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정식 발령은 일주일 뒤의 이야기였다. 1년간의 영국 SAS 파견 근무가 이제 목전에 다가와 있었지만, 그래도 아직은 약간의 여유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먼저 꽁지 빨간 여객기를 타고 영국에 내려앉았다. 관광이라도 해 볼 요량이었냐고 묻고 싶었겠지.
관광이라면 관광 맞다. 색다른 체험을 해보는게 여행의 덕목 아니던가. 적어도 난 호텔방은 그저 잠만 자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파견근무를 앞두고, 짐은 일주일 뒤 브리튼 섬의 숙소에 도착하게 행정절차를 마무리 짓고, 간단하게 베낭여행처럼 나왔다.
“관광이라구요?” 입국 심사대에서, 괴팍한 현지 억양을 감출 생각이 전혀 없는 주근깨 투성이 공항직원이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을 전혀 감추지 않고 물었다.
“관광이란게 별겁니까. 전쟁터 체험할 데가 레바논 말고 여기밖에 더 있겠소? 근데 레바논보단 여기가 더 오기 쉽거든요.”
“뭐, 딴에는 맞는 말이네요.” 그녀는 여권에 입국 허가 도장을 무심하게 찍고서는, “여기도 생각보단 살 만 해요. 구경할게 없어서 그렇지.”라며 눈짓으로 그만 가보라고 사인을 주었다.
“구경할게 별거요? 뒷골목 그래피티 하나 하나가 볼거리지.” 난 그렇게 혼잣말을 씨부리며, 공항을 나섰다.
“관광 오셨다구요?” 이 동네 사람들은 나의 방문사유를 듣고 누구나 그렇게 되묻곤 했다. 그러나 그 다음의 반응은 천차만별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대뜸 적의감을 드러냈다. 여기가 무슨 동물원이고 자기들이 구경꾼인줄 아냐며 격노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아까 입국 심사대에서처럼 무심한듯 시크하게 대하는 이들도 있었다. 볼것도 없는 촌동네에서 시간 낭비 말라며 동정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누가 누굴 동정하는건지, 원.
직업을 물어보면 거짓말로 대답하는건 익숙하다. 대학원에서 동양사를 전공하다가 머리 식힐 겸 휴가를 썼다고 둘러대면 대개 거기서 이야기가 끝났다. 동양사에 대해선 나도 그리 아는게 없지만, 적어도 이 동네에서 마주칠만한 사람들에게 아는척 할 정도로는 안다. 이런데서 얘기할 필요 없는 이야기들이 개중 반이라 문제지만 말이다. 동양 전통 의상 안에 MP5 기관단총을 숨기고 있는 여성 특수부대원같은 이야기 해 봤자 좋을 거 하나도 없겠지.
“관광 오셨다구요?”
뜨악한 표정을 짓는 이제 갓 스무살 먹은 어린 애들. 자기들도 여기 사람은 아니지만, 적어도 여길 관광오는 사람은 상상해본 적 없는 듯 했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굉장히 평범한 대화 장면같지만 조금 살벌했다. 난 조금 전까지만 해도 두 팔로 벽을 짚고 기댄 상태에서, 다리를 X자로 교차시킨 자세로 감시를 받고 있었다. 지금은 자세가 풀려서 그냥 서있지만, 저 놈들의 손에 들린 영국군 신형 소총 방아쇠울에는 손가락이 걸려있다.
스무살 남짓 먹은 꼬맹이들 아니었냐고? 틀린 말 안했다. 케블러 방탄모를 쓰고, 방탄복에 실탄이 가득 들은 웨빙을 걸친 일개 분대 규모의 영국 육군 병사들인데, 이제 갓 군인생활 시작한 애들이 나이가 다 그쯤되지 뭐.
“아까 전부터 그렇게 말했잖아요. 미국인 대학원생이고, 동양사 전공이라 역사에 관심있어서 여기도 한번 들러본거라고.”
짝다리를 짚은 오만한 자세로, 미심쩍다는 눈초리로 나를 째려보다가, 다시 눈을 돌려 여권를 휙휙 넘겨보다가, 뭔가 위엄을 보여주고 싶은 듯 하지만, 난 니들이 작정하고 위조한 가짜 여권을 보여줬을 때 조금이라도 위화감을 느끼지 못할것을 잘 안다. 숨길 필요도 없어서 원래 여권을 들고 왔으니 거리낄것도 없고.
“먹물들 취향 하고는. 밤에 조심해요. 낮이라도 뒷골목 기웃대지 말고. 두블럭 더 직진하면 구교도 들어가는 길인데, 험한 꼴 보기 싫으면 거기도 가지 마요. 의심한건 미안하게 됐수다.”
