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0자 정도 되는데 읽기 괜찮음?
----
한반도가 화마에 휩싸인 후 하나가 됐을 때, 사람들은 하나 되어 행복한 모습을 그렸을까? 아쉽지만 감정의 골은 더 깊었다.
무력으로 진압한 북한 내부의 입장과 대한민국의 입장이 맞들어지지 않아 치안 활동에 큰 힘이 들었다.
마치 구멍 난 항아리에 물을 억지로 퍼 담고 있는 것 같았다. 또한 경제적인 악재가 겹치며 대한민국의 재정 상황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특히나 국방부에서는 많은 돈이 필요했다. 군인들에게 지급할 연금과 죽은 군인의 유족들에게 주는 사망보상금 등 군대는 돈을 먹는 하마였다.
따라서 정부는 단계적인 군축을 감행, 그 첫 단추로, 전투 경험을 가진 군인들이 전역했다. 그렇게 전역한 군인들은 건설판에서 일하거나 용병 회사에 고용됐다.
정부는 빨치산 활동으로 인한 치안 유지 활동을 용병 회사를 고용함으로써 해결하려고 했다. 용병은 죽더라도 정부의 문제가 아니었기에 좋은 수였다.
나도 연금을 받기엔 애매한 연차에 당장 전역하면 돈을 더 주고 나갈 수 있다는 말에 혹해서 전역 신청서에 서명을 해버렸다.
전역한 뒤로 건설판을 다니며 하루 벌어 하루 살면서 먹고 살길이 막막할 때, 먼저 전역한 특전사 선배와 연락이 닿아서 선배가 운영하던 용병 회사에 고용됐다.
‘Bellator PMC’라는 작은 회사였다.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이름 있는 707이나 UDT/SEAL뿐만 아니라 HID, 28 비행전대 등 다양한 곳에서 온 인원들이 자리 잡았다.
실력자로 이루어진 회사와는 다르게 총기는 예비군이 쓰던 M1 카빈이나 북한군에게 노획한 88식 보총 등을 경찰서에 맡아두고 의뢰 때마다 꺼내는 형식이었다.
소위 좋다고 말하는 총기를 해외에서 구매하고 싶어도 개인이 정부에 허가를 받기엔 복잡했고 암시장은 찾아보기도 힘들고 찾더라도 더 비싸서 구매하기엔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총기를 따로 구매할 수 있는 오직 합법적인 수단이 정부 주도로 군에서 안 쓰거나 노획한 장비를 판매하는 물건들을 구매해서 사용했다.
또한 회사에서 지급하는 장구류는 보통 좋지 않아서 대부분 사제로 구매하거나 옛날에 쓰던 장구류를 가지고 오곤 했다.
이런 용병 회사도 여느 회사처럼 대리, 과장, 부장 등 직함을 가지고 운영했지만. 대부분 재무나 경영에 대해 주먹구구식으로 행동했다.
그러나 수요가 많아서 건설 회사에서 경호 업무를 받아보거나 호송 임무 등, 다양한 의뢰를 받았다. 그래서 군대보다 돈벌이는 쏠쏠했다.
통장에 쌓여가는 액수를 보고 몇 년만 더하면 은퇴하고 제주도에서 살기로 생각했을 즈음 선배에게서 연락이 왔다.
“준명아, 일하는 중이야?”
“아뇨. 형님! 지금은 쉬고 있습니다!”
“회사야?”
“네! 회삽니다.”
“그럼 이따 21시에 회사 앞에 막창집 알지? 거기서 보자. 시간 되지?”
“예, 그때 됩니다! 이따 저녁에 거기서 뵙겠습니다!”
----
나는 선배와 간단한 약속을 잡은 뒤, 시간에 맞춰 막창집으로 갔다. 막창집에는 선배와 다른 입사 선임들이 있었다.
HID, CCT, SART, 707, 하나같이 쟁쟁한 곳에서 일하던 사람들이었다. 어쩐지 내 경력이 초라해지는 자리였다.
육사 선배였던 사장님은 날 보더니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는 어서 자리에 앉으라며 말했다.
“어~ 준명이~ 왔어!”
