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모티브를 얻음
http://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war&no=13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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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에 있는 정부 건물들에 들어섰을 때, 이미 반쯤 아수라장이 된 상황은 우리들이 무엇을 막아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감정을 가져왔다. 이미 이곳저곳 널부러진 문서들은 어딘가 터진 상수도에 젖어 흐물흐물 해지거나 불에 그을려 날아다녔다. 우리보다 상황이 여유롭던 중공군의 삐라도 같이 날아다녔다. 몇년 전에 본 영화 '덩케르크'에서 날리던 독일군의 "We surround you" 삐라가 머릿속에 겹쳤다. 놀란 감독의 연출력에 감동하며 보았던 그 영화의 연출이 이곳 세종시에선 실시간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적, 간헐적인 폭격, 그리고 그 적들에 대한 공포... 물론 우리가 그들과 완벽히 동일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세종시에는 바다 건너 도망갈 퇴로가 없었다. 바다 건너 우리를 건져줄 멋진 민간인과 구축함도 존재하지 않았다.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완벽히 텅 비어버린 계획도시, 세종시였다.
구 북한 지역을 통해 중국군이 내려왔을 당시, 정부는 서울에서 결사항전을 외쳤지만 국군을 비웃듯 서울은 매우 간단하게 중국군의 손에 떨어졌다. 물론 6.25전쟁같이 3일만에 서울에 적군이 도달하는 그런 일은 없었다. 하지만 서울은 그걸 제외하더라도 충분히 전방도시였고, 북한군을 대비하며 수 십년을 준비해온 우리에게 이를 아득하게 상회하는 중국군의 능력은 도저히 우리로선 막아낼 수 없는 일이었다. 일주일만에 대통령은 수도를 세종시로 옮겼다. 그리고 조용히 공군의 CN-235편으로 정부 각료들과 서울을 빠져나갔다. 대통령의 탈출을 엄호하느라 몇 대 보이지 않던 공군 전투기들이 중국 해군항공대와 공군에게 덤볐다. 물론 F-5와 F/A-50으로 조잡하게 이루어진 편대들은 중국 항공세력에게 철저하게 격멸당했다. 그렇지만 정부 VIP와 섞여 탈출하는 중국군의 시선을 어떻게든 끄는 것은 성공했다. 중국군의 서울 진주가 임박했기 떄문에, 각종 문제로 길거리에 퍼질 위험이 있는 차량은 쓰기 어려웠었고, 헬기는 너무 느렸다. 마지막으로 기차는 전쟁 직후 중국군의 특수전으로 인해 철로 곳곳이 파괴되어 사용이 불가했다. 결국 위험하더라도 서울공항까지만 빠져나가기로 한 것이다. 아마 내가 뇌피셜을 섞어 조심스럽게 짐작해 보자면 6.25 전쟁 당시 이승만이 서울을 버리고 간 이유 때문에 차량을 잘못 쓰다가는 오히려 서울시내에 공황을 초래할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거 형씨. 마지막으로 있던 곳이 서울공항이 아니요? 혹시 도망가는 대통령도 봤어요?"
52사단의 사단마크가 오른쪽 팔뚝에 붙어있는 병사가 옆에 걷던 공군 헌병에게 물었다. 52사단...52사단... 향토사단이었던 이 부대는 서울 남부를 방어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남겨졌다. 소위 말하는 메이커 사단들은 태반이 부대 규모가 축소되거나 아얘 날아가버렸다. 그만큼 중국군에게 큰 피해를 안겼지만, 비슷하거나 더 큰 피해를 강요받은 그 사단들은 말 그대로 지워져버렸다. 52사단은 그러한 와중에도 예비군 껴서 어떻게든 사단을 완편해 놓고 있었는데, 원래 한강 이남이 방어지역이지만 한강 이북부터 넓게 퍼져 중국군에게 시가전을 유도했다. 그리고 그대로 서울에서 사라져버렸다.
"내가 마지막으로 봤는데... 파괴되어 못 쓰는 활주로 주변에 썬팅 쎄게 된 카니발이랑 카렌스 몇 대가 버려져 있었어요. 아마도 그게... 대통령이 타고 온 차가 아니었을까..."
"캬아 씨팔! 팔자 좋네!"
공군 헌병의 대답에 마지막까지 52사단 병사는 서울을 지키고 있던 탓인지 서울을 버린 대통령에 대한 악감정이 말로 드러나는 듯 했다. 그럴만도 했다. 그도 아마 한강 이북에 보내진 연대에 있었다면, 내려오지 못했을 것이니까 말이다. 방탄복 어깨가 파편에 터지고, 그 위에 찢어지고 그을려 별로 성해보이지 않는 조끼를 입어서 그런지 더 그에게 마음속으로도 뭐라고 크게 할 수가 없었다. 소정면, 전의면, 조치원, 전동면, 연서면... 모두 중국군의 손에 떨어졌다. 한때 임시수도, 그 이전에 특별자치시였던 세종은 이제 전선의 한복판으로서 기능했다.