짐 가방과 캐리어를 한번 열어보며 불심검문을 마친 병사들이 선심이라도 쓰듯 생색을 내며 무죄 방면을 시켜줬다. 난 ‘욕 보소.’ 라며 한마디 해주고선, 그들이 고개를 돌리고 제 갈길을 가자 소리없이 혀를 내밀고 오른손의 중지를 펴서 얼마간 흔들었다. 짐가방을 주우려고 보니 동네 꼬맹이들이 괜히 날 보고 킥킥대며 웃었다. 웃는 낯에 어찌 침 뱉으랴. 나도 웃으며 손을 흔들흔들. 두 블럭 더 가면 위험하다고? 그런게 보고 싶어서 여기를 와 본 거다.
“허미 씨벌, 이런 좋은 구경거리가 있는데 오지 말라고?”
두 블럭 더 직진하자, 이 동네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그 그래피티가 내 눈 앞에 있었다. 이럴 때 쓰려고 첫 월급으로 독일제 라이카를 장만했지.
< YOU ARE NOW ENTERING FREE DERRY >
* * *
“관광 왔다구?”
똑같은 질문, 똑같은 자세, 똑같은 절차. 물론 차이가 없진 않았다. 솔직히 조금 재밌었다. 테러리스트의 심문을 이렇게 소프트하게 받는 경험을 해 볼 줄이야. ‘정말 관광오기 잘했어.’
민무늬 전투복과 영국군 위장전투복 상의를 혼용하고, 발라클라바와 스카프, 에비에이터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렸다. 머리에는 베레모를 하나씩. 이렇게 대놓고 나와바리 관리 하는줄은 꿈에도 몰랐지. 어디 으슥한데로 끌고가서 협잡질 하는 정도만 생각했던 내가 바보였다.
손에 들린 총은 가지각색이다. 인솔자로 보이는 놈은 셜록 홈즈가 들고 다닐법한 중절식 리볼버, 그 옆에서 경계총 자세로 삐딱하게 서있는 놈은 루마니아제로 보이는 손잡이 달린 칼라시니코프. 다른 두 명은 아까 뒤돌아서기 전에 보니까 각각 M16과 AR18을 하나씩 갖고서 이쪽에 지향사격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벨트에 다들 수류탄 한 발 씩은 덤. 거 참 살벌하기는.
“카메라는 뭔데요?”
“아니, 관광객이니까 카메라를 들고 오지. 뭐 기자처럼 보여요?”
“그게 말이지, 사복 짭새나 군바리들도 대포 달린 카메라를 무척이나 좋아하거든.”
아까 군인들처럼 쉽게 보내줄 생각은 없는지, 자기들끼리 웅성거린다. 카메라 말고는 옷가지랑 지갑, 여권, 가이드북, 시사잡지 두어권이 전부긴 한데, 하긴 이런 촌구석에 갑자기 나타난 외지인은 미국 어딘가에서라도 경계의 대상이긴 하다. 나도 람보처럼 야산으로 도주해서 게릴라전 해야 하나?
“적당히 해 이놈들아. 짭새 비품이면 저런 좋은 카메라 쓰지도 않을거다.”
슬슬 걱정이 되던 찰나, 적당히 푸근하고 사람 좋아보이는 목소리가 들렸다. 무어라 대꾸하지만 곧이어, 됐어, 놔 줘. 하더니 그만 나보고 자세를 바르게 해도 좋단다.
“미안하게 됐네, 젊은이. 동네 인심이 예전같지가 않아. 여행왔다고 했나? 어디서 왔지?”
“마이애미, 플로리다에서 왔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처음으로 눈을 마주친 나는 실례가 되지 않게 그를 한번 위아래로 훓어 보았다. 키가 6피트는 가뿐히 넘어 보인다. 거의 190즈음 될 것 같고, 어깨도 넓고, 체격이 탄탄하다. 하긴, 동네 청년들이래도 총 들고 쏘다니는 녀석들을 조용히 만들려면 저 정도 체격은 있어야겠다 싶다.
“인심 좋은 동네였지. 가 본지 40년 다 돼 가는거 같구만. 날씨는 여전히 좋을테고, 거기 사람들 인심은 요즘 어때?”
“예전이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여기보단 낫습니다. 풍문으로만 들은거긴 하지마는, 미국이라도 L.A. 뒷골목 같은데는 여기 못잖다던데요.”
“그리고 관광객이 그런 데로 가지도 않겠지. 자네가 이상한 동네를 알아서 찾아 온 거야. 그러니까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는 마시게. 이름이……?”
‘쿠퍼라고 합니다.’ ‘오코너라고 부르게.’ 악수까지 한 번. 어느새 IRA 순찰대는 옆 골목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이게 무슨 못 볼 꼴인가 싶지? 백주 대낮에 테러리스트들에게 불심검문나 당하고 말이야.”
“아까는 군인들이 그러더군요. 총알 골고루 먹을 뻔 했습니다.”
“그러고보니 날도 어두워지는데, 숙소는 잡았나?”
“천천히 식사때 쯤 공항 근처에서 찾아 보려고 했습니다. 지금이 성수기는 아니니까요.”
“아는 친구가 숙박업을 하는데 잘 됐구먼. 이따 저녁 먹고 가서 내 이름을 대면 잘 반겨줄거야. 거기도 비수기거든. 마침 적적한데, 술이나 한 잔 하겠나?”
