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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시, 거인이 기상했다. 황주군과 비행장 전체에서는 K-1 전차들과 K200A1 장갑차들의 엔진음으로 가득했다. 엔진이 떨리며 철제가 이리저리 부딪히는 소리는 어릴 적 동물원에서 본 맹수의 울음소리 같았다.
떨리는 엔진에서 나오는 파동은 내 가슴도 울리게 했다. 빠르게 뛰는 내 심장은 폐부를 쥐어짰다. 그렇게 온몸은 조금씩 경직됐다. 처음 느껴보는 기분은 아니었다. 경험해 본 적 있었다. 그것도 여러 번, 하지만 도저히 익숙해질 수 없는 기분이다.
검투사가 이런 느낌이었을까. 사자와 단둘이 서커스장에 떨어진 기분, 형용할 수 없었지만 불쾌함 따위의 단순한 감정이 아니다. 가슴 깊이 숨겨둔 것 같은 복합적인, 그 어떤 종류의 감정이었다.
주위에 있는 다른 사람은 어떤 기분일까. 나와 같을까? 하는 사소한 의문에 그들을 쳐다봤다. 어쩐지 영화에서 본 것만 같은 사람이 있었다. 헬멧엔 온갖 부착물들이 달렸고 총기엔 소음기 하나가 소염기 자리를 대신 차지했다.
혼자 깊은 감상에 젖어있던 찰나 중대장의 신호가 떨어졌다. 장갑차 승차, 대열의 맨 앞이었던 나는 앞으로 달려 나가 장갑차에 승차했다.
그렇게 탑승한 장갑차 내부는 추웠다. 궁둥이 붙이고 앉기엔 차가운 철제 의자에 한기가 올랐다. 이런 차가운 내부에는 이미 장갑차 승무원과 분대장이 타서 장갑차 기동 준비를 했다.
나는 안쪽으로 장갑차 깊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 내 왼쪽에는 기관총 사수였던 승욱이 형이 탔고 오른쪽에는 분대장 다리와 조종수 뒷모습이 보였다.
내 뒤 좌석에는 유탄수 조서준 상병이 있었다. 길어진 총기와 무거운 방탄은 탑승할 때 상당히 걸리적거렸다. 몇몇은 이에 불만이 심해졌다.
분대원이 저분 탑승하고 서로 등을 맞대며, 의자 앞에는 군장을 넣었다. 천장의 해치는 더 이상 한기가 들어오지 않게 닫았다. 바로 앞엔 관측창이 보였다. 관측창 너머는 달빛에 비친 다른 소대, 다른 중대 인원이 앞다투어 장갑차에 탑승하는 모습이 보였다.
장갑차 안은 어느새 기름 냄새와 매연 냄새가 살짝 올라왔다. 그래도 늘 있었던 일이었기에 익숙했다.
10여 분쯤 흘렀을 때, 장갑차는 덜컹거리며 기동을 시작했다. 흔들리는 장갑차 내부는 엔진음과 매연, 기름 냄새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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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 2개 대대가 대열의 전방을 차지했고 그 뒤로 기계화보병대대 1개가 따라갔다. 맨 뒤에는 전차대대와 기보 대대의 각종 보급 및 의료 지원 차량이 따라왔다. 우리는 정비 보급 때문이라도 속도를 늦춰서 보다 안정성 있게 송림으로 가야 했다.
평소보다 느린 속도로 달리는 장갑차 내부의 승차감은 그래도 좋지 않았다. 산지를 기동하는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좁은 닭장 같은 내부는 히터를 안 틀어도 열기가 후끈하게 올라왔다.
새로 지급받은 장구류들도 몸에 맞지 않아 불편했다. 승 하차 시 방해가 되는 소음기는 그렇다, 치더라도 방탄 헬멧이 가장 큰 문제였다.
