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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가을, 나는 당시 보병 사단이었던 제 30 보병사단 90연대 15중대 소대장으로 보직 받았다. 중대장님은 왜소한 체격과 축구를 못하는 나를 보시고 실망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소대장 생활은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육사 출신이라는 주변의 기대는 엄청난 부담이었다. 대대에 임무만 떨어지면 '전 소위가 해봐'였다. 뭐든지 1등을 해야 할것만 같은 주위의 기대는 번번히 실망으로 되돌아 왔다. 

제일 먼저 받은 시련이 연대장배 소대장 복싱 대회였다. 그 당시에는 체급을 따지지않고 무조건 싸움을 붙이는 방식이었다. 상대는 나보다 1년 선배이고 한 체급이 높은 분이었다. 대충하면 된다고 했지만 나는 그렇게 배우지 않았다. 전 소대원이 보는 앞에서 하는 시합이었고 소대원들 사이에서는 건빵 베팅도 있었다고 한다. 나는 소대원들에게 '내가 질게 뻔하다. 그런데 지더라도 어떻게 지는지 보여 줄게'라고 멋있게 말했다. 나는 1라운드에서 KO 패를 당했다 (죽을뻔 함). 소대원들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 다음은 사단장배 저격수 사격대회에 대대를 대표해서 출전을 했다. 아무도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었고 나는 물어 볼 생각도 못했다. 대대에서 뽑아준 총 잘 쏜다는 사람 10명이 대회에 나갔다. 보병대대 중에서 꼴찌를 했다. 패자는 말이 없다는 것을 그때 피부로 느꼈다. 

그 당시에는 훈련이 많았다. 그중에서 대대전술훈련이었던거 같은데 지금도 알수 없다. 보병 소대장이 가장 비난 받는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소대원을 이끌고 가다가 길을 잃었다. 그 당시에는 전기가 안들어 오는 지역도 많았고 별이 보이던 때이다. 눈이 와서 무릅까지 쌓인 곳도 많았다. M60 기관총과 60미리 박격포까지 들고 소대원들은 내 뒤만 따라 왔다. 소대원 전체를 끌고 이리 저리 헤매던 기억은 지금도 난처하다. 소대원들은 말이 없었다. 나도 말이 없었다. 

그해 겨울, 급기야 동계훈련을 나가서 큰 사고를 냈다. 동계훈련간 하지 말아야 할것은 텐트안에서 촛불을 키거나 분침호 안에서 불을 피우는 것이다. 그런데, 그때 너무 추워서 소대장인 내가 잘못된 모범을 보였다 (여러분은 절대로 따라하지 마세요). 이럴 때 불을 보듯 뻔하다고 하나? 불이났다! 소대장인 내가 불을 내어 망신은 물론 장비를 태워 먹은게 전인범 소위였다. 아무도 말이 없었다. 

나는 부대로 복귀후 독신자 숙소에서 고독이라는 친구를 벗삼아 '나는 군대 체질이 아니가 보다'라고 생각하며 절망하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나는 곧 '아니야, 이러다 좋은 일이 있겠지...'하며 잠든 외롭고 추운 기억은 지금도 서럽다. 

그래도 나를 지탱해 주었던 것은 우선 나의 소대원들이다. 허약한 소대장에게 먹어 보라고 더덕을 캐서 주던 나의 전령 김명환, 바보 같은 소대장이지만 늘 나를 후원하던 충청도 사나이 한병철 그리고 눈치빠른 김원수와 못난 소대장을 미워하지않고 따라 준 추종구 등이 있었다. 

그 다음은 나를 보살펴 준 선배 소대장들과 우리 중대장님 그리고 나에게 처벌 보다는 두번, 세번 용서와 기회를 주신 대대장님의 배려와 믿음이 있었다. 

나는 기독교 신자이지만 교회에 잘 나가지 않는 좋지 못한 기독교인이다. 그럼에도 어러움이 있을 때 마다 하나님에게 힘을 구하고 잘못 할 때마다 용서를 구했다. 못난 기독교인임에도 하나님은 항상 기도를 들어 주셨다. 진짜 군인은 종교인이 안 될수 없다. 죽음이 늘 가까이 있고 생사가 너무나 쉽게 결정된다는 사실을 알면 예수님, 성모 마리아, 부처님과 알라까지 모두 믿어 두는게 현명하다는 미군 친구의 말은 농담만이 아니었다. 이것이 세번째이자 가장 큰 힘이었다. 

지금 군생활하는 젊은 장교들에게 나는 말하고 싶다. 

포기하지마라. 결국, 버티고 살아 남으면 좋은 날이 온다. 버티는 사람에게만 좋은 일이 있지 포기하거나 최선을 다하지않는 사람에게는 절대로 좋은날이 오지 않는다. 

어려운 사람 도와 줘라. 오늘의 미운 오리가 백조가 된다.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용사와 어쩌다가 초급간부가 된 사람들 중에는 놀라운 내면과 잠재력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종교에 의지하라. 어떤 종교가 되었던 우리에게 좋은 일하라고 가르치고 사랑, 자비, 믿음과 선의의 길을 안내해 주는 종교는 우리와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고 개인을 굳건하게 한다. (종교시설에서 이쁜 여자와 착한 남자도 만날수 있음). 

군생활이 아무리 좋아졌다고 해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국방부 시계가 지금도 간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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