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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주에 한번 씩 올려야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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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해로 변한 알파 마을을 지나 5분쯤을 더 기동하고 브라보 마을에 진입했다. 꽤 규모가 있는 마을이었다. 그 마을에서 선두에 있던 전차대대는 잠시 기동을 멈췄다. 있었던 교전에 대한 피해와 소모한 탄을 재.보급하기 위해서였다.


인원 전체가 나오는 게 아니라, 일부만 나와서 소대장들과 함께 탄 불출을 실시했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묵직한 뜀걸음 소리가 해치 밖에서 조금씩 들렸다. 이내 들리는 해치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해치를 열었다.


앞에는 소대장과 지원부대 애들이 탄약을 들고 서 있었다. 열리는 틈 사이로 장갑차 헤드라이트가 들어와서 처음에 눈이 부셨지만 이내 적응하고 주는 탄약을 받아들이며 안쪽으로 전달했다.


1소대장은 말했다.


“2분대! 분대장 말고 피해 없어?!”

“없습니다!”

“알겠다. 시체는 밖으로 내보내고 닦을 거 있으면 내부 닦아라. 부분대장!”

“병장 강승현,”

“네가 준영이 대신 올라가서 m60 잡아. 저번에 다뤄봤으니까. 알잖아.”

“예. 알겠습니다.”

“준영이 헬멧 네가 일단 쓰고 있어.” 


끌려 나가는 신준영 하사의 시체를 바라보며 떨어진 그의 헬멧을 주워들었다. 헬멧 안에는 여자 친구랑 찍은 듯한 반쯤 잘린 피에 젖은 인생네컷 사진이 있었다. 사진 속 신준영 하사는 행복한 듯 웃고 있었다. 


헬멧 안은 피와 다른 무언가가 섞인 채 고여 들면 피가 두둑하고 떨어졌다. 이런 헬멧을 쓰고 계속 기동해야 한다는 사실은 끔찍했다. 죽은 사람이 쓰던 물건이어서 그랬던 게 아니었다. 그저 더러운 마음에… 그런 생각을 하던 내가 어느 순간 한심해졌다.


헬멧 안쪽을 뜯어 방탄 위로 대충 덮으며 헤드셋 부분을 오른쪽 귀에 가져다 댔다. 무전을 알지 못했지만, 그냥 귀에 대기만 했다. 엔진음에 가려 작게 들렸지만 영 못 들을 정도는 아니었다.


#―제 전파, 통제 전파, 망 내 선두 철마에 전파, 델타, 델타지역 내 다수 움직임 식별했다고 알림. 화력 투사 10분 전 이상 수신 끝.


다 알아듣지 못했으나 아까와 같은 일이 한 번 더 벌어질 것 같다고 생각했다. 축축한 헤드셋을 그대로 둔 채, 단차장 해치 밖으로 나와 밖을 바라보며 m60을 집어 들었다. 


탄통도 미리 두 개 정도 가지고 올라와 대기했다. 


주변을 둘러봤다. 옆에는 폭격으로 인해 뼈대만 남은 민가가 있었다. 대열의 후미 끝에는 불길이 계속 타오르고 있었다. m60 손잡이를 잡은 손아귀에 땀이 삐질 거리며 나오고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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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탄약 보급과 피해 수습이 끝나가고 대열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장갑차가 덜컹거리는 신호와 함께 앞으로 달렸다. 앞 차의 매연 냄새가 얼굴을 때리듯, 한기가 얼굴을 스치든 신경도 쓰지 못했다. 전방에, 옆쪽에 움직임이 있는지, 계속 확인했다. 


# 철마 하나에서 망 내 인원들에게 전파! 전방 1키로마이크 지점! 다수의 인원 식별! 한 개 중대 이상! 접촉 2분 전! 충돌에 대비할 것 수신 끝!

# 통제! 당소 철마 하나! 항공 지원 확인 바람!

# 통제에서 철마 하나에 전파, 콜사인 터스크 1대, 이동 중, 대기.

# ―통제에서 망 내 단차에 전파, 터스크 1대, 지원 1분 전, 전 인원, 오폭에 유의할 것. 수신 끝!


옆에 있던 부조종수가 아래로 내려가자. 눈치를 보며 따라 내려가 해치를 닫았다. 잠시 뒤 수십 발의 폭음과 함께 조종창, 관측창 너머로 섬광이 들어왔다. 그 뒤로는 전투기의 소리가 장갑차 엔진음을 뚫고 들어왔다. 


폭발음도 잠잠해지자. 해치를 열고 올라가는 부조종수를 보며 따라 올라갔다. 선두 전차 넘어 보이는 모습은 지옥이었다. 밝게 빛나는 불길, 이 불길을 타고 들어오는 온풍과 매연, 각종 화학물질이 섞인 냄새에 차마 눈을 뜰 수 없었다.


