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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도 잠시, 숙영지에 정적을 깨고 2소대 일병이 뛰어다니며 집합 시간을 알렸다.
직감적으로 승욱이 형과 나는 마주 보며 ‘이번 작전’에 대한 내용을 직감하며 기대감을 살포시 품었다.
09시 앞으로 대략 2시간. 남은 전식을 다 해치우고 한숨 자거나 총기나 손질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앞으로의 ‘작전’ 때문이라도 해야만 했다.
채 다 비벼지지도 않은 전투식량을 입에 욱여넣으며 다음 아니 마지막 작전지는 어디일까. 생각했다. 그러나 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하면 된다…’
누가 보면 도박꾼 같은 모습이겠지만 절실했다. 집에 가서 단 한 번이라도 누워서 가족들이랑 이야기하고 싶다.
숟가락으로 전식 바닥을 박박 긁어대며 밥알 한 톨 빼지 않고 입안에 쑤셔 넣었다. 덜 익고, 덜 비벼진 카레 비빔은 역겹지만 지금 아니면 못 먹는다.
사실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이더라도 감사히 먹어야 했다. 황주까지 오는 식량 보급은 거의 끊겼기 때문이다.
기름, 탄약, 포탄 등이 우선 보급이 되는 것도 하나의 이유였지만 가장 큰 것은 보급선이 길어진 것도 이유였다.
처음 계획한 것은 사리원에 사단 후방 보급대를 활용해서 전방으로 보내는 보급선을 단축해서 전방에 보급하는 거창한 계획을 세웠지만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첫 번째는 적들의 특작부대였다. 놈들은 밤이면 산악지대를 타고 숨어들어 후방을 기습했다. 수는 적지만, 그 피해는 결코, 작지 않았다. 보급소를 내어준다면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두 번째는 후방 지역에서 올라오는 물자를 공급하기에 내륙으로 한꺼번에 많은 양을 수송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수많은 수송 차량과 전방에서 전차나 장갑차를 빼서 기동 하기엔 많은 병력이 필요했고 전선이 너무 얇아졌다.
그러한 갖은 이유로 원래대로 해주시에서 수송 헬기로 물자를 보급했다. 하루에 많이 뜨는 것도 아니라 당연히 식량은 뒤로 밀렸다.
그마저도 수송이 되면 다행이었으나 앞서 말한 특작 부대도 살쾡이 마냥 이를 노리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중대 내에 유통기한이 지나 오래되고 눅눅하고 맛도 형편없는 것 전투식량이 꽤 있었다.
오히려 우리는 상황이 좋았다. 전방에 다른 전선 이야기를 들어보면 빌어먹을 탄약은 공기놀이할 정도로 넘쳐나도 쌀이 없어 건빵 한 조각을 물에 불려 먹는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오죽하면 이상한 거 먹어서 전투력 손실 나게 하지 말라고 교육 전파가 내려왔을까.
이런 소중한 식량을 헛되이 낭비하는 중대원은 없다.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없다. 짬이 남으면 처리하기도 곤란한 문제도 있었다.
아무튼, 전방은 이렇다. 후방은 어떤지 몰라도, 거긴 최소한 굶진 않을 거다. 그렇게 생각하니 휴가가 더 미친 듯이 그리워졌다. 따뜻한 밥 한 끼, 가족과 함께하는 평범한 아침… 간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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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합 시간이 될 때까지 분대원들과 함께 숙영지에서 잠을 잤다. 미래를 위해서라도 조금 더 자야 했다.
08시 50분, 맞춰둔 알람 시계가 울리자, 대부분 장구류를 챙기고 집합 장소로 이동했다. 타고 온 장갑차를 주차한 곳으로 가니 중대장이 미리 와 있었다.
앞에서 중대장은 서성거리고 있었고 다른 간부들은 그런 중대장 뒤에서 큰 지도 하나를 바닥에 깔고 있었다. 소대장 셋은 지도를 가리키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우리 분대가 처음 도착하고 소대와 분대들이 도착했다. 다 모였을 때, 중대장은 말했다.
“이리 다들 모여봐. 둥글게 모여 그래. 뒤에, 안 보이면 앞사람 좀 앉아주고”
지도는 생각보다 컸다. 사람이 네 명? 정도 누울 것 같다.
“어, 주목.”
“주목!”
“여러분에게 말할 게 몇 가지 있습니다.”
다들 ‘또 어디 점령하라는 이야기겠구나.’하며 한 귀로 흘릴 준비를 했다.
“우리는 이번 작전을 끝으로 후방 예비대로 재편됩니다.”
갑작스러운 후방 재편, 나와 승욱이 형처럼 어느 정도 알고 있던 사람들은 크게 반응하지 않았으나 사실을 모르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동요했다.
“여단은 작전한계점이 온 것 같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후방으로 넘어가서 재편할 예정이다.”
“중대장임요! 질문 있습니데이!”
어떤 이들은 지도를 밟고 앞으로 나오자 다른 이들도 튀어나와 한마디씩 말을 덧붙였다. 보다 못한 소대장과 간부들은 나오는 병사들을 막으며 말했다.
“잠깐! 잠깐만 중대장님 말씀하시잖아. 얘들아. 진정해 이야기 아직 안 끝났어.”
“그래. 조금만 진정하고 중대장님 설명부터 먼저 끝까지 들어.”
“지도 밟고 있는 새끼들도 좀 나와. 구겨지잖아.”
소대장들과 부소대장들, 간부들의 만류로 열기는 차츰 가라앉았다. 모두 초롱초롱한 눈으로 중대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음, 그래 진정 다 됐냐?”
