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까지 부활호의 주날개 폭이 제원표에 근거하여 12.7 m인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진자료를 통한 측정 결과는 실제 부활호의 주날개 폭이 알려진 것보다 더 짧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제부터 적을 내용은 지난 한국항공우주학회 2024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사항을 좀더 상세히 풀어낸 것입니다.

지난 2024년 11월 14일 한국항공우주학회 2024년도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내용입니다.관련논문: 『최초 국산 동력항공기 부활호 원형기의 제원 오류와 수정된 주날개 제원을 반영한 기본 성능해석 결과』 (한국항공우주학회 2024 추계학술대회 논문집, 451~4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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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부활호의 주날개 폭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제가 처음으로 발견한 것이 아닙니다.
제가 아직 『최초 국산 경비행기 부활호』를 저술 중이던 2020년 말, 현 직장(당시에는 아직 입사 전이었음)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되었는데 내용이 상당히 충격적이었습니다.
"우리 측에서 부활호 주날개 폭을 계산해 보니 12.7 m보다 더 짧은 것 같다."
당시까지만 해도 알려진 제원에 오류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있었던 터라 곧바로 가지고 있는 자료들을 가지고 맞는지에 대한 여부를 파악하기 시작했고, 저도 곧 그 말이 맞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부활호의 정면을 멀리서 촬영한 사진이 있었고, 현재 부활호의 원본 동체는 복원기를 통해 그대로 남아 있으므로(복원기에 원형기의 동체 기골을 그대로 사용했으므로) 원형기의 동체 폭만 제대로 알 수 있다면 사진에서 보이는 비율을 통해 부활호 원형기의 주날개 폭을 알 수 있을 것이리라 생각되었습니다.
그런데 부활호 동체 폭을 어떻게 구하느냐가 문제였습니다.
『최초 국산 경비행기 부활호』 집필 당시 제81항공정비창으로부터 제공받은, 부활호 복원기 도면이 있었으나 원본 dwg 형식(부활호 복원기 도면은 AutoCAD로 작성되었습니다)이 아닌 이미지 형식의 PDF 파일로 되어 있어 정확한 치수를 재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입니다. CAD 파일 그대로였다면 dimlin 명령어만 있으면 곧바로 잴 수 있었을텐데요.
그런 문제 외에도 현 직장에서의 조언도 있었고 해서 『최초 국산 경비행기 부활호』 출간 당시에는 부활호의 주날개 폭이 실제로는 10.7 m 내외로 생각된다고 적었습니다.
그런데 책을 출간하고 세월이 지난 뒤인 대략 작년쯤,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됩니다.
문화재청, 그러니까 지금의 국가유산청이 지금 공군박물관에 전시 중인 부활호 복원기에 대해 3D 스캔을 실시했다는 것입니다.
그동안은 등록유산 및 국가중요과학기술자료로 선정되어 함부로 손댈 수 없게 된 부활호의 동체 폭을 자를 대고 측정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는데요. 행여나 측정과정에서 기체가 손상되면 무지막지한 벌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설령 기술적으로 기체에 손이나 자가 닿지 않게끔 해서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손 쳐도 공군박물관이 그걸 허락해 줄지도 미지수고요.
만약 3D 스캔을 실시했다면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명 동체 폭도 정확히, 비접촉적인 방법으로 측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부활호의 3D 스캔 데이터를 얻으려고 했습니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문화재청 측에서 현재 보유 데이터들을 점검 중에 있어서 당장은 데이터를 내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결국 해당 데이터가 완전히 개방될 수 있을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려야만 했습니다. 지금은 되겠나 싶어서 연락을 하면 언제까지 기다려 달라 언제까지 기다려 달라... 하는 이야기만 계속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5월, 문화재청이 국가유산청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국가유산 디지털 서비스 홈페이지가 개장하였고, 부활호 복원기의 3D 스캔 데이터가 공개되었습니다.
https://digital.khs.go.kr/record/recordDetail3D.do?ichDataUid=13915000659438000139
국가유산 디지털 서비스,대국민 공개 통한 과거/현재/미래 공존의 가치를 디지털로 담다. 역사의 숨결을 지키고 미래의 가치를 더합니다. 국가유산 가치 창출을 위한 데이터
digital.khs.go.kr
https://digital.khs.go.kr/record/recordDetail3D.do?ichDataUid=13915000659438000139
저는 곧바로 해당 3D 스캔 데이터에서 부활호의 동체 폭부터 실측했습니다.
3D 스캔 데이터상 동체 폭은 801.739 mm로 측정되었습니다. 이런저런 오차를 감안하면 대략 0.8 m 정도 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더 발생합니다.
FreeCAD를 가지고 1953년에 촬영된 부활호 정면 사진을 가지고 동체 폭과 주날개 폭 사이의 비율을 이용해서 주날개 폭을 측정해 보니 대략 9.7 m가 나온 것입니다!