무슨 생각으로 순순히 따라갔던걸까.
* * *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언더커버는 금방 들통이 났다.
“동양사 전공이라면서 그 정도 밖에 이야기를 못해? 그냥 솔직히 말 하게나.” 펍으로 오는 길 내내 내 ‘직업’과 관련된 이야기를 경청하던 그가 피식 웃으며 맥주 두 잔을 주문했다.
생 거짓말보다는, 진실과 거짓이 2:8정도로 섞인 쪽이 잘 먹힌다는 이야기가 있었지. 내가 무슨 지하 심문실에 끌려 온 것도 아니니까, 쫄것도 없다. 아, 흑맥주 맛 괜찮네.
“오해할까봐 적당히 둘러댔던건데, 군인입니다. 미국 군인요. 역사가 취미이긴 합니다.”
“오, 나도 군인이었지. 처신 잘 했어. 이 동네 사람들이 혼자 그런 카메라 들고 돌아다니는 미군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하겠나. 다만,” 그 역시 받은 맥주를 바로 한잔 비워버리고 다시 주문하면서 말을 잇는다. 에일이 이럴때는 머리가 아플 일이 없어서 좋다. “소속이 어딘가? 계급은?”
“육군입니다. 중사(SFC)구요. 영감님은 IRA같진 않으신데, 그럼 2차대전 참전자신가요?”
“맨 처음 갔던데가 거기였지. SOE라고 들어는 봤나?”
“... 처음 듣습니다.” 물론, 내가 SOE를 모를 리가 없다.
술 안주 거리가 딱히 필요 없는 그런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안주랍시고 나온거라봤자 피쉬 앤 칩스. 맥주엔 튀긴 음식이 어울리긴 하지만, 아마 영감님의 말씀들이 없었다면 KFC가 그리워지려고 했을 것이다.
영감님의 군 경력은 너무나 흥미진진했다. 차라리, 원 소속은 못 밝혀도 포트 브랙에서 왔다는 정도는 넌지시 운을 떼는게 나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39년에 나치와 전쟁이 터지자 자원입대했는데, 덩케르크에 같혀 죽을 뻔 했다는 이야기에서부터 그 여정이 시작되었다. 기껏 도망쳐 나왔더니 나무 몽둥이를 깎아 만든 목총을 들고 영감님들 지도나 하고 있는 꼴이 너무 한심스러워 코만도에 지원했단다. 그리고 훈련소에서 눈에 띄어서 SOE로 차출, 그 뒤로는 처칠이 말한 대로 ‘유럽을 불살랐’다가, 태평양 전선이 열린 뒤로는 그쪽에서 일했다고 한다.
전후엔 해병 코만도로 원복 했으나 얼마 안가 한국전쟁이 터지자, 아시아에서 특수작전을 수행했던 경력 탓에(사실 태국과는 너무 거리가 먼 동네의 이야기였지만) 한국전에 참전해서 반공 게릴라의 교육훈련을 맏았고, 전쟁이 끝날때쯤엔 숨 돌릴 틈도 없이 말라야 정글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이러니까 동양사 전공같은 소리가 안 먹혔지. 잠깐 긴장. 말라야 스카웃이었다고? 곧 파견나갈 부대의 선배님이셨네.
“그 뒤론 음, 할 만큼 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니까 더 이상 하기 싫어지더구만. 그래서 퇴역했지. 아마 남았으면 그대로 부대 주임원사까지 했을 것 같아.” 거기까지 말하고, 그는 남은 이야깃거리를 다시 봉인이라도 하듯이, 꽤 큰 잔에 반정도 남아있던 술을 한번에 비워버리고 추가로 주문했다.
‘역사에 관심이 있는 군인’이라는 컨셉이 꽤 괜찮았다고 속으로 생각하면서, 이런저런 궁금한 점들을 물어보고, 대답을 들었다. 인생의 절반가량을 전장의 한복판에서 공작원과 특전요원으로 살아 온 분의 이야기였다. 이 바닥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흥미가 안 생길수가 없었다. 그런식으로 즉석 인터뷰가 한참을 이어졌다. 그러다 자연스레 현대로 이야기가 넘어오게 되었다.
“아까 낮에… 그 IRA들이랑 구면이셨던거죠?”
“가면 쓰면 뭐해. 다 같은 동네 이웃인데. 어디 살고 뭐 하는 녀석인지 다 알지. 이 동네 사람들은 다 알거야.”
“그 사람들도 영감님이 영국군 전쟁 영웅인걸 압니까?”
‘적어도 자네만큼은 알더구먼.’ 난 여기서 한번 더 쐐기를 박았다. “동네 인심이 군인들을 경계하는 분위기던데요.”
“지금 날 걱정해 주는 건가?” 라는 물음에 ‘스스로 관리 잘 하고 계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라고 적당히 둘러댔다. 술이 들어가서 실언을 한 것이 아닌가 조금 걱정했으나? 다행히도 큰 실례되는 질문이 아니었나보다.
