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9년 6월 16일

  독일 연방 공화국 헤센주 빌트플렉켄

  68기갑연대 1대대 A 중대 1소대

  에단 필립스 중위




  시도 때도 없이 비가 내리고 날이 개면 화창한, 풍경이 아름답지만 자유 진영과 공산 진영의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는 나라, 서독은 나의 첫 파병지다.

  평시 였다면 물좋고 땅좋은 최고의 근무지 중 하나였겠지만 지난주 동독과 소련이 국경인근에서 대규모 기동훈련을 걸어버리는 바람에 휴가가 몽땅 짤리고 훈련량이 늘어버렸다.

  짤린 휴가로 인한 좆같은 기분을 뒤로하고 장비점검, 훈련, 식사, 점호로 이어지는 일과를 마치고 장교 생활관으로 돌어왔다.

  스트레스를 풀겸 담배나 한대 할까했지만

  PX에 담배가 안들어와서 남은 3갑으로 입고 때까지 버텨야했기에 참았다.

  장구류를 벗어 던지고 침대에 몸을 던졌다.

  망할놈의 침대는 더럽게 불편했지만 하루종일 한 기동 훈련과 장비 정비로 인한 피로는 불만을 잠식시키고 취침하게 만들었다.

  -웨에에에에에에에엥

   씨발

  누운지 얼마나 되었다고 갑자기 경보가 울렸다.

  가끔가다 중대장이 새벽에 비상을 거는 일이 있긴했지만

  이 경보는 예정된 일이 아니었다.

  지친 몸을 이끌어 걸어둔 전투복을 다시 챙겨입고 지통실로 뛰었다.

  간부 생활관은 지통실에서 제일 멀리 떨어져있는 곳이라 조금 뛰어야했다.

  병사 생활관에서 뛰쳐나와 방공호로 뛰는 병력들을 지나쳐 지통실에 도착했다.

  이미 지통실에는 이미 직속상관 해리스 대위와 2소대장 오헤어 중위, 3소대장 핸더슨 소위가 와있었다.

  “이제 오냐?”

  “제 생활관이 가장 멀리있는거 아시잖습니까, 어쨌든 무슨 일입니까?”

  “몰라, 아직 파악중이야”

  지통실을 둘러봤다.

  당직이었던 D 중대장 잭슨 대위는 유선 전화 수화기를 붙잡고 있었고, 당직병들도 이리저리 움직이며 부산스러웠다.

  다년간의 군생활로 얻은 감각이 분명 무슨일이 일어날것 같다는 신호를 보내왔다.

  곧 잭슨 대위는 긴장한 표정으로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경계초소가 상공에 미상의 발사체를 다수 포착했고 아군의 방공망이 대응 중이라는데?”

  씨발

  진실이 아니길 빌며 창문으로 가서 커튼을 걷자, 붉은 유성들이 추락하고

땅에서 솟구쳐 오른 또 다른 별들이 떨어지는 유성을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폭음이 들렸다.

  -펑

   공습이었다.

  그 광경을 본 중대 간부들과 함께 방공호를 향해 뛰어갔다.

  방공호는 이미 대피한 병력들로 가득차있었다.

   구석에 앉아있던 부소대장 헨리 중사가 와서 상황을 물었다.

  “소대장님, 무슨일 입니까?”

  “공습입니다. 놈들이 미사일을 쐈어요”

  “씨발”

  “소대원들에게 전파 하십쇼. 곧 있으면 출동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소대장님”

  잠시뒤 시끄럽게 울리던 공습경보가 끊기고 영내 방송이 울리기 시작했다.

  -전대원에게 전파한다. 현시간 부로 데프콘1이 발령 됐다. 전대원은 지휘관의 인솔하에 지금 즉시 주둔지에서 이탈하여 사전에 계획된 집결지로 이동할것, 이건 훈련이 아니다. 반복한다….-

  “......”

  잠도 못자고 상황이 터져서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지만 여기서 담배 태우고 자빠져있을수는 없었다.

  “1소대 주목!”

  “예!”

  “출격이다! 주기장가서 시동걸어!”

  “옛슴다!”

  주어진 운명에 맞서는 수밖에

  방공호에서 뛰쳐나와 간부 생활관으로 달렸다.

  관물대에 준비해둔 군장을 챙기고, 탁상에 올려둔 가족사진과 럭키스트라이크를 챙겨 가방에 쑤셔 넣었다.

 다시 나와 생활관에서 나와 주기장으로 뛰어갔다.

  수많은 전차들과 장갑차를 지나쳐 우리 소대의 주기장에 도착했다.

  먼저 도착한 소대원들이 전차에 탑승하며 출격 준비를 했다.

  -위이이이잉!

  1500마력 가스터빈 엔진들에 시동이 걸리면서 특유의 소리가 주기장 곳곳에서 들렸다.

   주기장 한켠에 주차된 소대장차 “Abracadabra”에 올라타, 포탑후방의 바스켓에 군장을 잘 결속하고 큐폴라를 통해 전차 안으로 들어갔다. 

  전차 내부의 차장용 조준경과 각종 패널, 버튼과 바로 앞자리에 앉은 포수, 마크 병장과 장전수 제프 일병이 보였다.

  “중위님, 많이 늦으셨지 말입니다.”

  전차장석 옆에둔 CVC 헬멧을 인터컴에 연결한 다음, 착용 했다.

  헬멧의 무거운 무게가 목을 짓눌렀다.