어쩐지 발음이 꼬인 걸 보니 내가 오기 전부터 꽤 술을 마신 것 같았다. 선배의 인사를 보더니 내 쪽으로 바라본 다른 입사 선배들도 나를 보더니 반갑게 인사했다.
의자를 조금씩 옮기며 자리를 마련해줬다. 여기 앉으라며 빨간색 플라스틱 의자를 건네줬다. 나는 의자를 자연스레 받아서 자리에 앉아 주는 잔 하나에 소주를 입에 털고 시작했다.
막창이 노릇하게 익어가며 연기가 선배 얼굴을 가릴 때, 선배는 내게 말했다.
“준명아… 너도 은퇴 안 할래?”
갑작스러운 은퇴 이야기를 꺼내는 선배를 그냥 가만히 바라만 봤다.
“너 결혼 아직도 안했지? 나 결혼할 때 네가 와서 사회도 봐줬잖아. 기억나나?”
갑작스레 결혼 이야기라니 무슨 중매라도 서 주려고 그러는 건가 싶었다. 다시금 소주 한 잔을 입에 털며 말했다.
“선배님, 사실… 이 직업이 그렇게 안정적인 건 아니잖아요… ㅎㅎ 결혼은 나중에 생각하게요…”
“준명아, 형 아들이 벌써 4살인데 엊그제 작전 뛰면서 죽을뻔했다? 너도 들었지. 곡산 쪽 이야기…”
“아…”
엊그제 곡산에서 건설 자재 호송 임무를 맡았던 이야기가 기억났다. 건설 자재 호송하다가 빨치산한테 습격당해서 자재는 다 파괴되고 선배 빼고 몇 명은 죽고 다쳤다는 이야기…
“사랑하는 아들 내버려두고 이 지랄 계속해야 하나 회한이 들더라?”
“아… 네 그렇죠. 선배 확실히…”
“너도 안정적으로 살고 싶잖아…”
“…”
맞는 말이다. 안정적인 삶을 살고 싶다. 그러나 역시 문제는 돈이다. 애초에 처음부터 용병 회사에 안 들어갔던 이유가 안정적으로 살고 싶어서 그랬다.
그러나 공사판엔 싼 북한 인력들이 계속 들어와서 가정은커녕 하루 벌어 하루 살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선배 말을 듣고 들어 온 거였다.
그러나 용병 회사는 목숨 담보로 돈 버는 거라 안정성은 둘 다 비슷했다.
“너, 형 말 듣고 마지막으로 작전하나 뛸래? 이거 한번 뛰면 끝이야.”
한창 진지해지더니 막창에 연기가 거둬질 때, 나를 지긋이 바라보며 말했다. 솔깃했다. 이래저래 목숨 거는 건 똑같은데 한 번만 더 걸면 인생 핀다는 말.
“…형님, 저야 당연히 합니다.”
어떤 임무인지도 제대로 못 듣고 이렇게 비밀처럼 이야기하는 게 수상했지만 땡큐다. 빨리 이 짓거리도 때려치우고 돈 쓰면서 살고 싶었다. 선배는 주위를 경계하며 말했다.
“자세한 이야기는 여기서 할 게 아닌 것 같으니까. 나중에 다시 말할게. 너만 알고 있어야한다… 제안도 여기 있는 사람들밖에 안 했거든? 어디 가서 떠벌리지 말아라.”
“아예 알겠습니다! 선배님, 저도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위엔 같이 일했던 사람들이 날 쳐다보며 웃고 있었다. 누구는 잘해보자며 어깨를 두드렸고 다른 누구는 소주를 내 잔에 가득 채워 넣었다.
막창은 익어갔고 그렇게 여전히 걱정이 많았지만, 한편으로는 ‘인생이 필 날만 남았구나.’ 하고 익어가는 막창에 소주 한잔 마시며 생각을 털어냈다.
----
어느덧 시간이 지나고 사무실이 아닌 작은 창고에서 그때 만난 사람들이 다시 모였다. 그때 본 사람 말고도 다른 사람들도 있었다.
초면인 사람들은 서로 인사도 하고 이야기도 나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이 무슨 작전을 수행하는지 몰랐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 크게 섞이지 않고 철제 의자에 앉아 어두운 화면을 밝혀주는 프로젝터만 바라보고 있었다.
