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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 울리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잠에서 깼다. 시계를 보니 19시, 뭔가 싶어 나왔는데 그 끝에는 전차가 오고 있었다. 전방에서는 보기도 힘든 K1 전차들이 줄을 이었다. 넋을 놓고 봤다. 그런데 규모가 대대급은 확실히 아니었다. 12대? 11대 정도 돼 보인다. 전차의 굉음은 점차 커졌고 마침내 정차했다. 소대 애들뿐만 아니라 화기 중대 사람들도 나와 신기한지 구경했다. 선두 전차가 멈추고 중위 베레모를 쓴 군인 한 명이 전차 아래로 내려와 소대 사람들에게 물었다.
“55 전차에서 지원 나왔습니다. 중대 본부는 어디 있습니까?”
외계인이라도 본 듯 아무 말도 없이 중대 본부 건물에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중위는 고맙다는 듯 살짝 고개를 까딱이고 그쪽으로 묵묵히 걸어갔다. 나머지 전차들은 넓은 공터에 진열을 갖추고 주차했다. 두 대 정도는 도로 쪽으로 붙여 희천시 방향을 경계했다. 전차들의 시동이 마침내 꺼지고 인원들이 하차해서 늘 해왔다는 듯 전차를 덮듯이 위장망을 설치했다. 텐트 같이 전차를 덮고 있었다.
K1 전차의 포탑엔 넓은 철장이 포탑 위를 가로막고 있었다. 안 그래도 드론 문제가 많았는데 급하게 조치한 티가 나듯 용접도 어설프게 된 것 같았다. 나는 거기 하사 한 명에게 담배 한 개비를 주며 말을 붙였다.
“개천에서 오셨죠?”
하사는 날 쳐다보더니 담배를 받아들며 말했다.
“오… 감사합니다. 잘 피겠습니다. 불 혹시 있으세요?”
라이터로 불을 붙여주며 말했다.
“대대가 이게 전부인가요?”
“아, 감사합니다. 대대는 이리저리 다 지원 나가고… 1개 소대급 정도로 급편해서 온 거예요… 예비군 아저씨들도 많이 섞여 있고…”
“…평양 쪽은 어때요?”
“얼마 전에 거기 있다가 교체돼서 개천으로 나왔는데 나오기 전까지는 나름? 평화로웠어요… 매일 새벽마다 투항하라고 저희가 방송 해대니까. 몇 번 포격 날아오는 정도 말고는 없고… 야금야금 땅따먹기나 하고 있죠…”
“아 거기도 힘들겠네요…”
“아저씨는 어때요? 여기 괜찮은 것 같아요?”
“좆 됐죠. 뭐”
서로 피식 웃으며 시간을 녹였다. 담배가 다 꺼져갈 때쯤, 중대장은 중대원들을 소집했다. 나는 헤어짐이 아쉬워서 나중에 인사나 하고 지내자며 인사말을 건네고 급하게 소집 장소로 갔다. 잘 가라며 손을 저으며 헤어졌다.
중대장은 중대원들을 모아두고 모레 있을 작전과 상황을 설명했다.
“현재 우리 대대의 목표는 희천시, 여기서 5km 떨어진 지점의 작은 도시다. 댐도 있고 대학교도 있고 있을 만한 건 다 있다. 그 말뜻은 곧 뭐야? 요충지란 의미지. 그렇기에 우리는 모레 이 도시를 탈환한다.”
침이 바싹 마른다. 또 얼마나 넓을까. 주위의 중대원들은 모두 긴장한 듯 단상 위에 올라선 중대장의 얼굴만을 바라봤다.
“적은 11군단 예하, 공병중대 하나와 경보병 여단 하나로 구성된 것으로 파악한다. 우리의 목표는 희천시청을 목표로 한다. 모레… 그러니까. 21일! 09시를 기점으로 공격을 시작할 것이다.”
서로 시계를 바라봤다. 그러더니 알람을 살짝 맞추는 듯이 행동하는 이들도 몇 있었다. 중대장은 계속 말을 이었다.
“우리 선봉 2중대는 이번에 지원을 온 55 전차를 엄호하며 이동, 이후 소대별로 나눠서 1개 전차 분대 뒤를 따라서 시청 방면을 점령한다. 이번에는 속도가 중요한 게 아니다! 누가 덜 피해를 보고 더 피해를 주느냐에 차이다. 난 우리 대원들 믿고, 잘하는 걸 안다.”