  -당소 에이블 1-1, 에이블 1 상황보고-

  -에이블 1-2 준비됨-

  -에이블 1-3 준비됨-

  -에이블 1-4 잠시 대기…준비 완료!-

  -각단차 기동실시, 소대장차가 선도한다.-

  가스터빈 소리와 궤도가 굴러가는 소리를 내며 전차들이 주기장을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주둔지 밖으로 나가기 위해 영내도로를 따라 이동하자, 분주하게 움직이는 아군들이 보였다.

   보병들이 군장을 챙겨 나와 M113의 후방램프를 향해 뛰어갔고 전투 지원 중대의 병력들은 탄약고를 개방해 탄약을 불출하고 트럭에 적재했다.

  위병소를 통과해 빌트플렉켄 시내로 나오자 잠에서 깬 주민들이 서성였다.

  아마 폭음소리에 잠이깬 모양이다.

  곧 주민들은 시내를 가로지르는 수많은 전차와 장갑차를 보곤 다시 집안으로 들어갔다.

  시내를 빠져나오자 칠흑같은 어두운 숲을 가로지르는 도로가 나왔다.

  평소 기동 훈련때도 사용하는 도로였지만 가로등 하나 없어 어두운 도로는 여전히 적응이 안됐다.

  하늘에서 울리는 폭음소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빈도가 줄었고, 어느덧 더이상 들리지 않았다.

  적이 공격을 종료 되었거나, 아군의 대공 미사일이 전부 소모 되었거나. 

  뭐든 별로 좋은 일은 아니다.

  곧 우리 소대에게 할당된 집결지에 도달했다.

  집결지인 RP 1은 빌트플렉켄 북쪽, 게스펠트의 외각 이었다.

  공터에 전차를 세워두고 대기하자 중대장이 브리핑을 시작했다.

 -에이블 6가 모든 에이블에게 전파한다.

적의 다수의 탄도탄이 국경인근의 아군 주둔지와 후방에 투발되었으며 풀다의 11ACR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고 한다.

현재 바트 헤르스펠트에서 11 ACR 3대대가 국경을 넘은 동독군과 교전중이고 우리도 곧 적과 조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준비 단단히 하도록.-

  휴가도 짤리고 야밤에 휴식도 못하소 전쟁이 발발했다는 소리를 듣고 있으니 스트레스로 미쳐버릴것 같았다.

  아껴둔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쓰으으읍……후우”

  담배연기가 입안에 퍼지며 조금 진정이 되었다.

  “중위님 괜찮습니까?”

  장전수 제프 일병이 말을 걸었다.

  “잠도 못자고 튀어나와서 전쟁이 났다는 소리를 듣고있는데 퍽이나 정상이겠냐?”

  인터컴 으로 승무원들이 하나둘 말을 걸었다.

  “전 조금만 더 있으면 전역인데 저 니미씹할 빨갱이들 때문에 다 망쳤지 말입니다. 

서러우니까 저 새끼들 면상에 철갑탄이나 꽂아야 겠습니다.”

  포수 마크 병장은 이번 파병이 끝나면 전역할 예정이었다.

  “뭐 다들 이정도는 예상했잖습니까? 우리 아버지, 할아버지들도 비슷했을겁니다.”

  댄 상병은 전역 짤린 불쌍한 인간에게 위로 랍시고 말했다. 

  -에이블 1, 에이블 6 귀측 MSR로 곧 독일군 335대대 관측반이 지나간다는 통보가 있었다. 이상-

  -확인했다 에이블 6, 이상-

  뒤를 돌아보자, 우리가 왔던 도로로 차량 2대가 접근했다. 

  독일제 ILTIS 소형 전술차량 이었다. 

  1대가 대열 선두에 있던 우리 전차로 접근했다. 

  “eins! Nein. 하나!”

  “다섯!”

  합수어 였다. 

  “소속이 어디요?”

  “미육군 68 기갑연대 1대대, 귀측은?”

  “독일 연방군 335 장갑곡사포 대대”

  차창 밖으로 몸을 내민 선탑자는 독일어 억양이 가득 섞인 발음으로 말했다.



  평시였다면 신경도 안썼겠지만 전시상황이니 상대가 빨갱이인지 아군인지는 확인 해야했다.



  335 대대는 인근에 주둔한 독일군의 자주포 대대다.



  아군인게 확실했다. 



  “관측소를 설치하러 가는거요?”


  “ja!”


  “조심하십쇼 헤르스펠트가 이미 공격 당하고 있습니다.”



  선탑자는 알았다는 듯이 끄덕이고 다시 차를 몰아 떠났다.



  그들이 가고 5분 가량 지났을 무렵 다시 무전이 들어왔다.



  -당소 에이블 6, 명령하달 한다.


우리는 작전계획에 따라 포펜하우젠으로 간다.

가장 남쪽에 있는 에이블 3부터 MSR 3330을 이용해 포펜하우젠의 확인점 12 방면으로 기동할 것, 그 다음 에이블 2, 에이블 6, 에이블 1 순서로 차례로 기동 한다. 이상-


  -에이블 3 확인-


  -에이블 1 확인-


  -에이블 2 확인-



  전차장석 옆에 둔 지도판을 꺼내 들었다. 



  우리 소대의 집결지 후방에 이어진 MSR 3330은 북서쪽 포펜하우젠으로 이어졌고 


  포펜하우젠의 서쪽으로 뻗은 MSR 3307을 통해  7번 고속도로와 66번 고속도로 방향으로 갈 수 있었다.