화면에는 손으로 그린 듯한 조잡하게 생긴 지도가 있었다. 대충 묘향산맥처럼 보였다. 어설픈 등고선과 빨간색으로 ‘X표’ 쳐진 단순한 경호나 호송과는 다르다고 직감했다.
옆에 앉아 있던 전 SART 팀장이 내게 말을 걸었다.
“뭔가 이상하죠?”
“네?”
갑자기 이상하다는 것 같다며 말했다.
“여기 사람들이요. 같은 회사 사람들도 있고 저기 저 맨 앞에 앉은 사람 보여요?”
그는 손가락으로 맨 앞에 추레한 모습에 처음 보는 사람을 가리켰다.
“저 사람, 새터민인 것 같아요.”
“새터민이요?”
“예, 아까 사장님이랑 말하는 거 들었는데 북한말을 하더라고요?”
북한 사람도 여기 있다니… 뭔가 점점 꼬여간다. 이번 작전이 뭔지 점점 의심이 간다. 하지만 여기서 발 빼는 것도 늦었다.
“대충 추측하는 건 없어요? 들어보니 장교 출신에 사장님이랑 친한 것 같더구먼”
“아뇨 저도 따로 들은 게 없어요…”
“하 뭐지 꼬름한데…”
기울인 몸을 다시 바로 세워 옆에 다른 사람과 대화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 북한 사람의 뒷 모습을 유심히 바라만 봤다.
저 북한 놈이 천안 한 복판에 온 이유가 뭔지,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였는지… 생각은 의심을 만들었고 의심은 최악의 상상까지 하게 했다.
‘우리 빨치산 대가리 잡으러가나? 그 새끼 몸값이 높던데? 하 괜히 했나? 지금이라도 못 하겠다고 발 뺄까? 아 시발 어쩌지?’
온갖 생각으로 머리를 어지럽힐 찰나 문 밖에서 선배가 들어왔다. 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모두가 조용히 선배만을 바라봤다.
선배는 건치를 드러내며 현역 때처럼 말했다.
“굿모닝~?”
----
선배는 늦어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우리가 수행해야 할 작전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수행해야 하는 작전이다. 이번 작전은 다치는 사람 없이 적은 인원으로 신속하게 기동해서 빠져나오는 게 목표야.”
프로젝터 화면을 레이저 포인트로 가리키며 말했다.
“이 그림은 묘향산에 있는 보현사 인근의 지형을 그림이다. 저기 빨간색 X 표시가 우리가 가야 할 지점이고”
X 표시를 레이져 포인터로 동그랗게 그리며 말했다.
“저기에 금이 묻혀있다.”
금, 금이라는 소리에 다들 웅성였다. 나는 저걸 가지고 오는 게 우리 마지막 임무구나 하며 받아들였다.
“금의 출처는 정확하게 모른다. 누군가의 비자금이라고 말하는데 중요하지 않고 이걸 가져오기만 하면 된다. 심플하지?”
707 출신이던 과장이 손을 들고 말했다.
“질문 있습니다. 확실한 정봅니까? 괜히 개죽음당하는 거 아닙니까?”
“확실한 정보야. 6.25 터지기 전에 지역 지주가 자산을 금으로 바꿔서 묻어두고 죽었어. 지도는 손자에게 줬는데 그 손자분께서 우리한테 의뢰한 거고”
“그럼. 그 의뢰자한테 주는 돈을 제외하고 얼마가 저희한테 떨어집니까?”
“10억”
그의 단호한 말 한마디가 장내를 얼게 했다. 10억, 지금까지 모은 돈이랑 합치고 이리저리하면 한국에서 부족하게 살진 않을 것 같다.
시골에 집 한 채 지어서 조용히 살면 된다. 10억이라는 소리에 불안한 감정은 사라지고 기대감만 있었다.
“그리고 가지고 온 금은 우리가 가질 거야.”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의뢰인에겐 의뢰 실패라고 말하고 남은 금은 우리가 다 가질거야. 준비하는 비용도 그쪽에서 다 지불할 거고 우리는 빚질 거 없는 장사야.”
“그래도…”
“그래도 뭐, 김 대리, 너 아들 둘이나 있지? 돈 많이 들지 않아? 그 돈 어떻게 벌 거야? 어이 박과장, 넌 뭐 생활 괜찮아? 목숨 걸고 맨날 싸우고 몸 팔아서 돈 벌래? 여기서 누가 그러고 싶어!”
