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인사해, 우리를 취재하겠다고 온 기자야.
(잔해에 쪼그려 앉아 있는 사람들이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든다.)
얼굴에 붕대 감고 있는 놈이 안드리, 저쪽에 멍청해 보이는 놈이 올렉산드르, 우리끼리는 올렉이라고 불러, 저기 담배 피우는 놈이 페트로.
(카메라는 줌으로 당겨서 한명 한명 카메라에 담는다. 어쩐지 행복해 보이는 웃음들이다.)
엊그제도 작은 전투가 있었어. 다들 지쳤는데. 다행히 당신을 환영해 주는군.
(어디론가 이동하는 그의 뒤를 따라 카메라는 이동한다. 어두운 지하에서 벗어나 윗층으로 올라간다.)
이쪽으로 올라와. 지금부터는 발을 빨리 움직이는 게 좋을 거야. 어디서나 뻐꾸기 새끼들이 우릴 조준하거든.
(조금씩 빨리 움직인다. 특히나 밖이 드러난 공간은 더 빨리, 지나가는 복도에는 각 방마다. 인원들이 벽에 기대어 휴식 중이다.)
내가 부동산 중개인처럼 하나하나 우리 진지를 소개해 줄 수는 없고 간단히 몇 곳만 둘러보자고.
(복도 끝 방을 들어간다.)
여긴 우리 관측실이야. 좁고 어설프긴 해도 몇 번의 포격에도 살아남았지. 우리 관측병들도 한번 찍어줘.
(카메라는 방을 찍었다. 벽은 급하게 쌓은 사낭과 벽돌, 건물 내부에 있던 가구들로 막았다. 그곳을 지키고 있던 군인들이 반갑게 인사한다. 카메라를 돌려 그들을 비춘다.)
저쪽은 우리 연대의 자랑, 드론병 바실, 이쪽은 포병에서 관측 지원을 온 로만.
(주머니에 꽂은 손을 꺼내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로만, 그는 이빨이 두 개정도 빠져있다. 바실은 한쪽 손에 핸드폰을 들고 있다.)
내가 재미있는 걸 보여주지. 이쪽으로 와봐. 여기 구멍으로 저쪽을 찍어봐. 6시, 그래 저기, 저거 보여? 엊그제 죽은 정찰병들이야.
(조금 멀리, 두 명의 시체가 누워있다. 줌으로 당겨도 잘 보이지 않았다.)
여기 바실이 잡았지. 우리 여단의 귀재라고, 하루하루를 이렇게―
*총성
(카메라를 급하게 빼서 그를 비춘다. 그는 총성이 들리자마자. 빠르게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씨발, 바딤, 들려? 또 어디야. 어디서 쏘는 거야?
(한 손에 들려있던 무전기로 대화 하고 있다.)
# 북동쪽, 북쪽 한번 건드려 보는 것 같아. 소대 단위로 보이는데?
지금 그쪽으로 갈 테니까. 응사하고 있어.
(방을 나와서 잔해를 넘고 이층으로 올라간다. 그는 뚫린 곳을 경계하며 조심히 잔해를 넘어서 북동쪽, 한 방에 도착한다.)
바딤, 어디야. 어디 있어?
- 저쪽 보여요? 저기 차량 뒤에, 한 200m? 약간 넘어서. 우리 쪽이 먼저 발견하고 사격했어요.
아, 어 찾았다. 개새끼들 마르티안, 저거 유탄으로 조질 수 있겠어? 일단은 쏴봐.
(마르티안으로 추정되는 남성은 벽 너머로 GP-25만 살짝 내밀어 쏜다. 퐁 하는 소리와 함께 날아가 거의 코 앞에 떨어졌다.)
어, 계속 쏴봐. 좋아. 이반, PKM으로 더 못 다가오게 조금씩 끊어서 쏴.
- 알겠습니다.
(귀가 찢어질 듯한 총성, 방 안은 금세 화약 냄새와 황동색 탄피가 굴러다녔다.)
그만, 그만 쏴. 바실, 들려? 드론으로 확인할 수 있겠어?
- 예, 잠시만요… 음… 몇 명은 왔던 방향으로 돌아가고 나머지는 죽거나 다쳤어요.
그래? 알겠어. 전투 종료, 경계는 계속해. 어디서 또 나올지 몰라.
(빅토르는 무전기를 잡고 건물 내에 있는 아군 병사들에게 말한다. 카메라로 그의 말하는 모습을 가까이 찍는다.)
뭐 그래… 전투는 이걸로 끝인 것 같군. 점점 정찰 빈도와 수가 많아져. 본격적으로 들어올 생각인가 봐. 당신도 여기 더 있으면 나가기 힘들어질 것 같은데…
(기자는 약속했던 3일만 있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빅토르는 웃으며 손가락을 알았다는 듯이 동그랗게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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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은 바뀌고 다시 지하실, 아까 봤던 안드리, 페트로 그리고 빅토르가 소파에 앉아 있다. 올렉은 바닥에 앉아 물티슈로 몸을 닦고 있다.)
- ‘라이언 일병 구하기’ 영화 본 적 있어?
- 아, 그거 뭐더라. 양키 영화 그거, 톰 행크스 나오는 거 그거 맞지?