  이 두 고속도로는 요충지로, 적이 독일 깊숙히 진격하려면 반드시 이용해야하는 곳이었고 풀다와 포펜하우젠은 적이 고속도로로 진출하기위해 먼저 거쳐야하는 곳으로 우리는 이곳에서 지연전을 펼쳐 아군의 증원이 올때까지 버티는게 계획이였다.



  포펜하우젠은 언덕으로 둘러싸여 있고, 언덕 너머로는 넓은 평원이 펼쳐져 멀리서 부터 접근하는 적을 관측하고, 저지하기 적합했다.



  -에이블 3, RP 1 통과중, 이상-


  -확인했다, 에이블 3, 에이블 2, 귀소 차례다. 이상-


  -에이블 2 확인-



  차례로 3소대, 2소대, 중대본부가 우리 후방으로 지나가고 비로소 우리가 차례가 됐다.



  -에이블 1 기동하겠음, 이상-


  -확인 에이블 1, 이상-


  -각 단차 시동걸어! 이동한다!-



  조용히 잠들어 있던 강철의 괴수는 굉음을 울리며 다시 기지개를 펴고 움직였다.



  처음 RP로 들어왔던 길을 따라 MSR 3330으로 나왔다. 



  어둠이 짙게 깔린 밤에 가로등하나 없는 길은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댄, 시야 잘 나오냐?”


  “일단 야간투시경을 쓰고 있긴한데. 시야가 좆도 안보입니다. 마치 스티비 원더가 된거 같군요”


  “기갑학교 수석의 실력 발휘 좀 해봐”


  “옛슴다 소댐”



 큐폴라를 열고 뒤를 돌아 소대원들이 잘 따라오는지 확인했다.



  3대의 전차는 모두 잘 따라오고 있었다.



  -모든 에이블 1 단차, 상황보고 할것-


  -에이블 1-2 이상없음-


  -에이블 1-3 새로온 신병이 멀미해서 한번 쏟은거 빼곤 문제 없습니다. 이상-


  -에이블 1-4 문제 없슴다. 이상-


  -확인 했다. 에이블 1-1 이상-



  20여분 가량 이동하자 확인점 12 인근에 도착했다.



  끝없이 이어진 도로 한켠에 큰 A가 스커트에 그려진 중대장의 지휘전차와 중대본부의 차량들이 보였다.



  -에이블 1, 귀소는 확인점 11을 점령할것, 이상-


  -확인했다 에이블 6-



  확인점 11은 확인점 12번 보다 북쪽에 위치한 고지로, 북서쪽에서 동쪽으로 이어진 458번 국도와 마을 외각의 숲을 감시할 수있는 위치였다.



  다시 도로를 따라 확인점 11로 이동했다.



  -에이블 6, 에이블 1 확인점 11 점령, 소대 배치하겠음-


  -확인했다. 에이블 1-



  확인점 11의 고지위에서 사격과 관측에 용이한 위치에 소대를 분산 배치했다. 



  큐폴라 밖에서 야간투시경으로 본 확인점 11 인근의 풍경은 폭풍전야라는듯이 매우 조용했다.



  들리는건 오직 시끄럽게 울리는 전차의 엔진소리 뿐이었다.



 큐폴라에서 내려와 우리 승무원들을 확인했다.



  방금전만 해도 농담을 던지던 제프는 손에 낀 장갑을 만지작 거리며 쉼호흡을 하고있었고 마크는 손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조준기를 보고있었다.



  방금전만 해도 모두 호기롭게 농담을 했었지만 모두들 긴장하고 있었다.



  “TC! 12시 방향 차량 접근중! 거리 1100!”



  영원하길 바랬던 고요가 끝났다.



  전차장용 조준경을 들여다보자 밝은 연녹색으로 표현된 물체가 북서쪽 458국도에서 튀어 나왔다. 



  형상을 보아 BRDM으로 보였다. 



  두대의 BRDM이 도로를 따라 내려오더니 도로 주변에 산개하고 정차했다.



  아마 진격로를 정찰하러 나온것 같았다.



  -에이블 1-1, 에이블 1-3 적 차량 식별, 공격합니까?- 


  -잠시대기, 에이블 6 당소 에이블 1, 확인점 11번 기준 북서쪽 458 국도에서 접근하는 적 차량 식별, 공격 대기중 이상.-


  -에이블 1 당소 에이블 6, 교전을 허가한다.-


  -확인, 각 단차 사격대기 800까지 접근하면 교전할것, 이상-


  -확인



  고작 BRDM 2대만 이곳에 올리가 없었다.



  이곳으로 적의 후발대가 올게 분명했다. 



  기대에 부응하듯 곧 도로를 따라 차량들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다수의 장갑차와 전차였다.



 전차들은  장갑차를 엄호하려는 듯이 대열에서 빠져나와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1..2..3..4..5….”



장갑차 6대와 전차 3대,


우리보다 수는 많았지만 전차만 제압하면 나머지는 쉽게 제압할 수 있었다.



  -에이블 6 당소 에이블 1, 6대의 APC와 3대의 적전차 조우, 교전 실시 하겠다.-


  -확인했다 에이블 1, 이상-


  -에이블 1 단차들에게, 교전을 허가한다. 빨갱이 새끼들한테 여기가 누구 구역인지 확실히 알려주도록,  전차 부터 노려라, 이상-


  -에이블 1-2 확인-


  -에이블 1-3 확인-


  -에이블 1-4 확인-


  “장전수 날탄 장전!”



