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직사관이 갑자기 아침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포대원을 생활관에 모으더니 뉴스를 틀게 했다. 자리에 앉은 병사들의 입에서 금방 아쉬운 말들이 튀어나온다. 단 1초도 아까운 개인 정비 시간을 고작 뉴스나 보자고 허비해야 하다니. 병사들 입장에서야 통탄스럴 노릇이다.
하지만 병사들을 돌아보는 당직 사관의 얼굴은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최악의 최악을 경험했던 지난여단평가 때마저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그의 달라진 모습에 병장들 마저도 입을 다문다. 큰 일이 터지기라도 한건가. 생활관에 모인 모두의 마음이 우려로 가득해졌다.
아니나 다를까, 전환 된 화면의 상단 우측에 속보라는 자막이 큼지막하게 박혀 있다. 그리고 가운데에선 정장을 말끔히 차려입은 아나운서가 나직한 목소리로 손에 들린 종이를 읽어 내려 가고 있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정부는 국민들이 전혀 동요 할 필요없이 안전히 보장된 집 내부에서 대기해줄 것을 강력히 권고하였습니다. 콘크리트나 철문을 부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섣불리 지역을 벗어나기 위해 대피하는 것보다 .. \"
화면이 바뀐다. 프로펠러 소리. 헬리콥터 위에서 찍은 영상이다. 카메라맨의 손이 잔뜩 떨리는지 화면이 고르자 못하다. 찍고 있는건 도심의 풍경이었다. 해안가를 따라 곧게 뻗어 있는 마천루들. 산줄기를 따라 줄줄히 늘어서 있는 주택들. 언뜻 난잡해 보이지만 낯설지는 않다. 부산이었다. 전체 풍광을 잡고 있던 카메라가 무언가를 발견한 듯 초점을 확대였다.
어느 번화가의 길거리다. 여름철 관광의 대명사라는이미지 처럼 차도의 검은색 부분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사람들이 빽빽히 늘어서 있다. 하지만 무언가 달랐다. 그 거대한 인간의 물결이 오로지 한가지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앞에 있는 건 검은색 suv다. 차는 사람따윈 안중에도 없다는 듯 가로막는 모든 것들을 짓밞고 지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무언가가 바퀴 밑에 걸린 모양이다. 한순간 균형을 잃은 suv가 방향을 바로잡지 못하고 상가 건물 벽에 처박혔다. 주위 인파들이 금새 suv를 둘러쌌다. 피에 절어 있는 수십 수백개의 팔들이 창문을 두들겨 깨뜨린다. 금새 바스라져 조각나버린 유리들이 차안으로 떨어져내렸다. 그러 고는 안에 있던 운전자와 그 동승자들을 끄집어내더니 비명 소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입으로 살점을 뜯어 먹---
화면이 잡음과 함께 끊기더니 스튜디오로 다급히 전환됬다. 다시 마이크를 건네받은 아나운서가 식은땀을 삐질 흘리며 아까했던 애기를 반복했다.
그때쯤 당직사관이 리모콘을 들어 티비를 껐다. 하지만 모두 움직이거나 말 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넋이 나간 채 꺼진 티비를 멍하니 처다볼 뿐이다. 그만큼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특히 부산이나 그 근방이 고향인 병사들의 얼굴은 완전히 창백하져 염려될 정도였다. 그러나 당직사관도 경황이 없긴 마찬가지인데다가 당장 해줄 수 있는 것도 없었다.
그들에게서 시선을 접으며 당직사관이 말했다.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이지를 잃고 다른 사람들을 물고, 그 사람들은 자기를 물었던 사람들과 똑같은 괴물이 되어 다른 사람들을 물어. 최초에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진 모르지만 불과 1~2시간여만에 부산 일대는 이미 아수라장이고 경남 전체에 관련 신고가 우후죽순으로 발생되고 있다. 겉잡을 수 없게 되면 대한민국 전체가 그 꼴이 되겠지. 그러니 곧 우리 부대에도 대기 며령 이 떨어질거다. 간부들도 모두 출근 준비하고 오고 있어 . 그러니 너희들도 마음 단단히 먹고 지금부터 준비하도록. 군장 싸고 전투복 입고 총기불출 받아. 분대장들이랑 상병장급 인원들은 아래 애들 잘 챙겨주고. 알겠지?\"
\"예.\"
병사들의 입에서 맥빠진 소리가 이어진다. 하지만 지금 상황엔 이것 마저도 다행이었다. 대답은 아직은 통제에 따라 와줄 의사가 있다는 의미였다.