“영국놈들의 앞잡이로 살아왔던 지난 삶을 반성하고, 다소나마 속죄하며 있다네.” 다시 잔을 슬쩍 기울이고는 말을 이었다. 아까 전부터 이 분도 안주에 입을 전혀 안 대신다. “자네, MRF라고 들어 봤나?”
“아뇨.”
뭐의 약자인지 물어보려고 하려는데 먼저 말을 꺼내셨다. “Military Reaction Force. 영국놈들의 군 정찰부대야. 휴민트로 장난질 하는 애들인데, SAS 출신자도 꽤 있고말야. 지금은 없어졌다곤 하지만, 동네 사람들 이야기 들어보면 비슷한 일을 하는 놈들은 아직도 있는 듯 하더군. 아마 이름만 바뀐거겠지.”
동네 사람이라면 아까같은 이웃사촌 IRA들을 말 하는 거겠지. 갑자기 앞으로 협업을 해야 할지 모를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 적에게서 듣게 되니 약간 긴장이 된다. 내가 여기서 일하게 될지, 다른데서 일하게 될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혹시 모를 일이다.
“그놈들이 내 아들을 죽였네. 내가 키운 애들이, 내 아들을 죽였어.”
앞에서 한 말 취소. 탁상물림이라고 둘러대기 잘 했다.
* * *
“누추해도 이해를 좀 해 주세요. 우리도 오랜만에 손님 받는 거라서.” 숙박비보다 사람을 더 반가워하는 듯 한 환한 미소로 나를 반겨주시던 주인 아주머니가 한 말이었다.
“침대만 깔끔하면 괜찮습니다. 이래뵈도 군인이라서.” 군인이라는 정도는 저 사람한텐 드러내도 괜찮았다. 이미 그 영감님이 역사에 관심있는 미군 휴가병이라고 날 민박집 주인 부부에게 소개해줬기 때문이다.
“근데 순진한거야, 모자란거야? 미국인이라도 군인이 오면 무슨 일을 당할지 몰라요. IRA라는게 완벽하게 정치노선이 통일된 조직이 아니라고 들었거든.” 주인 아저씨가 머리를 긁적이며, 창문 밖을 슬쩍 살피며 말을 이으셨다. “동네 사람들 소문을 어깨너머로 들어본게 전부지만, 별놈들 다 있다더라고. 아나키스트, 민족주의자, 공산주의자 정도는 흔하다던데 말야. 막 자기들끼리도 으르렁대고 그런다던데.”
기왕 세상물정 모르는 순진한 양키로 찍혔으면 컨셉을 끝까지 밀어 붙이는것도 괜찮겠지 싶은 나는, 바로 간단한 연기에 들어갔다. 이런 게 다 훌륭한 실전 테스트 아닌가.
“에이, 그래도. 미국사람이 아일랜드 사람이랑 척질게 어디 있어서요.”
“영국놈들, 식민지 다 털리고, 경제 거덜나도 기고만장한게 다 누구 덕인데? 자네는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여기 사는 사람들은 생각이 다르거든.”
물론 나도 속으로는 익히 공감하는 바였다. 다인종 국가라지만 실질적으로는 앵글로 색슨이 주류에, 종파는 다르지만 프로테스탄트, 현실적으로도 영국의 제일가는 군사동맹이자 연합관계. 미국인이라면 몰라도 미군이라면 본보기를 보이려 잡아 족치려고 드는게 당연하다.
도지어 장군을 납치해 몇 개월 간 감금했던 이탈리아 붉은 여단 녀석들보다도 훨씬 직접 원수진 부분이 많다. 저들이 좋아하는건 미국산 자동소총과 달러지, 미국이 아니니까. 좆같은 앵글로 색슨인건 덤일테고.
“말씀 듣고 보니 그렇네요. 하마터면 납치라도 당할 뻔 했는데, 아까 영감님이나 아저씨 아주머니나 모두 친절하셔서 다행입니다.”
“그야 뭐 우리는 그렇게 꽉 막히진 않았거니와, IRA도 아니니까… 아무튼 뭐, 불편한 거 있으면 거실에 와서 얘기 해요. 둘 중 하나는 꼭 나와서 TV를 보고 있을테니까.” 사람 좋은 민박집 주인들은 하고 방 밖으로 나오려다 다시 들어와서는, “잠 안오면 맥주라도 한 잔 드릴까요?”
평소같으면 술은 많을수록 좋지만, 오늘은 그럴 날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마음만으로도 고맙습니다. 술을 아까 많이 먹어서요.”
방문이 쿵 닫히고, 창문을 살짝 열어놓은 나는 옷도 안 갈아입고 바로 침대에 몸을 던지다시피 뉩혔다. 적당한 완충작용이 묘하게 기분 좋다. 오만가지 잡생각이 들지만, 가장 중요한건 역시 이 투어를 예정대로 진행하느냐의 문제였다. '영감님'의 충고가 귓가에 아른거렸다.