  제프가 뒤에 있던 버튼을 눌러 방폭문을 개방하고 탄약고에서 은색 포탄을 꺼내 약실에 밀어넣었다.



  “장전 끝!”


  


  포탄을 완전히 밀어넣자 폐쇄기가 약실을 폐쇄했다.



  “포수 날탄 적 전차!”


  “표적 식별! 조준 끝!”



  포탑이 회전하고 거대한 주포가 아래로 기울어졌다.



  “쏴!”


  “On the way!”


  -쿵!



  전투실의 절반을 차지하는 거대한 주포가 폭음을 내며 뒤로 후퇴함과 동시에 탄피를 배출했다. 



  조준경을 강력한 후폭풍이 일시적으로 가리고, 주포에서 빠져나간 포탄이 초속 1500m의 속도로 붉은색 빛을 내며 날아가 적 전차의 정면에 직격했다.



-콰광!


  직격당한 전차는 사방으로 불을 뿜으며 폭죽 처럼 폭발했고, 다른 전차들 또한 아군이 쏜 포탄에 맞고 하나둘 순서대로 격파 됐다.



  정속으로 주행하며 천천히 도로를 따라 내려오던 장갑차들은 전차가 폭발하자 킬존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주변이 빽빽하게 들어찬 숲이어서 장갑차 같이 큰 차량이 피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



  “장전 끝!”


  “다음 표적!  적 장갑차! 선두에 있는 놈 부터 잡아!”


  “조준 끝!”


  “쏴!”


  “On the way!”


  -쿵!



  다시 한번 포탄이 날아갔다.



  열화우라늄으로 만들어진 길이 63cm 강철의 화살은 마찰로 뜨거운 파편을 만들어내, 엔진을        박살내고, 장갑을 관통해 반대편으로 뚫고 나왔다.



  장갑차에 타고 있던 보병들이 유폭으로 불타오르는 장갑차 안에서 탈출했지만, 몸에 불이 붙어 길바닥 위에서 고통에 몸부림쳤다.



  선두가 격파돼 길이 막힌 장갑차들은 사격장의 표적처럼 격파되었다.



  장갑차와 전차가 모두 격파 당하자 대열 후방에 있던 BRDM의 승무원들은 벗어나지 못한 다는걸 알았는지 장갑차를 버리고 숲으로 도주했고, 장갑차가 격파되기 전에 뛰어내려서 살아남은 보병들도 도주하기 시작했다.



  “포수 COAX(COAXIAL MACHINE GUN, 공축 기관총)!, 적 보병!”


 “COAX로 교체! On the way!”


-투두두두두둑!, 투두두두두두둑!



  포수가 주포 옆에 장착된 기관총을 조작해 사격했다. 



  5발에 한발 꼴로 들어있는 예광탄은 공상과학 영화의 레이저 처럼 붉은 빛줄기를 남기며 날아갔고 깊은 숲속을 향해 뛰던 보병들에게 죽음을 선사했다. 



  마치 기갑학교에서 실사격 훈련을 하는것 같았다.



  -에이블 6, 당소 에이블 1 현재 가용가능한 화력지원 있는지? 이상-


  -에이블 1 귀측의 표적이 무엇인지?-


  -적 보병이다. 이상-


  -자체 화력으로 제압하면 되지 않는지?, 이상-


  -적들이 숲에 숨어버려서 교전이 불가하다. 이상-


  -확인, 대대 화기 소대의 4.2인치 박격포반이 가용가능하다, 이상-


  -확인-



  -이지 1, 당소 에이블 1 감명도 확인한다. 감도 어떠한지? 이상-


  -당소 이지 1, 명도 5 잘들린다 이상.-


  -이지 1, 당소 에이블 1 사격임무를 요청한다. 위치, 확인점 11번 기준 북쪽 1000m 수목선상, 표적, 적 보병 무개보병, 확인했는지 이상-


  -확인했다 에이블 1, 표적, 확인점 11번 북쪽 1000m 수목선상의 무개 보병, 사격 실시하겠다.-


  -확인-


  -당소 이지 1, 사격 임무, 탄종 고폭탄, 초탄 1발 띄웠다. TOT 20초. 이상-



  20초뒤 머리 위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고 포탄 한발이 숲에 착탄했다. 



-쾅!



  착탄한 포탄은 강렬한 화염과 함께 사방으로 금속과 나무 파편을 흩날렸다. 



  -이지 1, 당소 에이블 1, 초탄 명중, 동제원 효력사 실시할 것 이상-


  -확인 했다. 에이블 1, 탄종 고폭탄, 효력사 12발, TOT 20초. 이상-



 다시 한번  20초가 지나자 바람소리와 함께 다수 포탄이 떨어지기 시작 했다.  



-펑! 퍼벙! 펑!



  땅위의 보병을 확실히 살상하기 위해 박격포탄은 지상에서 9-10 미터 위에서 폭발해, 반경 40미터를 파편으로 뒤덮으며 땅을 헤집기 시작했다.



  적 보병 무리 하나가 살상 범위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근처에서 포탄이 터져 파편을 맞고 찢어져 버렸다.



  병신들.



  포탄이 모두 떨어지고, 남은건 포격에 박살난 나무와 찢어진 시체 뿐이었다.



  -이지 1 당소 에이블 1, 표적 제압 성공, 이상-


  -확인했다. 에이블 1-


  -에이블 1 각 단차 상황보고, 이상-


  -에이블 1-2 이상없음-


  -에이블 1-3 이상없음-


  -에이블 1-4 이상없음- 



  전차장용 원격조종 포탑을 돌려 기종을 식별하기 어려웠던 장갑차를 관찰했다.