\"그럼 해산.\"
당직사관의 말에 병사들이 각자의 자리로 흩어져 전투복을 꺼내 입는다. 굳게 다물어진 입들 사이에서 옷이 접히는 사각거리는 소리만이 간간히 침묵을 깨뜨렸다.
\"진짜냐?\"
김병장은 들려오는 임병장의 혼잣말에 고개를 돌렸다. 임병장이 고무링을 끼다 말고 손을 멈추곤 형광등을 바라보며 허탈히, 한숨을 내쉰다. 부산 사람이었지. 충격이 클 것이다. 위로를 건넬까 생각한 김병장은 입술을 달싹였지만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가족들 모두 무사하겠지란 격려는 너무 공허한 말아지 않은가. 그리고 무사하지 않다면 그 말의 감당은 또 누가 하여야 할지. 그게 자신이 되고 싶은 생각은 없다.김병장이 머뭇거리고 있는데 이병장이 거든다.
\"그럼 진짜지. 가짜냐.\"
그 직설적인 말에 생활관 병사들이 흠칫 놀라 이일병을 돌아봤다. 미친 놈을 본듯한 시선들이다. 당연하지. 면전에다 대고 네 부모 끝장났어랑 다를게 없는 말이었다. 이병장의 직설적인 성격은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지금에까지 이럴 줄은. 몇몇 병사가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이병장은 주위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임병장의 관물대에서 방탄과 엑스반도를 꺼내 다리 앞에 흩뿌렸다.
\"입어. 분대장이란 새끼가 모범은 못해 줄 망정 무슨 짓이야. 니가 하고 싶어서 한 자리잖아. 어깨에 달려있는 견장은 단순히 포상 휴가 받고 싶어서 단거 였냐?\"
\"...아직 니 일이 아니다 이거냐. 너도 똑같은 상황 당하면 이럴 수 있을 거 같아? \"
임병장이 가래끓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주먹이 바르르 떨리고 울대에 핏줄이 보인다. 속에 담긴 분노가 여실히 느껴졌다. 김병장은 당장 주먹이 나가더라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둘 사이에 껴들려 걸어갔다. 하지만 이병장이 손을 들어 막아선다.
\"적어도 너같이 병신같이 하고 있진 않아.니가 할 수 있는게 뭔데. 지금 당장 탈영해서 국토 횡단이라도 할거냐. 오냐, 운 좋으면 한 일주일이면 집에 도착할 수 있겠네. 근데 너 혼자 가서 뭐하게. 제발 자기 좀 씹어먹어 달라고 고사라도 하게? 그딴 생각이면 정신차려 새끼야.\"
\"야!\"
고함소리와 함께 임병장의 허리가 솟구치며 이병장의 얼굴에 스트레이트를 날린다. 김병장은 기겁하며 임병장의 어깨를 잡아끌었지만 한번 내지른 주먹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고 코를 후려쳤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두줄기 핏물이 허공으로 치솟는다. 코피를 질질 흘리며 이병장이 뒤로 물러섰다. 임병장은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숨을 씩씩 몰아쉬다가 꼴도 보기 싫다는 듯 훽 군장을 잡아채곤 생활관을 빠져나갔다.
\"야 괜찮냐.\"
\"씨발 존나 아프네.\"
김병장이 건네준 휴지로 피를 훔치며 이병장이 앓은 소리를 냈다.
\"그러니까 심란한 사람 속을 건드리고 그래.\"
\"내가 안그랬으면 개 성격에 평생 저러고 있었을걸. 그러면 후임 애들 기분까지 괜히 잡치고. 저 봐 지금은 빡이라도 돌아서 자기 일 하러 갔잖아. 지도 속으론 알고 있겠지. 내 말처럼 아무것도 바뀔 일 없다는거. 아 나도 더이상은 모르겠다. 분대원들 잘하고 있나 감시나 하러 가야지.\"
콧구멍에 휴지를 쑤셔넣은 이병장도 이내 생활관을 나갔다.
\"뭘봐? 니들 일이나 빨리 해.\"
이병장의 말이 정말 효과가 있을지 김병장은 모를 일이다. 그래도 충격은 있었는지 준비를 하는 다른 병사들의 손이 한층 빨라졌다. 이병장의 평상시와 다름없는 모습에 평정심을 느낀건지도 모르겠다.
소설 마지막 시점에서 탄약 지급은 아직 안된거?
그리고 좀비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