"내가 자네라면 여길 올 생각도 안 했을거야. 하지만 기왕 온 입장이라면, 최대한 빨리 떠나는게 좋을걸세. 밤은 위험하니까, 아침까지는 기다리는걸 추천하지. IRA라고 다 같은 동네 총각들이 아니라서, 내 말귀를 못 알아 듣는 녀석들도 많거든."
‘이 좁은 동네에서 내일이면 벌써 소문 짜하게 퍼지겠지. 영감님 비호만 믿을게 아니다. 총을 안 가져와서 천만 다행이야.’ 모순적으로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이럴때 어설픈 무기는 오히려 상대의 경계심만 높이기 마련이었다.
결국 아침 일찍 일어나서, 숙박료만 지불하고 바로 나와 공항으로, 브리튼 섬으로 날라버리기로 결심한 뒤, 눈을 감았다. 일찍 일어나려면, 일찍 자는게 좋다는 판단에서였다 의외로 도움이 되는 판단이었다. 나는 다음날 정말 일찍 일어나야 했기 때문이었다.
돌이켜보면 알람시계를 따로 맞출 필요가 없었다 모닝콜이 워낙 시끄러워서 눈을 안 뜰 수가 없던 것이다.
왠 폭발음이 집 바깥 가까운데서 두어번 아주 크개 들렸다. 나는 반사적으로 눈을 뜨며 허벅지로 오른손을 뻗었지만, 총은 일주일 후에나 해리퍼드로 도착할것이다. 총의 부재를 통해 체감되는 위기감이 심화되었다. 한 손에는 필수품(카메라, 여권, 돈, 화장지)이 들어있는 짐가방만 챙겨들고, 방문을 열고 나가는 대신 창문을 열고 몸을 밖으로 던졌다. 눈 뜨자마자 여기까지 걸린 시간이 대략 20여초. 거기까지는 순조로웠다.
문제는 그 다음, 몸을 일으키자 마자 얼굴을 가린 사내들의 총구가 나에게 쏠렸다는 점이었다. 등 뒤에서는 민박집을 온통 들쑤시는 잡소리와 살벌한 총성이 연달아 울리고 있었다.
“카톨릭 쓰레기들이랑 무슨 사이냐?”
눈구멍 두개와 입구멍 하나가 뚫린 녹색 발라클라바를 쓴 여자가 구닥다리 스텐 기관단총을 내게 겨누며 차가운 명령조 목소리로 질문했다. 차라리 취조할때의 목소리에 가까웠다.
* * *
개인적 호기심으로 현대 지역분쟁의 역사를 공부해 본 적이 있었다. 어디 학교에서 강의를 듣고나 한건 아니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다 읽어보고 한 수준이었지만 한가지 교훈을 얻을 수는 있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선악구도를 기대하지 말라는 점이었다.
서로 쌓인 오해를 어느정도 털어내고, 차분하게 마주앉아 티타임을 갖고 있는 저 여자의 경우를 들어 설명해보자. 일반인들의 상식 선에서라면, 북아일랜드의 신교계 근왕파 무장세력 조직원이라면 일종의 민족반역자이자 피도 눈물도 없는 살인광의 이미지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아마 그런 색안경을 끼고 접근하면, 영원히 이 사람이 총을 든 진짜 이유를 이해할 수 없으리라.
자세한 이유를 설명하기에 앞서, 어쩌다 그런 사실을 알게 됐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조금 앞서서부터 진행 상황을 설명해야겠다.
“그냥, 호기심으로 방문했습니다. 내가 군인인 것은 맞지만, 개인적으로 역사에 관심이 있는건 사실이거든요.” 나는 어제부터 그랬듯, 진실과 거짓을 적당히 조합한 가짜 신분과 설정으로 상대를 안심시키며 대화를 이끌어냈다.
“이 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직접 알아보고 싶어서 방문한건데, 정말 제대로 체험 시켜주시는군요. 영국군은 거동수상자라고 총을 들이밀며 나를 몸수색 했고, 백주대낮에 거리를 활보하는 IRA 순찰대는 망원렌즈 달린 카메라를 소지한걸 봐서 군경의 끄나풀이 틀림없다고 날 몰아붙였죠.” 이 다음부터는 진심이 담긴 항의였다.
“이젠 날이 새기도 전에 근왕파 민병대에 잡혀왔네요. 이번엔 뭐가 의심스러운겁니까? 난 그저 동네 영감이랑 말문이 트여서, 술 한잔 하는 감에 하룻밤 묵고 갈 방 한칸 소개받은게 전붑니다.”
남자같은 짧은 머리에 큼지막한 안경을 끼고 있던 차가운 눈매의 그 여자는 아주 약간이나마 미안한 기색을 얼굴에 띄우며 말했다. “가지고 있던 여권을 확인해 봤지. 특이사항은 없네. 미안하게 됐구만. 동네에 소문이 짜하게 퍼진 외지인, 그것도 미국인이 첫날부터 그런 거물을 만나 술집에 들어갔다 나오니 의심을 안 할수가 있겠나.”
