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를 연결하는 위치에 있으며, 태평양으로 뻗어가는 전략적 요충지다. 일본열도 최서단에 위치한 요나구니섬과 대만 쑤아오까지 거리는 110km에 불과하고, 필리핀 루손섬의 북쪽 끝은 대만 최남단과 350km 거리에 있다.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분쟁에 군사력을 투사하기 쉬운 위치에 대만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대만은 중국의 해공군력이 제1도련선을 돌파해 태평양으로 뻗어나가는 디딤돌이다. 현재는 면적 3만 6,200 제곱킬로미터의 방파제가 중국 푸젠성 앞에 버티고 있는 형국인데, 만약 대만이 베이징 손에 떨어진다면 이는 중국으로선 광활한 태평양으로 나가는 관문이 열리는 것과 다름이 없다. 반대로 미국 관점에서 볼 때 대만은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막는 저지선과 방어선이다. 대만을 가리켜 "거대한 용의 목에 걸린 자물쇠"라고 표현하는 중국 군사 분석가(주 팅창)도 있다. 특히 대만을 발진기지로 삼는다면 미국은 상하이, 항저우 등 중국 중부 연안에 군사력을 투사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미국에게 대만은 침몰하지 않는 항공모함인 것이다.

대만의 지정학적 가치는 물리적인 것도 있지만 더 본질적인 것은 심리적 인식적 측면이다. 만약 미국이 대만을 지켜주지 못한다면 아시아에서 미국의 지위는 어떻게 될까? 대만을 포기한 미국이 필리핀이나 일본을 지켜준다는 것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 또는 대만을 둘러싼 미중 충돌에서 미국이 승리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만약 중국이 대만을 장악한다면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지위는 크게 손상될 것이다. 동아시아 우방국에 대한 미국의 방위 공약은 의심받을 것이고 많은 나라들이 더욱 중국의 영향력에 취약해질 것이다. 결국 동아시아에서 미중 간 세력균형이 베이징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변경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대만을 양보한 이후에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입지가 흔들리지 않으려면 적어도 두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는 필리핀과 일본이 대만과 다르다는 점을 해당 국가에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타이베이는 포기했지만, 마닐라와 도쿄는 저버릴 수 없는 강력한 미국의 국익이 있다는 점이 설명될 수 있어야 대만 상실로 인한 손상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중국은 핵보유국이므로 만일의 경우 핵전쟁을 감수할 수 있다는 결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대만과 달리 필리핀과 일본이 핵전쟁을 삼수해서 지킬 가치가 있음을 미국의 지도자와 국민들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다. 만약 이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대만 상실은 곧 동사이아와 서태평양에서 미국의 패권적 지위 훼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출처: 세 개의 전쟁, 김정섭 저, 프시케의 숲, 2024년, 22, 250~25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