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붕이의 할아버지는 소작농으로 젊어서부터 남의집 일을 거들어 주시다가 전쟁이 발발하자 참전하였다
영장이 나와서였다는데 팔자를 고칠수 있다는 호승심도 동하셧을게다
3년이라는 전쟁은 젊은이의 몸과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전쟁에서 무릎에 파편을 맞아 다리를 살살 저시게 된 할아버지는 땅을 하나 받아 농사를 지으셨으나 소시적부터 주벽이 있으셧다고 들엇다
그래서 술에 취하시면 상을 뒤엎고 하셨던 모양이다
아버지는 그게 참 싫었는지 국민학교를 졸업하시자마자 인천에 잇던 당시 대빵이 세우셧던 직업훈련원에 들어가셨고 오류동에서 일을 하다 군붕이가 태어났을 때에는 사장님 소리를 들을 정도로 성공 하셨던 모양이다
그러나 어린 군붕이가 보기에도 할아버지에게는 참 쌓인게 많은 것 같이 보엿다
명절날 마다 뵙고 드리는 인사도 건성이엇고 저녁에 와 담배나 뻑뻑 피우시다 얼마 놓고 다음날 아침에 올라가기 십상이엇다
물론 당시 도로가 눈물겨웠던 것도 감안을 해주십사 한다
서울부터 어디까지 하루가 걸렷네 이틀이 걸렷네 하는건 구라가 아니엇다
군붕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학교에 들어가게 되어 인사를 드리자 할아버지는 그래도 총알받이가 아닌 장교가 어디냐고 기뻐하셨다
군붕이는 당신의 그 묘한 시선과 그를 낳게 한 6.25의 아픔이 떠올라 한숨을 쉬었다
대위 쯤 되었을 때 할아버지는 점점 기력이 약해 지셨다
복수가 차고 끝내 병원에 입원하셨다
그때 할아버지는 검은 비닐봉지 하나를 가지고 계셨는데 회진 도는 의사 간호사 선상님덜은 물론 간병인 여사님이 건드리셔도 역정을 낼 정도로 소중하게 아끼는 그런 봉지였다
군붕이가 옷도 갈아입지 못하고 병실을 찾았을 때 할아버지는 중환자실에서 막 일반병실로 내려오신 상황이엇다
팔을 들어 손가락으로 배드 난간에 묶인 봉투를 가리키셨다
노친네가 기력도 없다면서 얼마나 꽉 묶었는지 봉다리를 쥐어뜯어야 겨우 내용물을 꺼낼수 있었다
봉다리 안에는 30만원 남짓한 돈이 든 통장과 종이 주민등록증(재발급하면 끊어주는 서류 말고) 인감도장이 들어 있었다
그건 할아버지가 지자체와 보훈처에서 몇만원씩 나오는 참전용사 수당에서 또 얼마씩을 떼어 모으신 것이었다
군붕이는 속에서 뭔가 끓어올랐다
자기도 모르게 거 그거갖다 안주나 좀 맛난거 사 드시지 라고 했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고개를 젓고는 턱으로 군붕이를 가리켰다
그 뜻을 알고 있었던 군붕이는 그 통장을 건빵주머니에 넣는 모습을 보여드렸다
할아버지는 말없이 웃으셨다
얼마후 할아버지는 끝내 먼 길을 떠나셨다
그러나 군붕이는 그 돈을 찾아서 장의차 리무진 버스 기사님 운임으로 드렸으니
가신 후까지 불효를 저지른 셈이다
그 머머장 게이인가?
머머장님 오늘 무슨 슬픈일 있으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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