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적어서 시리즈로 많이 낼게요. 좋지 않은 필력이지만 많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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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바람이 어디서 불어온다. 파놓은 참호 길을 따라 바람이 뼈에 스며들 듯 몸을 깨운다. 침낭에 몸을 쑤셔 넣어서 괜찮을 줄 알았지만, 여전히 10월 공기는 춥다. 눌러 쓴 비니를 살짝 들어 제대로 눈이 떠지지도 않은 채 시계를 봤다. 05시 42분, 달콤했다. 참호 주변을 둘러봤다. 불침번들은 장구류를 다 착용한 채로 가만히 참호벽에 몸을 엎드린 채로 강 너머를 바라보고 있었다. 깊은 생각에 잠긴 듯했다. 조금 더 눈 붙여야 한다며 눈을 금세 감았다가 뜨니 옆에선 하나, 둘씩 방탄모를 쓰고 턱끈을 조이고 있다. 반대편에서는 안 일어난 사람들을 깨우려고 허리 숙이며 참호 끝에서 끝까지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깨웠다. 시계를 봤다. 06시 12분, 침낭에서 나와 깔깔이 위에 방탄복을 걸쳤다. 침낭을 고대로 접어서 군장에 쑤셔 박아 넣었다. ‘담배 한 대 태우고 싶다’라는 생각이 절실할 때 후임병 하나가 와서 말했다.
“김 하사님, 소대장님이 찾으십니다.”
주섬주섬 주워 입고 소대장 침낭 쪽으로 갔다. 허리가 아프다. 급하게 참호를 파고 숙영한 거라 그리 깊지는 않았다. 언제 날아올지 모르는 북한 놈들 총탄이 두려웠다. 저번 창동리에서도 두 명이 저격수에게 당했다. 넓게 펼쳐진 논밭에 보병 1개 중대만 덩그러니 진군했다. 앞에 기관총 하나 거치해 뒀다면 우리는 밭에 거름이 됐을 거다. 운이 좋았다. 전차는 바라지도 않았다. 죽어 나가던 곳을 생각하던 찰나 소대장 쪽에 도착했다. 삐쩍 곯은 소나무 아래서 적당히 바람도 안 부는 곳이었다.
“예, 소댐”
판초 우의 덮어쓴 채 후레시 빛 하나로 지도 비춰가며 작전 내용 확인하던 차에 왔나 보다. 판초 우의를 살짝 열어서 말했다.
“어 왔나.”
부산 사람이었다. 나이도 똑같았고 덩치도 크고 성격도 서글서글하니 꽤 괜찮은 사람이었다. 지금은 많이 변했다. 전쟁 전에는 병사들이랑 같이 작업도 하고 병사들이랑 어울려서 놀았다. 훈련 때는 맞춰둔 시나리오대로 척척 움직일 줄 알았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은 전쟁이 막상 시작되고 모래성 무너지듯 가라앉았다. 개전 후 그는 더 이상 병사들과 이야기하는 걸 못 봤다. 이젠 걸핏하면 화내는 일이 많아졌고 살이 쭉 빠진 채 피폐해졌다. 전쟁은 죽은 자들의 영혼만 뺏어가는 게 아닌가 보다. 살아 있는 사람들의 영혼부터 갉아먹고 있었다. 서서히…
“대희야, 이번에 우리 소대가 정찰조로 편성됐는데 니도 봤제? 저번에 소대 단위로 다 같이 정찰하다가 소대 하나 다 갈려 나간 거? 그래서 애들 몇 명 뽑아서 위험성 파악 더 하려고 하는데…”
자기도 더 말하기 어려운지 말을 멈췄다. 내 눈치만 보고 있었다. 쪼그려 앉아서 서로 눈만 쳐다보고 있었다.
“아니 소… 하… 무슨 말인지 아는데…”
그러자 말을 끊고 소대장은 말했다.
“이거 명령이야… ‘김 하사’, 07시까지 아들 뽑아서 내한테 보고해 주라”
그러곤 판초 우의를 다시 덮어쓰고 혼자 중얼거렸다. 덮어진 판초 우의를 한참 보며 화를 삭혔다. 당장에 더러운 판초 우의를 벗겨서 왜 내가 맡아야 하는지 따지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면 그를 다시는 못 볼 것 같았다. 조금 더 서성이다가 다시 내 짐이 있는 곳으로 숙여서 되돌아갔다. 되돌아가면서 참호 너머에 보이는 풍경을 바라봤다. 그곳엔 강이 흐르고 있었다. 폭이 좀 넓었다. 수력발전소 같은 것도 있었다. 그 너머에는 민가가 있었다. 싸구려 철제 슬레이트로 지어진 것 같이, 발로 차면 쓰러질 것 같았다. 그런데 그런 민가가 너무 많았다. 저곳에 분대급 병력도 못 꾸리고 들어가야 한다니 답답했다. 그런 광경을 보고 있다 어느덧 소대장의 생각이 읽은 듯이 멈춰 섰다. ‘애들 보내서 개죽음당하면 그냥 화력 요청받아서 밀고 가겠구나.’ 욕이 절로 나왔다.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들어가기도 전에 총탄에 대가리 뚫리긴 싫었다. 옆에서 같은 풍경을 바라보고 있던 소대 애들 얼굴을 스치듯 봤다. 넥워머를 둘러도 표정이 하나같이 볼만했다. 어떤 놈은 피곤한 듯 벽에 기댄 채 누워있던 애들도 있고 한 손엔 K-2를 쥐고 어디를 응시하는지 멀리 바라보며 멍하니 있는 놈들도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가 내 짐이 어지럽게 널브러진 곳에 도착했다. 나는 한명 한명 고르기 시작했다. 내 선택을 받은 이들의 표정은 차마 못 봤다. 미안해서. 희원, 원식, 재희, 경호. 넷을 뽑았다. 그러고 간략하게 말했다. ‘죽으로 간다’고
07시가 되고 애들 데리고 소대장한테 갔다. 우리 다섯은 장구류와 짐을 든 채로 소대장을 바라봤다. 소대 통신병이랑 이야기하던 소대장이 말했다.
“아 왔나. 바쁘니까 짧게 설명할게.”
그러곤 작전 내용을 이야기했다. 여기에 있는 수력발전소가 강을 도하할 수 있게 이어줘서 대대에서는 작전적으로 중요한 요충지로 생각했다. 그래서 간밤에, 대대에서 항공 자산을 이용해 정찰을 시도했는데 건너편 민가에 민간인인지 괴뢰군인지 모를 새끼들을 관찰했다고 설명했다. 대대에선 포병 지원으로 쑥대밭을 만들기엔 발전소도 위험 범위에 있기도 했고 민간인일 수 있었기에 결국 소대에서 민가를 정찰한 뒤 민가를 점령하고 대대가 오기까지 발전소를 지켜야 했다.
“느그들이 가서 피아식별만 해도 지금 바로 출발해서 관찰하고 있다가 민간인 같으면 무전 때리고”
“적이면 죽이면 됩니까?”
소대장은 눈을 번뜩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쏘대장도 죽을맛
참고로 현재 저 소대 현재 위치는 북한 부성역임. 지리를 알고 보면 더 재미있을 것 같아서
개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