병사들은 이곳저곳의 사단마크를 바꾸지도 않은 채 섞여있었다. 방금 대통령의 승합차 얘기를 한 공군 헌병마냥 간혹 공군이 몇 명 섞여있기도 했다. 아마 패잔병들을 수습하고 재편성하는 기점에서 우리 사단으로 들어온 듯 했다. 덕분에 향토사단이던 우리 사단은 전시 편제보다도 인원이 커져버린 상황이었다. 물론 다른 곳에 이 인간들을 처박을 데가 없으니 우리 사단에라도 처박아 두는 바람에 인원이라도 불린 것이 분명하지만 말이다. 덕분에 기존에 알고 있던 사람들과 예비군만 편제에 들어간 것이 아니고 혼성 잡탕부대가 되는 바람에 기존의 질서는 무너지고 통성명부터 다시 해야하는 상황이었다. 물론 재미는 있었다. 새로운 사람도 많이 보고 말이다.
주둔지는 지하주차장이었다. 이상한 방공호 시설도 있었으나, 입구가 좁고 정말 '방공'에 치중되어 있는 방공호를 주둔지로 쓰기는 어려웠고, 대신 정부기관들이 몰려있는 탓에 여기저기 있는 지하주차장들이 주둔지로서 크게 역할했다. 혹시 모를 중국군의 포격을 막기 위한 시설로서 지하주차장은 완벽했다. 각종 부대가 주둔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야전병원 같은 시설들도 지하주차장에 위치했다. 전기는 옛저녁에 꺼져 주차되어 있는 차들의 배터리와 헤드라이트를 뽑아 사용했다. 정부 기관 어디 창고에 처박혀 있던 가솔린 발전기들과 램프들을 차에서 뽑아낸 가솔린들로 굴리기도 했다. 차에서는 도난 방지음이 울렸으나 중국군과 전선 부대들이 치열하게 싸우는 동안 방지음 울리는 장치들은 부수던 끄던 이미 사용이 되지 않아 지금은 어떻게 되도 상관이 없었다.
가끔 어떤 차를 털면 차 안에서 콘돔이 나왔고, 어떤 차는 맥심이 나왔다. 어떤 차는 껌과 휴지가, 어떤 차에서는 화장품이, 어떤 차에서는 담배가 많으면 한보루씩 나왔다. 콘돔이 나오면 낄낄거리며 뜯어서 가지고 놀기도 했고 사이드미러나 룸미러를 꺼내어 전투용 거울을 만들기도 했다. 노상과 지하에 버려진 차들은 군인들에게 보물상자이기도, 무언가의 재료이기도 했다. 물론 이것도 어떻게 말하면 분명 약탈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이 판국에 누가 버리고 간 자기 자동차를 보살필 것이며, 이것들을 보상해 줄 정부는 사라지기 일보 직전인데 누가 보상을 해 줄것인가? 라는 생각이 병사들 사이에 암묵적으로 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간부들도, 병사들도 아무런 태클을 걸지 않았다. 심지어 탈출하는 세종시 민간인들을 인솔하다가 기밀 전달 때문에 때문에 전령으로 왔다가 이 광경을 본 어리숙한 대전경찰청 소속 상경조차, 이 일에 대해선 어떤 질문조차 하지 못했다.
그때 중대장이 우리가 앉아있던 지하주차장 B-3 구역쪽으로 걸어왔다.
"합동참모본부에서는 세종을 사수하여 대전에게 시간을 조금이라도 벌어주려 한다. 절대 사수는 어렵겠지만 적을 어떻게든 늦추려는 의도는 확실해 보인다."
"전문이 내려왔습니까?"
"읽어줄까?"
"예"
병사들이 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현재 대전 시민들과 대덕과학단지 관계자, 정부 관계자들의 완전한 퇴로 확보와 탈출이 이루어지지 않았음. 현재 세종지구를 방어하는 장병들은 남은 한 명까지 세종시를 끝까지 사수할 것. 마지막으로 충청남북도에서 중국군을 수차례 저지하여 민간인의 안전한 퇴로를 확보해준 귀관들의 노고를 치하함."
노고를 치하한다라... 확실히 충청도까지 내려온 전선에서 한국군이 보여준 반격작전들의 성공은 중국군의 공세를 꽤나 길게 움츠러뜨리게 만들었다. 이름 모를 향토사단 사단장 투스타 몇 명이 지휘했던 일련의 이 작전들은 내가 듣기에도 중국군을 막는데 큰 공헌을 했다고 들었다. 덕분에 전쟁 초반 엄청나게 깨지는 통에 대규모 승리가 목말랐던 한국 정부로서는 일련의 반격 성공에 감동을 받았을 정도였다. 메이커 사단이라고 불리는 주요 정규사단이 아닌, 향토사단과 예비군들로 이루어진 전과라는 것만 빼면 완벽했을 것이다. 물론 정부와 군 입장에서는 찬밥 더운밥을 가릴 여유가 없었다. 사단장에게는 훈장이 내려왔고 매번 라디오와 무전기에서는 그들의 공훈과 업적을 떠들어댔다. 중국군의 선전 방송에서조차 언급될 정도였으니 그쪽에서도 충격이긴 했던 모양이었다. 중국 측이 전선에 설치한 대형 확성기에서는 그 사건 이후로 몇 주 동안 중국군은 몇 차례의 패전에도 건재하며, 사실은 별로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조선족 말투로 떠들어댔다.