여태까지 부활호와 동급의 공군 운용 연락기들(L-4, L-5, L-16, L-19 등)이 죄다 주날개 폭이 10 m가 조금 넘었음을 감안했을 때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라도 측정이 잘못된 건가 싶어 다른 사진을 한번 봤습니다. 국립항공박물관에서 보관하고 있는 사진인데 부활호와 F-51 전투기가 같이 있는 사진입니다.
여기에 F-51 전투기의 측면도를 겹쳐서 비교해 봤는데요.
F-51 전투기의 경우 동체 길이가 정확히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이걸 가지고도 부활호의 주날개 폭을 알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도 결과는 거의 같았습니다. 주날개폭 9.7 m
결국 이쯤되면 인정하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현재 진행하고 있는 부활호 관련 프로젝트에서 주날개 폭과 관련된 많은 것들이 수정되어야만 했습니다. MSFS 부활호 애드온도 주날개 폭을 줄여야 했고, 부활호 연구와 관련해서 진행했던 성능해석과 관련된 CFD에서도 주날개 폭을 줄인 3D 모델을 사용해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주날개 폭을 줄이니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이 발견되었는데요. CFD 기반 성능해석에서 부활호의 실용상승한도가 3,821 m (12,536 ft)로 계산되었다는 것입니다.
이전에 『최초 국산 경비행기 부활호』를 집필하면서 한가지 의문이 들었던 점이 있었는데, 부활호의 상승한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었습니다.
공군에서 운용하던 다른 연락기의 경우 L-4는 3,642 m, L-16은 4,389 m의 실용상승한도를 갖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알려져 있는 제원표에서의 부활호 실용상승한도는 4,970 m, 그리고 주날개 폭을 12.7 m로 했을 때의 CFD 결과값을 이용해서 수행한 성능해석을 통해 얻은 실용상승한도는 무려 7,382 m나 되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당시에는 분명히 CFD나 성능해석에서 제가 뭔가 잘못한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했었는데요.
지금 돌이켜보면 성능해석결과가 현실적인 수치와 동떨어진 가장 큰 원인은 주날개 폭 자체를 잘못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아직도 의문점은 남아 있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故 이원복 선생님께서 생전에 제시하셔서 여기저기에 배포하셨던 부활호 제원표에는 주날개 폭이 12.7 m로 기록되어 있었던 것일까요?
그것에 대해서는 아직도 아무런 단서를 찾지 못했습니다.
일단 애시당초 이 문서가 진본이 맞는지조차도 의문이고요. 문서를 자세히 보시면 ┐│┘ 같은 문자들이 입력되어 있는데, 이런 상자 그리기 문자(box-drawing characters)는 컴퓨터로만 입력 가능한 문자들입니다.
그렇다면 이 문서는 타자기로 작성된 것이 아니라 컴퓨터로 작성되어 프린터로 출력한 것으로 보아야 하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이 문서는 부활호가 개발되던 1950년대 당시 작성된 문서는 절대 아닙니다.
그런데 『서울경제』 1994년 7월 4일자에 실린, 아마도 故 이원복 선생님 인터뷰로 짐작되는 기사에서는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후 기술연수차 1년간 미국에 갔다온 이 소령이 부활호의 행방에 대해 수소문한 결과 그는 부활호의 크기와 무게 및 성능 등을 기록한 단 1장의 서류밖에 구할 수 없었다.
이 기사의 내용과 고인께서 구했다는 서류가 위의 제원표가 맞다면, 도대체 왜 거기에는 주날개 폭이 12.7 m로 적혀 있었던 것인지, 그리고 그 문서의 원본(컴퓨터로 옮기기 전의 것)은 지금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는 것입니다.
이런 의문은 앞으로 새로운 사료 발굴을 통해서 밝혀 나가야겠지요.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지금 공군박물관에 보관 중인 복원기는 위 제원표에 따라 날개폭이 12.7 m로 만들어져 있는데, 12.7 m가 분명히 잘못되었다는 것이 드러난 이상 이것을 어떻게 해결하면 좋은지에 대한 문제가 뒤따르는 것입니다.
현재 공군박물관측 의견은 복원기가 현재 모습 그대로 국가등록유산으로 지정된 상태이기 때문에 잘못된 부분을 수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하는군요.
부활호가 우리나라 항공역사적으로 의미가 깊은 기체인 만큼, 그 기본제원에 대한 의문이나 오류가 정정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면서 마칩니다.
개추! - dc App
오타거나 수기작성중 흘림체로 인한 오류거나...?
그럴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실제로 제원표에 있는 부활호 프로펠러 이름의 경우 해당 명칭으로는 실존하지 않는데 수기작성시 실존하는 프로펠러 이름과 비슷하게 보일 수 있다는 점이 관찰되었기 때문입니다.
기적적으로 마이크로필름에 담긴 설계도가 발견되면 좋겠네요 - dc App
뭐가 됐든 간에 개발 당시에 작성된 사료가 아무거나 발견이라도 됐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사진 외에는 쓸만한 자료가 거의 없다시피합니다.
고수
주익 재복원은 다 제치고 돈을 들여야하니 결정권자들이 납득할만한 여론이 형성돼야 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