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단의 문제는 항상 늘 그렇듯 본인들이 뭔 짓거리를 하는지 알려줄 생각이 없었다.
물론 대대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그럴 것이 하루가 멀다하고 작전을 바꿔대는 통에 중대장들은 지휘소로 불렀다가 돌려보내면 그 사이에 새로운 지시사항이 내려오곤 했다. 더군다나 ATCIS가 있는 여단-대대와 달리 FM무전망으로 교신하는 대대-중대의 특성상 전파가 어려웠다.
KCTC를 뛰어보면 알겠지만 상급부대의 지시사항, 명령이 일선 병사들에게 전달되기를 바라는 건 사실 드문 일이다. 능력 있는 지휘관이라면 와우 공대장 마냥 수시로 상황을 파악하고 브리핑을 하고 예하 지휘관, 지휘자들에게 체계적으로 명령을 전달하겠지만 안타깝게도 한국군의 고질적인 문제점은 지휘관이 명령을 받고 나면 그 명령은 지휘관의 머리 속과 지휘소에서 울려퍼지는 공허한 메아리로 그치곤 했다.
어떻게든 중대장한테 명령이 들어가도 중대장이 KCTC에서 한가하게 상황판에 붙어있는 아스테이지에 물펜과 유성펜으로 형형색색으로 도색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국군의 고질적 문제 중 하나는 그놈의 상황판인데 보병학교 교관들이 가르쳐 주는 이 상황판이라는 것은 탁상지휘, 삽질 지휘의 결과물로서 교관들 본인들도 KCTC에서 제대로 못하면서 가르치기만 할 줄 아는 짓이었다.
속 된 말로 사단장이나 여단장이 시찰할 때 얼마나 중대장이 잘하고 있는 지를 보여주기 위한 물건이라고나 할까. 당연히 중대장 상황판이 그런데 소대장 상황판이 최신화 되어있기를 기대하는 건 나무 아래 누워서 열매가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꼴이다.
100년 전 조지 C. 마셜이 미 육군 보병학교 교수부장이던 시절 예하 교관들이 지휘할 때 일부러 지도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짓을 하던 걸 생각하면 얼마나 국군이 생각 없는 지를 잘 알 수 있다. 그 교관 중 하나가 오마 브래들리다. 서경석 장군의 전투감각도 보면 지도를 못 꺼내게 하는 부하들이 나오는데 이유가 미군과는 다르지만 실전적 지휘가 뭔 지를 한번 쯤 생각해보게 하는 일화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KCTC 훈련이 한참 진행되던 도중 대령까지 1차 진급한 우리의 여단장은 본인의 전설적인 전투감각을 발휘하여 이미 2차례 새로운 작전을 지시한 상태였다. 물론 대대는 1번으로 인지하고 있었지만.
그러던 중 상황전파가 들어왔다. 여단에서 대항군 습격조에 의해 공병대가 습격 당했고 공병대 상황판이 노획되었다라고 하며 기존 작전계획이 노출되었으니 기존 상황판을 폐기하고 새로운 작전을 지시할테니 대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근데 사실 곰곰히 생각해보면 공병대는 보병대의 엄호와 요청에 따라 지뢰지대만 개척하는 것이 주 임무였다. 그리고 FM망 하나 들고 여단이랑 다이렉트로 교신하며 작전통제 되는 현 상황과 여단의 함흥차사 행태, 그리고 KCTC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노획된 상황판이 최신화 되어있을 가능성은 내가 군대에서 여친을 만드는 상황만큼 가능성이 없었다.
그리고 대대 지휘소에서 "걔네 상황판이 과연 최신화된 상황판일까요?" 라는 한마디가 울려 퍼졌다. 범인은 대대 정보장교(학군)였다. 과학화 훈련단 소속 관찰통제관(학사)은 마시던 커피를 뿜었다. 정작과장(육사)은 대대장의 눈치를 봤다. VTC가 켜져 있던 탓일까... 대대장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몇 분 뒤 통제관은 이어폰으로 상황을 파악하더니 정보장교를 향해 엄지척을 시전했다.
이 썰은 창작입니다. 아무튼 창작임.
어디서 봤던 거 같은 썰인데 또 봐도 재밌네
그래서 다들 알아서 잘 싸워야 ㅋㅋㅋㅋ
임무형 지휘체계가 정답 맞음. 실전에서 제대로 전달될리가 없지
군갤대회라고 제목에 수정바람
수정함 ㄳ
글 잘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