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메추


----




점심시간을 약간 넘어서 밖에서는 헬기 소리가 크게 들렸다. 보급 시간도 아니었기에 무슨 일인지 뛰쳐나가 하늘을 올려봤다.


공중에는 치누크가 날아올라 비행장 활주로에 착지를 시도했다. 단순히 한 대면 놀라지도 않는 데 다섯 대가 활주로를 가득 메웠다. 


때아닌 치누크의 등장으로 분대원들과 다른 소대원들이 하나같이 모여 구경했다. 어느덧 엔진 로터 회전수가 줄어들며 완전히 활주로 위로 안착했다.


로터가 완전히 멈추자. 뒷문이 열리면서 처음 보는 인원들이 상자를 들고 나왔다. 상자를 우리 쪽으로 가져다 놓고를 계속 반복했다.


뒤에선 행보관과 부소대장이 도우라며 소리쳤다. 우리는 먹을 거면 좋겠다며 기대하고 치누크로 다가갔다.


치누크 안으로 들어가 승무원들에게 물었다.


“이거만 저쪽으로 다 옮기면 됩니까?”


그러자 조종사 헬멧 비슷한 걸 쓰고 있던 승무원이 큰 소리로 말했다. 


“네! 무거우니까 조심해서 옮기세요!”

“알겠습니다!”


친절한 승무원을 뒤로하고 분대원들도 상자 하나씩 들며 옮기기 시작했다. 치누크 좌석이 다 접힌 채, 상자로만 가득했다. 서로 크기도 천차만별이었다.


나도 승무원이 건네주는 상자를 받았는데 상당히 무거웠다. 30kg? 조금 넘는 것 같은데… 이렇게 작은 상자가 이토록 무거운 걸 보면 장갑차용 부품인가 싶었다.


아무 표시도 없는 상자를 다 옮기고 나니 그들은 할 일이 끝났다는 듯 다시 하늘 위로 떠났다. 지상에 인원 조금만 남기고 다시 떠났다. 


엔진 로터는 굉음을 내며 돌풍을 뿜어냈다. 하나씩 자리를 슬슬 뜨더니 어느새 검은색 점이 되도록 멀리 떠났다.


그건 그렇고 이 상자가 뭔지… 다들 궁금했다. 이리저리 둘러봐도 명시된 것도 없는, 그냥 민무늬 부직포 상자였다. 그때 행보관이 대검을 들고 다가와 포장된 테이프를 벗기기 시작했다.


우리도 하나씩 상자를 맡아서 열어보기 시작했다. 


무거웠던 상자 하나를 뜯어보는데 내 상자에는 ‘소음기, k2, 전투용’이라고 적힌 작은 상자가 있었다.


‘소음기라니… 갑자기 이딴 건 왜 주는 거지? 그냥 배.달 사곤가?’


다른 상자에서는 헬멧에 다는 것처럼 보이는 뭔가 있었다. 진녹색에 처음 보는 장비였다. 무슨 배터리처럼 보이는 것도 있었고 상자마다 다양하게 많았다.


상자들을 열어보며 ‘이게 뭐지?’하고 불을 처음 보는 원시인처럼 들고 이리저리 둘러만 보고 있었다. 몇몇은 움직이는 걸 보고 부러진 게 아니냐며 놀라기도 했다.


검은색 소음기 상자를 하나 열어서 보니 긴 원통 막대기 하나만 덜렁 있었다. 손으로 들어 올리니 다른 분대원들은 그걸로 빨갱이 잡으라는 거냐며 핀잔을 해댔다.


행보관이나 다른 부소대장은 열어서 보지 말고 그대로 상자만 개방해 두라고 이야기했지만 크게 귀담아듣지 않았다.


신기하던 와중에 다시 하늘에서는 헬기 소리가 들렸다. 또 무슨 물건을 줄지. 이젠 궁금했다. 지상에선 아까 내렸던 인원들이 수신호를 해대며 소통하고 있었다.


치누크 아래에는 길게 늘여져 커다란 상자를 내리고 있었다. 탄약은 이미 황주를 점령하고 바로 보급을 받아서… 또 새로운 장비인가 했다.


물자가 바닥에 닿는 둔탁한 소리와 동시에 인원들이 올라가 연결 고리를 풀고 안전하다는 수신호를 받은 뒤 다시 하늘로 떠나갔다.


그물망을 벗기고 우리들 보고 옮기라는 듯 손짓을 하자 분대원들과 소대원 몇몇이 바람을 맞으며 다가가서 물자를 옮기기 시작했다.


상자에는 ‘즉각취식형 전투식량 (주)00’이라고 적혀있었다. 밥이다. 들고 옮기는 소대원들의 발걸음은 빨랐다. 이리저리 옮겼다. 다른 헬기에선 페트병에 담긴 물도 있던 것 같다.


이후에도 치누크들이 여러 번 수송했다. 식량, 물, 탄약, 장비 등을 계속 옮겼다. 치누크가 하늘에 보일 때마다 ‘어떤 물건이 또 올까?’ 하며 크리스마스 선.물 받은 어린아이처럼 신났다.


어느 정도 물자가 정리될 즈음 무너진 전투기 격납고 같은 곳으로 물자들을 다 같이 옮기기 시작했다. 격납고 한 동이 거의 다 찰 때. 중대장은 인원들을 집합시켰다.