발라클라바는 벗었지만, 새벽에 처음 마주쳤을 때 처럼 녹색 민무늬 전투복 상의를 걸치고 있는 그녀는, 마치 미국인처럼 경박스럽게 풍선껌을 딱딱 씹으면서, 찻 잔 두개가 올라간 테이블 위에 갈색 종이 서류 파일을 하나 올려 내 쪽으로 밀었다. 이방인에게 이거저거 막 보여주시고, 왜이리 친절하게 구는지 이해가 안 되는군. 속으로만 생각하며 표지를 넘겼다. 한 인물의 사진과 신상명세가 담긴 서류였다. 허탈하다. 내가 저 입장이어도 한번 조사해보고 싶었겠네.
-----------------------------------------------------
이름 : 도일 오코너 (Doyle O’Connor)
생년월일 : 1920년 1월 7일.
나이 : 65세.
신장 : 189cm.
혈액형 : Rh O+
성별 : 남성.
주요 경력 : 전직 군인.(SOE, 해병 코만도, 말라야 스카웃) 2차 세계대전 / 한국전쟁 / 말레이 비상사태 참전.
1962년 퇴역. 1974년 PIRA 입단. 통상적인 예하 여단과 달리 독립 별동대 ‘R 지역대’ (Detachment R)를 창설하여 초대, 현임 지역대장.
(후략)
---------------------------------------------------
“… 신교도와 영국군 모두애게 제일 위험한 부대와 부대장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지. 가장 전문적이고 효율적이며 영국군의 움직임을 한 수 앞서 보고 행동하거든. 왜 의심했는지 이제 좀 납득이 되나?”
“의심할 만 하네요.” 내 진짜 정체를 알았다면 반응이 어땠을지, 등허리를 타고 식은땀이 절로 흘렀다.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전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테러리스트가 있다면 그것은 카를로스니 하는 양반이 아니라 이 사람일 것이다.
문서 내용은 굉장히 자세했다. 일개 무장조직 선에서 정리가 힘들 정도로 내용이 방대하고 정리도 잘 되어 있었다. 현지 자치정부나 군경의 협조를 받지 않았나 속으로 추측하던 차에, 그녀가 단도직입적으로 찌르고 들어왔다.
“걱정 마라. 오해는 다 풀었으니까. 쿠퍼 중사, 자네의 여권을 확보하자마자 팩스를 보내서 FRU(Force Reserch Unit) 경유로 MI5에 신원조회를 의뢰했지. 이름을 봐도 가계를 봐도 아일랜드계는 아니고.” 그녀는 여태 굳어있던 표정을 이제야 좀 풀면서, 팔짱을 끼고 있던 양 팔을 풀었다.
“그쪽은 소속이 어떻게 되십니까?” 신상이 어디까지 노출된건지 알 수 없던 나는 속으로 긴장하면서, 상황이 영 불쾌했던 나는 그녀가 권하는 담배를 거절하며 역으로 물었다. “단순한 얼치기 테러리스트는 아니신 것 같은데.”
그녀는 피식 쪼개더니, 출입구 앞에 서 잇다 내 말을 듣고 표정이 구겨지는 조직원을 대충 손짓으로 달래고 대답했다. “얼치기 테러리스트 맞아. 영국군이나 정보부서랑은 협업관계일 뿐이지. 본사와 하청업체 비슷한 꼬라지가 돼버렸지만 말야.” 그녀는 껌을 휴지통에 밷고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마쳤다. “네 녀석이야말로 진짜 정체가 뭐지? 말하는 것 같은 아마추어 역사학도 행정병은 아닌 것 같은데.”
이 정도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내가 곧이곧대로 정체를 다 까발릴 필요는 없다. “믿기 싫건 어떻건 간에, 난 사실 대로만 말했습니다.” 그런 식으로 대화가 시작됐다. 난 나의 준비된 위장신분을 막힘없이 술술 늘어놓고, 역으로 이 UDF 간부에 대한 정보를 모아보기로 마음먹었다. 상대방은 얼치기 테러리스트가 맞았다. 비교적 쉽게 꽤 자세하게 알아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7년 전 까지만 해도 그녀는 대학에서 간호학을 배우던 평범한 아가씨였다. 대학교 2학년 여름방학때 경험한 사건이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채 뒤흔들었던 것이다.
북아일랜드 자치정부의 지방 공무원이었던 그녀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그녀가 보는 눈 앞에서 암살당했다. 다른 어느 곳보다 안전해야 할 그녀의 집 저녁 식사 테이블 앞에서말이다.
상반신에 권총 두 발을 맞고도 구사일생으로 홀로 살아남은 그녀는 자신이 무신론자였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신교계 근왕파 무장단체에 투신했다. 경찰에 들어가면 복수에 제약이 많을 것 같았다는 이유였다.
몇 차례의 임무수행을 통해 지금의 자리에 올라온 그녀는 개인적 의문을 풀기 위해 그날 저녁의 사건을 개인적으로 캐기 시작했고, 머지않아 그녀는 그 암살 테러를 저지른 녀석들이 바로 오코너의 ‘R 지역대’임을 알게 되었다.