모두 진정됐다는 듯 행동했지만, 두근거리는 가슴은 숨길 수 없었다.
“계속 이어서 말하자면… 어디까지 말했더라… 아 그래 작전한계점이 왔고 이에 우리는 후방으로 넘어가서 부대 재편을 실시한다.”
“인원뿐만 아니라 탄약, 무기, 장구류도 새로운 걸로 지급받고 훈련도 새롭게 할 거야. 아쉽게도 전방으로 다시 안 오는 건 아니지만 후방으로 가면 ‘휴가’도 갈 수 있다.”
중대장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침 삼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휴가’라는 말이 이토록 달콤할 줄이야.
심지어 이것은 공식적이었다. 단순히 뜬 소문에 그치는 것이 아닌, 진짜 장교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다. 기대감이 더욱더 부풀었다.
“아무튼 자세한 내용은 나중에 ‘후방’에 가서 이야기하고 중요한 점은 우리가 후방으로 가기 전에 남은 전력을 쏟아서 마지막 작전을 수행한다.”
어쩐지 중대장은 후방이라는 단어에 강세를 두고 말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모두 최면에 걸린 듯 결의에 찬 눈빛으로 중대장을 바라봤다.
“지도를 보면, 빨간 점 하나가 있는데 우리의 1차 목적지인 송림이다. 우리는 이곳을 점령해야 한다.”
일부는 1차라는 말에 수근거렸지만, 중대장은 어디서 나무 막대기를 주워 와서 지도를 쿡쿡 찌르며 설명을 이었다.
“현재 송림 내부, 적 규모는 한 개 여단급 이상으로 파악된다. 1군단 패잔병들과 평양 수비 사단의 일부 내려온 것 같다. 전차도 식별되고 각종 포병이나 대전차 무기들도 식별됐다.”
“적은 우리 수보다 많아서 공략이 어려운 게 자명하다. 그러나! 저번처럼 이번에도, 포병 한 개 대대와 301 항공대 아파치 헬기와 공군 친구들과 함께 작전을 진행할 거다.”
우리가 수행했던 사리원과 황주 비행장 점령 작전처럼 꽤 많은 곳에서 이번 작전을 지원했다. 이곳이 정말 요충지인지 새삼 이해가 갔다.
“이 정도면 송림을 점령하기에 충분하다고 참모처에서 판단, 지금으로부터 18시간 뒤, 작전을 진행하기로 했다.”
몇몇은 시계의 알람을 설정하곤 했다. 나 또한 그랬다. 야간 작전을 수행한다는 의미였는데 이는 좌중을 술렁이게 할만했다. 그러나 중대장은 개의치 않고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아군 전투기와 포병 대대의 화력 투사가 종료되면 우리 중대는 송림의 동남쪽으로 진입, 아파치 한 대와 전차 1개 소대와 함께 기동하여 부두와 역을 점령한다.”
“후속으로 올 공병대와 함께 기동하여 대동강을 도하, 남포 서쪽에 방어 진지를 구축한다. 이게 우리의 핵심은 압도적인 화력과 기동이다. 알겠어?”
“예!”
“그래, 작전 설명은 이걸로 거의 끝났고 관련 질문 있나?”
“병장 이상호! 질문 있습니다.”
뒤에서 서서 팔짱을 끼고 얼굴엔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서 있던 소대 후임이 손을 들고 말했다.
“어 상호 말해봐.”
“작전한계점이라고 하셨는데 굳이 이 작전을 또 해야 하는 이유는 뭡니까? 후속 주자들에게 맡기면 안 됩니까? 저희가 굳이 왜 나서야 하는 겁니까? 왜 우립니까?”
“…”
중대장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맞는 말이기 때문이다. 작전에 한계가 왔으면 후방에 돌아가면 되는데, 굳이 힘을 짜내서 올라간다고? 대부분 이를 이해할 수 없었다.
일부 병력도 이에 수긍하듯 ‘맞습니다.’하고 여러 곳에서 이를 동조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장면을 가만히 지켜만 봤다.
“좋은 질문인데, 중대장은 이렇게 생각한다. 설명하진 않았지만, 우리 후속으로 올 부대는 사실 동원 부대다. 예비군 아저씨들이지. 근데 전역하고 수년이 지난 이들이 우리만큼 공세작전을 잘 수행할 수 있을까?”
“너희도 겪었잖아. 끊임없이 정신력과 체력을 소모 시키는 상황에서 우리도! 버티기 힘든데… 그 사람들이?”
“정확한 이유는 중대장도 모른다. 그래 인정해, 근데! 난 적어도 이 사람들이 공세작전을 할 것 같지는 않아. 여단에서도 당장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모든 걸 가지고 방어를 하기 원해. 근데 당장 평양을 공략하기엔 측면이 너무 비였고 사람이 부족해.”
“중부 전선은 지금 평강 하나 간신히 얻었다고… 중부 전선이 어느 정도 올라오면 그때 다시 우리가 올라와서 공격할 것 같은 게 중대장 생각이야…”
“아무튼 말이 길어졌는데 요약하면 이거다. ‘굳이 알 필요 없어. 까라면 까.’”
중대장의 격분이 섞인 연설의 끝은 우리를 새삼 놀라게 했다. 몇몇은 여전히 이해가 안 간다며 중얼거리거나 납득을 못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껏 작전을 진행하면서 왜 해야 하는지 이유가 있었나.
그래, 까라면 까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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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고 있습니다. 건필하십셔 - dc App
댓글에 힘 받고있습니다. 부족하지만 끝까지 써보겠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