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다시 전장으로
그럼 본문을 요약 했으니, 2016년 부터 이후의 내용을 다루고 있는 에필로그를 한번 살펴보자.
전쟁은 2015년에 끝난 것이 아니라 그 성격만 바뀌었을 뿐이었다. 오히려 더 다루기 힘든 전쟁이 되었다. 탈레반의 입장에서 2015년의 난제는 ISAF가 해체되고 2014년 대선을 통해 카불과의 정치적 합의를 모색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었고, 탈레반의 주요 후원국이던 파키스탄이 이 기회를 잡으라 강요 했었다는 점이었다. 탈레반은 이 평화 정착의 가능성을 놓고 서로 싸웠고, 그동안 카불의 아슈라프 가니 새 정부는 귀중한 시간을 얻었다.
여기서 이 에필로그의 첫머리에 담긴 의미는 상당히 섬뜩하다. 이는 탈레반이 2015년 초에 이미 아프가니스탄에서 승리할 수 있는 물질적 능력을 갖추고 있었으며, 단지 내부분열로 인해 승리를 방해받았을 뿐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필로그의 이 부분(그리고 실제로 이후 다루게 될 에필로그의 전반부)은 2019년에 출간되었던 초판에도 있었으며, 당시에 이런 종류의 주장은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었다. 오늘날 우리는 이제 뒤늦게나마 주스토지의 주장이 사실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공화국은 썩어 문드러져있었기 때문이다.
주스토지는 2015년 사전 회담의 실패로 인해 탈레반이 다시 전쟁터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2016년의 논의를 시작한다. 이 시점에서 탈레반 내부에는 세라주딘/시라주딘 하카니(Serajuddin/Sirajuddin Haqqani)가 이끄는 '군사 파벌', 즉 '매파'와 악타르 만수르가 이끄는 '정치 파벌', 즉 '비둘기파' 라는 두 개의 뚜렷한 파벌이 등장하기 시작했었다. 전자는 내전에 대한 굉장히 근대적인 군사적 해결책의 가능성을 믿고 추구한 반면, 후자는 기존 이슬람 공화국과 보다 전통적인 파슈툰식의 정치적 합의를 추구했다. 허나 2015년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 및 미국 간의 일련의 사전 회담을 통해 탈레반은 아슈라프 가니가 그 어떤 종류의 평화 합의에도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것 깨달았다. 이로 인해 비둘기파, 더 나아가 파키스탄 ISI 후원자들도 협상을 가능케 하기 위해선 본인들의 입지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즉 전장에서 성공을 거두어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2015년 당시 탈레반의 명목 최고 지도자이자 비둘기파의 지도자 악타르 만수르 (좌), 매파의 지도자 세라주딘 하카니 (우)
만수르의 사진은 1998년 독일에서 촬영되었다. 하카니의 사진은 2023년 인터뷰 도중 촬영되었다.
이는 자연스럽게 매파 세력의 강화로 이어졌고, 2016년이 되자 세라주딘 하카니가 ISI의 호감을 얻고 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2015년 8월 만수르는 본인을 중심으로 한 권력 집중화를 촉진하기 위해 하카니를 제2부총재로 임명했었지만, 2016년이 되자 하카니는 파키스탄의 지원을 낙아채 모든 군 관련 위원회를 감독하면서 사실상 퀘타 슈라의 실질적인 지도자로 성장해있었다. 2016년 3월 만수르는 하카니의 영향력을 상쇄하기 위한 이란의 후원을 모색하고자 이란으로 도망쳤다. 허나 이 권력투쟁은 상당히 허무하게 끝난다:
2016년 5월 21일 퀘타 슈라로 돌아오던 중 만수를 발루치스탄에서 미국 드론에 의해 사망했기에, 그의 권력 투쟁 시도가 어떻게 되었을지는 영영 알 수 없게 되었다.
만수르의 후계자인 하이바툴라 아훈드자다(Haibatullah Akhundzada)은 이로 인해 상당히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지게 된다. 그러나 그는 빠르게 적응했다. 하이바툴라는 탈레반의 두 주요 후원국 이란과 파키스탄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했는데, 주로 파키스탄 자금이 탈레반의 내부 결속력에 미치는 과도한 영향을 상쇄하기 위해 이란을 이용하려고 시도했다. 주스토지는 하이바툴라의 이러한 행동을 '후원 관리 전략'으로 설명하며, 그가 지도자 자리에 오른 후 2년 반 동안 탈레반에서 보여준 리더십의 특징이라고 설명한다.