한 가지 문제라면, 우리 뒤엔 금강이 남아 있었다. 장교들의 이야기를 귓동냥으로 며칠간 들어본 결과 금강을 끼고 방어전을 수행하자는 측과 후퇴는 늦어도 되니 금강 북부에서 농성하자는 측이 크게 맞섰다. 금강을 끼고 남부에서 방어를 하자고 주장했던 측은 금강 북부에서 저항하는 일이 중국군과의 전력 격차를 감안했을 때 오히려 퇴로 확보가 더 어려운 미친 짓일 수 있으며, 강폭이 넓은 지역을 이용하여 계속된 저항을 벌인다면 중국군의 도하를 막아낼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중국군이 부대를 나누고 강폭이 좁은 강 상류를 넘어 퇴로를 차단한 후 우회공격을 가할 시 심각하면 양면 협공으로 사단 자체가 소멸할 수도 있다고 했다.
후퇴를 늦추고 금강 북부에서 저항을 계속해야 한다는 측은 세종시의 상징성을 먼저 생각했다. 세종시가 중국군의 수중에 떨어지고 우리가 후퇴해야 할 경우, 충청도 전선 전역에서 이루어졌던 아군의 효과적인 반격에 종지부가 찍어졌다는 뜻이 되었다. 물론 세종시의 절반이 중국군의 수중에 떨어졌으나, 세종시 북부의 절반은 사실 전략적으로나 상징적으로 크게 이점이 있는 지역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종시 중심부 다수가 중국군에게 무탈하게 넘어갈 경우 중국군은 각종 방법으로 이것을 아군에게 알리려고 할 것이고 그럴 경우 전선 전반에서 일어날 필연적인 아군의 사기저하는 어떻게 채울 것이냐라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다. 물론 이렇게 되면 금강 북부에 위치한 구역들은 어느순간 중국군에게 넘어갈 것이 분명하지만, 금강엔 보행자용 다리를 포함한 각종 다리들이 다수 존재하는데다, 공병부대들이 이미 C4를 덕지덕지 발라놓은 부교들을 대기시켜놓고 있기 때문에 철수는 빠르게 이루어 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중국군에게 정 밀려 버티지 못한다 싶을 때, 이들 다리를 통해 넘어간 뒤 다리들을 손쉽게 폭파시키면 된다는 것이었다. 얼핏 보면 미친 소리같지만 내가 봤을땐 일리가 있었다. 시가전으로 중국군에게 엄청난 피해를 강요한 뒤 넘어가더라도 늦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사실 이럴 경우 결정자는 절충안을 내거나, 어느 한 편의 손을 들어주어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북부에 소규모 부대를 남겨놓게 된다면 이 부대는 말그대로 배수진을 치게 되는데다가, 살아 돌아오기가 어렵기 때문에 절충안은 사실상 마련하기가 어려운 상태가 되었다. 결국 사단장은 결국 이 분쟁에 대해 조만간 결정을 내려야 했다. 내리지 못한다면 시가전을 벌여 중국군에게 엄청난 피해를 강요하든, 금강 남쪽에서 중국군의 도하를 막으며 계속 시간을 벌든 하지 못하고 부대가 붕괴될게 뻔했으니까 말이다. 결국 사단장은 금강 북부에서 중국군을 막아내는 것을 선택했다. 분명 부대의 출혈량은 금강 남쪽에서 막는것 보다 크겠지만, 전체 전선에서 보았을 때 마지막까지 중국군에게 엄청난 출혈을 강요한다면 아군의 사기저하 최소화를 달성할 수 있고 현재 축선의 중국군 주력부대를 돈좌시켜 전체 전선에서 재정비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보았다.
날이 어둑어둑해졌다. 저녁으로는 전식 대신 주변 마트나 편의점, 그리고 지하에 있는 정부 방공호 등 에서 쓸어온 컵라면과 각종 라면이 나왔다. 아직 다수의 상수도가 기능을 하기 때문에 물 걱정은 없었다. 사단에는 전식도 분명 있었지만 내어주지 않았다. 혹시 보급이 끊기거나 걸러질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물자를 아끼자는 방침에서 나온 듯 했다. 어차피 중공군과 큰 한판이 시작되면 컵라면이나 과자들은 제대로 챙기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라면들은 통일되지 못했고 맘에 들지 않는 라면을 받은 병사들은 다른 병사와 거래하듯 라면을 바꿨다. 물론 뽀글이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봉지라면들은 컵라면들이 바꿔주지도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컵라면이 뽀글이보다는 맛있기 때문일까. 뽀글이에 능통한 병사들은 봉지라면을 받은 다른 병사들 것 까지 만들어 줬다. 동기 하나가 아까 컵라면 먹고 싶으면 빨리 가는게 좋다고 귀띔해주었지만 속된 말로 씹었다. 그리고 천천히 걸어갔다가 남은 봉지라면 하나를 주웠다. 뽀글이도 해먹으면 맛있는 라면이 있는데 이건 그것도 아니었다. 목숨이 달린 전쟁터였지만, 사람들은 은근히 컵라면이냐 뽀글이냐, 내가 좋아하는 라면이냐 아니냐, 뽀글이를 해 먹을때 맛있는 라면이냐 아니냐에 대해서도 불평한다. 밥을 먹는 것 자체가 아직은 힘들지 않은 모양이었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라면을 반으로 쪼갰다. 그때 아까 52사단 아저씨와 공군 헌병이 걸어와 내 옆에 앉았다. 둘 다 컵라면을 들고 있었다.