무거운 방탄 헬멧은 시간이 갈수록 목을 짓누르듯이 아팠고 완충 패드는 머리를 조이는 것 같았다.
긴고아 마냥 쪼아대는 헬멧 무게에 온몸은 경직됐다. 전방에 바라본 관측창 너머엔 어두워 잘 보이지 않았지만, 넓은 평지만 있었다. 몇 시쯤 됐나 오른손을 들어 시계를 확인했다.
03시 30분, 밖은 출발 전보다 더 어두워진 것 같다. 새카맣게 물든 하늘과 풍경은 어렴풋이 분간이 갔다. 저게 나무구나, 저게 밭이구나 하고 말이다.
평화로움은 짧게나마 지속됐나? 희미하게 들려오는 날카로운 파열음. 착각인가 싶었지만, 곧이어 철판을 때리는 둔탁한 충격이 온몸을 움찔거리게 했다.
이내 외부에 총알이 튕겨 나가는 팝콘 터지는 소리가 귓가에 박혔다. 외부 상황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었으나 점점 송림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생각만 들었다.
상황을 알아보고자 몸만 돌아 뒤쪽 관측창을 바라봤다. 너머에는 보이지도 않는 곳에 예광탄이 위치를 알려주듯 레이저 날아가듯 직선으로 뻗었다.
이내 전투의 장막을 걷어내듯 보다 두꺼운 빨간 직선이 날아가 지점을 터트렸다. 그리고 뒤이어 들려오는 지면에서부터 올라오는 진동과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군 전차가 선두에 있던 아군 전차가 적 사격 지점을 찾아 타격했다. 솟아오르는 흰 연기 사이에 있던 작은 불덩어리가 풀에 붙어 큰 화염을 만들어냈다. 그로 인해 전장은 조금은 밝아졌다. 전차가 백린 예광탄을 사격 후 조금이지만 총성이 잦아들었다.
어느 정도 안정됐나 싶어 다시금 몸을 돌려 앞을 바라봤다. 순간, 반대편 붉게 피어나는 빛줄기에 도로 저 아래에서 몰래 기어 오던 적을 비췄다. 장갑차와 거리는 100m도 채 안 됐다.
갑작스런 불빛에 당황해서 가만히 멈춰있는 적을 바라보고 나는 분대장의 다리를 치며 포탑을 올려보며 소리쳤다.
“반대편 적! 밭에 적!!”
불길이 피어오르던 쪽 방향에 관심이 팔려있던 분대장은 말했다.
“뭐?! 소리 때문에 잘 안 들려!”
“좌측! 좌측에 적 식별!”
나는 소리를 치며 수신호로 두 눈을 가리키곤 적을 식별한 방향을 손가락으로 표현했다.
이내 나를 쳐다보다 알아들었는지 돌아보고 적을 발견하고 사격을 시작했다. 분대장 해치 아래로 떨어지는 그을린 황동색 탄피들이 내 몸을 건들 때, 나는 아까 나와 마주친 듯한 적을 다시 바라봤다.
처음 당황했던 놈은 가슴팍에 총알을 맞은 듯, 뒤로 넘어지며 그대로 쓰러졌다. 그 뒤에도 많은 인원이 붙어오고 있었다.
탄피가 쉴 새 없이 철제 바닥에 때리는 소리에 맞춰 흙바닥에 총알이 박히며 흙이 튀어 올랐다. 이내 몰래 기어 오던 적은 사격 자세를 취했지만, 이내 피를 뿜으며 바닥에 꼬꾸라졌다.
죽은 적들은 뒤로 한 채 목적지를 향해 나아갔다. 좌우에서 몰려드는 놈들 때문에 긴 대열 좌우로 총탄이 뿜어져 나갔다.
떨어지는 탄피를 바라보며 분대장 발 옆에 있던 탄통을 계속 올려줬다. 기관총 한 대로 쉽지 않겠다 싶어서 인원들에게도 사격 하라고 지시했다.
