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끓는 전장 속
참화의 심연에서
난 겨우 빠져나왔으니
사막의 한복판
무참히 벌여댄 살육은
십자가의 이름 아래서
감히 회개를 구하지 못하겠다.

가래끓는 비명소리.
피비린 내 진동하는 살점들의
마지막 몸부림은
약속된 백작의 자리를 떨치고
흑색 가운을 입은
초췌한 수도사로
살아가라 처절히 울부짖는다.

용서도, 회개도,
구역질 나는 구원 따위
더 이상 구하지 않으련다.
탐욕과 공명심
무너뜨린 생명의 무게를
담담히 짊어진 채로
석청과 메뚜기를 씹으며
지옥의 심판을 나는 기다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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