"여기 부대 사람인 것 같은데 동기도 없이 왜 그렇게 혼자 먹는거야? 뭔일 있어?"
"아싸라서요."
나는 그 병사의 관심이 싫은 것은 아니었지만 거부감이 들었다. 내일 당장 죽을수도 있는데 혼밥이고 뭐고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계속 내 머릿속에 멤도는 생각이 정리가 안 되서 그냥 혼자 앉아 있었던 것 뿐이다. 사실 동기와 후임 다수가 전의 세종시 북부 전투에서 죽거나 다친 것도 내가 이렇게 되어버린 것에 한몫했다. 무덤덤한 얼굴, 엄마가 생각나 울던 얼굴, 500원 싼 맛에 사둔 4000원짜리 디스를 끝도 없이 피우던 얼굴... 부대 재편성으로 이들과 찢어진 이후 볼 수 없었다. 다들 세종시 북부에서 중국군과 맞섰다가 그 모양이 된 것이다. 그리고 나는 운 좋게 중국군을 한 차례 피해갔지만 이제는 피해갈 수 없었다. 나처럼 시내에 남은 동기들의 얼굴을 천천히 확인했다. 나랑 비슷하게 혼자서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다시 새 사람을 사귄 사람도 있다. 나는 어느 쪽일까?
"얌마 그렇게 퉁명스럽게 대답하면 시비거는 것 같잖아."
상병 계급장을 단 52사단 아저씨는 툴툴대며 내 왼편에 앉았다. 그리고 어디서 구해왔는지 종이컵에 자기 라면 국물을 따라 내 앞에 뒀다. 뽀글이 해 먹을 생각도 없이 라면을 봉지째 부수고 있던 내 모습, 그리고 동기들을 전선에서 잃어버린 표정을 지은 내 얼굴을 본인이 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공군 헌병은 라면 한 젓가락을 떠 종이컵에 담아 내 앞에 뒀다. 공군 헌병은 병장이었다. 헌병부대들이 재편성 될 겨를도 없이 그냥 일반 부대 일반 전투병으로 섞여들어온 것을 생각하니 눈에 보이지 않던 전쟁의 사이즈가 다시 한 번 어느정도인지 가늠이 되었다. 많은 동기와 후임들을 잃어버린 요 몇 주 사이의 전투보다 더 말이다.
"서울공항 얘기나 좀 더 듣고싶네. 해 줄수 있어요?"
"뭐 제대로 된 전투를 한 것도 아니고..."
제대로 된 전투를 한 적 없다는 공군 병장이 하는 말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대통령이 썬팅된 민간 차량으로 도망간 직후였나... 중공군 공수부대 병력들이 서울공항을 급습했다. 니들도 알겠지만 대통령이 도망치고 이틀 뒤 서울에 중국군이 입성했을 만큼 대통령은 거의 아슬아슬하게 도망갔기 때문에 서울공항 정도는 급습할 수 있었을거야. 아무튼, 전쟁 개시일. 중공군 특수부대의 컨트롤타워 붕괴 시도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었다. 그런데 대통령이 서울공항으로 도망간다는 첩보를 듣고 다시 대기중이던 놈들이 정보원 따라서 글로 간거지.
이미 중공군의 미사일과 간헐적인 폭격으로 공항은 아수라장이 되어있는 참이었고, 딱 하나 복구되어있던 활주로와 미리 대기하던 CN-235 한대가 대통령을 싣고 남쪽으로 날고 몇 시간 뒤 중공군이 도착했어. 중간에 정보가 잘못되었던지, 우리쪽에서 정보가 새는 것을 알고 농간을 부렸던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한 무리의 특수부대가 기지방호를 뚫고 기지 내로 잠입하기 시작한거야.
나는 그때 기동대였어. 적이 들어오면 장갑차를 타고 적을 제압해. 나도 역할대로 장갑차를 타고 움직이다 추정되는 적 위치 인근에 내렸지. 훈련받은대로 장갑차 주변에서 천천히 사주경계하며 중공군을 제압하려고 하는데, 맨 앞에 서있던 후임이 픽 하고 갑자기 넘어지데. 고꾸라지니까 소리가 들리더라고. 탕..."
