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천리 사단본부로 처음 찾아갔을 때 수류탄 2개씩이 모두에게 지급되었는데 그나마 앞의 사람들에게는 흔히 볼 수 있는 미제 수류탄이 주어졌지만, 뒤의 사람들에게는 언듯 겉모양은 비슷했으나 안전핀이 없이 끈 같은 줄이 연결되어 줄을 뽑으면 폭발하게 되어있는 처음 보는 국산 수류탄이 지급되었다고 한다.

문제는 심지라고 해야 할지 뇌관이라고 해야 할지... 애매한 줄이 심어진 몸통 위쪽 안의 화약을 덮은 부분이 금속이 아닌 두꺼운 한지로 덮여져 있었다는데 있었다.


비에 젖어 한지가 제 기능을 못하게 되면서 하나 둘 씩 숲속으로 굴려버리는(...) 군인들이 생겨난 것이었다. 언제 터질지 불안했기 때문이다.


정작 투척했을 때도 불발율이 적지 않았으니 중공군의 방망이 수류탄보다 나을 것이 없었다는 것이다.

어떻게 그런 걸 수류탄이라고 지급했는지, 제대로 작동하지도 않는 수류탄으로 어떻게 싸우라고 했는지 한심스럽기만 하다.

그 뒤 다시는 그 꼴을 볼 수 없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정양섭 <어이없는 참전기> p107-108




해당 증언에서 언급된 수류탄은 과연 어디에서 생산됐고, 언제까지 사용된 것인가? 실물로 남아있는게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