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에드워드 사이드 등의 영향을 받은 반제국, 반식민주의에 기반한 일종의 책임론에서 전범국의 시민들이 보여야 할 책임이라는 게 소위 눈눈이이적인 차원이 아님. 요컨대 독일군과 일본군이 소련에서 혹은 중국에서 일으킨 대량 살상 범죄가 있으니 동수 또는 동률의 전범국 시민이 죽어야 한다느니 혹은 시민이 죽는 게 당연하다는 주장이 아님.

덧붙여서 르메이의 스즈키 하루노보 드립은 자신이 결행해야 했던 지역 폭격의 전술적 필요성을 설득하기 위한 정치적 정책적 수사로 봐야 함.


2.

측은지심은 인간의 사회성 본능에 기반해서 전쟁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심리적 기제임. 가령 2차대전 당시 나치의 오랜 선전선동으로 운터멘쉬에 대한 강력한 혐오 정서가 작동했음에도 불구하고 2차대전사 전반에는 그것을 뛰어넘어 인간의 본성에서 나온 측은지심 덕분에 개인 차원에서 여러 가지 전쟁 범죄를 억제하거나 또는 그럴 수 있었던 기회가 다수 기록되어 있음.

문제는 그러한 측은지심을 파괴하는 집단적 광기 또는 국가 이념, 측은지심의 작동을 조롱하는 서브컬처적인 맥락 등이 존재했었고, 전체주의적인 절대적인 상명하복 강요는 양심을 가졌던 수많은 개인들을 공범을 만들고 공범 의식으로 서로와 서로를 얽매어 전쟁과 범죄의 책임 문제를 오히려 논의하기 어렵게 만드는 지점을 만들어버렸음.


3.

우리는 여기에 있기 때문에 지구 반대편에 일어나는 일들을 약간 관조하는 경향을 보일 수 있지만 우리가 같은 상황에 놓였을 때 우리의 양심대로, 우리의 상식대로 움직일 수 있을까 하는 건 또 다른 문제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