그는 말을 더 잇지 못했다. 상병도, 나도 더 이상 그의 말을 캐물을 수가 없었다. 전투지에서 중국군을 맞다가 빠져나온 상병조차도 저격수 얘기에 표정이 굳은 걸 보고 더 첨언을 할 수 없었다. 말을 잇지 못한 공군 병장은 라면을 옆에 두고 흐느꼈다.
"그렇게...그렇게 한명씩 쓰러지는데... 아무것도 못하고... 거기서 세 명이 죽었어. 후임이 총 맞는걸 봤을때 내가 뛰라고 얘기만 했어도 한명은 더 살았을건데 입이 떨어지지가 않더라고... 영화를 보는 것 같이..."
누구나 라이언 일병 구하기 같은 전쟁영화를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업햄과 같은 등장인물에 대해서 야유를 한 번쯤은 날려봤을 것이다. 병신새끼, 아군이 다 죽어가는데 뭐하는거냐, 호구새끼, 팀 말아먹는 새끼, 개트롤... 하지만 실제로 그것을 눈으로 마주한 이들은 말조차 못한 이 병장에게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 방금 전 까지 살아있던 자기 동료가 뇌수를 뿌려가며 숨이 끊어지는데 걸리는 시간, 5초. 매우 짧은 시간이지만 그가 체감하기엔 그 어떤 시간보다 길게 갔을 것이다. 나는 디스 한 개비를 꺼내 병장에게 주었다. 병장은 담배를 손에 든 채 흐느꼈다.
"내가 거기서 말만...말만...했어도..."
어색한 상황에서 담소거리나 만들려는 작정에 병장에게 말을 붙여본 상병만 괜히 나쁜놈이 되었다. 물론 상황판단도 못하고 여기서 전투 경험을 말하라고 시키는 것도 나쁜 것이긴 했지만 담담한 표정으로 시작하는 그의 말을 처음엔 다들 이상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상병도 처음 듣는 이야기라 오히려 패닉을 얻는 듯 했다. 상병도 바지 주머니에서 디스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거... 너무 슬퍼하지 마요. 미안하면 중공군 박살내고, 살아서 집에 갑시다. 산 사람의 몫은 그것 뿐이니까. 내가 지금 산 사람인지 뒤진 사람인지는 잘 분간이 안가지만, 이렇게 담배 한 까치 물고 폐에 연기를 채워 넣으면 산 사람 같더라고. 담배 피우면 그렇게 뒈진다 뒈진다 소리를 하는데, 정작 이때만큼 내가 살아있다고 느낄때가 잘 없어."
"아저씨는 전쟁 전에 뭘 하셨어?"
내가 반말조로 물었다. 상병은 별 생각 없이 담배연기를 뿜으며 지하주차장 천장을 바라보았다. 상병 입에서 나온 연기들이 사방으로 빠르게 퍼지며 사라져갔다. 상병은 말 없이 한모금 연기를 더 마신 뒤 천장을 바라보며 뱉었다.
"전쟁 직전에 여친...아니 이젠 마누라한테 편지가 왔어. 애가 생겼대. 앞길이 까마득하더라. 애아빠라..."
"거 요즘 뒷구멍으로 어떻게 어떻게 해서 잘 지우더만 왜 못지웠어요?"
"임마 남에 애를 보고 지우니 마니... 와이프가 지우기 싫대. 몇번 생각은 났는데, 자기 애를 어떻게 지울 수 있냐는거야."
"그럼 상근으로 빠졌어야 되는거 아니에요?"
"애가 태어나서 등록 되야 상근으로 빼줄 수 있단다. 그러다가 전쟁 났고. 서울에 끌려 갔고. 결국 여기 있고. 서울에서 뒤질 줄 알았는데, 마누라 생각이 머릿속에 번쩍 하더라. 여기서 뒤지면 내 애는 애비없는 새끼 되는건가? 내 와이프는 애비없는 새끼 끌고 돈 벌러 다니는건가? 이 생각이 나니까 도저히 죽을 수가 없더라. 뭐 내 맘대로 죽는 건 또 아니지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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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군의 준비 포격은 거셌다. 이미 각급 부대의 거점이 되어버린 지하주차장은 포격에 계속 흔들렸다. 쿵쿵 거리는 소리와 매캐한 화약 냄새가 지하주차장 입구로 들어왔다. 지하주차장을 거점으로 방어선을 꾸려놨기 때문에 지하주차장을 빼앗기면 다른 부대들이 위치한 주차장으로 후퇴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가능하다면. 중국군은 우리가 지하 주차장으로 대피한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 포탄을 퍼부어댔다. 다만 중국군을 막으려고 설치한 크레모어며 부비트랩 여러개가 포격으로 박살이 났는데 어떻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결국 이것들 없이 전투를 치러야 했다. 이것들을 제거하는 것을 노리려고 하는 것 같기도 했다. 상당한 돈 낭비 같지만 한번 제대로 당하면 분대가 반토막 나는것들이 이런 부비트랩 종류이니 그럴만도 했다. 건물들 위로 올라가 있는 관측조에서는 999K로 계속 무언가 보고했다. 전차 다수, 장갑차 다수... 육안 규모 최소 우리의 2배...3배... 숫자가 계속 올라갔다. 아얘 세서 숫자로 말하기 힘든 것들은 그냥 다수, 십여대 이런식으로 말했다.