사장의 말에 모두가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말을 꺼낼 수 없었다. 맞는 말이라. 가족이 있는 그들은 더 공감하는 듯했다.
“곡산에서 최진철 대리 죽고 박문식 과장 죽을 때, 생각이 들었어,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야, 이 돈 먹고 우리 조용히 마무리 짓자고. 너희들도 필요하잖아.”
“…맞습니다. 저희도 그 돈 필요합니다. 근데 그 돈 있다는 증거는 있습니까?”
“증거? 있지”
프로젝터엔 옛날에 찍은 것 같은 사진이 네 장 올라왔다. 오른쪽 위에 사진엔 큰 굴 안에 나무 상자 여러 개가 찍혀있었고 왼쪽 아래 사진엔 상자 안엔 금괴가 가득 찬 사진이었다.
“저거 보이지? 이제 너희들 거로 만들자고.”
모두 기대하고 있다. 대부분 사장이 옳고 이 건을 끝으로 은퇴하고 평범하게 살고 싶었다.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자세한 작전 회의에 앞서 소개해 줄 사람이 있어.”
맨 앞에 앉아 있던 사람을 가리키며 그를 일으켜 세웠다. 아까 그 북한 사람이었다. 그는 뒷모습과는 다르게 얼굴은 날카로웠다.
남자는 꾸벅 고개를 숙이며 우리에게 말했다.
“내래 12군단 저격대 출신 박시완이오. 묘향산은 손바닥 보듯 훤하게 보고 있으니 걱정마오.”
사장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우리들을 안전하게 이끌어줄 길잡이 분이시다. 말투나 내용으로 짐작하겠지만 새터민이지.”
“한몫 단단히 챙겨가겠소. 잘 부탁하오.”
솔직히 어안이 벙벙했지만, 묘향산을 잘 아는 사람이 아니라면 올라가다가 빨치산을 만날 수도 있고 지형 정보를 자세히 주지 않으면 길을 잃을 수도 있었기에 바른 판단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저 사람 믿을 수 있습니까? 아무리 그래도 빨갱이 출신인데”
“어이 황 대리, 네가 그럼 산지 돌아다니며 표시된 곳 찾을래?”
“…”
“우린 정확도와 속도가 생명이야. 언제 빨치산 새끼들이 우릴 노릴 줄 알아? 그곳 아는 사람 한 명 정도 있으면 좋은 거 너도 알잖아.”
사장은 그를 설득했다. 수긍 못 할 이야기는 아니었다. 상식적으로 지역까지 도보로 이동해야 하는데 길을 잘못 들면 작전은 틀어질 수도 있었다.
뭐가 됐든 빨리 끝내려면 지역을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한 명 있어야 했다. 몇몇은 불만이 있었지만 크게 드러내지 못했다. 특히나 HID 출신인 박성광 과장이 제일 싫어했다.
사장은 손벽을 한번 치며 분위기를 환기했다.
“자, 그럼 중요한 작전 내용부터 설명해야겠지?”
프로젝터의 화면이 바뀌고 지도와 GM 디펜스에서 나온 ISV 사진이 있었다.
“먼저, 다음 날, 새벽 01시, 청주공항 도착 후 순천공항으로 이동, 공항에 준비된 ISV를 활용하여 묘향산 인근까지 이동, 하차 후 보현사로 도보 이동한다. 그리고 보현사 인근에 있는 사진과 비슷한 지하 입구를 찾으면 된다.”
“정확한 위치는 보현사 위에 있는 불영대 기준 북쪽으로 1km 지점에 있다고 판단한다.”
“교전수칙은 없다. 빨치산이거나 계획에 차질이 있으면 바로 죽인다. 만약 계획대로 금괴를 찾으면 가방에 옮겨 담고 이후 도보로 ISV까지 이동, 차량을 이용하여 신안주역으로 이동하여 기차로 퇴출한다. 간단하지? 질문 있어?”
“질문 있습니다. 빨치산 새끼들이 이미 그 금을 가진 가능성은 없습니까?”
“그 장소는 일본군이 옛날에 쓰던 지하창고를 다시 만든 장소라 털릴 위험은 없어. 열쇠도 우리만 가지고 있다.”