대열은 멈추지 않고 전방에 있는 불을 향해 달렸다. 마치 나방 같았다. 


불길을 통과하며 바라온 풍경은 차마 구토를 참기 힘들었다. 어린 애들이 입을 만한 캐릭터가 그려진 옷, 어린아이가 신을만한 반쯤 탄 작은 신발, 숯처럼 타오른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무언가. 궤도로 흔적들을 무참히 밟아가며 지나갔다.


바스슥 거리는 소리가 귀에서 맴돌았다. 으깨지는 소리도 아니었고 딱딱한 모래 알갱이를 밟고 지나는 느낌이었다. 아무 저항도 없었다.


코끝을 찌르는 고기 탄 냄새, 너무 역했다. 올라오는 토를 참지 못하고 m60을 옆에 제쳐둔 채 장갑차 옆을 잡고 아래를 보며 아까 낮에 먹었던 전투식량을 신물과 쏟아냈다. 


혹여나 장갑차 아래에 무엇인가 마주치지 않을까. 나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고 내보냈다. 어느덧 입을 대충 닦고 식도와 입안에 따가워, 수통에 있던 미지근한 물을 꺼내 마시며 입을 헹궜다.


그런 모습을 옆에 있던 기현욱 병장은 뭐가 그리 즐거운지 피식하며 비웃었다. 오랜만에 그의 웃음을 보는 것 같았다.


어느새 불길이 피어오른 잔해를 통과하고 목적지 전, 마지막 목적지인 찰리 교차로에 도착했다. 송림에서 점령하기 위해 병력이 나뉘는 지점이었다.


전차 1개 대대는 북쪽으로. 각각 전차 1개 중대와 기보대대 1개 중대, 보급 1개 소대는 남쪽, 중앙, 북쪽으로 방향을 전환하며 움직였다. 우리 중대는 아래 방향에서부터 올라가 역사 하나와 항구를 점령해야 했다. 교차로에서 나눠진 각 부대는 각지로 기동하며 흩어졌다. 


빠른 기동력과 강력한 화력을 이용하여 삼면을 가로막아 대동강 방향으로 토끼몰이하려는 생각이었다. 물론 작전은 그랬지만 항상 작전은 첫 폭음이 들리고 10분 이상 유지되는 법은 없었다.


전차를 앞세워서 장갑차가 따라갔다. 역사까지 300m 거리가 남았을 때, 아군 전투기와 포병 부대의 화력 지원이 있었다. 예정되어 있던 헬기 지원은 없었다. 


폭발은 계속 일어났고 한번 시작된 불은 건조한 가을 공기를 따라 꺼지지 않았다. 기름칠이라도 한 듯 계속 불타고 있었다. 지축을 흔드는 소리에 장갑차가 조금씩 덜컹거렸다. 황주 전투가 끝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조금에 평화를 즐길 새도 없이 우린 전쟁터로 돌아왔다.


“전 인원 하차!”


어느새 폭음이 멈추고 해치가 열렸다. 인원들은 하나둘 내렸다. 단차에서 내려 주위를 경계하며 둘러봤다. 이미 주위는 누가 한번 쓸었는지 민가 터와 잔해만 남아있을 뿐 뻥 뚫린 채로 있었다. 


대열 앞쪽에서는 따뜻한 바람과 함께 매캐한 냄새가 불어왔다. 코끝이 찡했다. 훨씬 넘어서는 불이 꺼질 기세 없이 계속 불타오르는 모습을 바라봤다. 저곳, 저곳을 우리가 점령해야 한다.


뒤쪽에서부터 총을 매고 걸어오던 소대장은 소대원들을 데리고 정차한 대열 맨 앞으로 이동했다. 장갑차들을 지나 전차를 지나 전차보다 앞에서 대열을 갖췄다. 좌우로 찢어져서 건물 사이 골목이나 덜 부서진 건물을 경계하기로 했다.


소대장은 통신병과 함께 소대 맨 뒤에 서서 우리를 지휘했다. 나는 앞에서 두 번째에 서서 골목 사이를 경계했다.


앞에 서서 어디서 뭐가 날아올지 모른다는 긴장감을 안은 채, 전방 도시에서 불타고 있는 불길을 전등 삼으며 대기했다. 전차 엔진음이 섞여 가슴은 고동쳤다.


나머지 소대들도 준비를 마쳤는지, 우리는 조금씩 앞으로 기동하기 시작했다. 주위엔 평지가 아니면 간혹 보이는 1층짜리 건물밖에 없었다. 그래서 우리가 주의할 것들은 무너지지 않은 건물 창문과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했다.