포격이 진정되자 중국군 전차들의 기동음이 점점 가까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보병들과 붙어서 같이 움직이는 것이 뻔했다. 화력도 모자르고 병력도 모자르고, 심지어 전투력도 모자를 지도 모르는 우리에게 유리한 것은 단 하나, 각 부대에 섞여있는 해당 지역 출신들 덕에 지리에 좀 더 익숙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것도 분대급 전투에선 유리할 지 몰라도 대규모 전투를 행방을 뒤집는데는 샛길같은것으로는 부족했다. 다만 한명 죽을 중국놈들을 두명으로 늘려주는 역할 정도는 가능했다.
세종시의 구조는 중앙에 건물같은것을 하나도 두지 않고, 이런 곳을 오픈스페이스로 만들어 녹지와 공원 등으로 꾸미고, 이것을 건물들이 감싸는 형태이다. 적군도 어느정도 이 구조를 모르고 있지는 않았을 터. 중심부 개활지에 병력을 밀어넣어 공격에 유리하도록 만드는 짓거리는 계획에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방어 계획도 마찬가지고 중국군의 공격 계획도 건물 단지들을 통해 들어가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면적에 비해 전투지는 제한될 수 밖에 없고, 서로 손에 남는 카드가 몇 장 안 남기 때문에 어느정도는 카드가 예측가능하게 되어버린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런 예측가능한 싸움에서는, 누가 더 많이 예측불가능한 패를 사용하여 적을 제압하는가가 가장 손쉬운 방법일 것이다. 뭐 그것 말고는, 예측가능한 패지만 이것을 압도적으로 쏟아부어 적을 끊어버리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건물 중간중간, 사이사이에 배치되었던 토우와 무반동총 사수들이 기동로를 방해하기 위해 깔아놓은 차량들을 너머로 적이 오는지 안 오는지 보고 있었다. 퇴출이 어려운 중화기를 거의 대부분 강 남쪽으로 밀어넣은 탓에 강 북쪽에 있던 장비들은 대부분 기동력이 보장되는, 차량에 매달린 장비들이었다. 물론 아군 전력을 보존하는데는 이만큼 좋은 일이 없으나 그만큼 아군의 화력이 약해지는 것은 필연적인 단점이었다.
시가지로 적이 들어오고, 아군의 방어선을 적군 병력들이 넘기 시작했다. 포격이 끝나고 중심부 시가지를 점령하기 위해 오는 것이다. 세종시의 절반은 뺏겼지만, 아직 알짜배기는 우리가 다 먹고 있으니까 말이다. 여기서 만약 세종시에서 손쉽게 금강 도하를 허용하게 된다면, 중국군의 대전 공략은 더욱 불보듯 뻔해질 것이다. 이미 서울과 수도권이 손아귀에 날아갔고 강원도에선 조금 더 막아내고 있긴 하지만 여기도 역부족이었다. 전쟁 초반, 7사단은 화천-홍천지구에서 말그대로 증발되지 않았던가?
중국 병사들은 의외적으로 조용한 아측 방어선을 보고 놀란 듯 했다. 중간을 공격해 끊어내자는 전략은 좋았다. 공병부대로부터 폭약도 좀 받아왔기 때문에 우린 자신만만했다. 한번에 날려버리자... 한번에 날려버리자... 조용히 K2 소총을 들었다.
중동 테러리스트나 쓸 것 같던 급조폭발물 공격이 성공하는 순간이 눈 앞에 들어왔다. 곳곳에 설치된 크레모어가 중국군을 찢었다. 토우조가 선두의 중국군 전차를 명중시켰다. 하지만 격파시키지는 못했는지 중국군 전차의 포격에 차량 째로 사라졌다. 방금까지 토우를 조작하던 병사와 운전병은 명중 직후 뛰어 내리다가 적의 폭발에 찢겨나갔다. 팔다리가 사방으로 흩어져 있어 어떤 것이 누구의 시체인지는 알 수 없었다. 중국군 전차는 전면에 무슨 공격을 당했는지 전면부가 덩그러니 파여 있었다. 하지만 터지지는 않았다. 잘못 조준한 모양이었다. 순간 어디선가 얼핏 들었던 것으로 기억하는, 6.25때 바주카포를 맞아도 터지지 않았다는 북한군 전차 얘길 들은 기억이 났다.