수풀 사이에 하나씩 기어 나오는 적들은 마치 벌레 같았다. 어쩐지 전투가 불쾌해졌다.
그럼에도 우리 장갑차는 멈출 수 없다. 우리는 송림까지 계속 기동한다. 허벅지에 뜨거운 탄피가 뛰어도 뜨거운 줄 몰랐다. 아무 감각도 없이 다가오는 적을 향해 단발로 정조준해서 쐈다.
이상한 점은 걔 중 몇몇은 총도 없었다. 막대 모양 수류탄 하나 들고 다가오는 노인도 있었다. 옛날 영화에서 볼 법한 빵모자를 쓰고 느리게 뛰어나오자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정확하게 심장을 뚫었다.
약간씩 보이는 곳에는 총알에 뚫려 밭에 머리를 박고 죽었다. 널브러진 시체 중에 팔, 다리가 없는 건 보다 온전했고 기관총에 갈려 나갔는지 하반신과 상반신이 덜렁거리는 것도 가끔 보였다.
그래도 놈들의 시체를 넘어 돌격은 멈추지 않고 계속됐다. 어쩐지 계속 탄약을 소모하는 기분이었다. 탄창 하나가 비고 재장전을 하고를 몇 번 반복했다. 분대장한테 M60 탄통도 올려줬다.
“승현아! 탄! 탄통 빨리 올려! 계속 올려 그냥! 애들보고도 쏘라고 해!”
나를 발로 툭 차며 탄통을 빨리 올리라고 3M 장갑을 낀 채 손을 흔들며 나를 부추기던 분대장은 해치 밖에 몸통을 내놓고 고개만 숙여 아래를 보고 말했다.
이내 전방에서 전차가 내는 소리와 함께 분대장은 머리에 피격당하고 몸을 회까닥 뒤로 젖히며 다리가 풀린 채로 장갑차 조종수 쪽으로 쓰러졌다.
하얗던 내부는 붉은색으로 조금씩 그림을 그렸다. 단 한발로 즉사했다. 조종수 쪽으로 넘어져 운전하던 조종수 어깨에 쓰러졌다.
“야! 이거 뭐야! 분대장 피격! 분대장 피격! 뒤에 누가 이거 떼봐!”
길게 늘어진 무전기 줄, 그의 헬멧 안에선 소대장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다. 고민할 시간은 더 이상 주어지지 않았다.
“분대장 피격!”
나는 소리를 외치며 좁은 공간으로 기어들어가 분대장을 내가 앉았던 자리로 끌어내고 분대장이 서 있던 자리를 내가 올라갔다. 적어도 누군가 엄호를 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만약 저놈들 중 누군가 달라붙어 장갑차가 퍼지거나 박살 난다면, 그건 더 상상하기 싫었기 때문이다.
해치 위로 올라가 분대장이 쓰던 M60을 잡아들고 보이는 족족 계속 쏴댔다. 바깥 공기에선 짙은 화약 냄새와 구린 피비린내, 매연, 기름 냄새가 섞여 복잡미묘한 냄새가 섞여서 폐부를 찔렀다.
해치 주변에는 탄피들이 쌓였다. 뜨거운 것도 생각하지 못했다. 어느 순간, 칵! 소리와 함께 총알이 물리자. 장전 손잡이를 여러 번 다시 당기고 재장전이 되자 방아쇠 안에 손가락을 걸어서 다시 당겼다.
바바바방! 터져나가는 소리와 뻗어나가는 예광탄, 바닥에 튕겨서 하늘로 올라가는 붉은 총알을 모습이 보였다. 눈앞의 적들은 인영으로 짐작하거나 놈들의 총구에서 나오는 섬광을 인식하고 쏴야 했다.
사실 조준보다는 거치만 해두고 쏴댔다. 쏘는 와중에 다시금 약실에 총알이 물려서 장전 손잡이를 잡으려는 찰나 풀숲에서 막 빠져나온 인영과 어쩐지 눈이 맞은 것 같았다.