- 그래, 그거. 난 그 영화를 처음 보고 되게 실감났어.
근데 왜? 아니야?
- 아니더라고, 현실이 더 심해… 살가죽이 날아다니고 창자가 쏟아지는 걸 보는 게 일상이 될지 누가 알았겠어?
- 좆 같군 하하하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라이언처럼 말이야.
- 라이언처럼… 라이언이라…
(카메라 화면은 점점 어두워지며 화면은 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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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성
또 빌어먹을 알람이구먼, 지겹지도 않나.
(카메라는 그의 뒷모습을 따라다니며 찍고 있다.)
올렉! 올렉! 씨팔, 한 대 먹여줘! 오늘 작정했구만. 전 인원 전파, 전투 지역 외 경계 철저히 해!
# 대장, 북서쪽으로 한 개 소대 더 옵니다.
씨팔.
(빅토르는 어디로 계속 이동한다. 그는 쉬지 않고 모든 지역 내에 전투를 확인하기 위해 돌아다녔다.)
저기 6시! 섬광, 섬광 쪽으로 흩뿌려. 뭐라도 맞겠지.
(손날로 방향을 표시하며 기관총사수에 지시하고 있다.)
- 탱크! 탱크! 포탑 이쪽으로 돈다!
총 놓고 그냥 나와! 나와!
*폭발음
(카메라엔 뿌연 먼지바람만 일고 있다. 자세히 봐야 확인할 수 있다. 카메라는 먼지 사이로 멀리 우뚝 서 있는 탱크 한 대를 찍었다.)
루슬란! 일 층 RPG 가지고 옆면 때려! 못 움직이게만 해도 좋으니까. 때려!
# 지금― 가고 있습니다―
어이 괜찮아?
(기관총사수는 팔에 출혈이 심하게 난다. 지혈대로 팔을 묶는다. 계속 총알 세례가 쏟아진다. 콩 볶는 소리같이 콘크리트 벽에 가로막힌다.)
- 괜찮아요. 대장. 조금 스친 거뿐이에요.
지랄맞군, 지하 의무실로 내려가서 빨리 치료받아.
# 정문 쪽에 여러 접근 중입니다. 바로 사격하겠습니다!
몇 명이나 되는 것 같은데. 뒤에 더 오고 있어?
# 아뇨. 한 개 소대 정도 되는 것 같은데 후속 병력은 없어요.
그럼 더 다가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확실히 조져. BTR이나 전차가 다가오면 차량부터 제압하고
# 알겠습니다.
(카메라는 지혈하는 그의 모습을 담는다.)
# 전차가 퍼졌어요! 궤도만 작살냈습니다!
알겠다.
바실, 드론 가지고 윗면 때릴 수 있어?
# 예 가능합니다. 어? 전차에 탑승한 인원들이 그냥 나오는데요?
그럼, 뚜껑 따지 말고, 대기해.
(무전기로 응답하며 상황을 확인하는 그의 얼굴을 찍는다. 그의 눈빛은 어느 때보다 더 결의에 찼다.)
# 관측소입니다. 대장 들려요?
어 말해.
# 전체적으로 적 병력이 물러나고 있어요.
오케이,
(어느덧 총소리도 잦아들었다. 빅토르는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다친 사람과 죽은 사람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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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몇 명이나 왔는지 기억해? 올렉
- 500명? 그쯤 됐던 것 같은데.
맞아. 500명, 자그마치 500명, 수십 대의 차량과 장갑차가 같이 나왔지. 지금은?
- 아무것도…
차는 고사하고 지금은 고작 200명도 채 안 남았어. 오늘 아침에 전투만 해도 3명이나 죽었어! 씨팔 3명이나!
…
(카메라는 그들이 이야기하는 장면을 찍고 있다. 같은 지하실에서 올렉과 안드리, 빅토르, 페트로가 앉아 있다.)
(빅토르는 엄지와 검지를 동그랗게 말고 중지, 약지, 소지를 펼치며 울분을 토했다. 소지는 잘린 것 같다.)
…
… 이 짓거리는 언제 끝날까. 이젠 다들 너무 지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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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성
나가! 우리가 어떤 상황인지 알아야… 이 개새끼들! 집에 가서 잠이나 쳐 자라! 빌어먹을 개새끼들아! 너! 빨리 왔던 곳으로 돌아가라고!
(카메라는 심하게 흔들린다. 작게 미안하다고 읊조리며 지하에 만들어진 탈출구로 도망친다.)
(카메라엔 그들의 마지막 모습이 찍혔다. 정문으로 들어오는 곳에서 바리케이드를 쌓은 채로 최후의 항전을 하고 있다.)
- …는 위대한 순간에 태어났다!
- 전쟁의 불길과 총구가 내뿜는 화염으로부터!
- 우크라이나를 잃어버린 고통이 우리를 길렀고!
- 적들에 대한 분노와 증오를 우리가 먹고 자랐다!
(다양한 말들이 분노와 섞여서 녹음됐다.)
그들의 최후의 항전 의지를 불태우며 군가를 불렀다. 3일째 아침, 롤링 스톤의 종군 기자였던 빌 이바노프는 후방지역으로 도망쳐 나왔다.
이후, 그 지역은 점령당했고, 남아있던 그들의 이야기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카메가맨 근성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