“금 무게는 어느 정도 됩니까?”
“100kg – 120kg으로 예상한다.”
“의뢰인이 저희를 노린 함정일 경우는요?”
“없다.”
그 외에도 여러 질문이 나왔지만, 분위기는 차츰 식어 더 이상 아무 질문도 하지 않았다.
“자, 그럼 더 이상 질문은 없는 걸로 알고, 장비들 챙겨서 다음 날 오전 00시 30분까지 청주공항에서 보자고”
그렇게 작은 창고에서 이뤄진 회의가 끝나고 대부분 각자 자동차로 이동해서 장비나 작전 준비를 위해서 이동했다.
나도 자동차에 들어가 행복한 상상을 했다. 100kg이 넘는 금괴… 금 시세를 찾아보며, 얼마나 나오는지 확인했다. 세금 떼면 9억이 살짝 넘는다…
머릿속에는 계산기를 두드리며 결의를 다졌다. 어느 순간부터는 의심이 아닌 기대감으로 마음을 채웠다.
----
한 손에는 M1 카빈을 들고 순천공항에서부터 보현사로 이동 중이다. 확실히 비싼 차라 개방감이 좋았다.
한 대씩 네 명이 기동했다. 나와 사장님은 장교 출신이라 각각 팀을 나눠서 움직이기로 했다. 한 팀은 정찰, 다른 팀은 운반, 나는 정찰팀을 끌고 있었다.
흙먼지 일으키며 묘향산으로 달렸다. 뒷자리엔 나와 저격대 출신 박시완씨가 탔고 조수석에는 SART 출신 김건우 과장, 707 출신 전정훈 대리가 운전했다.
비포장도로라 흔들림이 많았다. 덜컹거리며 목적지에 거의 다다르고 있었다. 각 도로에는 검문소가 있었다.
그때마다 통행허가증을 보여주며 통과했다. 어려 보이는 군인들이 그곳에 서서 떠나가는 우리들을 바라봤다. 내가 전역을 만약 안 했더라면?
이미 지나간 일이기 때문에 생각을 더 이상하지 않았다. 지나간 과거는 돌아오지 않았기에, 내버려뒀다.
한 3시간 조금 넘었을까. 동이 틀 때쯤 보현사 인근에 도착했다. 이미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지 조용했다.
마지막으로 본 검문소도 어룡역 근처였으니까… 이곳은 군인들도 들어오기 싫어하는 곳임이 분명했다.
차 시동을 멈추고 인원들은 하차했다. 싱싱한 풀 냄새와 그 안에서 나는 진한 피비린내, 고향에 돌아온 기분이었다.
깊게 베인 피 냄새는 지우지 못한다. 보현사를 바라보며 우리들은 하나둘 들어가기 시작했다.
박시완씨를 맨 앞에 세워 길 안내를 시키고 우리는 산 안에서 튀어나올 무언가를 대비해 사주경계를 했다. 뒤에서는 운반팀이 뒤따라 올라오고 있었다.
뒤따라오는 운반팀은 HID 박성광 과장, 707 한승우 과장, 특전사 출신 사장님, UDT 황도현 대리가 대열을 맞춰 올라왔다.
대열의 맨 뒤에 2명은 의무 지원과 통신장비 담당이었는데 CCT 장윤재 대리와 UDT 홍민석 부장이 따라왔다.
이렇게 10명은 동이 트는 새벽 속에 풀숲을 헤치며 천천히 불영대로 이동했다. 귀뚜라미 소리. 풀잎 바스러지는 소리, 어떤 작전보다도 더 긴장됐다.
박시완씨는 더운지 땀을 닦으며 올라가고 있었다. 산이 가팔라서 보통 사람이었으면 따라가기도 벅찼을 것 같다.
따로 만들어진 구간이 있었지만 이용하기엔 위험부담이 크다고 이동하지 않았다. 체력에 자신 있는 사람들도 조금씩 피로가 쌓이는 것 같았다.
박시완씨 어깨에 손을 올린 채 올라가던 전정훈 대리가 뭘 발견한 듯 박시완을 눌러 엎드리게 해서 보호하고 손을 들어 멈추라는 수신호를 했다.