  장갑차에 발생한 화재덕에 실루엣을 명확하게 볼수있었다.



  전면부가 튀어나와있는 차체 형상과 작고 납작한 포탑, 소련제 BMP였다.



  BMP의 포탑 해치에는 탈출하지 못하고 죽은 승무원의 시신이 불타고 있었고, 뒤에 달린 보병용 출입구 쪽에는 공격을 받고 쓰러진 보병의 시체들이 쌓여있었다.



 “......”



  다시 포탑을 조종해 대열 후열에 있던 전차를 관찰했다.



  납작하고 둥근 포탑, 포탑의 크기에 비해 길고 커다란 포신, 낮은 전고가 인상적인 T-72 전차였다.



  T-72 역시 해치에서 연기가 새어나왔고 어떤 T-72는 유폭 됐는지 포탑이 분리되어 전차옆에 뒤집어져있었다.



  T-72 주변에도 탈출하다가 죽은 승무원이 전차 옆에 고꾸라진 채 불타고 있었다.



  만약 우리 전차가 격파된다면, 우리또한 저런 모습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전차 승무원이라는 보직의 특성상, 승무원이 맞이할 운명은 2가지다.



  포탄의 파편과 폭압과 유폭으로 몸이 산산조각나고 구워지거나, 전차에서 탈출하더라도 적의 공격에 노출되어 죽거나.



  시체하나 멀쩡하게 남기기 힘들다.



  아직 우리차례가 오지 않은걸 감사하며 전차장 좌석에 잠시 기댔다.



  “TC! 12시 방향 열원 포착!”



  이 망할 빨갱이들은 쉴틈조차 주지 않았다.



  처음 적이 등장했던 국도에서 새로운 적이 출현했다. 



  -에이블 1-3 적 차량 식별! 교전 하겠음!-



  발포 명령을 내리려던 차 우리 보다 먼저 에이블 1-3이 발포 했다.



  부소대장이 쏜 포탄은 적전차에 직격했고 먼저 간 친구들 처럼 유폭되면서 해치를 통해 불기둥이 치솟았다.



  하지만 파괴된 적 전차 뒤로 새로운 적전차가 등장했다. 



  놈은 우리가 쏘기전에 먼저 우리를 향해 발포했다.



  발사된 포탄은 완만한 곡사를 그리며 날아와 부소대장 근처에서 폭발했다.



  “포수 날탄! 쏴!”


  “On the way!”


  -쿵!



  빠르게 반격했다.



  포탄이 명중했고, 폭발이 일어나진 않았지만 해치를 통해 연기가 새어나오는것이 보였다.



  -에이블 1-3! 에이블 1-3! 들리나!-


  -괜찮습니다 소댐! 다행히 안 맞았습니다.-



  다행히도 부소대장은 무사했다. 



  적이 조준거리를 짧게 잡았는지 바로 부소대장의 전차 바로 앞 언덕에 크레이터가 생겼다.



  곧 적 전차의 승무원이 해치를 열고 격파된 전차에서 빠져나왔다.


  


  우리 소대원을 공격해놓고 어딜 도망가려고.



  “포수 COAX!, 저 개새끼들 쏴버려!”


  “On the way!”


  -투두두두둑!



  다시 한번 공축 기관총이 불을 뿜었고, 탈출한 적 승무원들은 도망치다 등에 총알이 박혀 쓰러졌다.



  이제서야 완전히 교전이 끝난걸로 보고 중대장에게 보고하기위해 무전을 걸었다.



  -에이블 6 당소 에이블 1, 접촉한 적 APC와 전차 제압, 피해 없음, 이상-


  -당소 에이블 2! 적 대규모 병력이 MSR 3307을 따라 남하중!!! 지원을 요청한다! 이상!-



  무전망에서 에이블 2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다급한 목소리 너머로 포성과 폭음이 들렸다. 



  -최대한 버텨라 에이블 2, 지원을 보내겠다.-


  -빨리 보내십쇼! 이 새끼들 끝이 없습니다! 이상!-


  -알겠다 에이블 2, 에이블 1! 소대 분할해서 에이블 2를 지원하라. 이상-



  에이블 2, A중대 2 소대는 확인점 11에서 북동쪽으로 약 2km 정도 떨어진 지점에서 방어중이었고 그들과 가장 가까운건 우리 1 소대 뿐이었다.



    -확인했다. 에이블 6, 당소가 직접 가겠다. 에이블 1-3반이 남아서 현위치 사수할것 이상-


  -에이블 1-3, 확인-  



  부소대장과 에이블 1-4를 남겨두고 에이블 1-2와 함께 고지에서 내려와 서쪽으로 기동하기 시작했다.



  고지를 내려오자 넓은 평원이 나왔다.



  여기서 부터는 아군이 없었기에 주변을 혹시 모를 적을 경계하면서 나아갔다.



  몇분간 주변을 경계하며 이동하던 중 조준기에 무언가 실루엣이 보였다. 



  포탑이 달린 것처럼 보이는 형상이 좌측방의 언덕 너머로 올라왔다. 



  무엇인지는 몰라도 적어도 아군이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



  “포수 왼쪽!, 왼쪽!! 적 차량 출현!!!”



  포수가 다른 곳을 경계하고 있어서 강제 조종 레버를 이용해 포탑을 적방향으로 돌렸다. 