첫 번째 전차 파괴에 실패하자 일대의 아군 전체가 패닉에 빠졌다. 중국군은 더 기세가 오른 듯 했다. 후속된 토우가 추가 공격을 해야 하나, 파괴가 되지 않을 경우 그대로 사망이라는 것을 느꼈는지 쉽사리 나서지 못했다. 그렇다고 저 지프를 끌고 중국군 한복판까지 들어가는 것은 자살행위였다. 아군의 작전이 종합적으로 꼬여가는게 느껴졌다. 중국군 측에서 헬기 두 대가 날아왔다. 미스트랄 사수는 무엇을 하는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중국군 헬기는 열심히 돌아다니며 연신 로켓탄과 기관포를 쏟아냈다. 우물쭈물 하던 106미리 무반동총 차량이 기관포에 벌집이 되었다. 기껏 배치해 놓은 중화기들이 다 없어지고 있었다.
그제서야 숨어있던 미스트랄이 중국군 헬기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 헬기는 저공비행까지 하며 우리를 놀리듯 기관포를 쏘고 있었다. 그 순간에 딱 맞춰 날아온 미사일은 노렸다는 생각까지 들게 했다. 왜 늦게 미사일이 날아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근거리에서 미사일이 발사되자 중국군 헬기는 우리를 열심히 놀리다 격추되었다. 그리고 그 위치에 중국군 전차의 포탄과 기관총탄이 쇄도했다. 남은 중국군 헬기 한 대는 위협을 느끼고 시뻘겋게 빛이 나는 물체를 뿌리며 도망갔다.
내가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건 엄폐물 뒤로 머리를 숨기는 것, 그리고 그렇게 숨어있다가 가끔 머리를 내밀고 사격을 가해주는 것 뿐이었다. 전쟁 직전 애를 만들었다는 상병, 저격수에 동료들을 잃어버린 공군 병장, 그리고 동기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두려움과 공포가 뼛속을 타고 엄습한다. 사람을 죽인다는 공포가 머릿속을 휘감고, 적에게 죽을 수 있다는 공포가 온몸을 휘감아 굳어버리게 만든다. 그리고 육중하게 몸을 움직여 그들의 적을, 우리의 아군을 공격하는 저 철의 괴물이 제일 두렵다.
그때, 저 철의 괴물이 우리쪽으로 포탑을 돌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 장면을 멍하게 보고만 있었다. 총탄에 머리가 뚫릴수도 있고, 포탄에 몸이 찢겨나갈 수도 있지만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 그러자 상병이 내 뒷목쪽 옷깃을 잡고 날 낚아챘다. 자식이 있는 아버지라서 그랬을까? 아니면 어디 자기 후배나 잘 해주던 군대 후임이 생각나서 그랬을까? 알 수는 없지만 나는 총조차 떨군 채 그가 낚아채는 대로 넘어져 끌려갔다. 방금 전 까지 있던 내 자리에는 늦은 적의 총탄이 쇄도했다, 그리고 조금 지났을까, 적 전차의 포격이 따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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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시간이 흘러서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내가 일어났을 때는 이미 내 주변은 아수라장이 되어 있는 상태였다. 저 멀리 중국어가 들렸다. 구역은 이미 중국군이 확보한 듯 했고, 아까 선발대에서 후속하는 중국군 병사들이 중국어로 떠들어 대며 수색하고 있었다. 몸을 움직이려고 했으나 말을 듣지 않았다. 폭발 충격이었을까? 거기서 어떻게 살아남았던 것일까? 그리고 나서야 내 몸을 덮고 있는 무거운 시체가 느껴졌다.
아까 그 상병이다. 왼쪽 손목에 차고 있는 시계, 임신한 와이프가 군대에서 잘 쓰라고 사줬다는 까만색 지샥을 차고 있는게 손으로 만져졌다. 아마 전차가 조준하는것을 보지 못하고 날 빼내려다가 포격에 휘말린 듯 했다. 시체가 비교적 온전한데 등이 피로 흥건한 것을 보니 파편을 맞은 탓이다. 나는 그가 나를 빼내려고 쭈그리고 있다가 파편의 상당수를 그가 온몸으로 맞아준 덕에 죽음만은 면한 것이다. 죽지 않겠다고 다짐해놓고 여기서 싸늘하게 누워있는 것을 보니 실소가 나왔다. 거 참. 이 아저씨. 여기서 이렇게 누워있으면 안된다는거 알면서 나랑 장난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치만, 죽은건 죽은 것이다. 아직 식지 않은 몸뚱아리는 피를 흘린채 미동도 하지 않는다.
나의 전쟁은 여기서 끝나고 있는 것일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멀리서 들려오는 중국어가 가까워 질 수록 그런 생각이 든다. 중국군들은 방문을 열고 총 몇 발을 쏴댔다. 가끔 살아있는 병사가 있는 곳에선 교전이 일어나기도 했고, 부상입은 중국 병사가 다급하게 뒤로 후송되는 발소리도 들었다. 나는 죽은 그 상병을 밀어놓고 뒤집어 다리 주머니에 들어있는 수첩을 꺼냈다. 굳이 수첩이 있다고 내게 얘기한 적은 없었으나, 담배갑과 함께 덜렁덜렁 대는게 간혹 보였다. 아마도 와이프한테 쓰는 편지였겠지. 아니면 전선에서의 일기장이거나.