1990년대 하이바툴라가 사용했다던 여권 사진
하이바툴라는 비둘기파로써 만수르가 시작했던 이슬람 공화국과의 정치적 합의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했지만, 2016년 당시 이는 하카니 일가에게 상당한 정치적 양보를 하는 것을 의미했다. 주스토지는 이어서 2016년 탈레반의 공세, 특히 도시들에 대한 공세 작전들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 주스토지의 평가에 따르면 탈레반의 2016년 군사 작전들은 서류상으로는 많은 성공을 거두었지만 실제로는 탈레반, 특히 군부 세력에게 큰 좌절을 안겨주었다고 한다. 2016년 탈레반의 공세들은 지역 수도와 도시에 대한 새로운 정면 공격이 특징이었고, 탈레반은 일부 도시를 거의 점령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러한 정면 공격은 미국을 자극하여 대아프간 지원이 약화되고 아프간 개입을 엄격한 비전투 훈련 임무로 만들려던 미국 정치 지도부의 생각을 바꾸어, 오히려 미국을 다시 현장으로 복귀하게 만드는 결과를 유발했다.
탈레반의 군사력은 그 동안의 성공과 발전에도 불구하고 2016년에는 도시에서 미 공군과 특수부대에 적절히 대응할 수 없었다. 탈레반의 대규모 재래식 병력은 접근 과정에서 높은 피해를 입었고, 설사 도시에 진입해도 미국의 반격 작전과 항공 폭격으로 격퇴당했다. 게다가 IS의 지속적인 위협과 이란의 영향력 확대로 인한 내부 반발과 마찰, 그리고 무엇보다도 하이바툴라의 후원 관리 전략 덕분에 이란을 통한 러시아의 탈레반에 대한 영향력의 증가로 인해 탈레반의 작전들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주스토지는 당시 탈레반이 사실상 "두 개의 전선에서 싸워야 했었다"고 이 상황을 서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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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망설임의 해
2016년의 공세가 매파가 약속했던 결정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파키스탄 후원자들은 2017년에는 또 다시 마음을 바꿔 모든 재래식 전투 작전을 동결할 것을 요구했다. 2017년에 탈레반은 다시 비대칭 게릴라 전술로 돌아갔다. 하짐나 2016년이 쓸모 없는 해는 아니었다. 2016년의 교훈을 바탕으로 탈레반 내부에선 중요한 전술적 혁신이 촉진되었는데, 주로 도시에 대한 공격이 실패한 이유를 분석하면서 이루어졌다:
미군 공습에 노출되지 않고 도시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침투 전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탈레반 내부에서 형성되었다. 일단 도시에 진입하면 규모는 작지만 잘 훈련된 탈레반 병력이 건물에 숨어 시민들과 섞일 수 있었다. 이러한 전술을 위해 탈레반은 소규모 작전에 훈련된 특수부대 사르 케타(Sare Qeta)를 창설했다.
이것이 바로 탈레반 특수부대 '레드 유닛'의 기원으로, 전쟁 후반기에 더욱 중요한 역할을 맏게 된다. 주스토지는 있다가 레드 유닛들에 대해 더 자세히 다룬다.
가장 유명한 탈레반 레드 유닛인 Badri 313 대대의 사진. 2021년 8월에 촬영되었다.
이런 전술 혁신에도 불구하고 전략 차원에서 2017년 동안 탈레반은 하이바툴라와 세라주딘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조직이 마비되었다. 하이바툴라는 자신의 정통성 부족으로 인해 매파 세력뿐만 아니라 자신의 비둘기파 세력 내 급진적인 '평화파'의 위협을 받는 불가능한 입장에 처하게 되었다:
하이바툴라는 제대로 된 탈레반 의회에서 선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통성이 약했다. 2017년 내내 세라주딘에게 공개적인 권력 도전을 받으면서 동시에 의회를 개최하고 제대로 된 임명을 받아야 한다는 압박이 크게 증가했다. 하이바툴라는 세라주딘과 같은 강력한 적 후보에 맞서 자신만의 지지층을 확보할 수 있을지 몰라 망설였다. 반면 하이바툴라가 반쪽짜리 합법적 지위에 집착하는 것에 대한 보복으로 세라주딘은 자신의 부하들과 하이바툴라 사이의 모든 군사적 협력을 중단했다.
이 시점에선 세라주딘이 퀘타 슈라의 기동군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었다는 점을 기억하자. 이는 사실상 하이바툴라에게 직접적 힘이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반면 2017년이 되자 하이바툴라의 정치적 후원 관리 전략 성공을 거두었다. 앞서 언급한 대로 하이바툴라는 파키스탄 자금에 더 많이 접근할 수 있게 되었고, 파키스탄의 승인 없이는 세라주딘에게 이 돈을 주고 싶어도 줄 수 없게 되면서 하이바툴라는 세라주딘의 이런 물리적 권력을 상쇄할 수 있었다. 그 결과 탈레반은 유의미한 대외적 활동을 하지 않은 채 2017년을 허비했다고 주스토지는 평가한다. 세라주딘은 하이바툴라가 가진 돈이 필요했고, 하이바툴라는 세라주딘의 병사들이 필요했지만 이 둘은 탈레반의 미래에 대한 합리적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서평추 잘 읽고 있음
ㄳㄳ. 아직 한글 번역이 없는게 아쉽긴 한데 영어가 되거나 나중에 번역되서 들어오면 꼭 완독 해보는거 강추함
아프간 전쟁에 대한 국역서가 잘 나오지 않아서, 이런 서평이 너무 좋은 거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