  “On the way!!”


  -쿵!



  포탑을 갑작스럽게 돌아갔음에도 당황하지 않고 빠르게 적을 조준한 마크 병장이 명령을 내리기도 전에 발포 했다. 



  포탄은 명중했고, 차량은 유폭으로 화재가 발생하면서 형체를 명확히 볼수있었다.



  전차였다.



  “저거 씨발 전차 잖아!”



   열영상으로 표적을 식별한 마크가 인터컴으로 소리쳤다.



   그리고 불타오르는 전차 뒤로 또 다른 전차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에이블 1-2!, 10시 방향 적 기갑차량 출현! -


  -식별했다 1-1!, 포수!, 쏴!-


  -쿵



  좌측에 있던 에이블 1-2가 발포 했다.



  묵직한 폭음과 함께 날아간 포탄은 언덕을 오르면서 차체 하부를 노출한 적전차에 명중했고, 적전차는 유폭되면서 주변을 밝게 물들였다.



  적 전차 2대를 격파했지만 방어선에 침투한게 고작 2대가 끝일리 없었다.



  어딘가에 또 다른 전차가 있는게 분명했다.



  “마크, 아직 적이 있을 거니까 감시 똑바로….”


  -쾅!


 


 갑자기 큰 폭음과 함께 충격이 전차를 덮쳤다.



  차체가 흔들리며 머리를 큐폴라에 박았다.



  “씨발…..”  



  헬멧을 썼지만 고통이 그대로 전해져왔다.



  고통 때문에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뜨자 똑같이 충격을 받은 승무원들이 보였다.



  다행이었다.



  장갑이 관통되면 보이는 화재나 파편 같은게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아직 살아있었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마이크를 잡았다.



  “마크! 좌측방 적전차! 빨리 쏴! 쏘라고!”


  “끄윽…On the way!!!!!”

  -쿵!



  좌측으로 포탑이 돌아가고 포성과 함께 탄피가 배출되었다.



  “적 전차 격파!!”



  우릴 쏜 전차는 역으로 우리에게 격파되었다.



  제프는 정신을 이제서야 차리고 탄약고에서 포탄을 꺼내 장전했다.


  


  -에이블 1-1! 소댐! 괜찮습니까!? 소댐!-


  -당소 에이블 1-1, 괜찮다 에이블 1-2, 장갑에 막힌것 같다. 이상 -



  무전이 끝나자 에이블 1-2는 우릴 지나쳐 적전차가 넘어온 언덕으로 기동하더니 언덕 아래로 주포를 조준하고 발포했다.



   주포를 쏘자 언덕 너머로 강렬한 빛이 번쩍이고 잠시뒤 연기가 피어올랐다.



  -당소 에이블 1-2, 적전차 격파, 추가적으로 식별되는 적 없음-


  -확인했다 에이블 1-2, 이상-



  전차장 좌석에 등을 기댔다.



  죽을 뻔 했다.



  아드레날린 때문인지 심장이 미친듯이 뛰었고 손이 떨려왔다.



  “....”



  떨리는 손을 붙잡고 쉼호흡을 하며 몸을 진정시켰다.



  -에이블 6, 당소 에이블 1 적전차들과 조우, 적전차 4대 격파, 피해없음, 속행하겠다.이상-


  -에이블 1 굿킬, 굿킬 계속 속행할것 이상.-


  -에이블 1 확인-



  우리가 조우한 적 전차 소대는 2소대의 후방을 노리기 위해 우회하여 들어온 병력인것 같았다.



  조금만 더 빨리 이동했다면 불타고 있는건 적이 아니라 우리 였을수도 있었다.



  “....”



  적전차들의 잔해들을 지나쳐 이동했고, 마침내 2소대의 후방에 도달했다. 



 조금더 가까이 이동하자 2소대의 상황을 알수있었다.



  2 소대의 방어선 위로 수많은 예광탄이 빗발쳤다.



  2 소대의 전차들은 언덕 위에서 포탑만 내민채 적을 향해 사격하고, 엄폐하고, 다시 사격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최대한 적을 저지 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중과부적이었는지 적전차 2대가 언덕 아래로 돌아 방어선을 우회하고 있었다.

  “포수 날탄! 적 전차! 좌측 언덕아래!” 

  “표적 식별!”

  “쏴!”

  “On the way!!!”

  -쿵!

  우회하려는 놈들 부터 막아야 했다.

  언덕을 올라오던 적전차가 포탄에 맞자 아주 성대하게 폭발했다

  예상치 못한 공격을 받은 다른 적전차는 포탑을 돌리다 에이블 1-2가 쏜 포탄에 관통당해 똑같이 폭발했다.

  -에이블 2, 당소 에이블 1-1 귀측 후방에 도착했다, 이상-

  -당소 에이블 2! 와줘서 눈물나게 고맙다! 이상!-

  -에이블 1-2, 따라오도록, 우리는 적을 측면에서 공격해 적을 몰아낸다. 이상-

  -확인 1-1, 이상-

  “댄! 전차를 언덕 아래로 몰아!”

  “확인했슴다 소댐!”

  무게 60톤짜리 육중한 전차가 언덕을 넘어 무게에 걸맞지 않는 속도로 언덕 아래로 미끄러지듯 내려갔다.

  언덕 아래로 우회하자 이미 2소대가 격파한 수많은 전차와 장갑차 그리고 아직 살아서 2소대를 향해 포탄을 날리는 적 전차들이 보였다.

