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는 어쩌다 여기 누웠나?"

"나같은 종년이 뭘 알겠소? 그저 상전들이 시키면 시키는대로 해야지 그러는 그쪽은 여기 왜 왔소?"

"나도 매한가지일세 처자식만은 이 고생 안 시키게 해 준다니 왔지"

"흥! 천둥벌거숭이 같더니 처자식이 다 있었소?"

"없다마다 그거 하나만 믿고 이 팔자 살아왔지"

"이년의 신세는 뭐가 이리 박복한지 태어나서 이제껏 종살이만 하였소"

"누군 아닌가 수자리(전쟁)에 부역에 참 힘든 신세였네"

"자식이 사내요 계집이요?"

"사내놈 하나일세 애비가 이리 되었으니 군역이라도 빼주면 좋을텐데"

"나도 계집아이 하나 있었는데..."

"자네도 애가 다 있었나?"

"있다마다 지금은 이래도 예전에는 미색이 썩 나쁘진 않았다오"

"의외구먼"

"예쁜 꽃에 벌 나비가 아니 꼬이오? 삼오에 남자를 알고 이팔에 애를 보았는데 낳자마자 사흘만에 주인이 데려갔소 젖이라도 물려줬더라면 지금껏 한은 없었을텐데"

"이런 이야기 해봐야 한도 끝도 없겠네"

"도대체 왜 우리가 죽어야 하는지"

"이 나라가 만대코 이어지라고 이러는 것이 아닌가?"

"이년같은 팔자가 무슨 나라에 도움이 된다고 죽으란 말이오"

"이 사람아 상감님이 내 팔자는 어여뻐서 수자리 부르셨겠나?"

"다음 세상이 오면 제발 종살이는 아니 하였음 좋겠소"

"푹 자고 일어나면 좋은 세상이 오겠지"

"우리 딸년 생각만 하면 눈이 안 감겨서..."

"만대가 지나고 뒷 세상 사람들이 우릴 보면 가시버시 맺은줄 알겠네"

"아니 이 사내가 못하는 말이 없으니... 당채 저 쿵쿵 대는 소리가 대체 무어요?"

"달공질(땅다짐) 소리 아닌가? 저 저 저 빌어먹을 자식들 적당히 좀 해야지 죄 흙이 떨어져.."

"빨리 눈감으란 뜻 아니겠소? 이제 슬슬 눈 감읍시다"

"그러세 '임자' 다음 세상에서 보세"

"편히 쉬시오 '낭군' "



75ed867eb28007fe3de880ec47ee776d5787c9c5a21aa23d41db8451b73e2118a29c

모티브가 된 월성 성벽 밑 인주(人柱) 인골 2구

2017년 발굴되었고 키큰 한구는 남성으로 추정됨

걍 념글 보고 생각나서 써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