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도의 북쪽

모 사단 대대 전술 훈련의 날이었다.
나는 4.2" 관측병으로 대대 본부로 파견을 나왔다. 중앙에 큰 지도를 두고 대대장은 대대 정보 장교에게 첫 질문을 던졌다.

"정보 장교, 지도의 북쪽이 어디야?"

"..."

시발... 대대 지휘소 유일의 여군인 정보 장교(중위)가 초등학교 3학년 때 배우는 지도의 북쪽을 대답하지 못했다.

훈련 분위기는 시작 1분만에 조져졌다.

"아니 정보 장교가 뭔 지도의 북쪽도 몰라?"

평소 젠틀맨으로 소문난 대대장이라 산거지 다른 대대장이면 아니, 시발 나였다면 존나게 조졌을 것 같다.

전쟁 나면 이 대대 300명은 저 정보 장교 때문에 전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2. 샤우팅

어쨌든 훈련은 계속되었다.

그러다 지휘소 이동 시나리오가 떴고, 우리는 포차에 타서 다음 소산지로 이동했다. 물론 나는 혼자 대대에 파견 나온 신세라 그냥 다들 가길래 따라갔다. 점심 먹고 졸릴 타이밍에 포차를 타니까 ㅈㄴ 졸렸다. 잠깐 자고 일어났는데 나보고 여기라고 내리란다.

내렸는데 나만 떨구고갔다. 생전 한 번도 본적 없는 포병 부대였다. 그렇다 난 길을 잃고 낙오되었다.

"씨발"

일단 999K 롱테나 꽂고 우리 4.2" 파견대에 통신을 시도했다.
이론상 8km 안에 있으면 받을 수 있다.

"화랑 화랑 여기는 담배 담배 입감 양호한지?"

"..."

아무런 연락이 없다. 좆됨을 탐지하고 일단 터벅터벅 걸었다. 몇 분 뒤 포상 위에 사람들이 보였다.

다행히 아군이었고 아까 만난 대대장과 참모진이었다. 대대장은 포상 위에서 소나무 껍질을 뜯으면서 놀고 있었다. 그렇다. 무전병 한 명 없이 단체로 낙오해서 할 일이 없었던 것이었다.

내가 가니까 다들 ㅈㄴ 좋아했다. 물론 나를 좋아한게 아니라 내 등에 달린 999K를 보고 좋아한 것이다.

다행히 근처 아군 보병 중대랑 교신이 되었다. 그런데 그쪽 중대가 뭐 음어낭을 안보고 있는건지 내가 그쪽이 어디냐고 말해도 못 알아들었다. 대화는 다음과 같았다.

"여기는 화랑 귀측 어디인지?"

"... 재송 바람"

"여기는 화랑 귀측 어디인지?"

"화랑 확인 감도 양호(?)"

이딴 대화가 한 3번 오가니 드디어 대대장은 인내심을 잃었다.

"야!!!! 너네 어디냐고!!!!!!!!"

갑자기 수화기를 뺏어든 대대장의 샤우팅에 반경 8km 통신이 일제히 무선 침묵에 들어갔다.

1년 같은 10초가 지난 후 다행히 수화기 넘어로 중대장이 직접 통신하며 다행히 우리는 그 부대에 듣고 싶었던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역시 중령 이상급 짬밥이 되면 음어고 나발이고 무전기에 샤우팅을 지를 수 있다.

3. 벙커

또 그렇게 어찌어찌 수습해서 다른 부대에 지휘소를 차렸는데 지휘소에 적 포탄 낙하 상황이 떨어졌다. 다들 급하게 옆에 있는 방공호로 피신한다고 우당탕 난리가 벌어졌다.

근데 나는 여기 남아 있으라고 한다. 죽은건 아닌데 그냥 있으라고 해서 있었다. 폭풍 같은 5분이 지나고 화장실에 다녀온 상사(진) 포술 담당관님이 텅 빈 지휘소로 오셨다.

"..? 다들 어디로 갔냐?"

"지휘소 포격 맞았다고 옆 벙커로 대피했습니다"

"난 왜 버리고 가? 그리고 거기 통신 안되는데?"

포술 담당관님은 담배를 멋있게 꺼내들었다.

"에이 씨발 그럼 난 뒤진거니까 담배나 피워야지"

그렇게 포술 담당관님은 오늘 훈련 중 최고의 전술 판단을 몸소 보여주셨다.


4. 대대장님 쐈습니다!

훈련 중반 대대는 치열한 포격전에 들어갔다.

대대장이 새로운 좌표에 4.2" 포격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그 좌표는 포진과 표적간의 거리를 보니 최대 사거리를 훨씬 넘긴 요청이었다.

대대 화력운용장교님에게 사거리 초과라고 보고 드렸다. 그 뒤 대화는 다음과 같았다.

"어 그래? 사거리 초과야? 알겠어"

"... 대대장님 쐈습니다!"

"?"

우리 4.2" 박격포는 10km 날아가 적을 맞춘 세계 유일의 KM30 4.2" 박격포가 되었다.

그 때 포진에서 FDC가 이 좌표 유효하지 않으니 지우겠다는 식의 통신을 날리려 했다. 난 옆옆 자리에 있는 대대장님이 들을까봐 잠깐 999K 수화기를 뽑았다. 화력운용장교님이 조용히 따봉을 날리셨다. 아무리 생각해도 존나 훈장감이다.

*모든 이야기는 창작이며 실화가 아닌 망상입니다.
이 이야기는 2016년으로 설정한 소설이며, 대한민국 육군이 아닌 가상의 서방측 부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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