전방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다며 말했지만 크게 들리는 소리는 없었다. 끽해야 귀뚜라미 소리? 신경을 곤두세워도 크게 들리는 게 없어서 계속 나아갔다.
전정훈 대리는 말소리를 들은 것 같다고 말했지만, 다른 누구도 그 소릴 듣지 못했다. 심지어 앞에 나서 있던 박시완씨도 말이다.
신경을 너무 과민하게 반응한 것 같다며 김건우 과장이 대신 박시완씨 뒤를 따랐다.
불영대의 모습이 나무 사이에서 서서히 등장했다. 해도 어느 정도 돋아 올라 완전히 어두웠던 시야가 조금씩 밝아지고 있었다.
흔히 보던 절 같은 분위기가 있던 불영대를 뒤로 하고 정찰팀은 수색을 시작했다. 위험부담이 조금 있더라도 우리는 2개 조로 나눠서 주위를 수색했다.
사람이 한 명 들어갈 만한 통로… 지하로 내려갈 수 있을 만한 곳을 찾았다. 점점 수색반경을 넓히고 통신팀 홍민석 부장이 가져온 드론을 활용해서 정찰을 시작했다.
북쪽 반경으로 800m쯤 수색반경을 넓혀서 확인했다. 입에서 공 치는 건가 하고 한숨을 쉬던 순간, 다른 조에서 의심 지역을 발견했다는 통신이 들어왔다.
해당 지역으로 달려가서 인원들과 조우했다. 운반조도 이쪽으로 오겠다며 통신을 보냈다. 하늘엔 홍민석 부장이 보낸 드론이 보였다.
우리는 먼저 찾는 곳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나와 김건우 과장이 내려갔다. 손전등에 의존한 채 나무 계단을 타고 천천히 내려갔다.
나무는 삭아서 곧 부러질 것처럼 소리를 냈다. 손전등 하나만 의지한 채 내려가니 어느덧 바닥에 닿았다. 정면에는 철제문이 있었다. 열쇠 구멍은 거미줄로 얽혀 세월을 느낄 수 있었다.
손으로 철문을 치니 내부가 빈 것처럼 텅 소리가 났다. 전체적인 분위기와 모습은 작전 회의에서 봤던 공간과 비슷했다.
잭팟. 노후 준비 끝이다.
사랑스러운 아기 볼 쓰다듬듯이 차갑게 녹슨 철문을 쓰다듬었다. 김건우 과장은 세상을 다 가진듯한 미소로 철문을 바라봤다.
10분쯤 지났을까. 운반팀이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계단 위쪽에는 거의 빛이 들어와 지하도 어느 정도 밝아졌다.
선배는 한 손에 열쇠를 쥐고 달려와 철문에 붙어 열쇠 가지고 허겁지겁 철문을 열었다. ‘덜컹’ 소리, 녹슨 철문의 끔찍한 소리가 들리며 문이 서서히 열렸다.
창고 안에는 나무 상자들이 있었다. 위에 경계 인원 두 명만 두고 나머지 인원들 모두 내려와서 세월에도 썩지 않은 낡은 금괴를 바라봤다.
반짝반짝 빛나며 손전등에 반사된 황금빛이 얼굴에 반사되는 것 같았다. 작은 한 덩이를 들어보니 한 덩이도 꽤 무게가 나가는 것 같았다.
“가, 가방 줘. 가져가자! 늦었어. 챙기자 빨리!”
한명 한명 가방에 금괴를 나눠 담기 시작했다. 빠른 탈출이 생명이라 누가 얼마나 많이 담았는지 신경 안 쓰고 대충 비슷하게 나눠 남았다.
가방이 묵직해진 만큼 마음이 풍요로워진 것 같았다. 지금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 같았다.
금괴를 나눠 담고 한 명씩 바깥으로 올라갔다. 김건우 과장과 내가 올라오고 밑에 박성광 과장과 박시완 그리고 한승우 과장이 올라오려 할 때
불안했던 나무 계단은 무너져 내렸다. 막 올라오던 한승우 과장은 3m 아래로 그대로 떨어져 다리가 부러진 듯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씨팔! 다리!”
“괜찮아?! 다른 다친 사람 더 있어!”
“한명 말고 괜찮시요! 줄이나 내려주시요!”
