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bcdb27eae639aa658084e54484746f351cb383d9e967323adc135128266762efc55a5848788ff79b1d9a07f433





어쩌다 구한 김성은 회고록에 나오는 재미난 대목.



때는 바야흐로 1950년. 킨닛세이의 난으로 한반도가 피로 물들었던 시기.


함경도 출신 실향민 의사 현봉학은 대구에서 피난민살이를 하던 중 국회부의장 황성수를 찾아가서 나라를 위해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하였음. 이에 황성수는 그를 신성모 국방장관에게 추천하여 그의 유창한 영어실력을 감안하여 마산에 있던 미 25사단 킨 소장의 직속 통역관으로 배치되었음.


문제는 해군본부가 있던 부산으론 내려갔는데.... 마산에 어떻게 간다? 차편이 없어서 곤란해하던 현봉학에게 해군 헌병감 백남표 소령이 마산까지 태워다주겠다고 해서 현봉학은 백남표의 차를 타고 이동. 근데 마산에 도착했는데 백남표가 미 25사단을 그대로 지나치는 것이 아닌가?


"미 25사단 정문을 지났소. 내려주시오."


근데 백남표는 눈 하나 깜짝 하지 않고 대답하길: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 25사단보다 더 급한 부대가 있습니다. 지금 그곳으로 가야 합니다."


"무슨 소리인가? 내가 추천받은 곳은 미 25사단이다."


이에 백남표가 정색하더니 현봉학에게 권총을 겨눴음.


"닥쳐라 아쎄이. 너는 지금부터 해병이다."



현봉학은 경악했지만 해병대 지휘관을 만나면 해결될 줄 알고 일단 따라갔는데, 백남표 소령에게 소개를 받은 해병대 대대장 김성은 대령은 백남표의 긴빠이에 오히려 매우 기뻐했음. 당시 해병대에는 영어 구사자가 사실상 없었고, 가장 영어를 잘하는 부대대장 김병호가 기껏해야 영어 어휘를 조금 아는 수준이라 미군을 만나면 손짓발짓과 코리안 마린 코어라는 단어 하나로 겨우 소통하고 있던 상황. 김성은에 따르면 이는 해병대에 있던 일본군, 만주군 출신들이 과거 귀축영미의 언어라는 이유로 영어 교육을 받지 못해서였다고. 김성은은 정작 중국어, 러시아어, 일본어는 다 할줄 알았음.


어쨌거나 현봉학이 함경도 사투리로 나는 납치를 당했으니 미 25사단으로 보내달라고 요구하자 김성은의 일갈


"이 새끼... 기열!"


김성은도 권총을 겨누더니 떠나면 죽인다고 위협. 현봉학이 이런 황당한 상황에 할말을 잊고 있는데, 그때 현봉학의 세브란스 의전 동문인 군의관 오원선 대위가 현봉학을 알아보고 얼싸안고 기뻐함. 참고로 이 오원선 대위도 전투에 맛들려서 하라는 치료는 안하고 직접 소총 들고 전장 뛰어다니는 기인이었다고 함. (이후 보사부 장관 역임) 여튼 오원선이 현봉학을 김성은에게 자세히 소개한 후에 현봉학에게 영어 구사자가 없어 해병대가 고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함. 당시 현봉학의 동생 현시학도 해군에 있고 김성은과도 안다고 하자, 현봉학은 그제서야 아쎄이가 된 운명을 수락함.



"당신들 해병대.... 정말 해적이구려."


"맞소. 나와 백남표 소령은 만주에서 온 마적이오. 말을 타면 마적이고 배를 타면 해적이니 마적단과 해적은 형제지간 아닙니까?"


참고로 해병대에 들어온 현봉학도 해병정신을 발휘, 자신이 원래 부임하기로 했던 미 25사단에 찾아가서 bar 자동소총, 경기관총과 트럭 2대 분량의 실탄, 수류탄을 뜯어내는 위엄을 발휘했다고 한다.


사딸라 이환경의 당시 상황 묘사는 의외로 현실적인 면이 있을지도 모른다.....



여튼 김성은 회고록이 근래 읽은 회고록 중에서 가장 볼륨있고 (1권만 무려 900쪽) 재밌는 회고록인듯.




원글 링크는 댓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