  “포수 날탄! 적전차!”

  “표적 식별! 조준끝!”

  “쏴!”

  “On the way!!!”

  -쿵!

  측면을 드러낸채 언덕을 오르던 T-72가 차체 측면을 피탄당해 포탑의 해치로 불을 뿜어댔다.

  공격을 알아챈 다른 적 전차가 급히 포탑을 돌려 우릴 향해 포를 쐈지만, 성급했는지 포탄은 포탑 위로 스쳐 지나갔다.

  우릴 죽이지 못한 적전차는 뒷걸음질 치듯 후진했지만 이미 늦었다.

 “장전끝!”

 “On the way!”

  -쿵!

  장전되자마자 발사된 포탄은 적 전차의 측면을 비집고 들어가 전차를 유폭시켰다.

  2소대는 압박하던 적 전차 여럿이 격파돼 틈이 생기자, 그 틈을타 적을 적극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정면과 측면에서 공격이 몰아치자,적의 공세선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쏟아지는 공격에 많은 전차가 격파되자 적은 연막을 살포했다.

 연막으로 시야가 차단된 틈에 후퇴하려는것 같았다.

   “조종수 밟아! 저 새끼들 그냥보내면 안돼!”

   “확인했슴다!”

   이대로 그냥 보내줄수는 없다.

  -위이이이이이잉!

   시속 60km로 급가속한 전차는 순식간에 연막차장을 우회했다.

  연막을 우회하자 적 전차 2대가 후방 경계 조차 하지 않고 도주하는게 보였다.

  “포수!”

  “조준 끝!”

  “쏴!”

  -쿵!

  포탄이 적 전차 후방에 내리꽂혔다.

  피탄된 적 전차는 예상대로 화려하게 폭발하며 멈춰섰고, 도주하던 다른 전차는 차체 까지 돌리면서 포탑을 돌리려 했지만 뒤따라온 에이블 1-2에게 격파 당했다.

  -에이블 2, 괜찮나?-

-당소 에이블 2 괜찮다. 에이블 1, 후우…조금만 늦었다면 뒤질뻔 했다.-

  에이블 2의 목소리에서 거친 숨소리가 느껴졌다.

  고작 4대의 전차로 수십여대의 장갑차와 전차를 상대로 치열한 교전을 벌였으니 그럴만했다.

  큐폴라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주변을 둘러봤다.

  주변에는 격파된 전차들과 장갑차로 가득했다.

  대충 세어보았을 때 2개 중대 규모쯤 되보였다.

  “조종수 차 돌려, 2소대 쪽으로 간다”

  “옛슴다.”

  감상을 마치고 2소대의 위치로 되돌아가려는 순간 기이한 소리가 머리 위에서 들렸다.

  -휘이이이이잉

 주변에서 폭발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콰광!

  “적포탄 낙하!!, 조종수 전진! 빨리!!”

  적의 포격이였다. 

  -쾅! 콰광! 쾅!

  주변에 포탄이 계속해서 작렬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파편들이 전차의 장갑을 두드렸고, 강한 충격이 전차를 뒤흔들었다.

  -쾅!

  “으윽!”

  가까운 곳에 포탄이 떨어져 전차가 심하게 요동쳤다. 

  큐폴라에 달린 관측창 절반이 파편에 맞아 깨졌고, 원격 포탑의 조준기에도 파편이 박혀 금이 갔다.

  -콰광! 쾅!

  -에이블 1-2! 상황보고!-

  -당소 에이블 1-2! 피해없음! 이상!-

  다행이도 우린 방어선 밖에 있었기에 떨어지는 포탄의 수는 적었지만, 포격은 위치가 노출된 2소대에게 집중적으로 빗발쳤다.

 -쾅! 콰광! 콰광!

  “이런 씨발”

  수많은 포탄들이 2소대 머리 위로 떨어지며 주변의 모든걸 갈아엎었다.

  -2소대! 응답하라! 에이블 2!-

 -당소 에이블 2-1, 포격에 피탄당해 궤도가 이단됐다. 기동불능, 그리고…. 2-4가 포격에 당했다.-

  그 포격에 피해가 없을리가 없었다.

  2소대의 전차 4대중 2대가 손실됐다.

  2소대의 방어선에 도달하자 전차하나가 포탑이 완전이 파손된 채 불타오르고 있었다.

  에이블 2-4, 브래들리 코너 하사는 올해 예비역으로 전환해 본토로 돌아갈 예정이였다.

  결혼까지해서 자식도 있던 사람이었다.

  씨발.

  “TC! 12시 방향! 적 기갑 차량 다수 출현!”

  추모할 겨를도 없이 적군이 다시 몰려왔다.

  “포수 날탄! 적 전차! 저놈들 완전히 올라오면 쏴버려!”

  적이 이미 파괴된 잔해 뒤에서 아군과 포탄을 주고 받기 시작했다.

 -에이블 6! 당소 에이블 3! 다수의 적 전차들과 장갑차 발견! 교전하겠다!-
 -적 전차! 12시 방향!! 저거 잡아! 잡으라고!!-
 -차량 내 화재 발생! 탈출해! 탈출하라고! 끄아아아아악!!!!-
-에이블 3-3이 맞았다! 반복한다, 에이블 3-3이 당했다! -

 헤드폰이 폭발할 것처럼 여러 소리를 출력했다.

  놈들이 본격적으로 몰려오고 있었다.

  -펑

  깨진 큐폴라의 잠망경을 통해 밝은 빛이 들어왔다.