‘씨발 씨발 장전, 왜 안 당겨져 시발!’
속으로 온갖 욕을 해대며 억지로 장전 손잡이를 잡아당기려 했지만 당겨지지 않아 개머리판 접은 K2를 가지러 내려갈 때 보호 장갑에 총알이 튕기며 헬멧 옆을 스치고 튕겨 나갔다. 헬멧 커버에서 타는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뒤질 뻔했다. 진짜.’하며 개머리판을 접은 채로 총만 빼서 대충 그 위치에 연사로 놓고 뿌렸다. 한 탄창을 다 비울 때쯤 고개만 빼꼼 내밀어 죽었는지 확인했다.
다시 캉! 소리가 나며 장갑을 때리는 소리가 계속 났다. 시발 소리가 절로 나왔다. 안 올라갈 순 없고 올라가자니 무섭고 그래도 어찌저찌 분대원들이 계속 사격을 해주는 덕에 겨우 올라와 기능 처치를 하고 총알을 뿌려대기 시작했다.
이런 교전은 10분 넘게 지속됐다. 탄약은 빠른 속도로 소진됐고 미리 지정한 알파 마을을 지나가자 더 점차 공세는 멈췄다.
그럼에도 긴 대열을 멈출 수 없었다. 한번 멈췄다가 아까 전처럼 몰려온다면 감당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부조종수는 해치 아래로 내려가 말했다.
“분대장 사망이야?! 그럼 다친 사람?! 더 없어! 없는 걸로 보고한다!”
하곤 피해 유무를 물었다. 그러고 지휘 차량에 전파하듯 마이크를 입에 가져다 대고 중얼거렸다. 다른 곳은 피해가 심각했나? 아마 후미는 더 그랬을 것 같다. 장갑차는커녕 방호력이 떨어지는 차종밖에 없었으니까.
전투가 끝나고 나는 그대로 다리가 풀려 해치 아래로 주저앉았다. 온몸이 저렸다. 방탄 헬멧을 벗어서 무릎 위에 얹었다. 내려간 아래에는 분대원들이 총안구에 총을 들이밀고 관측창으로 별 탈이 없는지 경계하고 있었다.
내 발 밑엔 분대장 신준영 하사가 내 군장에 고개를 박고 죽어있었다. 그를 보며 처음에 봤던 놈의 표정이 생각났다. 갑작스러운 불길로 자신의 존재가 들켰다는 그 표정, 당황스러운 표정
승욱이 형은 늘 그랬다는 듯 시체를 옆에 두고 덤덤히 관측창 너머를 바라봤다. 이젠 죽음이 일상이 된 순간, 어떤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포심에 하염없이 붉은색과 황동색으로 한껏 꾸며진 바닥만을 바라봤다.
만약 적이 대전차 화기를 사용했다면 더 많은 수가 몰렸다면, 아까 그 총알에 내가 맞았다면? 온갖 두려움이 만들어낸 가짜들을 생각하자 손이 떨렸다.
여러모로 ‘운이 좋은 기동이었다.’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반 정도 온 것 같은데, 송림에선 무슨 일이 있을까. 아니 당장 앞으로 어떤 게 있을까. 치가 떨린다.
불길이 치솟는 풍경을 뒤로 한 채 우리는 다시금 어둠 속을 유영하기 시작했다.
눈물의 분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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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ㅇ 오래쓰면 대가리 깨질것같던데
개꿀잼.... 응원합니다
담담하고 암울한 분위기를 잘잡은거 같음 ㄹㅇ 계속 올려줘요 개꿀잼임
확실히 몇년전만해도 북괴따위 초전박살! 이 군갤 여론이었는데 요즘은 헬조선군 꼬라지가 꼬라지다보니까 승리도 확신하지 못하는거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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