중대원들은 아무 말 없었다. 이제껏 해 온 감으로 대부분 이번 작전이 쉽지 않다는 걸 직감했기 때문이다. 한숨만 나왔다. 그때 중대장은 씩 웃으며 선물이 있다는 듯 입을 열었다.
“이번 희천시 탈환이 끝나면 우리 사단은 점령지 안정화를 위해 평강 예비대로 투입된다. 무슨 말이냐. 후방지대로 이동해서 짧지만 고향으로 휴가도 다녀올 수 있고 보다 안전한 상황에서 있다는 소리다.”
중대원들 모두 눈을 반짝였다. 나도 그랬다. 사단에서는 운동군 탈환, 푸하동 탈환 등 넓은 방면으로 탈환 작전 및 민간인 소개 작전, 점령지 안정화 등 다양한 활동으로 인해 병력 손실, 장비 손실 등으로 골머리를 앓던 차에 군단에서는 우리 사단을 후방으로 빼서 재정비 실시, 그 자리에 2개 사단을 배치할 계획이었다. 이런 소식은 우리에겐 전쟁 끝이라고 말하는 것과 유사했다.
한 용사가 손을 번쩍 들며 중대장에게 말했다.
“중대장님! 휴가… 휴가 다녀올 수 있습니까?”
“어~ 그래 그… 용혁이, 집이 대전이라 그랬지? 다녀올 수 있다.”
장내를 술렁이며 중대장을 쳐다봤다. 중대장은 말했다.
“모레 09시, 우린 모두 살아남자. 중대장이 ‘북진’이라고 외치면 후창으로 ‘통일’ 외치자. 알겠어? 북진!”
“통일!”
결의를 불태웠다. 중대원들은 이야기가 끝나고 각자 위치로 돌아갔다. 우리 소대는 다시 휴식을 다른 소대는 경계 교대를 위해 산 위로 올라갔다. 전부 휴가에 관한 이야기였다. 집에 갈 수 있다며 웃음꽃이 피었다. 그럴 법도 한 것이 10개월 넘게 생사가 오가며 북한 땅만 밟고 있다가 고향 땅에 가볼 수 있는 기회였다. 더 이상 오늘은 누가 죽을지 점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였고 가족이 괜찮은지, 안전한지 확인할 기회였다.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가족들 생각으로 하루를 마쳤다.
03시 40분, 06시, 희천시 방면에서 북한의 정찰조가 계속 내려와서 작은 전투가 벌어졌다. 산 능선 쪽에서 식별된 정찰조 4개 팀을 사살 및 추격, 4개 팀 넘게 식별했다. 적들의 정찰 활동이 활발해졌다는 의미였다. 우리 소대도 급하게 투입되어 경계 및 순찰 임무를 수행했다. 3대대에서는 대대급 정찰 감시 장비를 이용해서 항공 정찰을 실시했다.
적 공병대로 보이는 병력은 희천발전소를 지키고 있고 경비여단 병력은 아 측의 전차와 항공 자산 때문인지 1개 대대 병력만 시가지에서 방어하고 있었다. 다른 병력은 여단 참모진 토의와 정찰 결과 희천수력발전소와 희천시 사이 능선에 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여단에서는 발전소 방면의 병력 부족으로 사단에 지원을 요청했고 군단 직할 특공연대의 1개 지역대가 요청에 응했다.
이게 새벽에 있었던 모든 일이었다. 아침이 되자 적의 정찰 임무가 잦아들었다. 그렇기에 다시 우리 소대는 소대 본부로 내려와서 각 중대의 물자 보급과 전차 유류 보급 임무에 지원했다. 총을 닦고 장비를 다시 확인하며 전투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어제 잠시 만난 하사는 나를 찾아와서 내일 잘 부탁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유류 보급한다고 오고 가는 사이에 이것저것 일도 같이 하고 이야기도 많이 해서 친해졌다. 나이도 비슷하고 계급도 같아서 누구 할 거 없이 마음 놓기 좋았다.
그런데 문제는 해가 지고 나서였다.
희천시 방면에서 적게는 수십, 많게는 수백 명의 민간인들이 남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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