  머리위에서 조명탄들이 터졌다.

  빛으로 위치를 식별한 적들이 포탄을 더욱 맹렬히, 정확하게 퍼붓기 시작했다. 

 -펑! 퍼벙! 쾅!

  적과 교전하던 에이블 1-2의 포탑에 적의 포탄이 직격했다.

  -당소 에이블 1-2! 포수 조준기 파손! 예비 조준기로 전환해 교전하겠다!-

  -확인점 12로 퇴각해라 에이블 1-2, 어차피 야간이라 예비조준기로는 교전못한다.-

  -...알겠습니다 소댐, 에이블 1-2 이상-

  전차 1대가 소중한 상황에 에이블 1-2가 전투 불능에 빠졌다.

  그나마 격파 당하지 않은게 다행이지만 이젠 전차 3대로 적을 막아야한다.

  -쾅!

  적전차가 쏜 포탄이 전차를 뒤흔들었다.

  아까전과 달리 적응했는지 다들 아무렇지 않게 충격을 버텨냈다.

  “On the way!”
  -쿵!

  적전차는 우리와 다르게 포탄을 막아내지 못했다.

  -쿵! 쿠궁! 

  2소대의 생존한 전차들의 주포가 끊임없이 불을 뿜었다.

  몇번더 적과 포탄을 주고받자 더 이상 포탄이 날아오지 않았다.

  1차 공세때 전차를 많이 소모했는지 전차 수가 많이 적었다.

  소매를 걷어 시간을 확인했다.


  3시 30분이였다.



  매캐한 화약냄새가 전투실 안에 가득차 큐폴라를 열고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오자 시원한 바람이 얼굴에 맺힌 땀을 말렸다.




  주변을 둘러보자 칠흑 같은 어둠속에서 모닥불 처럼 불타는 잔해들이 능선을 따라 이어졌고



  그 너머 높은 밤하늘에선 짧게 작은 불빛이 번쩍이고 땅으로 유성이 추락했다.  



  공군 친구들도 저기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것 같았다.



  이제는 강철의 관이 되버린 브래들리 하사의 전차를 바라봤다.



  전차는 여전히 불에 타고 있었다.



  시신은 커녕 유류품하나 건질수 없어 보였다.



  “.....”



  다시 전차 안으로 돌아왔다.



  전차 내부는 여전히 매캐한 냄새와 뿌연 연기가 가득 차있었다.


  


  제프는 몇 십분 동안 20kg 포탄을 장전하느라 땀을 뻘뻘흘리며 숨을 헐떡이며 자리에 멍하니 앉아있었다.


 


 마크는 머리를 박고 있던 조준경을 소매로 닦으며 성경구절을 외우고 있었다.



  “여호와여 멀리하지 마옵소서. 나의 힘 이시여 속히 나를 도우소서…”



  너무나도 피곤했기에 좌석에 기대 몸을 늘어뜨렸다.



  몇분뒤 무전이 들어왔다.



  -에이블 6가 전파한다. 적의 공세를 저지하는데 성공했지만 대대가 아이헨젤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기동이 불가능한 장비는 전부 파기하고 확인점 12에서 재집결할것 이상-



  드디어 철수명령이 떨어졌다.



 전차를 잃은 오헤어 중위와 그의 승무원들을 전차위에 태우고 2소대와 함께 언덕에서 내려와



   시가지에서 작업중인 공병대를 지나 MSR 3307과 3330이 겹치는 교차로에 도달했다.



  교차로에는 후퇴하는 아군의 차량들로 가득했다.



  M728 공병전차와 트럭으로 이루어져있는 것으로 보아 게스펠트에 있던 54 공병대대 소속인것 같았다.



  후퇴하는 대열을 따라 확인점 12로 가자 갓길에서 대기중인 우리 중대의 전차들이 보였다.



  먼저 와있던 부소대장이 포탑위에서 손을 흔들었다.



  -에이블 6 당소 에이블 1-1, 도착했다. 이상-


-확인했다, 에이블 1, 에이블 3가 곧있으면 도착하니 대기하도록, 이상-


-확인-



  MSR 3307을 따라 후퇴하는 병력을 바라보며 대기하고 있자 멀리서 전차들이 다가왔다.



  에이블 3였다.



  3소대는 상태가 심각했다.



  4대중 3대만 돌아온 3소대는 피탄흔이 없는 전차가 없었고, 포탑과 차체에 파편이 잔뜩 박혀있었다.



  한대는 아예 포신이 없었다.



  3소대가 우리 앞을 지나쳐 가자 포탑위에 멍하니 있는 3소대장 핸더슨 소위가 눈에 들어왔다.



  평소에도 밝은 인상이었던 소위는 못본 사이에 무표정한 얼굴이 되었다.



  모두 집결한걸 확인하고 철수하기 시작했다.



  -쿵…쿠궁 


  산발적인 폭음이 계속해서 들려왔다.



  아군의 것인지 적군의 것인지 알수는 없지만



  누군가 죽음을 맞이한 것은 틀림 없었기에



  폭음 너머로 마치 들리지도 않는 단말마가 들려오는듯 했다.



  “....”



  소매를 걷어 시간을 확인했다.


  


  04:03


  


  한 6시간쯤 지난것 같았지만 고작 4시간 밖에 지나지 않았다니.



  “하아…”



  도대체 얼마나 더 이런 지옥을 견뎌야하는 것인가.



  이 빌어먹을 하루는 너무나도 길었다.




  






- dc official App

- dc official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