왜 복수하지 않는거냐는 나의 질문에, 그녀는 자신들의 처지를 다시한번 상기시켰다. “직접 법정에 세우고 감옥에 가둬 정보를 빨아먹고 싶어하더군. 하지만 10년 넘게 증거 불충분이라 움직이질 못하고 있고. 머잖아 영국놈들 인내심이 폭발하면, 그때는 내가 해치울 수 있겠지.”
자식을 잃은 아비는 자식을 앗아간 상대에 복수를 다짐하며 테러리스트가 되었고, 그 자식잃은 아비의 조직에게 양친을 잃은 딸은 7년 넘게 복수의 칼날을 홀로 갈아오고 있었다. 이런 동네에서 흔히 있을법 한 악순환이었다.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제 3자 입장에서 분쟁 당사자들을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이유가 이것이다. 어느쪽이 대의에 보다 가깝던간에, 그와는 별개로 개개인에게 확고하고 누구도 말릴 수 없는 투쟁의 사유가 뼛속 깊숙히 각인되어있다.
단언컨대 난 눈 앞의 여자를 동정하지 않았다. 신교계 무장세력의 악명은 시사에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잘 안다. IRA는 표적을 죽이려다 부수적 피해가 못잖게 많이 생기는 정도라면, 이들은 표적 자체가 민간인인 경우가 태반이다.
아마 눈 앞의 저 여자가 가족의 원한을 풀기 위해서 쌓은 죄도 만만찮을 것이다, 희생자의 가족들은 그녀에게 이를 갈며 복수를 다짐하고 있겠지. 이런 피의 복수가 몇 년만 지속돼도, 당초의 대의는 퇴색되고 핏빛 수렁에서 모두가 허우적대는 현재만 남게 된다.
이것이 분쟁의 본질이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따위는 중요하지도 않고, 제 3자는 구분할수도 없다. 당사자들만 자신의 논리에 입각해 해석할 수 있을 뿐이다. 이런 경우 당장 수렁에 빠지지 않은 입장에서는, 그저 구경꾼의 입장에서 사건을 잊어버리고 사는게 제일 속편한 방법이다.
하지만 나의 조국 미합중국은, 집안 단속만 하면서 살기엔 너무나 여기저기에 이해관계가 많이 얽혀있었다. 베트남의 수렁에 미국이 빠져든것은 절대 미국이 자만했을지언정 멍청해서가 아니었다.
아마 재수가 없다면, 나 역시도 이 저주받은 땅에 얽혀 순탄치 못한 1년을 보내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 그 때 쯤이었다.
* * *
친절하게도 내가 묵고 있던 방에서 두고 왔던 트렁크까지 챙겨 왔던 그들은, 내 짐을 모두 돌려주고선 취조장소에 도착했을 때 처럼 눈을 가린 뒤 승합차에 태웠다. 대충 취조실에 도착한지 24시간 남짓 지났을 무렵의 일이었다.
“어디로 모셔드릴까, 미국 양반?”
여기 와 있던 동안 몇 번 들었던 남성의 목소리였다. 대충 목소리 주인의 얼굴을 떠올릴 정도는 됐다. 난 시트에 몸을 편안한 자세로 기대며, 공항으로 가 달라고 말했다.
“역시 놀러 올 만한 동네는 아닌 것 같아.”
“재미 없지? 이런 동네는 잊고 빅 벤 앞에서 사진이나 찍고 집에 가라고. 일본인 관광객들 처럼 말이야.”
누구들때문에 정나미가 떨어졌는데. 하지만 입 밖으로는 말하지 않고 혼자 생각하는데서 멈췄다. 몇 분 간격으로 멈추고 좌회전 우회전을 했는지 머리 속으로 정리하기도 했다. 이 곳이 어디인지 알아둬서 나쁠 것은 없어 보였으니까. 물론 시계를 보지 못하고 어림짐작으로 하는 짓이기에 큰 도움은 안 되겠지만, 적어도 시간 때우는데는 큰 도움이 되었다.
승합차 측면 도어가 열리고, 두 사람의 도움을 받아 엉거주춤한 자세로 밖으로 나온 나는 눈가의 안대가 풀어지고 나서야 안심할 수 았었다. 공항 로비 앞이었다. 그들은 말 없이 내 손에 짐가방을 쥐어주고 내 앞에 트렁크를 내려주고 다시 창이 짙게 선팅된 차 안으로 들어갔다.
싸구려 스포츠 선글라스를 쓰고 있던 운전자 녀석은 “몸 조심하쇼, 군인 양반.” 이라고 한마디 해 주고선 차를 몰고 공항 게이트를 빠져나갔다. 난 반쯤 넋이 나간듯한 상태로, 가장 빠른 비행기표를 구한 뒤, 아직은 어둑한 새벽녘에 공항 안의 맥도널드로 이른 아침을 때우고 런던행 비행기에 올랐다.
히드로 공항 청사에서 나가기도 전에 영국인 기관원들과 먼저 만나게 되었다. “피곤하신건 이해하지마는,” 자기 말로는 UDF를 상대로 내 신원보증을 서 줬다는 아저씨가 양해를 구했다. “저희도 절차라는 것이 있어서요. 잠깐 말씀 좀 듣겠습니다.”