걸음 속도에 맞춰 기동한 지 10분이 살짝 넘었을 시점에 작은 단위의 민가를 지나고 대략 300m 코너 길이 보였다. 앞과 옆에는 아직 부서지지 않은 건물들이 많았다. 특히나 시장 같은 건물과 3층짜리 건물이 반파됐지만 굳건히 자리를 버텼다.


반파된 3층 건물에서 휘날리는 인공기, 그 앞에는 탑도 높게 쌓여있었다. 어딘가 풍경과 이질적이었다. 불길에 따뜻한 바람을 맞으며 천천히 다가갈 때쯤, 건물에 가려져 있던 담벼락 너머에서 섬광과 총소리가 들렸다.


“좌우로 흩어져!”

“탄 아껴! 지금 쓰지 마!”


파바박 하는 소리와 흙바닥이 튀어 오르면서 K1전차에 맞아 이리저리 튕겼다. 전차는 어린아이 장난감 다루듯 포탑을 돌려 공축 기관총을 쐈다. 


놈들보다 큰 소리를 내며 날아간 총알은 담벼락을 무너뜨렸다. 반격은 없었고 우리는 계속 경계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다른 중대들도 우리와 비슷한 상황이었는지 여러 곳에서 단발적으로 총소리가 들렸다. 마치 행진음 같았다.


놈들이 숨어있던 무너진 담벼락은 갈가리 갈린 채 잔해에 깔린 군복 입은 시체가 누워있었다. 뭐가 그리 분했는지 눈을 똑바로 뜨고 있었다. 우리한테 향하는 분노였을까. 고민도 잠시, 다시금 공기를 찢는 소리가 들렸다. 


맨 앞에 있던 동현이가 맞아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S자 형태로 코너를 지나면 또 코너가 있는 것 같다. 각을 잘 맞춰서 들어오는 애들만 먼저 쏜 것 같다. 다행히 방탄판과 다리에 맞은 건지 당장 죽지는 않았다.


가까이 가려고 해도 계속 견제가 들어왔다. 주위에 있던 철근 조각을 찾아 동현이를 향해 던졌다. 동현이의 손이 닿을락 말락 닿지 않았다. 피에 젖은 전투복 바지를 부여잡으며 헬멧 아래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선두 전차는 앞서 나와 몸빵을 쳐줬다. 전차장은 해치 밖으로 고개만 살짝 내밀어서 우리보고 빨리 데리고 뒤로 빠지라고 했다. 뒤로 포탑을 돌려 공축 기관총으로 다시금 적을 노렸다. 


포신 옆에 작은 원통에서 불을 뿜으려는 찰나, 대전차 미사일이 날아오며 K1 옆구리를 때렸다. 차체 내부에서는 불이 나고 아까 우리에게 소리쳤던 전차장은 온몸에 불이 붙은 채 뛰쳐나와 바닥을 구르다가 죽었다.


열린 해치에서는 검은색 연기만 피어올랐다. 연기 사이로는 비명 비슷한 어떤 소리가 안에서 타오르고 있었다. 울부짖는다는 표현이 맞았다.


동현이를 뒤로 빼고 불타고 있는 전차를 엄폐물 삼아 왔던 곳으로 사격을 가했다. 오고 가는 교전 속 중에, 뒤에 있던 전차는 앞으로 나오면서 백린탄으로 적 지점을 타격했다. 그러곤 우리 보고 ‘개새끼’라며 욕을 해댔다.


할 말이 없었다. 다시금 우리는 대열을 갖췄다. 앞에 있던 전차보다 더 앞으로 나서서 무력화된 지점과 코너를 지나며 안 죽은 적이 있는지 확인하며 발로 밟아댔다. 물컹했다.


그렇게 돈 코너를 지나 다른 코너를 지날 때쯤 역사가 보이며 거센 공격이 시작됐다. 이리저리 섬광이 튀면서 총알이 날아왔다. 다른 소대는 옆에 민가로 들어가서 우회 공격을 시도했고 우리는 정면에서 적 공격을 맞았다.


벽에 숨어서 총을 쏴댔다. 아군 전차는 뒤에서 나올 생각이 없었다. 코너 안에서 차체를 돌려 벽을 뚫고 지나가서 사격 자세를 잡았다. 길을 따를 바엔 차라리 안전하게 길을 만들었다.


덩치에 맞게 만들어진 길목에 차를 대고 백린탄 한 발을 화망을 향해서 뿌렸다. 온몸에 불이 붙었는지 이리저리 구르며 소리를 질렀다. 감정적인 동요는 없었다.


초입에서 들어온 지 30분이 살짝 넘은 이 시간, 우리는 전차 한 대와 4명을 잃었다.