한 바로 직전이었는데 이번 교육으로 대충 무마된 설정으로."

근무인원들 사이에서 조용한 동요가 일었다.

"나는 인사과장님이랑 다른 방법으로 작전과를 다루려고 한다, 나처럼 군대 오고 싶어서 온 게 아닌 너희들에게 큰 책임을 줄 생각이 없어, 보일때만 잘 하고, 실상황때만 우리 말 따라서 잘 하면 된다."

작전장교는 잠시 얼굴을 찌푸리면서 덧붙였다.

"그리고 인사과장한테만 걸리지 마라, 나보다 니들이 더 잘 알잖아?"

작전장교는 그 말만 하고 상급부대에서 방금 막 하달된 오늘 안에 답변해야 하는 문서 작성으로 돌아가 키보드를 두들겼다.

어렸을 적 보던 일본 닌자 만화에서 작전장교는 배웠다.

증오의 연쇄는 용서로밖에 풀을 수 없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