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을 해방시킨 다음에 우리 부대의 조선인들 가운데는 '중국 혁명의 임무를 완수했으니 조선으로 가자'고 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심지어 부대를 이탈해 조선으로 도주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부대에서는 우리에게 적당한 시기에 조선으로 보내준다고 하면서 아직은 중국의 절반을 국민당이 점령하고 있으므로 그들을 완전히 소멸해야 한다고 교육을 했습니다. 중경을 해방시키고 얼마 되지 않아 상급 부대에서 긴급이동이라고 하면서 우리를 화물 기차에 태우고 동북으로 갔습니다. 신의주에 도착해서야 우리는 조선에 왔다는 것을 알고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처음 밟아 보는 고국 땅이지만 어쩐지 낯선 감은 없었습니다. 기차역에서 본 조선들의 모습은 상당히 여유가 있어 보였습니다. 우리는 차 안에서 인민군 복장으로 갈아입고 곧 송림으로 갔습니다. 그때 우리는 사상적으로는 철저하게 공산주의 이념으로 무장되어 있었기 때문에 조선을 '해방'시키는 것이야말로 신성한 임무라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동만 출신들은 '김일로(신설대 대장)를 잡자'고, 남만 출신들은 '정일권을 잡자'고 구호를 부르면서 대한민국은 친일파들이 집권하고 있는 미국의 괴뢰정권이라고 생각했지 조금도 동족상잔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유병호. (2002). 중국 조선족 제1세대 역사학자 박창욱. 한국학, 25(2) 247~248.




심지어 한국땅 밟아본 적도 없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