----


“아까 헬기 다 봤지?”

“예!”

“너희들도 봐서 알 건데. 이번에 사단에서 물자를 지원했다.”


모여든 우리들 앞에 장비들을 쭉 늘여두며 하나하나 짚어가며 설명을 이었다.


“이건 야간투시경 장착대, 신형 헬멧에는 달려 나오는데 너희들은 지금 없기에 따로 장착대를 줬다. 그리고 옆에 상자는 야간투시경 받으면 꺼내지 말고 상자째로 둬라.”


대부분 신기한 듯이 보고 있었다. 몇몇은 배그에서 본 거라며 신나기도 한 것 같다. 중대장은 그런 병력을 뒤로하고 말을 이었다.


“이거는 야간투시경 배터리인 것 같고… 저거는 소음기?… 소음기 맞네, 어.” 


중대장 본인도 처음 본 장비들이라 익숙하지 않은 듯 뭐라고 적힌 종이를 이리저리 보며 설명을 이었다. 설명들이 거의 끝나가면서 중대장은 말했다.


“자, 대충 소개는 끝났고 장비 고정하고 하는 법은 1소대 부소대장님이 수고해 주실 거야. 잘 보고 배워. 이따 분배받으면 너희가 직접 할 수 있어야 해! 알겠어?”

“예!”


부소대장은 군단 특공 출신이었다. 이런 장비들도 익숙한 것처럼 장구류 착용법을 이야기했다. 오죽하면 다른 중대 간부들도 구경 와서 어찌하나 하고 중대를 구경하기도 했다.


“야투경을 달면 헬멧 앞 대가리는 무거워서 나중에 이마빡이 아프니까. 당장에 착용하고 다니지 말고, 무게는 이걸로 맞추고…”


자신이 훈련받으면서 느꼈던 간단한 설명도 덧붙여서 이야기해 줬다. 설명이 끝난 장구류는 중대원들이 돌아가면서 한 번씩 써보기도 했다. 


더욱 무거워진 헬멧에 이걸 끼고 잘 뛰어다닐 수 있을까 하고 깊은 생각을 하게 했다. 오히려 불편할 것 같다는 생각 했지만, 야간에 생존확률이 높아진다는 말에 그러려니 하고 들었다.


설명이 끝나고 중대마다 장비를 지급받았다. 야투경이 든 상자 하나와 마운트, 소음기 박스. 배터리, 배터리 상자 등등… 모르는 게 많았지만, 양손은 지급받은 물자로 무거워졌다.


중대원들은 한데 보여 총에는 소음기를, 헬멧에는 야투경을 달고 이리저리 조정했다. 부소대장은 지나가며 인원들을 도와주며 정비에 공을 들였다.


여단의 대부분 인원이 지급받은 장구류를 착용했다. 전보다 확실히 더 무거워졌다. 


k2 앞부분은 힘을 잘 못 빼면 앞으로 쏟아졌다. 그래서 겨드랑이 사이에 개머리판을 끼고 다니거나 아예 총 끈으로 늘려놓고 다니는 인원들도 있었다. 


“조준경을 차라리 주던가… 이게 뭐야”


총 전체의 길이도 길어져서 장갑차 승 하차 시 불편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인원이 불만을 가졌다. 그러나 간부들은 꼭 착용하라고 병사들에게 경고했다.


“이러다 줄초상 나는 거 아니야? 그냥 안 쓰고 가방에 넣어두면 안 되나?”

“개빡친다…”

“야 빵탄 10분만 써도 개 아픈데? 마빡에 자국 남은 거 봐;”

“군용을 줘야지 무슨 레저스포츠 용품을 쳐 주냐 개같네, 진짜”


하나같이 안좋은 후기들만 남았다. 간부들은 묵과할 수밖에 없었다. 신규 보급 나온 장구류들을 착용하라는 지침이 있었으니까… 간부들도 불만이 있었지만 크게 드러내지 않았다.


그나마 가장 인기가 많았던 물품은 적외선 조명등이었다. 방탄에 야투경 무게 맞춘다고 배터리와 함께 억지로 단 무게추 같은 역할이었는데 균형을 맞춰줘서 가장 인기가 많았다.


----


간단한 교육을 마치고 물자를 보급받고 정리하니 16시가 살짝 넘는 시간이었다. 시간이 일렀지만 새로 보급받은 3형 전투식량을 뜯어 먹으며 배를 채웠다.


1형, 2형과 다른,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몇몇은 나중에 먹겠다고 꼬불쳐 뒀지만, 나중은 없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중대원들은 오랜만에 인간다운 식사를 했다.


저녁 식사를 다 마치고 경계 인원들이 빠지고 남은 인원들은 총기 손질을 했다. 강증유랑 윤활제를 바르며 그 어느 때보다 빡세게 준비했다.


다시금 장구류들을 몸에 맞게 맞췄다. 시계는 18시였고 중대는 내일을 위한 빠른 취침을 들어갔다. 명일 03시, 송림으로 넘어가기 위한 준비였다.


사단에서 어떤 기대를 하고 이런 장구류를 지급한지는 모르겠지만 장구류의 상태나 지급 목록을 보면 상당히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9시간. 9시간 후면 우리는 송림으로 간다. 어쩐지 오늘 밤은 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