신교 민병대의 취조실에 비하면 간단한 절차로 끝나서 다행이었다. 한 두시간 정도, 경험한 일들을 한번 녹음기 틀어놓은 상태에서 설명해주고, 이십여분 가량 질의응답 시간같은 가벼운 분위기의 조사를 받았다. 누구를 만났는지, 어떤 이야기를 들었는지 따위 말이다. 오코너 씨의 경우는 의외였다면서, 그 사람이 사는 집을 알았으면 좋았겠다고 참 아쉬워했다.
누구는 이리저리 뺑뺑이 돌며 개고생을 했는데, 어디 날로 먹으려고 드나, 뭐 그런 생각이 들어서 별로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개인적인 궁금증도 해결을 할 수 있었으니 뭐 아주 손해를 본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 영감이 별종이라 그런거에요. 아시다시피 ‘지역대’같은 이름을 붙이는 단위는 IRA의 그 많은 분파를 통틀어 그 치들이 유일합니다.” 공수부대 장교로 1년을 그 동네에서 보냈었다는 기관원 아저씨가 혀를 차며 말을 이었다. “정말 독종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의 기본을 직접 배우고 가르친 사람이라, 교활하기 짝이 없고요.”
‘절차’가 끝나고, 그들은 내가 런던에 잡은 숙소까지 직접 차에 태워줬다. IRA의 초대를 받아 갔던 민박집에서의 몇 시간 이후로는 잠을 통 못 잤던 터라 고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난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욕 보셨습니다, 쿠퍼 중사.” 트렌치 코트 차림에 인상은 호방하지만 탈모가 심한 ‘회사원’이 헤어지는 길에 악수를 나누며 그렇게 말했다. “남은 몇 일은 차분하게 시내관광 이라도 하세요. 파견 시작되면 다시 여기 오기 힘들테니까.”
무슨 말인지는 나중에야 알았다. 노련한 IRA 지도자, 오코너 영감님과의 인연인지 악연인지는 이제 막 시작된 것에 불과한 것이었다는걸 그때 미리 알았더라면, 나는 아마 남은 사흘 나흘 남짓을 내리 술이나 빨지 않았을까.
<끝>
-------------------------------------------------
다른데서 연재중인 소설의 주요 등장인물의 과거 경력으로 북아일랜드 파견 경험을 잡아놓은 적 있는데, 거의 십년 전부터 북아일랜드 분쟁을 배경으로 뭐 하나 써보고 싶던 터라 이렇게 써봤음.
나중에 북아일랜드에서의 뒷이야기도 쓰게 되면 그것도 올%A
댕꿀쟴츄. 삐용삐용이 없어도 소설이 일케 재미있는게 가능하구나.
UDA를 UDF로 잘못 적었네. UDA놈들 깽판칠때 쓰던 명칭인 UFF때문에 헷갈렸나봄. ㅈㅅㅈㅅ
잘 읽고 개추 꾸욱
잘 쓴 글이네요 ㅎㅎ 잘 읽었습니다. - dc App
재밌게 봐줘서 감사 또 감사 ㅎㅎ
회사원이면 정보기관 소속임?
ㅇㅇ. 본문에서도 나오듯 MI5에서 신원보증 서 줘서 풀려난거니까, MI5는 얘가 하루만에 여기저기 다 접촉한거 알고 있거든.
이왜념 병신새끼야
또도도돋ㄸ도 윾동 성님 뿔나셨다~
IRA는 해체한 뒤로 요즘 잠잠하죠 - dc App
서로 죽이다 지쳐서 평화협정 맺었죠.
군갤의 보배인 데스
근데 다른데서 연재중이라는 소설은 뭐임?
'맑은 날의 서베를린' 이라고, 됴취코가 구상한 89년 3차대전물 만화 '맑은 날의'(of Sunny Day)의 세계관만 빌려서 본편보다 시기상 앞쪽인 개전 직전과 당일의 시점을 다루는 소설임. 몇년 질질 끌면서 여차저차 클라이막스까진 갔음.
"북아일랜드는 생지옥이고 거기엔 두 부류의 악마와 하나의 사탄이 있다" 만 알면 스릴이 자동으로 밀려오는 소설이넹 굳굳굳
신교 무장조직과 영국간의 사이에 대한 묘사가 부적절했습니다. 가능하면 수정본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글 작성 및 수정에 자꾸 에러가 나서 수정본 업로드에 애로사항이 있는 점 양해드립니다.
수정본 업로드가 되지 않아 부득이 부연설명으로 대체합니다. 영국 정보기관과 UDA(UFF)간의 관계는 상호 협력 관계라기보단 영국쪽 정보기관에서 UDA 주요 보직에 끄나풀을 침투시켜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조종을 하는 관계였습니다. 이에 두 세력간 관계를 수정한 방향으로 대사를 일부 조정한 것 외에는 변경 사항 없습니다.
https://blog.naver.com/sfod_d/221354864201
수정본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