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탈린의 생각을 파악해 보기 위해 1945년 5월 말 해리 홉킨스가 모스크바를 방문했다. 홉킨스는 원래 루스벨트 대통령의 오른팔이었다. 상무장관으로 뉴딜정책 실행에 핵심역할을 했다. 2차대전이 발발하자 루스벨트의 특사가 되어 처칠, 스탈린과 의견을 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트루먼도 그의 능력을 믿어 모스크바에 특사로 보낸 것이다. 홉킨스는 건강이 좋지 않았지만 트루먼의 요청을 수용해 스탈린을 만났다. 홉킨스는 일본을 어떻게 다뤄야 한다고 보는지 물었다. 무조건 항복을 받는 방안, 일본에 일정한 양보를 해주고 타협하는 방안 가운데 어느 쪽을 선호하는지 질문한 것이다. 스탈린은 무조건 항복을 받아야 한다고 답했다. 일본 군사력을 완전히 파괴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천황제도 폐지해야 한다고 보았다. 천황을 장식물로라도 존속시켜 두면, 실제 권력을 행사하려는 인물이 천황자리에 앉았을 때 위험해진다고 생각한 것이다.
홉킨스와의 면감에서 나타난 이와 같은 스탈린의 생각은 두 가지 의미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스탈린이 실제 일본의 완전한 패망을 지향했다는 점이다. 스탈린은 일본이 무조건 항복을 수용하지 않고 저항할 경우 독일처럼 완벽하게 파멸시켜야 한다고 홉킨스에게 말하기도 했다. 미국, 영국과 함께 망한 일본을 공동 점령할 생각도 하고 있었다. 다른 하나는 태평양전쟁을 연장할 의도도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소련이 준비의 시간을 쏟고 있는 동안 전쟁이 끝나면 소련은 이권을 챙기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었다. 그래서 미국으로 하여금 일본과 타협하지 말고 무조건 항복만을 요구하고, 일본은 여기에 불응해 항전을 계속하면서 전쟁이 계속되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래야 종전 전에 소련이 참전해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었다.
출처: 전쟁 속 외교, 안문석 저, 2024년, 전북대학교출판문화원, 147~148쪽
전후 루마니아나 헝가리 등지에서 어떻게 전후처리 했는지 보면 천황제 폐지는 당연한 수순이었는데 군주의 전범 회부는 그 뽈갱이 점령지에서도 안한거라 무리수이긴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