“개 좆같은! 씨팔!”
“승우야! 괜찮아! 가만히 있어! 준명씨! 이 사람 오픈 프렉쳐야! 다리 상태가 조금 심각해!”
“잠시만요! 일단 줄 내릴게요! 두 분은 따로 올라오실 수 있겠어요?!”
“못 올라가 이거! 너무 높아!”
“예 잠시만요! 모르핀 같은 거 일단 한번 주세요!”
한승우 과장은 분한 듯 바닥을 치며 욕했다. 나는 가방에 등산 줄을 꺼냈다. 근처에 있던 소나무에 휘감아서 줄을 아래로 조금씩 내렸다.
김건우 과장은 지하로 모르핀과 부목을 던졌다. 다른 인원들도 하나같이 모여들어 손전등으로 그들을 비추며 괜찮을 거라고 말했다.
“박성광 과장! 일단 줄 내릴 테니까! 가방부터 올려보내!”
뒤에서 선배가 다가와서 말했다. 뒤에 있던 전정훈 대리는 경계 중임에도 궁금한지 이쪽을 자주 둘러봤다.
“줄 보여?!”
“예! 보입니다! 가방부터 달아서 올려보내겠습니다!”
뒤에서 김건우 과장과 장윤재 대리는 들것을 만들어 대기하고 있었다.
줄 끝이 묵직해지며 50~60kg 넘는 가방 세 개를 올렸다. 금괴뿐만 아니라 개인 장비도 있었다.
“잠시만 금방 꺼내줄 게 기다려! 조금만 기다려!”
줄에 묶인 가방끈을 풀고 다시 줄을 내릴 찰나 선배는 지하에 수류탄 하나를 까 던졌다. 달그락 소리와 동시에 수류탄은 터졌다.
아래에서는 더 이상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비명도, 꺼내달라는 소리도, 다른 인원은 끔찍한 짓을 저지른 사장을 쳐다보며 말했다.
“야 이 개새끼야. 너 뭔 짓이야.” 김건우 과장이 말했다.
“한 상사님!!!” 전정훈 대리는 하던 경계를 풀고 지하에 얼굴을 박고 소리쳤다.
“이 씨팔, 상종도 못 할 새끼였네? 이거?” 장윤재 대리는 말했다.
모두 선배를 보고 인간도 아니란 듯이 말했지만, 선배는 태연한 듯 말했다.
“다들 돈 때문에 이 지랄 하는 거 아니었어? 얘들 몫 우리가 나누면 우린 더 벌잖아. 내가 말했지, 계획에 차질 생기면 지체없이 죽인다고 너희라고 다를 줄 알았어?”
나는 그의 모습에 분노보다는 두려운 감정이 들었다. 다른 인원들은 무슨 개소리냐며 사장의 멱살을 잡고 죽일 것처럼 달려들었다.
“뭐, 막말로 의뢰인한테 의뢰 실패했다고 보고하려면 몇 명은 죽어줘야지. 어쩌라고 금 나누자고 생명 수당으로 시발”
“뚫린 입이라고 이 새끼가!”
황도현 대리가 그의 얼굴을 때리던 순간 총성이 들렸다. 수류탄 터지는 소리를 듣고 빨치산들이 몰려든 것이다.
나무와 흙바닥에 투두둑 박히는 총알 소리에 인원들은 엄폐했다. 총소리 방향으로 우리도 반격했다.
“다친 사람 있어!”
“홍민석 부장 팔이랑 목 관통! 출혈 심합니다!”
“도현아! 괜찮아! 도현아 대답해!”
“저기 앞에! 앞에 있다 쏴! 쏴!”
“적 수류탄!”
빨치산들 방향에서 수류탄과 총탄이 쏟아졌다. 퇴출 지점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이동할 수 없었다. 적 공세가 너무 심했다.
“연막탄! 연막탄 셋 세면 퇴출 지점까지 까세요!”
“하나! 둘! 셋!”
대원들이 숨어있는 곳에서 하나둘 연막을 까서 연기를 피웠다. 시야가 어느 정도 흐려지며 한 명씩 불영대 쪽으로 튀었다.
“엄호! 엄호해! 다친 사람 먼저 보내!”
“정훈아! 엄호해!”
