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inuitshut.egloos.com/1934914 (남중생 이글루스)










(베트남 전쟁: 2017년 9월 중순 방영한 다큐멘터리)




필자는 켄 번스와 린 노빅이 제작한 "베트남 전쟁" 10부작 다큐멘터리 시청을 마쳤다. 1화는 (지나치게 축약 및 단순화되었기 때문에)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뒤로 갈수록 만듬새가 훨씬 좋아졌다. 


궁극적으로, 이 다큐멘터리는 "베트남"에 대한 영화라기보다는 "미국"에 대한 영화다. 번스와 노빅이 보이고자 한 것은 오늘날 미국 사회를 분열시키고 있는 깊은 간극의 유래를 베트남 전쟁 시기까지 추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당시에 어떻게 분열되었는지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번스와 노빅은 미국 내/출신의 특정 개인이나 단체를 호의적으로 비추지 않으려고 한다. 각 개인 및 단체의 복합성을 보여줌으로써 이를 달성하는데, 그리 함으로써 제작진은 매체에서 흔히 비춰지는 방식과 다르게 이 시기를 조명한다. 예를 들어, 번스와 노빅이 반전운동 역사 상의 유명 사건을 거론할 때마다, 거의 매번 잇달아 미국인들이 반전 시위대 보다 경찰 및 기존질서의 행동을 선호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보여준다. 


이를 보수 세력의 "팩트" 왜곡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겠으나, 다큐멘터리의 목표가 왜 미국이 이토록 분열되어있는지를 설명하기 위함이라면 반전 운동을 이런 방식으로 맥락화하는 것은 효과적이다.


그러나, 미국인들이 보인 다양한 시각의 복합성을 보려는 노력에도 유독 눈에 띄지 않는 주제가 하나 있다. 남베트남과 남베트남 사람들이다. 18시간 길이의 다큐멘터리 중 인터뷰에 응하는 미국인들과 나레이터는 남베트남과 남베트남 사람들에 대해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이게 미국인들과 미국인의 생각에 대한 다큐멘터리일지언정, 베트남 전쟁은 남베트남을 보호하는 전쟁이라는 명분 하에 치뤄졌다. 남베트남은 미국의 동맹국이었다. 그렇다면 미국인들은 남베트남과 남베트남인들에 대해 뭐라도 할 말이 있지 않을까?


이 다큐멘터리에서 남베트남에 대한 유일한 언급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남베트남 정부는 부패했고 남베트남 군대는 무능했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필자는 뿌리깊은 인종차별과 이중잣대가 이 다큐멘터리에 18시간 장장 묻어난다고 느끼며, 이는 베트남 전쟁에 대해 미국인이 집합적으로 갖고 있는 인식과 시각을 반영한다고 본다. 


다큐멘터리 내내 우리는 남베트남 군대가 무능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이들은 전쟁 내내 계속 무시되다가 구정 공세 때가 되자 갑자기 똑같은 남베트남 군대가 매우 효율적으로 싸워나가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미국이 북베트남과 여러 번 협상을 하는 동안, 남베트남 정부에게는 이 사실을 알리지조차 않았다고 다큐멘터리에서는 말하고 있다. 게다가 1965년 미 해병대의 상륙도 남베트남 정부에게 통보하지 않은 채 이뤄졌다고 말하고 있다. 


남베트남 정부가 피닉스 계획을 저평가한데에는 남베트남이 군대 차원에서 복수 살인을 했기 때문이라고 비춰진다. (그리고 연장선 상에서 미국 군대는 뻔히 훈련이 부족한 인원에게 이 계획 운용을 맡긴 것에 대해 비난받는다) 그러나 미군이 민간인을 대상으로 사격했을 때는... "어쩔 수 없는 전쟁이었다." 


우리는 또한 적군은 지형을 알고 있었고 미군은 몰랐기 때문에 미군이 불리한 조건에서 싸웠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남베트남 사람들이 사는 지역에서 전쟁을 치뤘으며, 정작 그 지역 출신의 남베트남 장교와 병사가 있었을 것이다. 이들은 지형을 알았을 텐데, 아무도 이들과 상의하지 않은 것인가? 


영화 결말부에 가면 우리는 미국인 참전자들이 과거의 적과 화해하는 모습을 본다. 그러나 참전자들이 과거의 동맹과 그 어떤 형태의 대화나 교류를 하는 장면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같은 맥락에서 남베트남과 남베트남 사람들에 대한 무시는 반전 운동 측에서도 마찬가지로 했으리라는 것이 분명한다. 반전 운동의 소속원들은 베트남 전체의 무고한 민간인 살인에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동맹국 남베트남을 수호하는데는 관심이 적었고, 부패한 남베트남 정부와 무능한 남베트남 군대라는 묘사는 반전운동 세력의 전쟁 비판 논조와 딱 맞아떨어졌다.




18시간 장장 이어지는 다큐멘터리 중 필자가 여기서 말하는 사안을 지적하는 장면이 더러 있기는 하다. (아마도 8화 중) 한 장면에서 참전군인 토마스 발렐리는 미국인들이 남베트남의 무능함을 과장해서 자기자신들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고 말한다. 


최종화(10화)에서, 전직 CIA 직원 프랑크 스넵과 전직 첩보 요원 스튜어트 헤링턴은 입을 모아 미국이 어떻게 동맹국을 팔아넘겼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두 인물 모두 1975년 사이공 함락 당시의 마지막 미국인 구출에 동참하였으며 직접 수 년 간 미국인과 협력해온 남베트남인들이 뒤에 남겨지는 것을 목격하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몇 마디를 제외하면 남베트남은 거의 언급되지 않으며, 언급되더라도 부패하고 무능했다는 캐리커쳐를 그저 반복하기 위함이다.




"베트남 전쟁" 속 남베트남과 남베트남 사람의 부재는 켄 번스나 린 노빅의 편견 혹은 왜곡에 따른 결과가 아니다. 오히려 반대로, 제작진이 남베트남과 남베트남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음으로써 미국인이 베트남 전쟁을 보는 주류 시각을 포착해냈다고 필자는 주장하겠다. 


베트남 전쟁은 미국의 동맹국이 미국 사람들에게 중요하지 않았던 전쟁이었다. 왜 중요하지 않았을까? 여기에는 분명 복잡한 이유가 있지만, 확실한 것은 남베트남을 폄하하는 것이 미국인에게는 여러모로 편리했다는 것이다. 


당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미국 정책이 성공을 거두지 못했을 때, 남베트남 정부가 부패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은 편리했다. 


남베트남 측과 상의하지 않은 채 미군이 단독으로 싸운 전투가 성공적이지 못했을 때, 남베트남 군인이 무능하고 자기 전쟁을 자기가 싸우지 않는다며 화를 내기란 편리했다. 


자신이 징병 대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남베트남을 부패하고 무능하기 때문에 미국의 지원을 받을 가치가 없다고 묘사함으로써 전쟁 전체를 비난하기란 편리했다. 


남베트남 사람들이 동양인이라는 점이 이 모든 폄하를 하는 것을 한결 더 수월하게 만들었을까? 미국 내에 이 주장을 받아칠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필자는 베트남 전쟁을 이해하는데 이 점은 중요한 요소라고 확신한다.











이상 본문 글 끝.



남베트남을 기억해주는 사람은 누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