내가 수첩을 꺼내는 사이 아래층 다른 방에서는 폭발음이 들렸다. 한 국군 병사가 수류탄을 까서 중국군과 함께 폭사한 모양이었다. 중국군 뛰는 발소리가 다급하게 들렸다. 중국어는 한마디도 하지 못하지만, 내가 들어도 중국군들이 분노에 차는게 느껴졌다. 이 상태로 걸리면 무조건 사살당할 것이라는 생각부터 들기 시작했다. 공포가 느껴진다. 죽음에 대한 근본적인 공포가 느껴진다. 주변에 널부러진 것들이 총이지만 잡을 용기는 나지 않는다. 생존을 위해 저항할 것인지, 중국군에게 매달려 울며불며 인간애에 대해 어필할 것인지 심히 고민이 되었다. 중국군 부대들은 건물 정리를 위해 계속 건물들을 수색중이고, 나는 이 상태로 있다간 몇 분 지나지 않아 사살당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지금 저 중국군 병사들의 흥분 상태라면 날 사살할 것이 분명했다. 나도 전쟁 직전 포로 대우에 대한 교육은 받아놨지만, 이미 저쪽도 생사를 넘나들고 있기 때문에 포로 대우에 대한 교육이 얼마나 먹힐지는 미지수라고 생각했다. 오만 가지의 경우의 수가 머릿속을 멤돌았다. 중국군을 사살할 경우 후속되는 경우의 수, 내가 총을 들면 저 중국군 전부를 확실하게 사살한 뒤 도망칠 수 있을지?
결과적으로 전투는 생존에 절대적으로 유리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멀쩡하게 팔다리 있는 상태로 중국군에게 손드는 것도 지금은 자살행위에 가까웠다. 그렇다면 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곳, 상대적으로 비어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였다. 사격이 집중될 것으로 판단되어 모두가 진입을 꺼려하던 중앙공원으로 들어가서 나무가 상대적으로 많은 곳에 숨어 있다가 수영을 해 아군 지역으로 넘어가던, 후속되는 착한 중국군에게 손을 들던 하는 것이다. 맨몸으로 도망가다간 저항도 하지 못하도 죽을 것 같아 땅바닥에 굴러다니는 K1 한자루를 툴툴 털어 집었다. 조준에 유리한 도트사이트도 달려 있었다. 그리고 바닥에 굴러다니는 시체를 보니 헬멧 앞부분에 대위 계급장이 달려 있었다. 죽음 앞에서 계급은 평등했다.
그리고 공군 병장은 탈출했는지, 사지가 찢겨나갔는지 이 방에서 보이지 않았다. 아까는 같이 있는 것 같았는데 없는 것을 보니 탈출한 듯 싶었다. 나는 그가 오래오래 살아남길 마음속으로 빌었다. 단 며칠간의 짧은 인연이었지만, 안타까웠던 그의 이야기를 더이상 저런 어두침침한 곳에서 듣고 싶지는 않았다.
중앙 공원으로 나는 조심스럽게 한발 한발 내딛었다. 죽을지도 모르지만, 최소한 시도는 해보고 죽는 것이 좀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감싼다. 우리가 이길 지는 모르겠다. 아마 이번 전쟁으로 우리나라는 사라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까지 사라지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잼다 근데 중공군이면 민간인소개는 굳이 안해도 되지않을까? 중공이 개병신이긴한데 민간인학살은 대놓고는 안할꺼같은데. 그리고 우리의 미구니형님은 걍 방뺌?
124) 1.말이 민간인 소개지 사실상 VIP 빠질 시간 벌라는 거 아니냐?
ㄴ앗...아...듣고 나니 그렇네 ㅋㅋ
이 소설 전개대로라면 나도 좆되기는 매한가지겠고만
솔직히 전작도 그렇고 이것도 그렇고 너무 비현실적이고 극단적인 배경이라 감정이입도 안되고 잘 읽히지도 않는다.
작가는 자기가 쓰고싶은 글 쓰고싶어하고 독자와의 괴리감을 좁히는게 글쟁이의 숙명이긴 한데 솔직히 막 감정이입되는 소재가 아니라 추천은 못주겠음
화자가 누구길레 세종시에 대해 참 잘아네
잘읽었다 띵
문
이 글은 진정한 북경 시민만이 인정하는 글이지 - dc App
아죠시 다음엔 일산그라드에서 짜장면에 저항하는 국군 글써주세요
세종 뚫리기 직전이면 프삼오는 대구로 이동했을거고 교통쪽은 철도 충북선-경부선 일부가 상실, 개판이네 - 아옳옭옳옭
군붕이 아조씨 가능하시다면 다음편은 k2비행장에서 마지막을 맞는 급양병 글 써주세요
주한미군은 뭐하고 있길래 서울까지 먹힘? 비현실-적
앗..아아 이얼싼쯔
주한미군 넣어주시란 말이에오 - dc App
한중전 유니버스 ㅇ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