“도착! 도착! 엄호하겠음!”
“건우야! 민석이 형님 챙겨!”
“황도현! 도현이 어디 있어!”
“다가온다! 다가온다! 엄호해! 쏴!”
“퇴출해! 퇴출!”
“민석 기절! 의식 없음! 경동맥 피격!”
선배는 그 와중에 포복으로 가방 세 개가 묶인 곳으로 기어가서 끌고 나오고 있었다. 그 곁에는 황도현이 이미 주검이 된 채로 누워있었다.
전정훈은 이미 팔을 다쳤고, 홍민석 부장은 경동맥이 뚫려서 고개를 숙였다. 김건우 과장은 일단 아래로 퇴출했고, 장윤재 대리는 나를 엄호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김현규 이 개새끼 선배도 아닌 새끼는 금 찾겠다고 욕심만 가득 차서 저 지랄을 하고 있었다.
김현규 이 새끼는 가방에 뭐가 걸렸는지 안 움직이는 걸 보고 일어나 가방을 들려고 한 찰나. 전정훈이 김현규를 밀어 지하로 떨어뜨렸다.
속이 시원했던 나는 정훈이가 안전하게 이쪽으로 퇴출하길 기다리며 연사로 놓고 갈겼다. 빌어먹을 M1 카빈, 그러고 한쪽 팔을 부여잡고 내 쪽으로 퇴출한 정훈이를 건우에게 보냈다.
“형님! 가요! 가요! 빨리!”
“너 먼저 내려가! 내가 엄호 할게!”
“건우! 뒤에 준명밖에 없어요!”
“탄창 교환!”
“윤재야 엄호해!”
“지금 퇴출한다! 나간다! 쏘지마!”
귓가를 스치는 총알 소리, 씨팔 진짜 죽을 뻔했다 하면서 가슴을 졸였다. 발을 계속 놀리며 건우의 등을 치고 산 아래로 내려갔다.
불영대 쪽으로 계속 뛰었다. 100m, 50m … 점차 가까워질 때, 왔던 기슭에서 폭음이 들렸다. 직감적으로 김현규라는걸 알았다.
“씨팔 좆현규 굿 다이노!”
팔을 부여잡고 달리는 정훈이 외쳤다. 거의 목적지에 도착할 때, 불영대 쪽에서 날아온 기관총 세례에, 앞에서 달리던 김건우와 장윤재는 고꾸라졌다.
발포된 총알로 이마 옆을 스치고 알리에서 샀던 방탄과 허벅지에 총알을 맞고 넘어졌다. 같이 뒤에 달려오던 전정훈 대리는 목에 맞고 피거품을 뿜으며 쓰러졌다.
점점 피가 빠지면서 눈앞이 흐려졌다.
‘시팔… 알리에서 방탄 사지말걸…’
폐부가 총탄에 뚫려 숨이 점점 쉬어지지 않았다. 질식하는 기분, 마지막이구나 하며 눈이 점점 감겼다.
기관총을 쏘던 곳에서 빨치산인지 헷갈리는 군인들이 총을 들고 걸어 나오면서 말했다.
“시팔. 좆됐다. 얘네 빨치산 아닌 것 같은데?”
그 말을 마지막으로 형광등 꺼지듯 눈앞은 어두워졌다.
쥐긴다..ㅋㅋ - dc App
지들 몫 늘린다고 팀킬할 때부터 ㄹㅇ 숨안쉬고 봄 용병들 사살한게 빨치산 아니고 국군인 거 보니 저 금덩이들은 아마 국고귀속되거나 장병들이 슈킹하겠네 ㅋㅋㅋㅋ 한낱 금덩어리 때문에 무수한 사람들이 개죽음당하는 결말이 고전적이지만 재밌음
영국산이였으면 살았다 ㅋㅋ 이거 제일앞이던 아무곳이던 사진하나 넣어야 사람들 더 잘볼듯 이미지파일 제목앞에 걸려있어야 사람드리 더보더라구 재밋게봄
배드엔딩인 건 예상했지만 오인사격은 예상 못 했네 ㅋㅋㅋㅋㅋ 오늘도 잘 봤음 - dc App
알리방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문장을 왜 한 줄씩 띄어서 쓰냐...좀 문맥을 만들어 보기 불편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